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zy genius striker RAW novel - Chapter (75)
나태한 천재 스트라이커-75화(75/202)
< 074화 – 싫지만은 않을지도 >
“하하, 7대8. 종이 한 장 차이. 시차 적응만 끝났어도, 내가 이겼겠네. 하하, 7대8.”
요한에게 진 게 어지간히도 쪽팔렸는지, 카펠로는 다 들리게끔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시차적응은 뭔 시차적응이여.
1시간밖에 차이 안나는 구만.
그런 카펠로를 보며 웨스트 햄 선수들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요한이가 두 번 덜 차서 7대8인 거잖아.”
“야, 조용히 해. 얼마나 쪽팔리면 저러겠냐.”
“대단한 멘탈이네. 저런 애들이 제일 무서워. 정신 승리하는 애들.”
“뭐, 한 번 졌다고 의기소침하는 애들보단 보기 좋잖아? 친구 말고, 동료로서 말야.”
“그건 인정.”
“7대8. 하하! 바람만 한 번이라도 세게 불었으면 바뀌었을지도 모르는, 사실상 무승부나 다름 없는 간발의 차이. 하하!”
“······난 모르겠다.”
어떻게 보면 대단한 녀석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다.
축구도 잘하고, 정신 승리도 잘한다.
저런 게 나름 중요하기도 하다.
어쨌든, 카펠로는 클럽 레코드를 깨고 영입된 스타다.
팬들의 많은 기대를 받고 있고, 반대로 타팀 팬들의 시기와 견제도 받고 있다.
부담이 있을 수밖에 없는 위치에 놓여 있다는 말이었다.
그런데, 저런 멘탈을 가졌다면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될 듯 했다.
자신에게 어떤 비난이 쏟아져도, 저 녀석이라면 긍정적으로 치환할 수 있을 것 같으니.
뭐, 물론 가까이서 보기엔 좀 피곤할지 몰라도.
아무튼, 요한이 없어도 남은 훈련은 이어진다.
“도무지 이해가 안돼.”
“뭘 또 중얼거리냐, 신입?”
“이봐. 이게 말이 돼? 주전 스트라이커 없이, 공격 전술 훈련을 한다고?”
“런던에 왔으면 런던 법을 따라야지. 우리도 적응하는데 꽤 걸렸다. 너도 얼른 적응해라.”
“적응?”
입을 쉬지 않는 카펠로.
카펠로가 어이 없다는 듯 헛웃음을 터뜨렸다.
일단, 요한이 훈련장에 온지 1시간도 안돼서 퇴근한 것도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래도 인생의 절반을 축구만 해왔지만, 할 거 다 했다고 그렇게 뒤도 안 돌아보고 집에 가는 녀석은 보지 못했으니까.
근데, 더 이해가 안가는 건 그 다음이다.
이 팀의 수석 코치라는 작자가, 지금부터 공격 전술 훈련을 하겠다고 한 것이다.
아니, 스트라이커가 집에 갔다.
공격 전술 훈련을 하는데, 스트라이커가 없다니까? 걔 방금 집에 갔다니까?
근데 공격 전술 훈련을 하겠대.
카펠로 입장에선 문화 충격일 수밖에 없었다.
뭐 이런 팀이 다 있지?
근본이란 게 전혀 없는데?
첫 훈련만에 약간 후회가 되기 시작하는 카펠로였다.
유벤투스를 거르고 웨스트 햄에 온 것이 말이었다.
시작부터 천재 이미지에 타격이 가는 망신을 당하질 않나, 훈련 세션도 전혀 이해가 안간다.
“아니, 애초에 어떻게 훈련을 하겠다는건데?”
“어떻게는 뭘 어떻게야. 간단해. 저기, 박스 안에 서 있는 코치가 요한의 역할을 대신 해줄거다. 그렇게 생각하고 하면 된다.”
“웃기는 소리잖아! 저 코치가 걔 역할을 어떻게 대신해. 그 녀석과 똑같이 움직일 수 있냐고!”
“응. 똑같이 움직일 수 있어. 제이미 코치, 요한이 흉내 잘내거든.”
아니, 진짜.
동료들이란 놈들도 멍청이들밖에 없는 것 같다.
아무리 코치가 흉내를 잘낸다고 해도, 어떻게 현역 스트라이커, 그것도 역대급 득점 기록을 수립 중인 녀석의 흉내를 완벽히 낼 수 있단 말인가?
“봐봐. 똑같잖아.”
“······저게?”
훈련은 몇 개의 조로 나뉘어 진행된다.
앞선 조가 훈련을 진행 중이었고, 카펠로는 요한의 역할을 하고 있다는 코치를 가리키며 미간을 찌푸렸다.
···그냥 멀뚱 멀뚱 서 있을 뿐이잖아.
그나마 한다는 게 수비 앞으로 나와서 등을 지는 것뿐이다.
이해를 못하는 카펠로의 모습에, 고든이 고개를 저었다.
“너, 우리 팀 경기 안 봤냐?”
“하이라이트만 몇 경기 봤는데.”
“웃기는 녀석이네. 하이라이트 몇 경기 보고 이적을 결정했다고? 너, 요한이 때문에 우리 팀 왔다고 하지 않았냐? 근데, 녀석이 어떤 녀석인지도 모른단 거야?”
“얘기는 들었지. 40골 넣고 있다고. 저번 네이션스 리그때 한 번 보기도 했고.”
“···우리 팀이 너랑 맞는진 확인도 안했고?”
“난 팀 같은 거 안 가려. 어딜 가든, 내 위주로 하게 될 테니까.”
“휴우. 글쎄다. 쉽지 않을텐데.”
쉽지 않을 거라는 고든의 말에, 카펠로가 다시 헛웃음을 터뜨린다.
텃세 부리기는.
웃기지 마라.
이 몸이 어떤 몸인데.
클럽의 이적료 기록을 부수고 온 천재란 말이다.
기록, 세웠다고···
“오케이. 다음!”
“···뭐야. 저기서 끝이야?”
“끝이지. 저기까지만 연결되면.”
“끝은 뭐가 끝이야. 최전방까지 공만 연결하면 그걸로 끝이라고?”
못마땅한 얼굴로 앞 조의 훈련을 지켜보던 카펠로는 또다시 폭발했다.
미드필더들이 수비를 피해 요한 역할인 코치에게 공을 전달시키는데 성공하자, 그 즉시 합격 사인을 받았기 때문이었다.
“대체 뭐가 합격이라는 거야. 너무 단순해. 그냥 뻔한 패스를 연결했을 뿐이잖아.”
“그거면 충분하니까.”
“저 따위 패스가 충분하다고?”
“응. 우린 전달만 해주면 돼. 그 다음은, 요한이가 알아서 할 거다.”
“알아서 해주기만 바란단 거야? 이런 형편없는···”
“뭐, 그래. 우리가 괜히 그 돈 주고 널 영입했겠냐. 다 이유가 있겠지. 어디, 한 번 보여줘봐라. 네가 왜 그 이적료를 기록했는지.”
“흥. 좋아.”
이윽고 카펠로가 속한 조의 차례가 됐고, 카펠로는 이 우민들에게 제대로 된 축구를 보여주겠다는 야심 찬 생각으로 피치 위에 섰다.
“삑-!”
세션이 시작되자, 곧바로 빠르게 패스가 이어진다.
슈미트 감독의 스타일은 잘 알려져 있듯, 선수 개개인에게 많은 자유를 부여하지 않는다.
철저히, 부여된 롤만을 정확히 수행해야 한다.
웨스트 햄의 미드필더들에게, 공격 상황에서 부여된 롤은 간단했다.
최대한 빠르게, 그리고 간결히 패스를 연결한다. 그래서, 요한에게 공이 전달되는 시간 자체를 단축시킨다.
그것이 전부.
때문에, 선수들은 빠르게 빠르게, 쉬운 선택지를 향해 패스를 넘겼고.
파아앙-
카펠로에게도 빠르게 공이 넘어왔다.
그러나,
카펠로는 공을 잡은 뒤 곧바로 패스를 넘기지 않았다.
타탓-
수비가 다가오자, 드리블을 하며 빙글빙글 도는 카펠로.
돌파를 위한 드리블이 아니라, 공을 지켜내기 위한 드리블이다.
흔히 말하는 볼 키핑.
카펠로의 키핑 능력은 발군.
가볍게 터치하는 것만으로 상대의 헛발질을 유도하며 공을 간수해낸다.
“어이, 카펠···”
“잠깐. 일단은 놔둬봐.”
카펠로가 공을 끌자, 한소리하려는 코치를 말리는 슈미트 감독.
슈미트 감독이 아무리 자율성을 최소화한다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선수의 단점을 최소화하고, 장점을 최대화하기 위함이다.
카펠로가 잘하는 건 저런거다.
잘하는 걸 못하게 하고, 못하는 걸 억지로 하게 해선 안된다.
그걸 어떻게 팀과 어우러지게 할지는, 감독의 몫이다.
“네이슨! 버클리! 뛰어 들어갓!”
“···아!”
“옛!”
슈미트 감독의 호통에, 멀뚱히 서 있던 네이슨과 버클리가 사이드 라인을 타고 뛰기 시작했다.
그리고,
“늦어, 이것들아!”
뻐어어어엉-!
그때까지도 공을 간수하고 있던 카펠로가 기다렸다는 듯 로빙 패스를 띄웠다.
그 패스는,
슈우우우웅-
이상적인 높이와 세기로 날아가, 이상적인 위치에 떨어졌다.
왼쪽 코너를 향해 침투하던 네이슨의 앞.
받는 동료의 속도나, 방향을 정확히 캐치하고, 심지어 퍼스트 터치를 쉽게 가져갈 수 있도록 백스핀까지 걸어준 친절한 패스였다.
덕분에,
뻐어어어엉-!
네이슨은 별다른 어려움 없이 간결하게 크로스를 올릴 수 있었다.
파아앙-!
그 크로스를 훌쩍 뛰어올라, 양손으로 잡아내는 제이미 코치.
제이미 코치가 손을 쭉 뻗어 잡는 이 높이가, 대충 요한의 머리가 닿는 높이다.
“카펠로!”
“?”
“굿.”
카펠로에게 엄지를 세워 보이는 슈미트 감독.
그러자, 카펠로는 코를 슥 훔치며 피식 웃었다.
‘그래도, 감독까지 멍청한 팀은 아니군.’
어쩌다 보니, 첫날부터 요한 때문에 굴욕 아닌 굴욕을 당하긴 했지만.
카펠로는 확실히 팀에 다양함을 줄 수 있는, 좋은 자원임은 분명해 보였다.
ㆍㆍㆍ
1월 2일, 레스터 시티 전 이후.
일주일 간의 달콤한 휴식을 취한 뒤.
웨스트 햄의 다음 일정은 FA컵 32강 경기였다.
└일주일 동안 심심해서 뒤지는 줄 알았네
└시즌 끝나면 어쩌려고 일주일 만에 뒤지려고 하냐 ㅋㅋㅋ
└카펠로 선발로 나오겠지?
└바로 나오지 ㅇㅇ
└요한이랑 합 맞는지 보고 싶다
└첫 경기부터 너무 기대는 ㄴㄴ 한 달 정도는 리그 적응기지
└근데 카펠로는 바로 잘할 것 같음 센스가 좋은 타입이라
└훈련 개 열심히 한다며
└뺀질 거리게 생겼는데 의외네
└의욕 ㅈㄴ 넘친다고 함 요한이보고
└왜? 벽 느꼈대?
└프리킥 대결해서 개털렸다던데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살면서 처음 벽 느꼈을 듯?
└어쨌든 긍정적이네 벽 느끼고 열심히 안하는 애들도 있는데
└원래 에고가 넘치는 타입들이 열등감을 긍정적인 에너지로 발산하니까
경기가 없는 일주일 동안, 팬들은 SNS나 유튜브를 통해 꾸준히 구단 소식을 살폈다.
카펠로가 구장을 구경하는 모습, 첫 훈련에 참가한 모습 등등.
기대가 되는 장면들이었다.
빨리 경기장에서 그를 보고 싶어 기다릴 수가 없던 팬들이었다.
그가 경기장에서 뛰는 모습을 빨리 보고 싶은 건, 궁금하기 때문이었다.
과연, 요한과 어떤 궁합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인가.
스타일만 본다면 둘이 맞지 않을래야 않을 수가 없긴 했다.
테크닉과 패싱력이 뛰어난 미드필더와, 똥패스도 꿀패스로 만들어 버리는 스트라이커의 조합.
맛있는 것에 맛있는 것을 더했는데 맛이 없을 수가 없지 않은가.
다만, 또 모르는 일이기도 했다.
맛있는 것끼리 만난다고 꼭 시너지를 내는 건 아니니까.
딸기와 된장찌개는 둘 다 맛있는 것들이지만, 같이 먹는다면 혀를 버려야 될 수도 있다.
그러니, 하루 빨리라도 경기를 보고 확인해보고 싶은 것이었다.
<2027/28시즌 잉글랜드 FA컵, 32강. 웨스트 햄과 버밍엄 시티의 경기. 이곳은 런던 스타디움입니다.>
<웨스트 햄은 PL 2위를 달리고 있고, 버밍엄은 챔피언십 14위를 마크하고 있습니다. 확실히 양팀의 전력 차는 좀 납니다.>
<때문에 승리는 당연하고, 화끈한 경기력을 기대하고 있는 웨스트 햄 팬들일텐데요. 오늘, 많은 팬들의 주목을 받고 있는 다니엘레 카펠로 선수가 선발 명단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이 젊은 미드필더와, 요한 반의 궁합을 기대하는 팬들이 많은데요. 과연 어떤 모습일지, 오늘 확인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시즌 초, 슈미트 감독이 제시한 올 시즌 목표 중 하나는 FA컵 우승이었다.
우승을 해도 얻는 게 그리 크지 않은 리그 컵과 달리, FA컵은 상금도 보다 크고, 유로파 진출권도 얻을 수 있다.
물론 현재로선 유로파 진출권이 그다지 매력적이지 않을 순 있었다.
리그가 절반이 지난 시점에서 2위를 달리고 있으니, 아무리 후반기에 부진을 겪더라도 6위 안엔 들 수 있을 듯 보였으니까.
리그 순위만으로도 유로파는 진출할 가능성이 큰 것이다.
다만, 우승을 차지한다는 목표는 변함이 없었다.
웨스트 햄은 트로피가 시급한 팀이다.
게다가 FA컵은 트로피가 가지는 가치도 크다.
리그 트로피, 그리고 챔피언스 리그 트로피와 더불어 ‘트레블’을 구성하는 트로피 중 하나가 FA컵 트로피니까.
만약 웨스트 햄이 FA컵 트로피를 들어올릴 수 있다면, 클럽의 위상은 한층 더 올라갈 수 있었다.
때문에, 오늘 기존의 베스트 일레븐이 모두 선발 출장한 웨스트 햄이었다.
아, 카펠로까지 더해서.
“드디어.”
“?”
“왔구나.”
“···?”
“이 우중충한 런던에, 피렌체의 예술품이 전시되는 순간이.”
“우웩.”
“삐이익-!”
경기가 시작되었다.
오늘 상대인 버밍엄 시티는 확실히 웨스트 햄보다는 한 수 아래의 전력이다.
시작과 동시에 버밍엄은 주욱 내려 앉으며 수비적인 스탠스를 취했고, 웨스트 햄은 공을 돌리며 경기를 주도하기 시작했다.
FA컵은 리그와 달리 컵 대회다 보니, 90분 내에 승부를 내지 못할 경우 연장전, 승부차기까지도 갈 수 있다.
버밍엄 같은 팀과 연장전까지 가는 건 무조건 피해야 할 일.
때문에 웨스트 햄의 전반전 목표는 빠른 득점.
가능한 빠르게 2,3점 차 이상을 벌리고, 주전들을 쉬게 해주는 게 베스트다.
“원하던 바.”
“좋네요.”
초반, 흐름을 빠르게 가져가라는 지시를 반긴 건 카펠로와 요한이었다.
카펠로는 1분이라도 빨리 팬들에게 자신의 재능을 선보이고 싶어 안달이 난 상태였고, 요한은 빨리 승부를 결정짓고 쉬고 싶었으니.
천재끼리는 통하는 게 있느니 뭐니 떠들어댄 카펠로였지만, 어쨌든 둘의 결은 많이 달랐다.
<중앙으로. 다니엘레 카펠로가 공을 잡습니다. 공을 잡는 것만으로 기대가 되는 선수죠? 피오렌티나에서, 환상적인 패스로 팬들의 눈을 즐겁게 했던 선수인데요. 날카로운 눈으로 줄 곳을 찾습니다!>
원래는, 버밍엄처럼 뒤로 깊게 내려 앉는 팀을 상대론 빠르게 패스를 돌리며 빈틈을 찾는 게 웨스트 햄의 스타일이다.
하지만, 카펠로가 있기에 약간은 스타일이 바뀌었다.
일단 카펠로에게 공을 쥐어주고, 나머지가 높게 올라가는 식.
선수들이 올라가자, 카펠로가 전방을 살핀다.
‘첫인상이 중요하지.’
이왕이면 PL에서의 첫 패스를 인상적인 패스로 시작하고픈 카펠로다.
때문에 신중히 기회를 엿보던 카펠로는,
‘마음에 드는 놈이 없군.’
마땅히 줄 곳이 없자 직접 드리블을 통해 볼을 운반하기 시작했다.
타타탓-!
곧바로 한 녀석이 붙어 온다.
능숙한 발재간으로 녀석을 제쳐내며 전진하는 카펠로.
그러나 첩첩산중이다.
아무래도 유기적인 오프 더 볼 움직임에 익숙치 않은 웨스트 햄 선수들이다.
빈공간을 찾아 들어가거나, 빈공간을 만들기 위해 움직임을 가져가는 선수가 없다.
때문에 카펠로가 공을 가지고 있는 시간이 계속 길어진다.
결국, 카펠로는 어느새 두세 명 사이에 둘러 싸였다.
‘젠장.’
백패스를 할 순 없다.
기념적인 첫 패스를, 백패스로 한다?
죽어도 싫다.
근데, 그렇다고 볼을 빼앗길 수도 없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
결국, 최악보단 차악이다.
카펠로는, 공을 빼앗기기 직전 전진 패스를 연결했다.
파아앙-!
패스에 성공하긴 했지만, 마음에 안든다.
이런 걸 원한 게 아닌데.
첫 패스만큼은 모두의 입이 쩍 벌어질 정도로 창의적이고 아름다운 패스를 하고 싶었단 말이다.
“하아.”
카펠로가 한숨을 내쉬는 순간.
뻐어어어어어엉-!
“응?”
공이 터질 듯한 소리가 울려 퍼졌다.
소리의 주인공은 요한.
카펠로의 패스를 받은 건 요한이었고, 공을 건네 받은 요한은 그대로 돌아서며 왼발 슈팅을 때렸다.
그리고 그 슈팅은,
슈우우우우우웅-
철썩-!
빨랫줄처럼 뻗어 골문 구석에 꽂혀 들어갔다.
<전광석화 같은 골-! 전반 4분 만에 요한의 선제 골이 터졌습니다! 예상보다도 빠르게 득점에 성공하는 웨스트 햄!>
<엄청난 슈팅이네요. 어, 그리고 보니까 카펠로 선수의 어시스트죠? 이것도 흥미로운 기록인데요. 카펠로 선수의 첫 패스가, 첫 어시스트가 됐습니다.>
<시작하자마자 요한과 카펠로, 두 선수가 공격 포인트를 만들어 냈군요!>
해설자의 말대로, 1회의 패스로 어시스트 1개를 기록하게 된 카펠로.
그런 카펠로의 기분은 상당히 묘했다.
“···”
원하던 것처럼 아름다운 패스로 포문을 연 것은 아니었지만, 입안에 굴러 들어온 어시스트는 달콤했으니까.
‘제, 젠장.’
근데, 이게 스스로가 싫어질 정도로 달콤하다.
형편 없는 패스를 했을 뿐인데, 어시스트가 들어온다고···?
‘머, 멋지지 않은 어시스트 따위, 전혀 의미 없다고···!’
생각은 그렇게 하면서도, 카펠로의 몸은 요한에게 달려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