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zy genius striker RAW novel - Chapter (78)
나태한 천재 스트라이커-78화(78/202)
< 077화 – 함께 간다 >
“이럴 거면 알람은 왜 해놓는거야? 으이구. 이래가지고 나중에 커서 독립은 할 수 있겠어? 안되겠다. 엄마 아빠랑 평생 살아야지.”
김라희는 잔소리를 내뱉으며 요한의 핸드폰을 손에 들었다.
알람을 해놓긴 하는데, 언제나 그렇듯 무용지물. 직접 깨워줘야 일어나는 요한이다.
평소엔 형이 깨워주는데, 오늘은 일이 있다고 일찍 나가버려서.
“어머?”
알람을 끄기 위해 핸드폰을 만지작거리던 김라희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어쩌다 보니 요한의 메시지 목록을 보게 됐는데, 읽지 않은 메시지가 수백 통이나 된다.
혀를 차는 김라희.
“메시지도 귀찮다고 안 읽었네. 이래가지고 나중에 여자친구는 어떻게 사귈래.”
말은 그렇게 하면서 김라희의 입꼬리가 올라간다. 이래도 엄마한텐 꼬박꼬박 답장해주는 아들이다.
남들 문자는 수백 개를 안 읽은 상태로 냅둬도, 엄마 문자라면 바로바로 답장을 해준다는 거지.
어쩌다 이렇게 아빠나 형이랑은 다르게 게으른 성격을 타고났는진 모르겠다만, 사랑스러운 아들로 잘 키우긴 했단 말이지.
근데, 그나저나 누가 이렇게 많은 메시지를 보낸거야?
“어머, 읽으면 안되지. 아무리 아들이라도 사생활이 있는데.”
무심코 메시지를 눌러 읽어보려다 화들짝 놀라며 손을 떼는 김라희.
어린 아들이라지만 허락도 없이 메시지를 읽을 정도의 몰상식한 엄마는 아니라며 스스로를 되뇌인다.
하지만, 그래도 궁금하다.
김라희는 한쪽 눈을 감고, 눈을 가늘게 뜬 채 메시지들을 미리보기로 훑었다.
다 읽어보지만 않으면 괜찮잖아.
TimGordon
꼬맹아 너 없으니까 심심하······
JacobBuckley
빨리 와서 카펠로 참교육 좀 해주······
M.Yenkinson
요한아 나 재계약 했어 너 덕분······
이름을 보니 다들 익숙하다.
팀 동료 형들이네.
언뜻 봐도 웃음이 나온다.
다행히, 형들이 막내라고 다들 귀여워 해주는 모양이다.
요한이만 너무 편하게 공 찬다고 형들이 싫어하면 어쩌나 은근 걱정했는데, 괜한 걱정이었나 보다.
“다들 귀엽네.”
반석호가 그렇게 웨스트 햄 때문에 울고 웃을 때도 관심 없던 김라희는, 요한 덕분에 이제 웨스트 햄 선수들 모두가 아들 같았다.
흐뭇한 미소를 짓는 김라희.
“내 정신 좀 봐.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지. 요한아! 일어나!”
“우웅···”
이불을 걷고 축 처진 요한이를 일으켜 세워 앉힌다.
어유, 무거워라. 쪼그맣던 게 언제 이렇게 아빠보다 더 커졌을까.
“빨리 정신 차려. 경기장 가야지.”
“으어···”
앉아서도 꾸벅꾸벅 조는 요한의 잠을 깨우기 위해 목을 주물러주는 김라희.
손에 두터운 근육이 잡히지만, 엄마 눈엔 아무리 그래도 애기다.
요 애기가 그 거친 운동장에서 어른들과 몸으로 부딪히는 모습은, 솔직히 아직도 똑바로 보지 못하는 김라희다.
정작 눈을 감았다 다시 뜨면, 상대가 넘어져 있긴 하던데 어쨌든.
“형들 기다리게 하지 말고, 빨리 가야지. 얼른 일어나.”
“깼어요오···”
김라희는 웃으며 요한의 등을 두들겨 주었고, 요한은 비몽사몽한 얼굴로 대충 옷을 주워 입은 뒤 거실로 나왔다.
“씻고 갈 거야?”
“우음··· 아뇨···”
“그래. 타라. 시동 걸어놨다.”
“네에···”
씻지도 않고 아빠와 함께 출근길에 오르는 요한.
김라희는 그런 요한에게 경기장가서는 씻으라고 잔소리를 하다가도,
“다녀올게요.”
“잘 해! 경기장 가서 응원하고 있을 테니까. 오늘도 해트트릭하기로 엄마랑 약속.”
“네···”
마지막엔 웃으며 요한이를 배웅했다.
멀어지는 차의 뒷모습을 보며, 뿌듯한 미소를 짓는 김라희.
걱정이 많았던 막내가, 어느새 이렇게 많은 사람들에게 필요한 사람이 되었다.
과분할 정도의 사랑도 받고 있고.
부모된 입장에서, 이보다 행복한 일이 있을까.
“오늘도 이기겠지?”
벌써부터 잠시 후 경기장에서 요한이를 응원하며 소리를 지를 생각에 설레인다.
자기도 참.
남편이 축구 선수인데도, 여태 축구는 쳐다도 안보다가 요한이 때문에 재미를 붙였다.
경기장에 가서 마음껏 소리를 지르다보면, 스트레스가 확 풀리더라.
물론 매 순간 조마조마 하면서 볼 때도 있지만.
그러다 보니, 요즘은 금슬도 더 좋아진 기분이다. 요한이 경기가 있는 날은, 곧 데이트 날이니까.
“후훗.”
김라희는 기분 좋게 웃었다.
ㆍㆍㆍ
2028년 1월 15일, 런던 스타디움.
웨스트 햄이 첼시를 홈으로 불러 들였다.
이번 시즌 첼시와의 두 번째 리그 경기.
지난 13라운드 땐 요한의 2골 1도움에 힘입어 첼시를 3대2로 잡았던 웨스트 햄이다.
결과뿐만 아니라 내용적으로도 썩 괜찮았던 경기였고, 이번엔 스탬포드 브릿지가 아닌 홈이기 때문에.
더블, 그러니까 2연승을 바라고 있는 웨스트 햄의 홈팬들인데.
다만, 경기의 예상은 쉽지 않아 보인다.
<최근 부상자들이 복귀하며 분위기가 좋은 첼시입니다. 특히, 오늘은 수비의 핵 셰이 벨라미도 복귀해 선발 명단에 이름을 올렸는데요.>
<공교롭게도 지난 11월, 웨스트 햄 전에서 부상을 당했었는데, 웨스트 햄과의 경기에 복귀전을 갖게 되네요.>
<완전한 전력을 갖춘 첼시는 지난 라운드의 복수를 원하고 있습니다.>
<웨스트 햄에겐 쉽지 않은 경기가 될 겁니다. 사실, 그때 경기에선 전반 일찍 부상자가 나오는 바람에 원하는 대로 경기를 풀어나가지 못했던 첼시였거든요.>
<오늘은 다를 수 있겠네요. 양 팀의 승점 차가 그리 크지 않은 만큼, 치열한 경기가 예상됩니다.>
해머스를 제외하면, 많은 전문가들은 오늘 첼시의 승리를 점치고 있었다.
일단 첼시의 최근 5경기 성적이 4승 1무로 굉장히 좋다는 점, 부상으로 빠져 있던 셰이 벨라미가 복귀 한다는 점, 그리고 웨스트 햄 스쿼드가 전체적으로 체력 저하를 겪고 있다는 점을 반영한 결과다.
일리가 있는 분석들이었다.
첼시는 확실히 강팀이다.
12월 중순까지만 해도 줄부상으로 스쿼드가 부상 병동이었음에도 순위를 유지하던 첼시였다. 거기에 부상자들이 복귀하고, 전력을 갖추니 다시 연승 가도를 달리고 있었고.
한편 웨스트 햄은 이제 슬슬 힘이 빠질 때가 됐다는 예상 역시도 틀린 말은 아니었다.
카펠로라는 유망주가 영입되긴 했지만, 고작 한 명으로 커버될 만큼 웨스트 햄의 스쿼드 뎁스가 두터운 건 아니니까.
하지만, 그런 외부의 예상과는 달리.
“와아아아-!”
“이기자!”
“바니! 오늘도 딱 3골만 부탁한다!”
홈팬들의 환호를 받으며 경기장으로 나서는 웨스트 햄 선수들의 표정은 밝아 보였다.
또한, 경기 시작 전 어깨 동무를 한 채 원을 그리고 파이팅을 외치는 모습.
서로 독려하며 각자의 자리로 흩어지는 모습들은, 왠지 모르게 단단한 힘이 느껴지기까지 했다.
이 팀, 아직은 더 치고 나갈 수 있다는 힘이 느껴지는 모습이었다.
“삐이이익-!”
경기가 시작 되었다.
*
첼시의 선축으로 시작된 경기.
초반 분위기는 첼시의 주도 아래 흘러가는 느낌이었다.
첼시는 시작부터 상당히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빠르게 공을 전개합니다. 템포를 아주 빠르게 가져가고 있는 첼시의 중원.>
<초반 싸움이 중요할 겁니다. 지난 경기를 생각해보면, 초반 기세 싸움에서 요한에게 밀리며 흔들렸던 첼시거든요.>
<이번엔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싶겠죠.>
이미 요한에게 한 번 호되게 혼난 경험이 있는 첼시기에, 지난 경기와는 다른 출발을 하고 싶은 첼시다.
다만, 그렇다고 해서 완전히 다른 방향으로 경기를 풀어갈 생각도 없었다.
빠르고, 피지컬을 앞세워 초반부터 기선 제압을 노리려는 건 똑같다는 거다.
대신 다른 점이 있다면, 요한.
저 녀석만큼은 최대한 피해야 한다는 것일거다.
<빠르게 패스를 주고 받으며 점유율을 높여가는 첼시입니다.>
<웨스트 햄의 미드필더들, 활발하게 압박을 가하고 있으나 아직 소득은 없네요.>
<아무래도, 3미들 중 한 축인 카펠로 선수가 이런 상황에서 도움이 되는 선수는 아닙니다. 그의 장점은 탈압박과 패스지, 활동량이나 수비력이 아니니까요.>
최대한 점유율을 높이며, 공격 시간을 길게 가져가고 수비 시간을 짧게 매듭 짓는다.
이게 오늘 첼시가 들고 나온 전술의 포인트인 듯 보인다.
확실히 중앙 미드필더로 출장한 카펠로를 겨냥한 듯한 전술이다.
그 정도는 다르지만, 카펠로도 요한과 비슷하게 공격 시에 장점이 보이는 선수니까.
수비 시의 카펠로는 평범한 미드필더일 뿐이다.
때문에, 첼시가 공을 잡고 있을 때.
분명 양 팀의 중원 숫자는 똑같은데, 첼시가 한 명이 더 많은 듯한 착각이 일어나고 있었다.
다만,
그렇기에 한 발 더 뛰는 선수들이 웨스트 햄엔 있다.
“마, 공 가온나!”
“더 빠르게 붙어! 왼쪽!”
제이콥 버클리와 조너선 네이슨, 그리고 팀 고든은 부지런히 상대를 압박하며 공을 쫓았다.
카펠로의 가세로 셋의 역할은 더욱 중요해졌고, 그들도 그걸 알고 있었다.
때문에 더욱 더 책임감을 느끼고 있는 셋은, 제 역할을 꼭 해내겠다는 듯 강하게 상대를 압박했다.
그 덕에,
파아앙-!
<네이슨이 끊어 냅니다! 압박에 성공하는 웨스트 햄!>
<부지런한 압박에 결국 패스 미스가 나왔죠!>
상대의 실수를 유발하는데 성공.
공을 탈취 해냈다.
파아앙-!
공을 뺏어낸 네이슨이 곧바로 카펠로에게 연결한다.
이제부터는 카펠로가 제 역할을 해주어야 한다.
그러나, 첼시도 가만히 지켜만 보고 있지는 않는다.
<첼시도 강하게 압박을 가합니다!>
<아, 파울이죠. 지금은 무리한 몸싸움이었습니다.>
카펠로가 밀려 넘어졌고, 주심의 휘슬이 울렸다.
카펠로가 공을 잡자마자 사방에서 달려든 첼시 선수들이었다.
분명, 그들도 당연히 카펠로에 대한 분석을 하고 나왔을 것이다.
때문에, 카펠로의 약점이 수비에만 있는 것은 아니란 걸 알고 있을 것이고.
<확실히 첼시는 거칠게 나옵니다. 파울을 두려워하지 않을 거예요. 위험 지역에서가 아니라면 말이죠.>
<카펠로는 특히 그 거친 플레이의 집중 타켓이 될 겁니다.>
그 약점이란, 피지컬이다.
호리호리한 체형의 테크니션인 카펠로는 몸싸움을 즐기는 스타일이 아니다.
볼 키핑을 할 때도, 드리블을 통해 상대의 압박을 피하는 스타일이지 몸으로 지켜내는 타입은 아니라는 말.
이 때문에 PL에서 적응하려면 꽤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의견이 나온 것이기도 하다.
프리미어 리그는, 웬만한 몸싸움 정도는 용인이 되는 곳이니까.
첼시는, 그걸 노리는 듯 했다.
카펠로가 제 플레이를 하지 못하도록, 몸으로 눌러놓는 것.
<연이은 파울입니다. 역시나 카펠로를 집중 견제하고 있습니다.>
<위축이 되어선 안되겠죠. 이겨내고, 제 플레이를 해야합니다. 카펠로 입장에선요.>
<쉽지만은 않겠습니다만.>
이후로도 카펠로는 연거푸 넘어졌다.
카펠로가 공만 잡았다 하면, 아니 잡기도 전에 첼시 선수들의 몸이 부딪혀 온다.
이렇게 되면, 심리적으로도 위축이 될 수밖에 없다. 심하면 자신에게 공이 오는 것조차 두려워질 수도 있다.
거친 압박에 플레이가 소극적으로 변한다면 그걸로 끝.
첼시가 노리는 게 그거다.
하지만,
무릎을 툭툭 털며 일어난 카펠로의 입꼬리는 살짝 올라가 있었다.
‘천재에겐 반드시 고난이 따르는 법.’
오히려 기분이 좋은 카펠로다.
상대가 계속해서 자신에게 파울을 범하는 건, 자신을 막을 수 있는 수단이 파울밖에 없다는 뜻으로 받아 들이고 있는 카펠로였다.
덕분에,
카펠로는 전혀 위축이 된 듯한 느낌이 아니었다.
오히려,
“이 몸, 여기 있다!”
적극적으로 패스를 달라고 요구하며 활발히 중원을 누비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생각했다.
‘아아, 어쩔 수 없나.’
지금은 공을 오래 가지고 있을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자신을 포함해, 중원의 누구도 상대의 거친 압박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중원진의 피지컬은 확실히 상대가 우위고, 축구의 아름다움을 잘못 해석하고 있는 이 우매한 영국놈들은 역겨운 바디 체킹을 멈출 생각이 없어 보인다.
그렇다면, 결국 눈에는 눈, 이에는 이 식으로 대응하는 수밖에.
최대한 빠르게 전달하는 거다.
상대의 거칠디 거친 플레이가 통하지 않을 유일한 녀석에게 말이다.
“헤이!”
파아아앙-!
카펠로에게 다시 패스가 향하고,
파아아앙-!
카펠로는 상대의 바디 체킹이 닿기 전, 한 발 먼저 전방을 향해 패스를 뿌렸다.
상대보다 먼저 패스를 받기 위해, 공이 오는 방향으로 달리는 좋은 움직임.
그리고, 좋은 시야.
<원터치로 전진 패스를 내줍니다! 카펠로의 패스가 요한에게 연결됩니다! 박스 바깥에서 공을 잡는 요한! 그러나 요한이라면 저 지역도 위험 지역인데요!>
요한의 발에 패스가 닿았다.
첼시는 수비 라인을 꽤 높게 형성하고 있었다.
때문에, 오프 사이드 위치에 걸리지 않기 위해선 박스 바깥쪽에서 공을 잡을 수밖에 없었던 요한이다.
그러나, 어쨌든 하프 라인만 넘은 위치라면 어디가 됐든 요한이 공을 잡는 그곳이 위험 지역이 된다.
덕분에,
타타탓-!
순식간에 요한의 주위로 몰려드는 상대 선수들.
그러나,
“···”
그 모습을 뒤에서 보고 있던 카펠로는 혀를 차며 웃었다.
‘왜 이 몸에게 했던 것처럼 못하는 거냐?’
요한을 둘러싸긴 했으나, 첼시 선수들은 아무도 먼저 몸을 들이밀지 못하고 있었다.
방금까지만 해도, 아주 죽일 듯이 바디 체킹을 해오던 녀석들이.
요한이 공을 잡으니, 다들 한 발 떨어져서 기다리는 수비를 하기 시작한 것이었다.
특히,
“···”
이미 아픈 기억 있는 니클라스 긴터는 아예 얼굴에 핏기가 가셔, 얼굴이 하얗게 질려 있었다.
기분 탓인지는 몰라도 말이다.
“가라아앗!”
“아드으을! 해트트릭도 선제 골부터어어!”
관중석 어딘가, 반석호와 김라희의 외침 소리와 함께.
요한이 툭툭 공을 몰고 올라가며, 천천히 첼시 선수들을 뒷걸음질치게 만들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