Lazy genius striker RAW novel - Chapter (7)
나태한 천재 스트라이커-7화(7/202)
< 006화 – 게으름뱅이 조련법 >
모두의 눈이 동그랗게 떠졌다.
경기장에, 공이 폭발하는 굉음이 울려 퍼졌기 때문이었다.
뻐어어어어어어엉-!
엄청난 임팩트였다.
발등에 제대로 얹힌 슈팅.
요한의 중거리 슈팅은, 그렇게 굉음을 뿜어내며 골대를 향해 쏜살처럼 날아가기 시작했다.
슈우우우우우우웅-
거의 30미터 이상.
상당히 먼 거리였기에 골키퍼에게 반응할 시간은 충분했다.
수비를 보는 아이들이 거리를 두고 떨어져 있었기에, 시야를 방해 받는 일 따위도 없었다.
그러나,
‘응···?’
A팀의 골키퍼는 애초에 다이빙을 뛸 생각도 하지 못한 듯 굳어 있을 뿐이었다.
허나 녀석의 잘못이라기엔 가혹했다.
그 슈팅의 속도로 보나, 골문 구석으로 정확히 쏘아져 나가는 빨랫줄같은 궤적으로 보나.
그 슈팅은, 프로급 골키퍼가 와도 반응하기 힘든 슈팅이었으니까.
골키퍼가 그저 멍하니 지켜보고만 있었다고 해도, 그 누가 탓을 할 수 있을까.
슈우우우우웅-
철썩-!
“와아아···”
“뭐, 뭐야. 저 슈팅···”
“미친. 들어간거야, 지금···?”
골망이 찢어지는 소리를 낸 뒤.
잠깐 시간이 멈추기라도 한 듯 경기장이 조용해졌다.
A팀이든 B팀이든 할 것 없이 다들 벙찐 표정들이었다.
그리고,
“···허어.”
“잘못 본 거 아니지, 지금.”
그건 사이드 라인의 코치들도 마찬가지였다.
“미친···”
“진짜 미쳤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드는 코치들.
엄청난 퀄리티의 슈팅이었다.
전반전 활약만 보고도, 이미 요한에게 매료되었던 코치들이었다.
슈팅을 아직 못봤다는 게 유일한 아쉬움이지만, 그 슈팅도 평균 정도만, 아니 평균보다 좀 못해도 괜찮다 생각할 정도로 요한을 좋게 보고 있었다.
그런데, 이게 웬걸.
“엄청난 발목 힘이로군.”
“저 거리에서, 도움닫기를 두 걸음은 했나?”
“대단한 자신감인거지.”
슈팅마저도 슈퍼 퀄리티라니.
대체 이런 괴물이 왜 이제야 나타난 건지 알 수가 없을 지경이었다.
저 아이는 이런 연습 경기나 뛰고 있을 아이가 아니었다.
당장, 리그 경기에 투입해도 손색이 없을 듯한 녀석이었다.
“다른 아이들을 봐야 하는데, 자꾸만 시선을 뺏기네.”
“그러게. 다들 저 친구만 보고 있으면 어쩌자는거야. 다들 눈들 돌리라고.”
“일합시다, 일. 감상을 하지 말고.”
벌어진 턱을 당기며 정신을 차리는 코치들.
이 경기가 합격자를 선발하기 위한 연습 경기임을 생각한다면, 모든 코치가 한 선수만 보고 있을 게 아니라 모든 선수들을 두루 두루 관찰해야 했다.
어차피 저 61번은 이미 진작에 합격이니, 다른 선수들을 더 유심히 관찰해야했고.
그러나,
다시 경기가 재개되고.
“야아, 좋다.”
“나이스 플레이.”
“이거 뭐, 아무도 못 건드리는군.”
일을 하자던 코치들의 시선은 홀린 듯, 다시금 61번에게로만 향하고 있었다.
정말, 그럴 수밖에 없는 경기력이었다.
*
경기는 5대4.
B팀의 승리로 끝이 났다.
그러나,
경기 결과가 중요한 게임이 아니었다.
경기의 주인공이 누구였냐가 중요한 게임이었고, 그 주인공은 단연 누가 뭐라해도 요한이었다.
“정말 잘했다!”
“보여줬어! 보여줬다고!”
반석호와 로한은 날아갈 듯 방방 뛰고 있었다.
지금은 체면이나 주위 시선 따위가 중요한 게 아니었다.
정말 날아갈 듯 기뻤다.
지난 몇 년간, 아니 반석호에겐 지난 몇십 년간 꿈꿔왔던 순간이 바로 지금이었으니 그럴 수밖에.
자신의 자랑스러운 핏줄이, 그라운드 위에서 반짝반짝 빛을 발하는 모습을 보는 것.
그 꿈이 지금 이뤄졌으니 이렇게 기뻐하는 것도 이상한 일이 아니었다.
“무슨 이야기를 하고 있을까요?”
“뭐, 보나마나겠지. 당장 내일부터 출근하라는 거 아니겠냐? 내, 이러고 있을 게 아니라 계약서 쓸 준비부터 해야겠구만.”
경기가 끝난 뒤.
요한은 우루루 몰려든 코치들과 오랫동안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그 이유야 불 보듯 뻔했다.
당장 입단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테지.
오늘 요한이 보여준 재능은 입단 테스트 합격이 문제가 아니라, 동네 공원에서 펼쳐진 경기였어도 스카우트들이 달라붙을 정도였으니까.
“요한아!”
“그래, 여기다!”
한참 뒤.
코치들과 이야기를 마친 요한이 스탠드로 걸어왔다.
요한을 환대하는 반석호와 로한.
“요한아, 코치님들이 뭐래?”
“뭐라더냐? 당장 내일부터 나오라지?”
둘의 다급한 물음에,
요한이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
둘은 박수를 쳤다.
하지만,
좋은 소식은 그게 다가 아니었다.
“나 말고, 형도 나와도 된대.”
“응? 뭐라고? 내가? 난 왜?”
“내가 형도 합격시켜달라고 우겼거든. 알겠다던데?”
“···정말? 그게 정말이야?”
로한의 표정이 어벙벙해졌다.
자기도 나와도 된다니?
형도 합격 시켜달라고 우기니, 구단에서 허락을 했다고?
“그게 정말이냐?”
“예.”
반석호도 믿을 수 없는 이야기였다.
추천으로 아들을 입단시킬 수 있었다면, 왜 진작에 하지 않았겠나.
반석호 본인이 이미 웨스트 햄의 레전드였는데.
하지만 웨스트 햄 아카데미는 그런 식으로 선수를 받는 곳이 아니었다.
그런데, 요한의 한 마디에 구단이 그걸 허락했다고?
그러나 요한의 말은 사실이었다.
“형과 함께가 아니라면, 저도 입단 안할래요. 그러니까, 허락 해주세요.”
참으로 당돌한 요구였다.
입단 테스트 참가자와 테스트를 주최한 구단 관계자.
누가 봐도 갑은 구단이고 을은 참가자다.
합격만 시켜준다면 넙죽 엎드리는 게 정상.
이게 뭐 스카웃 제의도 아니고 말이다.
방금 합격 통보를 받은 일개 참가자가, 구단에 요구 사항을 건의한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한데, 그것도 이미 탈락한 다른 참가자와 같이 합격시켜 달라는 요구라니.
제정신이 아닌 짓이었다.
“그, 그러도록 하지. 자네가 원한다면, 어려운 일 아니네.”
그러나,
그 제정신이 아닌 짓도 누가 하느냐에 따라 다르다.
갑과 을?
참가자인 요한과 그런 요한을 대하는 구단의 태도를 봤을 때.
갑은 누가 봐도 요한이었다.
구단은 어떻게 해서든 요한을 모셔가려는 철저한 을의 입장.
요한이 무슨 요구를 해도 받아줄 기세였다.
당연한 일이었다.
오늘 테스트에서 보여준 요한의 재능은, 절대로 놓치고 싶지 않은 재능이었으니까.
이런 재능을 찾기 위해, 런던 뿐만이 아니라 영국 전역을 돌아다니는 게 아카데미가 하는 일이다.
그런데, 그렇게 해도 찾기 힘든 빛나는 재능이 제 발로 찾아 왔으니.
요한이 무슨 요구를 하든 받아주지 않을 수 있을까.
“그러니까 형은 그, 빨리 발목 회복할 생각이나 해. 아까 보니까 발목 때문에 제대로 못하드만.”
“요한아···”
생각지도 못한 소식에, 로한이 금방이라도 울음이 터질 듯한 표정을 지었다.
반석호도 마찬가지.
“이 자식들··· 오늘은, 아빠가 맛있는 걸 잔뜩 해주마!”
오늘은, 부자에게 있어 잊지 못할 하루였다.
ㆍㆍㆍ
-뭐? 그게 정말이냐?
“정말이라니까요, 아버지. 글쎄, 요한이가 지보다 2살 많은 형들을 다 박살내 버리고···”
반석호가 싱글벙글한 표정으로 누군가와 전화를 하고 있다.
그의 아버지이자, 요한에겐 할아버지인 반길융이다.
대의를 위해 사랑하는 아들 내외와, 눈에 넣어도 안아플 손주들을 먼 영국으로 떠나보낸 아버지.
그런 아버지를 위해 반석호는 자주 전화를 드려 손주들의 소식을 전해 드리곤 했다.
그리고 그 통화의 대부분은 로한의 대한 이야기로 채워졌었다.
로한이와 오늘 어떤 훈련을 했고, 어떤 부분이 더 나아졌고, 얼마나 열심히 했고 등등.
하지만, 요한이에 관해선 얘기를 할 수가 없었던 반석호였다.
요한이 얘기만 들으면 역정을 내시던 아버지셨으니까.
그러나, 오늘만큼은 달랐다.
반석호는 오늘 요한이 입단 테스트를 박살내버린 얘기를 신이 나서 늘어놓았다.
마치 시험에서 100점 맞은 걸 아빠에게 자랑하는 어린 아이처럼.
-얘길 들으니까, 더 괘씸한 녀석이로고. 그렇게 할 수 있는데 왜 지금까지 안했던게냐.
“지금이라도 다시 시작하면 되지요. 늦은 것도 아니잖아요. 아버지.”
간만에 좋은 소식이건만, 아버지는 여전히 요한에 대해 떨떠름하게 생각하시는 모양이었다.
아버지야 워낙 엄하신 분이니 이해는 갔다.
특히, 축구에 관해선 기준치가 자신보다도 훨씬 높으신 분.
반석호도 아버지에게 축구를 배울 때, 정말 많이 혼나가며 배운 기억이 있었다.
하지만,
반석호는 확신할 수 있었다.
만약 아버지도 오늘 요한이의 모습을 눈으로 보셨다면, 감탄하셨을 거라고.
그러니 조만간.
요한이가 탄탄대로를 밟아 멋진 선수가 되면.
아버지도 요한이를 인정하시리라고 말이었다.
‘그러니, 요한아. 지금부터라도 열심히 해보자.’
요한이의 축구 인생은, 지금부터 시작이었다.
ㆍㆍㆍ
“형.”
“응?”
“그렇게 신나?”
“당연히 신나지. 꿈만 같아. 너랑 같이 아카데미에 간다니. 이게 안 신날 수가 있겠어?”
“나참···”
웨스트 햄 아카데미로의 첫 출근길.
로한의 표정이 그 어느 때보다도 밝다.
훈련장으로 향하는 길이 이렇게 상쾌할 수 없었다.
지난 몇 년 간 꿈꿔 왔던 일 아닌가.
웨스트 햄 아카데미 훈련장으로 향하는 이 길을 걷는 것 말이었다.
“유니폼은 왜 집에서부터 입고 왔어. 가서 갈아입지.”
“야. 나, 잘 때도 이거 입고 잤어. 그렇게 입어 보고 싶었던건데.”
“어휴. 그렇게 좋냐.”
보통은 트레이닝복을 입고 출근해, 훈련장에서 유니폼으로 갈아입든 할텐데.
로한은 집에서부터 유니폼을 입고 나왔다.
아니, 어제 잘 때부터 이미 입고 있었다.
이 유니폼 하나를 입기 위해 그렇게 피땀을 흘려 왔었으니까.
그렇게 웨스트 햄의 유니폼을 입고 훈련장으로 향하는 로한은 너무나 행복해 보였다.
“근데, 아마 혼자 갔으면 이렇게 좋진 않았을 거야. 다 너랑 가니까 신나는거지.”
하지만,
무엇보다 기쁜 건 동생 요한과 함께라는 것이었다.
비록 아침에 녀석을 깨우느라 진땀을 뺐고, 내일부터 가겠다는 녀석을 억지로 끌고 나오느라 애를 먹긴 했지만.
그래도 동생과 함께 훈련장에 간다니.
이건 아카데미에 입단하는 것보다도 더 로한이 꿈꿔왔던 일.
로한에겐 지금이 인생 최고의 아침이었고, 이 모든 게 동생 덕분이었으니.
요한에게 뽀뽀라도 해주고 싶은 로한이었다.
“하아아암···”
반면.
요한의 눈은 거의 반쯤 감겨 있었다.
주말에 이렇게 일찍 일어나는 게 얼마 만인지.
형 손에 이끌려 나오긴 했다만,
지금이라도 다시 침대로 돌아가 디비 자고 싶은 요한이었다.
아아.
형을 합격 시켜주겠답시고 나섰다가, 이게 웬 고생이람.
이럴 줄 알았으면 괜히 나대지 말걸.
하지만.
“잘 다녀와라!”
그런 와중에도, 집을 나설 때 봤던 아빠의 밝은 얼굴을 떠올리니 피식 웃음이 나왔다.
입단 테스트에 합격한 그 날, 요한은 아빠가 그렇게 기뻐하는 모습을 처음 봤었다.
뿐만 아니라, 집에서도 그런 대우를 받아본 건 처음이었고.
세상에, 아빠가 형에게나 해주던 마사지까지 해주실 줄이야.
아프니까 제발 그만 해달라고 앓는 소리를 내긴 했지만, 그래도 속으론 좋았던 요한이었다.
요한이라고, 아빠에게 잔소리만 듣는 게 좋았을 리가 없었다.
요한도 아빠를 행복하게 만들어 드리고 싶었다.
자신도 가족들에게 자랑스러운 아들이자 손자, 그리고 동생이 되고 싶었다.
그런데, 그게 조금은 이뤄진 것 같아 기분이 좋았고.
“다 왔다! 으아, 웨스트 햄 훈련장에서 훈련이라니. 이게 진짜 꿈이냐 생시냐. 들어가자, 요한아!”
“아, 어···”
자기 때문에 이렇게 행복해하는 형.
그리고 아빠를 보면서.
아직까진 희미할지 몰라도.
조금씩, 아주 조금씩.
게으르기만 했던 요한에게도 의욕이란 놈이 생겨나고 있는 듯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