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zy genius striker RAW novel - Chapter (74)
나태한 천재 스트라이커-74화(74/202)
< 073화 – 교통 정리 >
“혹시라도, 텃세 같은 걸 부릴 생각이시라면 환영입니다. 얼마든지요.”
“···”
대결을 도와주기 위해 키퍼 장갑을 끼고 있던 휴리첼조차 어이 없다는 표정을 짓게 만들 만큼, 카펠로는 자신만만한 모습이었다.
사실, 그럴만 하다.
피오렌티나에서도 이랬다.
17살의 나이로 처음 1군에 합류 했을 때, 그 때도 카펠로는 전담 키커 자리를 탐냈고, 대결을 통해 당당히 그 자리를 따냈었다.
경험 많은 베테랑 선배들 사이에서 말이다.
어딜 가나 그랬다.
카펠로는 항상 주목을 받았다.
출중한 실력 덕분이었다.
어딜 가든 천재라고 불렸었지.
19세의 나이에 이탈리아 대표팀에 발탁 되었을 때도 마찬가지였고.
무려 이탈리아 대표 선수들에게도 넌 천재라는 말을 들었다는 거다.
하물며 그러한데, 이곳이라고 다를까.
카펠로의 자신감엔 이유가 있었다.
다만.
“···”
그런 카펠로도 속으론 살짝 긴장 중이었다.
대충 대충 몸을 푸는 요한을 슬쩍 쳐다보는 카펠로.
카펠로가 요한을 처음 본 건, 지난 9월.
웸블리에서였다.
이탈리아와 잉글랜드의 경기 때 말이었다.
그때, 카펠로는 벤치에 앉아 있었다.
요한은 그 경기 후반에 투입되어 그라운드를 헤집어 놓았고.
솔직히, 충격이었다.
요한의 출전 시간은 길지 않았지만, 녀석이 보여준 플레이는 입을 떡 벌어지게 만들었다.
모든 이탈리아 선수들의 우상인 유벤투스의 심장, 바르첼리와 마르치오를 단신으로 무너뜨리는 모습.
카펠로조차 감탄을 마지 않을 수 없었다.
그거에 반해서 웨스트 햄에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이런 녀석이 옆에 있다면, 재밌을 것 같았거든.
그동안은, 살면서 한 번도 자신의 재능을 능가하는 인간을 본 적이 없는 카펠로였다.
물론 어디까지나 카펠로 개인의 주관적인 생각이긴 한데, 아무튼.
카펠로는 자신의 재능이 어디까지인지 알고 싶었고, 그러려면 최고의 재능과 함께여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 최고의 재능이, 카펠로 생각엔 이 녀석.
요한이었다.
물론 자신을 제외했을 때 말이다.
때문에, 겉으론 전혀 티를 내고 있진 않지만.
카펠로도 약간의 긴장감은 가지고 있었다.
“시작하죠.”
“몸 더 안 풀어도 되겠니, 친구야?”
“네. 충분한데요.”
“괜히 나중에 딴소리 할까봐 그래. 몸이 덜 풀렸다느니, 뭐니.”
“그럴 일 없으니까, 시작해요.”
반면 요한은 전혀.
그저, 이 사람 말이 좀 많다는 생각 뿐.
감독님이 이기면 퇴근 시켜주겠다고 약속했으니 겨우 참는다.
후딱 빨리 끝내고 집에나 가야지.
그런 생각으로, 요한은 공을 페널티 마크 위에 세웠다.
일단, 페널티 킥부터 대결이다.
“한 번씩 번갈아서 시도. 한 번이라도 실축하면, 그 즉시 끝. 오키?”
“오케이.”
“네.”
“그럼, 요한이부터 가자고.”
선공은 요한.
“꼬맹아! 보여줘라!”
“점마 코를 납작하게 만들어 버리래이!”
형들의 응원이 쏟아진다.
아무래도 요한에게 응원이 몰릴 수밖에 없다.
웬만하면 신입 편을 들어주는 게 보통일텐데, 카펠로의 첫 인상이 썩 좋진 못했으니.
다만,
파아앙-!
손바닥을 마주치며 자세를 잡는 휴리첼 만큼은, 한쪽 편을 들어줄 생각은 없었다.
요한이만 봐준다거나 하는 둥 말이다.
애초에 요한이를 봐준다는 게 어불성설이기도 하고, 이건 휴리첼에게도 자주 오는 기회가 아니었다.
리그 최고의 공격수와 1대1을 해볼 수 있는 기회 말이다.
리그 경기를 치르면서, 경기가 끝난 뒤 상대팀 골키퍼들과 인사를 나눌 때.
그들이 항상 하던 이야기가 있었다.
요한이랑 같은 팀이라 부럽다고.
경기 때 요한을 상대로 하지 않는 것도 부럽고, 훈련 때 그런 공격수를 훈련 상대로 둘 수 있는 것도 부럽다는 뜻이었다.
그러나, 알다시피.
요한과 훈련할 기회는 많지 않았다.
그러니 갑자기 하게 된 이 대결이, 휴리첼에게도 좋은 기회인 것이다.
따라서 절대 요한과 카펠로, 둘에게 차별을 할 생각은 없었다.
휴리첼은 둘 모두에게 진심을 다할 생각이었다.
“삐이익-!”
휘슬이 울리자 마자 요한이 공을 향해 달려 들었고, 휴리첼이 호흡을 머금으며 온몸을 긴장시켰다.
뻐어어어어엉-!
슈우우우우웅-
“큭···!”
철썩-!
“나이스, 나이스!”
“마! 그렇지!”
요한의 첫 번째 PK는 성공.
휴리첼이 방향을 읽긴 했으나, 워낙 구석을 완벽하게 찌른터라 손이 닿지 않았다.
마치 진짜 승부차기인 것처럼 환호하는 형들.
“음. 나쁘진 않네.”
요한의 킥을 본 뒤,
“그럼, 이번엔 이 몸 차례.”
고개를 끄덕인 카펠로가 페널티 마크 위에 공을 놓는다.
좀 차네?
그럼, 요건 어때.
“삐익-!”
휘슬과 동시에 득달같이 공을 향해 달려드는 카펠로.
마치 어마어마한 강슛이라도 때리려는 듯 빠르게 달려드는 카펠로의 모습에, 휴리첼이 다시 한번 바짝 몸을 긴장시켰다.
그러나,
타타탓-
파아아앙-!
카펠로의 킥은 예상과 달리 두둥실 떠올랐다.
빠르게 달려든 건 페이크.
강슛이 아니라, 파넨카(Panenka) 킥이다.
비록 자신이 신입이고, 다들 요한 저 녀석을 응원하고 있는 듯 보이지만.
그래서 더 압권이 될 킥이다.
자신은 전혀 긴장하지 않았다는 걸 보여줌과 동시에, 저 기계 같아 보이는 키퍼의 기선을 제압하기 위한 킥.
아아, 이것이 천재.
‘훗. 어떠······ 엥?’
그런데, 천천히 떠가는 공을 바라보던 카펠로의 동공이 흔들렸다.
잔뜩 몸을 움츠리고 있던 휴리첼이, 한쪽으로 뛰는 대신 제 자리에 서 있었기 때문이었다.
파아아앙-!
덕분에 허무할 정도로 가볍게 잡히고 마는 카펠로의 파넨카 킥.
곧바로 지켜보던 이들의 웃음이 터져 나왔다.
“푸하하핫! 안 통했네!”
“마! 그딴 잡기는 안통한다! 우린 상남자 팀 아이가! 우하하하!”
어이 없다는 표정으로 휴리첼을 바라보는 카펠로.
뭐, 뭐야. 저 골키퍼.
생긴 건 멍청하게 생겼는데, 대체 어떻게 안 거지? 설마 이 몸의 생각을 간파한건가?
그럴 리가 없잖아! 감히 천재의 묘수를!
“···.”
그러나, 정작 휴리첼도 어이가 없는 건 마찬가지였다.
설마 첫 시도에 파넨카를 시도할 거라곤 생각하지 못했다. 자신이 점프를 뛰지 않은 건, 그저 녀석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니 하나 지켜보기 위함이었을 뿐.
근데 공이 제발로 품 안에 들어와 버렸다.
“자, 말했듯이 실축하는 순간 끝! 페널티 킥은 앞으로도 요한이가 전담한다!”
“그게 맞지. PK로는 요한이 못 이겨.”
“저 킥력에 강심장이기까지 한데. 넘볼 수 있는 게 아니라구, 신입.”
“······.”
얼굴이 시뻘개지는 카펠로.
젠장, 쪽팔리다. 그게 그렇게 막혀 버릴 줄이야.
뭐가 어찌 됐든, 승부는 첫 시도만에 끝.
일단 PK는 지금까지 그랬듯, 요한이 전담 키커를 하는 것으로 승부가 났다.
카펠로는 한숨을 내쉬었다.
“휴우. 어쩔 수 없나.”
“?”
“뭐 어차피, 내 주 종목은 PK가 아니거든. 버리는 패였을 뿐이었다구. 깜빡 속았지?”
“···”
“슬슬, 제대로 해보실까나.”
빨리도 회복되는 카펠로의 멘탈.
아무튼 뭐 PK 정도야 공격수에게 양보할만 하지.
진짜는, 프리킥 전담 키커다.
이게 바로 카펠로의 주 종목.
“자, 왼쪽 오른쪽에서 각각 5번씩. 총 10번을 차서, 더 많이 넣는 쪽이 이기는 거다. 만약 벽을 맞춰서 넘어 뜨리면, 그건 노 골 처리다. 오케이?”
“오케이.””네.”
“그럼, 이번엔 카펠로부터 해보자구.”
“좋아.”
페널티 박스 라인 근처에 훈련용 벽이 세워지고, 골대까지 대략 25미터 정도 위치에 공이 놓였다.
왼쪽, 오른쪽 두 위치에서 총 10번을 차서 더 많이 넣는 쪽이 승리다.
‘젠장. 괜히 너무 머리를 썼어. 이번엔 안전하게, 제대로 해주마.’
시작은 오른쪽 위치부터.
신중하게 공을 놓고, 골대를 바라보는 카펠로.
방금의 쪽팔림을 만회해야 한다.
훈련 상황에서의 프리킥은, 당연히 실전보다 넣기 훨씬 쉽다.
훈련용 벽이 점프를 하진 않으니까.
그걸 감안한다면, 10개 중에 5개는 넣어야 안정권이라고 볼 수 있었다.
음, 아니다.
상대가 상대인 만큼, 7개 정도는 되어야 안정권일지도.
그러니, 최대한 안전하게 차보는 거다.
“후우.”
왼발이 주 발인 카펠로가 신중하게 프리킥을 시도했다.
뻐어어어엉-!
슈우우우웅-
철썩-!
“오.”
“좀 차는데.”
“제대로 감겼네.”
벽을 살짝 넘겨, 골대 구석에 정확히 감겨 들어간 카펠로의 첫 시도.
“나이!···스.”
골망이 흔들린 순간, 저도 모르게 환호성을 내지를 뻔한 카펠로가 아차하고 그 환호성을 목구멍으로 꿀꺽 삼켰다.
고작 한 개 넣은 걸로 너무 좋아할 뻔 했다.
폼 안나게.
하하, 나 참.
“몸 풀기였을 뿐이니 아직 놀라긴 이르다구.”
어쨌든 첫 단추를 잘 꿴 카펠로는 이어 네 번의 시도를 더 가져갔고,
슈우우우웅-
철썩-!
“Sì, sì!”
5개 중 4개를 성공시키는 괴력을 보여주었다.
한 번의 시도만이 휴리첼에게 막혔다.
아무리 연습 프리킥임을 감안해도, 상당한 성공률.
확실히 카펠로의 발끝은 날카로웠고, 지켜보고 있던 선수들도 약간의 불안감을 느끼기 시작했다.
“어, 어라. 이러다 저 녀석이 이기는 거 아냐?”
“설마, 그래도 요한이가 지진 않겠지.”
“네 개 중에 두 개는 좀 뽀록이었던 것 같은데. 운이 너무 따랐다고.”
“꼬맹아! 다섯 개 다 넣어 버려!”
행여나 저 재수 없는 녀석에게 지진 않을까.
형들의 응원 아래, 이번엔 요한의 차례다.
역시 같은 위치인 오른쪽.
확실히 왼발로 감아차기 좋은 위치다 보니, 요한도 왼발로 차려는 듯 위치를 잡았다.
그리고,
요한은 신중했던 카펠로와 달리 과감하게 공을 향해 달려 들었다.
뻐어어어엉-!
슈우우우웅-
철썩-!
“와아···!”
“크으, 그렇지!”
“야아, 괜한 걱정을 했구나!”
“와, 미친. 저걸 어떻게 막아.”
훈련용 벽을 훌쩍 넘겨, 크게 감기며 야신존으로 빨려 들어간 요한의 첫 시도.
지켜보던 선수들은 괜한 걱정을 했다며 감탄했다.
비교적 안전하게, 그러니까 최대한 벽을 살짝 넘기며 골대 안으로 보내려는 게 보였던 카펠로의 킥과는 달리.
요한의 킥은 과감했다.
단순히 골대 안으로 집어 넣는 게 아니라, 휴리첼이 꼼짝도 못하게 만들고 싶은 듯.
큰 호를 그리며 아름답게 골망을 흔들었다.
“굿. 잘 감겼네.”
고개를 끄덕이는 카펠로.
솔직히 속으로 놀라긴 했지만, 아직은 여유를 부릴만 하다.
그러나,
뻐어어어엉-!
철썩-!
뻐어어어엉-!
철썩-!
“···”
이어진 시도들도 모조리 골대 안으로, 그것도 아주 아름답게 빨려 들어가자.
여유를 부리던 카펠로의 얼굴은 어느새 굳어 있었다.
“오케이. 5에 5. 둘이 한 개 차이다. 자, 이번엔 왼쪽에서. 다시 카펠로부터 가자고.”
“···오, 오케이.”
다음 5개는 왼쪽에서 찬다.
공을 놓고, 아까보다 더 신중히 골대를 바라보는 카펠로.
젠장. 아까보다 훨씬 까다로운 위치다.
왼발로 처리하기엔 말이다.
게다가 요한이 5개를 다 넣어 버렸으니, 하나라도 놓쳐선 안된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7개 정도 넣으면 안정권일 줄 알았더니.
다 넣어도 안심 못하겠는데?
타타탓-
뻐어어어엉-!
카펠로는 한 번 한 번에 온 신경을 다해서 프리킥을 찼고, 덕분에 다섯 개를 차는데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역시, 카펠로도 만만한 키커는 아니었다.
여러 악조건이 있었음에도, 남은 5개 중 3개를 꽂아 넣었으니.
“그럼, 카펠로는 최종적으로 7개.”
10개 중에 7개.
이것도 엄청난 성공률인 거다.
솔직히 5할만 넘어도, 아니 그 근처만 가도 잘 차는 거니까.
하지만, 요한이 앞서 5개를 다 넣어 버리는 바람에, 이번 시도에 3개만 넣으면 져야하는 억울한 상황에 놓일 수도 있다.
‘그래도, 쉽지 않을걸.’
입술을 물어 뜯는 카펠로.
그래도, 아직 모른다.
이 각도에서 왼발로 찬다는 게 쉬운 게 아니거든.
그런데,
‘···응?’
프리킥을 준비하는 요한은, 왼발 각도에 서지 않았다.
그 반대편, 오른발 각도에 섰다.
그리곤,
뻐어어어어엉-!
슈우우우우웅-
철썩-!
아까와 똑같이, 아니 더 아름다운 킥을 골대에 연이어 쑤셔 넣기 시작했다.
철썩-!
“8개. 제가 이겼죠?”
“어. 끝! 더 찰 필요도 없어. 요한이의 승리다!”
승부가 결정난 건, 아직 두 번의 시도가 남아 있을 때였다.
3개를 차서 3개를 다 넣어 버렸으니까.
8번을 차고도, 10번을 찬 카펠로를 이겨버린 것이었다. 그 8번을 다 성공시킴으로써.
“예쓰!”
주먹을 쥐며 기뻐하는 요한.
카펠로를 이긴 요한은 경기에서 골을 넣었을 때보다 훨씬 더 기뻐했다.
“···쳇.”
그런 요한을 보며, 한숨을 내쉬더니 피식 웃는 카펠로.
짜식. 방금까진 아무렇지 않아 보이더니, 나름 긴장을 했었나 보지? 그래. 그럴만 하지.
무려 자신과의 대결이었으니까.
뭐, 운이 많이 따랐다 해도 어쨌든 이 몸을 이겼으니.
요한이 저리 기뻐하는 것도 이해가 갔다.
그러나.
“저, 가볼게요.”
“그래. 내일 보자.”
“요한아, 가라! 내일 보자잉!”
“···?”
슈미트 감독에게 꾸벅 인사를 하고 라커룸으로 향하는 요한을 보며.
카펠로의 어안이 벙벙해졌다.
···쟤, 어디가냐?
“어디가긴. 집에 가지.”
“···왜? 훈련은 아직···”
“뭐, 에이스의 특권이다.”
“에이스의 특권···?”
아니 그럼, 그렇게 기뻐했던 게 집에 갈 수 있어서였단 말야?
자길 이겨서가 아니라?
“···.”
카펠로는 기가 막히고 코가 막혔다.
첫 날부터, 자기 생각대로 흘러가지 않는 카펠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