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zy genius striker RAW novel - Chapter (72)
나태한 천재 스트라이커-72화(72/202)
< 071화 – 포근한 겨울 >
27일 경기를 마지막으로 2027년의 일정은 마무리 되었고, 새해가 밝으며 이적 시장이 개장했지만 리그가 휴식기에 접어든 것은 아니었다.
웨스트 햄의 다음 일정은 1월 2일, 5일의 휴식 뒤 곧바로 이어졌다.
그 상대는 레스터 시티.
요한에겐 썩 좋지 못한 기억이 있는 상대였다.
웨스트 햄은 지난 6라운드 때 레스터 시티와 킹파워 스타디움에서 맞붙었고, 그 경기에서 1대1로 비겼다.
요한은 이 경기에서 레스터의 집중적인 수비 끝에, 1도움만을 기록하며 득점을 올리지 못했었다.
요한이 출장했는데 득점을 올리지 못한 경기는 올 시즌 두 번이 유일했다.
한 번이 번리 전이었고, 한 번이 이 레스터 시티 전이었는데.
번리 전은 어시스트 2배 이벤트 때문에 어시스트에 집중하느라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던 경기였고.
레스터 시티 전은 순전히 상대의 강한 수비에 막혔을 뿐이었다.
처음으로 요한에게 무득점 경기를 선물한 것이 바로 이 레스터 시티였던 것이다.
그렇다 보니, 레스터 시티와의 두 번째 경기에 임하는 요한의 마음가짐은 남달랐다.
이번엔, 진심을 담아 뚜까 패버릴 생각이었다.
<고오오올-! 웨스트 햄의 선제 득점이 터집니다! 옌킨슨의 얼리 크로스를 감각적인 터치와, 감각적인 발리로 멋지게 마무리하는 요한 반! 클래스 있는 골입니다!>
그런 요한의 훌륭한 조력자 역할을 한 건 옌킨슨.
옌킨슨은 이제 크로스에 대한 자신감이 많이 붙은건지, 사이드를 깊게 파고 들어 크로스를 올리는 것뿐만 아니라 얼리 크로스까지도 시도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원래 늦바람이 무섭다고, 너무 자신감이 붙은건지 크로스를 남발하다 공격권을 내주는 경우도 많긴 했다만.
어쨌든 시도가 많아지니 마무리까지 이어지는 횟수도 늘어날 수밖에 없었다.
요한은 이른 시간에 선제 골을 터뜨리며 지난 라운드의 분풀이를 시작했다.
그러나, 레스터 시티가 쉽게 주저앉은 것은 아니었다.
공격진 전원이 빠른 발을 가지고 있는 레스터 시티는 지난 라운드에서 그랬듯, 계속해서 역습을 노리며 웨스트 햄의 간담을 서늘케 했다.
웨스트 햄의 양쪽 풀백들이 오버래핑을 깊게 올라올 수밖에 없다는 걸 안 레스터 시티는, 사이드를 통한 빠른 전개와 간결한 크로스로 직선적인 축구를 보여줬고.
<동점 골! 루카스 베르디! 확실히 한 방이 있는 레스터 시티입니다!>
<자, 지금은 뒷공간이 너무 넓었죠? 웨스트 햄이 공격적으로 나서는 건 좋습니다만, 밸런스가 무너지면서까지 공격적으로 경기를 풀어간다면, 레스터 입장에서는 오히려 땡큐일 수 있습니다.>
<중앙에서 조율을 해줄 수 있는 선수가 필요할 것 같은데요. 오늘은 고든 선수가 벤치에 있거든요.>
실점 뒤 10분만에 동점을 만들어내며 저력을 보여주는 레스터였다.
해설자의 말대로, 중원의 고든이 빠지자 중심을 잡아줄 수 있는 선수가 없다는 게 불안함의 원인이었다.
수비 시 라인 컨트롤은 키퍼 휴리첼과 센터백 루카스 시모네가 담당한다.
그러나, 양쪽 풀백들이 높게 오버래핑을 올라갔을 때.
그런 상황에서까지 키퍼나 센터백이 그들을 컨트롤 해줄 순 없는 게 당연.
원래는 그 역할을 주장인 고든이 해줬는데, 고든이 없으니 약간은 불안한 모습을 노출하는 웨스트 햄이었다.
<사실, 가능성은 별로 높아보이지 않습니다만. 웨스트 햄이 이탈리아의 다니엘레 카펠로와 링크가 있다는 소식이 있지 않습니까?>
<아예 없는 이야기는 아닌 것 같더라구요. 오늘 경기를 보니, 웨스트 햄이 왜 그를 원하는지 알 것 같습니다. 중앙에서 조율해주는 역할을 카펠로가 잘 하니까요. 세리에 내에서 별명이 제2의 피를로 아니겠습니까?>
<물론, 웨스트 햄이 원하는 것과 선수가 올지 말지의 문제는 별개겠지만요.>
확실히 웨스트 햄의 스쿼드는 젊다 못해 어리다.
역대 최연소 골 기록을 가진 요한부터 시작해서, 제이콥 버클리나 조너선 네이슨, 그리고 다른 선수들도 마찬가지.
평균 연령이 PL 내에서 가장 어린 편에 속하는 웨스트 햄이었다.
때문일까, 약간은 분위기에 휩쓸리는 경향이 보이는 팀이기도 했다.
물론 좋을 땐, 그 기세를 타고 맨시티까지 잡아 버리는 결과까지 만들어내지만.
조율에 능한 베테랑들이 있는 팀들처럼 단단한 모습을 보여주진 못하는 것도 사실이다.
괜히 22라운드까지 29실점을 하고 있는 게 아니다.
그건 꼭 수비력이 부족해서만은 아니었다.
<바니, 바니! 고오오올-! 요한의 두 번째 골! 웨스트 햄이 다시 리드를 잡습니다!>
<받은 만큼 곧바로 되돌려 주네요. 역시 해결사는 요한 반입니다!>
아무튼, 이날 경기도 레스터 시티의 역습이 빠르고 날카로웠던 탓에 끝까지 긴장감을 놓을 수 없는 경기긴 했지만.
그래도 승리를 가져간 건 웨스트 햄이었다.
1골을 먹으면 2골을 넣어줄 수 있는 공격수가 있었으니까.
요한은 2골을 터뜨리며 지난 경기의 화풀이를 하는데 성공했고, 그 2골에 힘 입어 웨스트 햄은 3대2로 레스터를 잡아 내는데 성공했다.
또한,
<대단한 기록입니다, 요한 반. 이 어린 선수가, 새 기록을 또 썼습니다.>
<한 골 한 골 넣을 때마다 신기록이죠?>
이날 기록한 2골로.
요한은 리그 40골 고지를 밟으며 새 역사를 썼다.
시즌 40골이 아닌, 리그에서만 40골.
지금껏 그 누구도 밟아보지 못한 40골 고지를 요한이 밟게 된 것이었다.
그것도, 아직 경기가 15경기나 남아 있는 상태에서 말이었다.
“이게 진짜 공격수지! 다 필요 없어. 공격수는 골로 말하는 거니까!”
“40골이라니. 살아 있는 동안 이런 기록은 보지 못할 줄 알았는데. 그게 심지어 우리 팀 선수가 될 줄이야.”
“옛날에, 메시가 리그에서 가장 많은 골을 넣었을 때가 몇 골이었지?”
“50골. 리그에서만.”
“그래, 그 기록도 한 번 넘어보자!”
“아니, 그뿐만이냐. 100년 전 기록도 갈아치워보자! 60골 넘겨 보자고!”
Premier League New Record
Yohan Van
40 GOALS !
런던 스타디움의 전광판은 요한의 40골을 축하하는 축전으로 가득 채워졌고, 홈팬들은 박수와 환호를 보내며 축하를 건넸다.
“야, 여기에 카펠로까지 오면 우리 팀 어떻게 되는거냐?”
“카펠로 오면 게임 끝이지. 중앙에서 조율이 되는 애인데. 오늘처럼 불안한 느낌도 싹 사라질 걸.”
“링크 뜨고 나서 걔 경기 다 찾아 봤거든? 잘하더라. 스무 살짜리가 무슨 서른 살처럼 조율을 하더라고.”
한껏 기분이 좋아진 팬들은 자연스럽게 카펠로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카펠로는 모든 팬들의 뜨거운 화두였다.
사실 이런 경험을 해본 적이 없는 웨스트 햄 팬들이었다.
많은 팀들이 노리고 있는 핫한 선수가 클럽과 연결되고 있는 상황을 말이었다.
적어도 지난 10년 간은 그랬다.
매번, 팀의 핵심 자원들이 다른 빅클럽들과 링크가 나서 전전긍긍을 해본 적은 있어도 말이다.
때문에, 팬들은 즐기고 있었다.
비록 그 링크가 현실이 될 거란 생각은 이들조차 하지 않고 있었음에도.
“괜히 너무 기대하지 말자고. 어차피 이러다 유벤투스 갈 거 뻔하잖아?”
“그냥 재밌잖아. 우리가 언제 이런걸로 설레 보겠어.”
“하하. 그건 그렇지. 이럴 때라도 빅클럽 된 기분을 느껴 봐야지.”
“오면 진짜 좋긴 할 텐데 말야.”
“근데 생각해보면, 안 올 이유도 없지 않아? 왜, 그 녀석 그렇게 떠들더만. 자기 재능을 시험해보고 싶다고.”
“그럼 우리 팀 만한 곳이 없지. 남자라면 유벤투스 같은 온실 속 말고, 야생 그 자체 웨스트 햄으로 와서 증명해라! 카펠로!”
“하하하!”
기분 좋게 떠들며, 왁자지껄 관중석을 빠져 나가는 팬들.
그런데, 그 사이에.
모자를 푹 눌러쓴 한 명의 청년이 그들의 대화를 들으며 피식 웃었다.
ㆍㆍㆍ
“진짜 미치겠네. 어떡하지?”
로한이 이불을 뒤집어쓴 채 괴로워하고 있다.
이를 악물고, 베개를 꽉 쥐어 봐도 도저히 참기가 힘들다. 온 몸이 근질거리는 기분이다.
방금 전, 함께 일하는 프론트 관계자로부터 들은 소식 때문이었다.
도저히 믿기 힘든 소식.
진짜냐고 몇 번이나 되물었고, 진짜라는 대답을 몇 번이나 들었다.
모두가 놀랄만한 소식이었다.
하지만, 엠바고가 걸려 있어 발설할 수가 없었다.
그러니 미치는 거다.
누구한테라도 말하고 싶은데, 말할 수가 없다.
사람들이 알면 정말 기뻐할 소식인데!
“으으··· 안되겠다. 직접적으로 말하는 것만 아니면 되잖아?”
한참을 끙끙대던 로한은 도저히 안되겠다 싶었는지 책상 앞에 앉아 노트북을 폈다.
그리고, 해머스 닷컴에 접속해 글을 쓰기 시작했다.
제목 : 기대해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낭만, 도전.
피렌체의 천재가, 황금 소년과 함께 하는 걸 결정했다고 합니다.
“휴우.”
짧게 글을 남기고 한숨을 내쉬는 로한.
로한은 이번에 처음 알았다.
자신의 입이 그렇게 무거운 편이 아니라는 걸.
이렇게라도 글을 남기고나니 마음이 편해졌다.
“···헤헤헤.”
웃음이 새어 나온다.
아니, 잠시 후 로한은 방 안을 방방 뛰어 다니고 있었다.
“와, 아직도 안 믿긴다. 우리 팀이 이렇게 바뀐다고?”
정말 믿을 수 없었다.
그를 데려 오다니.
무수한 빅 클럽들과의 영입 경쟁을, 웨스트 햄이 이기다니!
그 동안 팬질을 해오며, 누구보다 웨스트 햄을 사랑하는 로한이었지만.
팀에 불만이 없는 건 아니었다. 오히려 사랑하는 만큼 더 깔 때도 있었다.
그 중 하나가 공격적인 영입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유명 선수를 비싼 돈 주고 영입할 바에 아카데미 선수를 쓴다는 마인드.
웨스트 햄의 아카데미가 수준이 높은 건 사실이다만, 영입에 너무 소극적인 것도 사실이었다. 그렇다고 돈이 없는 것도 아니면서 말이다.
그런데, 그런 구단이 변했다.
“동생아, 진짜 팀을 이렇게 바꿔 놓으면 어떡하냐. 응?”
로한은 요한이 사랑스러워 미칠 것만 같았다.
관계자에게 들은 바로는, 이번 영입이 성공한 것도 결국 요한이 덕분이었다.
그 선수가 다른 클럽들의 제의를 거절하고, 웨스트 햄과 손을 맞잡은 게 요한이와 함께 해보고 싶다는 이유였으니.
또한,
근본적으로 웨스트 햄이 이런 공격적인 영입을 하게 된 이유 자체도 요한 때문이었다.
요한이 팀의 야망을 깨웠으니까.
이 선수와 함께라면 좀 더 높은 곳을 볼 수 있다, 이 선수와 함께라면 새 역사를 쓸 수 있다는 야망.
웨스트 햄은 요한이라는 선수와 걸맞는 팀으로 환골탈태할 의지가 있었다.
이번 영입은, 그 시작이 될 것이었고.
이젠 중위권에 만족하는 팀이 아니라, 빅6를 위협하는 팀으로 거듭나는 거다.
“요한아, 팀이 이렇게 널 생각해준다. 그니까, 오랫동안 행복 축구 해보자. 요한 종신!”
로한은 허공을 향해 주먹을 내지른 뒤, 다시 노트북 앞에 앉았다.
그리곤 사람들의 반응을 살피기 시작했다.
로한은 해머스 닷컴 내에서 1타의 공신력을 가진 유저였기에, 로한이 남긴 글엔 벌써 100개 가까이 되는 댓글들이 달려 있었다.
└피렌체의 천재면, ‘그 녀석’?
└ㄷㄷㄷ 진짜 오는거임?
└와, 진짜 남자네 ㅇㅈ
└시이이이발! 소리 벗고 빤쓰 질러!
└새 노예 입갤 ㅋㅋㅋㅋ
└오면 뒤질 준비해라 ㅋㅋㅋ 넌 전 경기 선발형에 처한다
└팀 보는 눈이 있네. 유벤투스 가봤자 주전 경쟁인데, 여기 오면 닥주전에 요한이가 20어시 만들어 줄거임!
└무조건 우승하는 팀가면 재미없지 ㅋㅋ
└그 자식 옌킨슨이 5어시인 거 보고 어이 없어할 거 생각하면 꿀잼 ㅋㅋㅋ
└그냥 패스만 하는데 어시가 들어 온다고!?
└너, 도움왕이 하고 싶었구나?
└얘 나중에 패스 능력 퇴화하면 어떡함?
└퇴화돼도 됨 ㅋㅋㅋㅋ 어시 공무원 해라
└와 벌써부터 기대된다 ㄷㄷ 제토라인, 손케라인의 뒤를 이을 카반라인 ㄷㄷ
└카요라인이 더 어감이 좋지 않냐?
└기분은 좋지만 너무 설레발 떨진 말자. 아직 검증은 안된 애잖아
└시발 난 그냥 오늘만큼은 설레발 떨란다. 이번에 챔스 진출하고, 내년에 챔스 우승해보자!
└진지하게 쌉가능
└렛츠 고 해머스!!!
└이번 겨울은 너무 따뜻하다··· 이게 지구 온난화?
└다음 경기 때 웃통 벗고 응원하는 사람보면 난 줄 알아라
└여자임?
└여자겠냐?
└나 남자임
└아 시발.
└오히려 좋아
└너는 나가라
“큭큭큭.”
로한은 새어 나오는 웃음을 참기가 힘들었다.
오늘 만큼은, 다른 빅 클럽들이 부럽지 않았다.
우리가 바로 빅 클럽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