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zy genius striker RAW novel - Chapter (73)
나태한 천재 스트라이커-73화(73/202)
< 072화 – 교통 정리 >
“슬슬 선물 보따리를 풀어볼까요.”
“우리도 이런 게 처음이라 참 서툴러요. 참을성들이 없어.”
“다들 기뻐했으면 좋겠네요.”
레스터 시티와의 경기 하루 뒤.
웨스트 햄은 팬들이 두 팔을 벌리고 환영할만한 선물들을 하나씩 풀어놓기 시작했다.
가장 먼저 내놓은 선물은, 요한의 새로운 계약 소식이었다.
-[Official] 요한 반, 웨스트 햄과 재계약 갱신! 팀내 최고 수준 대우
지난 여름, 이미 구단과 재계약을 체결했던 요한이었다.
사실 그 재계약도 업계 평균에 비하면 상당히 이른 재계약이었다.
1군에 올라온 지 몇 달 되지도 않아서 한 재계약이었으니까.
허나 그걸로도 부족하다 느꼈는지, 구단은 반년만에 새로운 계약서를 제시했고 요한 쪽에서도 그걸 받아 들였다.
기본 주급도 크게 올랐고, 기존 옵션에 더해 새로운 옵션들도 추가 되었다.
시즌이 절반 지나는 시점인데, 이미 대부분의 옵션들을 초과 달성한 상태였기 때문이었다.
득점 옵션을 보면 시즌 20골 이상이 기준인데, 이미 40골이다. 당연히 새로운 옵션이 필요했다.
여러모로 최대한의 성의를 표한 웨스트 햄이었다. 물론 그렇다 해도 리그 최고의 공격수를 이적료도 없이 쓰고 있다는 것에 비하면 부족했지만, 반석호가 보기에도 구단의 마음이 느껴질 정도였으니, 뭐.
어쨌든, 그리 하여 요한은 팀 내에서 가장 좋은 대우를 받는 선수가 되었다.
물론 이 부분에서 구단은 신중하게 접근했다.
활약만 보면 요한이 최고 대우를 받는 것에 불만을 품는 선수는 있어선 안되는 게 정상.
하지만 사람이라는 게 그렇게 합리적인 동물이 아니다.
입단한 지 얼마 되지도 않고, 훈련도 밥 먹듯이 빠지는 열여섯살 짜리 꼬맹이한테 최고 대우를 해준다고?
이런 생각을 가지는 선수들이 얼마든지 존재할 수도 있었다.
그러나, 라커룸의 분위기를 보면 그런 걱정을 할 필요가 없겠다고 느껴졌다.
오히려 형들은 자기 연봉을 떼어서라도 막내를 더 챙겨주고 싶어하는 분위기였다.
그들이 제일 잘 알기 때문이었다.
요한이 없었으면, 자신들도 그만큼 몸값을 올리기 어려웠을 거라는 걸.
뿐만 아니라, 요한이 막내다운 활발한 모습으로 라커룸 분위기를 밝게 만드는 건 아니어도, 선수들이 인간적으로 요한을 좋아 한다는 것도 이유였다.
1군 선수 중 나이로 요한 다음이 버클리인데, 그래도 둘이 여섯 살 차이가 난다.
그러니 형들이 다들 요한을 귀여워할 수밖에 없었다.
아무튼, 그렇게 라커룸 내의 문제도 없었기에 구단은 마음 놓고 요한에게 최대한의 성의를 표할 수 있었다.
그 소식에 맨시티나 타팀 팬들은 아쉬워 했지만, 해머스는 쌍수를 들고 환영했다.
└째째하게 2년 4년 이렇게 말고 종신계약하면 안돼냐?
└요 한 종 신
└한 번 해머스는 영원한 해머스!!
└요한의 재계약은 2천억짜리 영입도 부럽지 않다
└아따 프론트 일처리 마음에 드는 거 얼마만이냐? 빠르게 잘했다
└응 아무리 꼬셔 봐 아버지부터가 웨스트 햄 근본이야 ㅋㅋㅋ
└석 호 종 신
요한의 재계약 소식만으로도 배가 부른 웨스트 햄 팬들이었다.
그러나, 기분 좋은 소식은 줄줄이 사탕처럼 연이어 터졌다.
이번엔, 아무도 기대하지 않았던 서프라이즈였다.
-[Official] 다니엘레 카펠로, 웨스트 햄 이적! 겨울 1호 영입!
└????????
└실화임?
└웨스트 햄을 간다고? 유벤투스를 거르고?
└말도 안돼. 웨햄이 뭔 짓을 했길래?
└와. 지 손으로 커리어 망치네
└망치? 망치면 해머스 맞지 ㅇㅈ
└유베 갔으면 편하게 리그 우승하면서 챔스도 노렸을텐데 웨햄 ㅋㅋㅋㅋ
└유베가서 주전 먹을 자신 없나 보지 ㅇㅇ 딱 보니까 거품에 먹튀 각
└너 토트넘 팬이지? 그렇게 영입하고 싶어서 껄떡 대놓고 퇴짜 맞으니까 이제 와서 거품이래 ㅋㅋㅋ
└얘 무슨 중소구단 페티쉬 있냐? 피오렌티나에서 웨스트 햄을 가네
└중소구단? 그 중소구단 밑에 있는 팀들은 뭐임? ㅋㅋㅋ
└그냥 소구단이지 ㅋㅋ 소구단들은 조용히 해라 ㅋㅋ 니들이 카펠로보다 축구 잘해?
-‘등번호 10번’ 다니엘레 카펠로 “웨스트 햄 선택, 후회하지 않을 자신 있어.”
└떴다 ㅅㅅㅅㅅㅅ
└난 진짜 끝까지 안 믿으려 했는데 유니폼피셜까지 떠버렸네.
└첫 인사부터 마음에 든다!!
└우리 요한이 많이 도와줘라 믿는다!!
└소년 가장이어도 둘이면 좀 낫지 ㅠㅠㅠ
-“프리미어 리그 적응? 그들이 내게 적응해야 할 것이다.” 자신감 내비친 다니엘레 카펠로.
└자신감 뭔데 ㄷㄷㄷ
└역 시 천 재
└요한이 따라하네
└이런 애들이 많아야 팀에 위닝 멘탈리티가 쌓임
└트로피 따는 애들 보면 결국 다 야망이 있는 선수들이더라
-웨스트 햄 유니폼 입은 다니엘레 카펠로, “웨스트 햄의 에이스가 되겠다.”
└;; 근데 얘 하루만에 인터뷰 왤케 많이함
└얘 원래 이렇게 말 많은 캐릭터냐?
└에이스? 선 넘네 ㅋㅋ
└중원의 에이스까진 ㅇㅈ함
└인터뷰를 몇 개를 한 거여 ㅋㅋㅋ
-다니엘레 카펠로, “유벤투스 대신 웨스트 햄 선택 이유? 나의 재능을 시험해보고 싶었다.”
└와 인터뷰 또 했어?
└알겠으니까 그만하고 좀 쉬어라 ㅋㅋㅋ
└오프 더 풋볼 활동량 ㄷㄷ
└여러모로 시끌시끌 하겠네
└심심할 일은 없겠다
1월 4일.
세리에 A의 이적 시장 기간이 시작되자마자 다니엘레 카펠로의 이적 소식이 발표되었다.
대부분의 축구 팬들은 오피셜이 떴음에도 두 눈을 의심했다.
며칠 전부터 무성한 소문이 돌긴 했다지만, 현실이 될 줄이야.
타팀 팬들은 놀랐고, 웨스트 햄 팬들은 더욱 놀랐다.
유벤투스와 진하게 링크가 났던 선수가 웨스트 햄으로 온다니.
때문에 벌써부터 카펠로를 저평가하는 여론도 등장하기 시작했다.
생각보다 피지컬이 별로다, 탈압박은 좋은데 공을 끄는 경향이 있다, 세리에는 몰라도 PL에선 먹히지 않을 것 같다 등등.
유벤투스 행을 포기하고 웨스트 햄으로 간 게 이유가 있지 않겠느냐는 것이었다.
아무튼, 그건 앞으로 카펠로가 스스로 증명해야 할 부분이고.
웨스트 햄 입장에선 팀에 활기를 불어넣는 영입인 것은 분명했다.
특히나, 요한을 더욱 살릴 수 있는 자원이라는 게 중요했다.
애초에 로한이 카펠로를 영입 리스트에 올린 건, 단순히 촉망받는 유망주여서가 아니었다.
팀에 필요한 유형이고, 요한과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유형이니 넣은거지.
구단도 그걸 알기에, 거액을 투자한 것이었고.
카펠로가 아무리 예상보다 활약이 저조하다 해도, 기본은 할 거란 기대가 있던 것이다.
왜? 요한이 있으니까.
옌킨슨도 신나서 크로스를 올리게 만드는 게 요한이다.
어쨌든, 이적 시장이 열리자 마자.
벌써 확정이 된 느낌이었다.
이번 이적 시장의 주인공은, 웨스트 햄이란 것을 말이다.
심지어, 아직 남아 있는 게 많았음에도 말이었다.
ㆍㆍㆍ
“여어, 버클리. 너, 오늘따라 기분 좋아 보이네?”
“아, 좋지예. 그래도 1년은 막내 생활할 줄 알았는데, 벌써 후임이 생긴 거 아입니꺼.”
“근데, 후임이 좀 빡샐 것 같은데 괜찮겠냐? 우리 팀 이적료 기록 부수고 온 놈인데.”
“마, 지는 그딴 거에 안쫍니더. 내가 낸데! 걱정 마이소! 지가 막내 기강 딱! 잡아 놓겠심더!”
오늘따라 싱글벙글 활력이 넘치는 제이콥 버클리.
오늘은 카펠로가 첫 훈련에 참여하는 날이다.
즉, 지난 여름 합류한 버클리에게 드디어 후임이 생기는 날이란 뜻이었다.
버클리는 장난을 치면 워낙 리액션이 좋은 타입이라, 동료들이 자주 장난을 치곤 했다.
원래 막내가 뭘 해야 한다는 규율 따윈 없었음에도, 버클리에겐 막내가 경기 시작 전 춤을 춰서 흥을 돋우어야 한다는 둥 장난을 친 것이다.
불쌍하리 만큼 순진한 버클리는, 그게 진짜인 줄 알고 저번 경기까지도 춤을 췄다.
경기 준비보다, 오늘은 무슨 춤을 춰야 하나가 더 고민일 정도였다.
그러니 신입이 들어왔다는 소식에 껑충껑충 뛰었던 버클리다.
이젠 자신도 선배들처럼 자리에 앉아, 막내의 춤을 구경할 수 있는거다.
때문에, 버클리는 신입이 어서 훈련장에 도착하기만을 기다렸다.
그리고 잠시 후.
기다리고 기다리던 그 신입이 훈련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여어어! 왔구나! 나으 귀여운 후···”
그러나, 모습을 드러낸 신입은 첫 등장부터 버클리의 기대와는 완전히 달랐다.
“아아, 당신들인가요. 나라는 구원자를 목 빠지게 기다렸다는 자들이. 오래 기다리셨습니다. 천재들의 도시, 피렌체에서 온 다니엘레, 카펠로라고 합니다.”
“···엉?”
그 첫 인사만으로, 라커룸 내의 선수들 모두는 감지할 수 있었다.
이 녀석, 함부로 건들였다간 굉장히 피곤해질 것 같은, 보통내기가 아니란 것을 말이었다.
*
“마··· 마! 슨배 말씀이 안들리나! 막내는 그 정수기 쓰면 안된다니까!”
“···헤이, 덩어리 씨. 미안한데, 나도 영어할 줄 알아. 그러니까, 영어로 해줄래?”
“모, 모라꼬? 내 영어로 하고 있다 아이가!”
“아아, 미안. 내 실수. 영어를 못하는 친구에게 영어로 말해버렸잖아. 음, 우리 덩어리 씨는 어디 출신이지?”
“뭐, 뭐라카노 이게 진짜!”
버클리는 진땀을 뻘뻘 흘렸고, 그걸 지켜보는 동료들은 껄껄 웃음을 터뜨렸다.
진짜, 보통내기가 아니다.
버클리는 기피 대상 1호였다.
녀석에게 오늘의 말동무로 찍히는 순간, 그날은 고막에서 피가 나는 날이었으니까.
근데, 그런 버클리를 아주 가지고 놀고 있다.
여기 온지 1시간도 안된 녀석이 말이다.
“아, 근데 덩어리 씨. 한 가지만 묻고 싶은 게 있어.”
“마, 막내는 질문 같은 거 못하···”
“요한, 그 친구는 어디에 있지?”
“요, 요하이? 금마 아직 안왔는데.”
버클리의 대답에 카펠로가 고개를 갸웃이며 시계를 확인한다.
“10분 뒤에 훈련 시작 시간이라고 들었는데?”
“금마는 원래 자주 늦는다. 어차피 늦어도 제일 먼저 가거든.”
“···자주 늦는다? 여긴 지각 벌금 같은 게 없나 보지?”
“벌금? 있는데? 1분만 늦어도 얄짤 없대이.”
“···그럼 그 친구는 부자인가?”
“금마는 벌금 안낸다. 늦게라도 나와 주는 것만 해도 감지덕지니까.”
카펠로는 미간을 찌푸렸다.
“특별 대우를 받고 있다, 이 말인가?”
“당연하지! 금마가 우릴 멕여 살리고 있는데. 에이스가 그 정도 혜택은 받아야 하는 거 아이가!”
이번엔 한쪽 입꼬리를 말아 올리는 카펠로.
“에이스라.”
“뭐, 뭐꼬. 그 재수없는 썩소는.”
“이 몸이 왔는데, 에이스라.”
“마, 내 말 안들리···”
“재밌네.”
카펠로는 껄껄 웃음을 터뜨렸고, 버클리는 할 말을 잃었다.
아무래도, 버클리의 신입 기강잡기는 완벽히 실패한 듯 보였다.
*
“특이한 놈이 왔네···”
“천재라는 놈들은 다 하나씩 나사가 빠져 있나 봅니다.”
선수들의 훈련을 지켜보던 슈미트 감독과 제이미 코치가 말한다.
오늘 처음 훈련에 합류한 저 카펠로라는 놈.
특이한 녀석이었다.
확실히, 공은 예쁘게 잘 찬다.
요한이에게 눈이 익숙해져서 그렇지, 그게 아니었다면 호들갑을 떨며 감탄했을거다.
괜히 빅클럽들의 주목을 받은 게 아니라는 게, 간단히 몸을 푸는 모습만 보고도 알 수 있었다.
다만, 뭐랄까.
자기가 공을 잘 찬다는 걸 스스로도 너무 잘 알고 있는 느낌이랄까.
요한이와는 정반대의 느낌이었다.
그런 둘이, 과연 환상의 짝꿍이 될 수 있을까.
색깔이 좀 많이 다른데.
“헤이, 감독님. 질문!”
“···뭐지?”
“지금 이 팀 페널티 킥이랑 프리킥 키커가 누구죠?”
“키커?”
“네. 아무리 이 몸이라지만, 그래도 첫날이니 물어는 봐야 할 것 같아서.”
“···무슨 말이지?”
슈미트 감독이 미간을 찌푸리자, 카펠로가 미소를 지었다.
“뭐 결과는 당연하겠지만, 납득은 시켜야 할 거 아니에요. 앞으로, 내가 PK랑 프리킥을 전담하게 될 거라는 걸. 간단히 대결이라도 하고 싶은데요?”
“···허.”
이것 봐라. 진짜 나사 하나 빠진 정도가 아니라니까?
헛웃음을 터뜨리는 슈미트 감독.
그런 슈미트 감독을 보며, 카펠로는 무슨 문제라도 있느냐는 듯 미소를 띤 채로 어깨를 으쓱였다.
“저기, 마침 오네.”
“응?”
슈미트 감독이 가리킨 방향으로 고개를 돌리는 카펠로.
그곳엔, 요한이 머리에 까치집을 한 채 터덜터덜 걸어오고 있었다.
“···오호.”
그 모습을 보고 씨익 웃는 카펠로.
이야, 얼굴 보기 힘드네.
드디어 왔구나.
잉글랜드의 천재.
카펠로는 다짜고짜 공 하나를 챙겨 요한에게 다가가, 앞을 가로 막고 섰다.
“?”
“반가워. 나, 알지?”
씨익 웃으며 손을 내미는 카펠로.
자신 때문에 런던이 떠들썩 했다.
그러나, 요한은 고개를 갸웃였다.
“처음 보는 얼굴인데···”
“···뭐라고?”
“감독님. 저, 오늘은 뭐하면 되나요?”
요한은 귀찮다는 듯 카펠로를 지나쳤고, 그런 요한을 보는 카펠로의 눈썹이 11시 11분을 그렸다.
카펠로는 다시 달려가 요한의 앞에 섰다.
“네가 PK, 프리킥 전담 키커라며? 나랑 대결하자. 이기는 사람이 전담 키커를 하는거야.”
“······감독님. 저 오늘 뭐하면···”
“이, 이게···!”
예상치 못한 요한의 반응에 어처구니가 없는 카펠로.
그런 둘의 모습을 보며, 다른 선수들은 감탄했다.
“와, 역시 꼬맹이다. 만만찮은 녀석이 왔다 싶었는데, 역시 꼬맹이한텐 안되네.”
“마! 잘한다! 좀 더 무시해도 된다!”
버클리는 아예 환호했고, 다른 형들은 웃음을 터뜨렸다.
“감독님?”
“음, 그러니까.”
턱을 매만지는 슈미트 감독.
잠깐 생각 해보니, 꽤 좋은 기회일지도 모르겠다.
조금, 아니 많이 유별나 보이는 이 신입 녀석.
초장에 확 잡아 놓을 수 있는 좋은 기회 말이다.
“좋아. 오늘, 다시 한 번 전담 키커를 정해보자. 둘이서, 공평하게.”
슈미트 감독의 말에 카펠로는 만족스러운 듯 고개를 끄덕였고, 요한은 미간을 찌푸렸다.
그걸 왜 해야 하는 표정이었다.
허나,
“저 녀석이 찍소리도 못하게 이겨주면, 그 즉시 퇴근 시켜주마.”
이어진 슈미트 감독의 귓속말에.
“···!”
방금까지만 해도 동태 같았던 요한의 눈에 갑자기 생기가 돌기 시작했다.
“알겠습니다.”
요한은 부스스한 머리를 슥슥 뒤로 넘기곤, 고개를 끄덕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