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zy genius striker RAW novel - Chapter (8)
나태한 천재 스트라이커-8화(8/202)
< 007화 – 게으름뱅이 조련법 >
“미친 재능이라고, 다들 깜짝 놀랄 정도였다고 하지 않았나?”
“그 땐 그랬는데···”
“어라. 기복이 있는 스타일인가?”
웨스트 햄 18세 이하 팀의 감독,
브라이언 맥웰은 머리를 긁적이는 코치들을 바라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며칠 전 있었던 입단 테스트.
그 테스트 합격생 중, 어마어마한 물건 하나가 나왔다던 코치들의 호들갑에 기대를 하고 훈련장으로 출근했던 맥웰이었다.
나이는 열여섯.
이름은 요한 반.
포지션은 스트라이커.
안 그래도 좋은 스트라이커 자원이 필요했던 참이고, 워낙에 코치들이 칭찬을 아끼지 않았기에.
맥웰은 훈련 동안 요한이라는 친구를 예의주시 했었는데.
나 참.
여기 코치들은 호들갑이 너무 심해서 탈이다.
“흐으음.”
코치들의 호들갑에 비해, 요한이라는 친구의 훈련 모습은 상당히 실망스럽기 그지 없었다.
호들갑 떨만한 재능이란 놈은 딱히 보이지도 않고,
무엇보다도 훈련에 임하는 태도가 전혀 마음에 들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느려! 좀 더 빠르게, 적극적으로 움직일 수 있도록!”
흐느적 흐느적.
느릿 느릿.
어딘가 의욕이 없어 보이는 인상.
훈련에 적극적으로 임한다는 느낌을 전혀 찾을 수가 없는 녀석이었다.
여기선 상상도 못할 일이었다.
18세 팀은 여러 연령별 팀들 중에서도 가장 경쟁이 치열한 곳.
모두 1군 데뷔를 위해 인생을 걸고 훈련에 임하는 곳이었다.
그런데, 오늘이 훈련 첫날인 녀석이 저리 느긋하다니.
첫인상이 곱지 못할 수밖에.
더군다나 맥웰이 선수를 평가하는데 있어 가장 큰 가중치를 두는 것은 바로 워크 에식(Work ethic)이었다.
근면성실.
맥웰은 성실함이야말로, 지도자가 바꿔줄 수 없는 인간의 천성이라 믿는 사람이었다.
기술은 가르치면 늘지만, 천성은 바꿀 수 없다.
때문에,
맥웰은 실력이 좀 모자른 선수는 열과 성을 다해 가르쳐도, 하고자 하는 의지가 없는 선수는 팀에 두지도 않는 성격이었다.
“괜히 기대했군. 그러게 왜 호들갑들을 떨어서···”
“···”
어쩌다 보니 거짓말 쟁이들이 된 코치들이 머리를 긁적이며 맥웰의 눈치를 봤다.
맥웰은 팀에 있는 유망주들만큼이나, 웨스트 햄이 기대하고 있는 지도자 유망주였다.
머지 않은 미래에 웨스트 햄 1군 감독이 될 거라는 이야기도 심심치 않게 들려올 정도.
그런 맥웰의 철학을 다들 알기에, 팀엔 열심히 뛰지 않는 선수가 없었다.
그러다 보니,
요한은 맥웰의 더욱 눈에 띌 수밖에 없었고.
훈련장 출근 첫날부터 감독의 눈 밖에 날 위기였다.
“자, 다들 조끼 입어라! 미니 게임 시간이다! 오늘 지는 팀 벌칙은 훈련장 10바퀴!”
딱,
마지막 훈련이 시작되기 전까지는 말이었다.
*
요한은 머리를 쥐어 뜯었다.
아침부터 정말 힘든 하루였다.
그래도 훈련 첫날이고, 함께 훈련해서 좋다며 신나 있는 형과, 열심히 하고 오라던 아빠를 생각해서 나름 열심히 해보자는 마음을 먹었었던 요한이었다.
그러나,
훈련이 시작되자마자 그런 생각은 싹 사라지고 말았다.
매 순간 집에 가고 싶은 생각밖에 안들었다.
운동장을 뛰고, 패스를 몇 번이나 주고 받고.
이리 뛰고, 저리 뛰고.
뭐 이리 시키는 게 많은지.
최대한 요령을 피워봐도 귀찮은 건 귀찮은 거.
형만 없었다면 아마 진작에 도망쳤을 것이었다.
에휴.
도대체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겠다고 제 발로 여길 들어온건지.
형과 아빠의 행복이고 뭐고, 잔소리 들어도 좋으니 골칫덩이 막내 아들로 되돌아가고픈 심정이었다.
일단 내가 먼저 죽게 생겼는데 형이고 아빠고 무슨 소용이냐고.
정말, 훈련을 하는 1분 1초가 1시간처럼 느껴졌던 요한이었다.
그래도, 어찌저찌 시간은 흘렀고.
드디어 지겨운 훈련이 끝나나 싶었는데.
“지면 운동장 10바퀴라고?”
마지막 훈련이 하나 남았단다.
5대5 미니게임.
심지어, 지는 팀에겐 벌칙까지 있다고 한다.
무려 운동장 10바퀴.
정신나간 벌칙이었다.
10바퀴를 뛸 바엔 차라리 접시물에 코를 박고 말지.
‘가만히 두질 않는구나.’
빠져 나갈 구멍이 없었다.
그래도 다른 훈련들은 요령을 피우며 넘겼건만, 이 미니 게임은 벌칙이 걸려 있으니 그럴 수가 없었다.
무조건 이겨서,
벌칙을 피하는 수밖에.
“다들 준비됐나? 제한 시간은 없고, 한쪽이 세 골을 먼저 넣으면 이기는 거다!”
다행히 3골만 넣으면 시간과 상관없이 게임을 끝낼 수 있다니, 요한은 최대한 빠르게 3골을 집어 넣고 집에 가야겠다고 생각하며.
‘후딱 해치우자.’
그제서야 느슨했던 신발끈을 제대로 묶었다.
*
‘공 좀 줘봐라.’
시작된 미니 게임.
요한은 자신에게 올 생각을 안하는 패스를 기다리며 한숨을 내쉬었다.
팀이란 녀석들이 지들끼리만 공을 주고 받고 있었다.
지들끼리 짜기라도 한 건지.
신입 차별이라도 하는건지.
오매불망 기다려도 올 생각을 안하는 패스.
1초라도 빨리 이 훈련장을 벗어나 집에 가고 싶은데, 패스가 오지 않으니 답답해진다.
‘어쩔 수 없네.’
결국 먼저 나서는 수밖에 없었다.
패스를 받기 위해 움직이는 요한.
벌칙의 힘은 참으로 대단했다.
천하의 요한을 적극적이게 만들었으니까.
“헤이!”
“여기··· 아이쿠.”
옆에서 들려온 콜에 무심코 패스를 내줬던 녀석이 아차하며 이마를 짚었다.
요한을 제외한 아이들은, 게임 시작 전 자기들끼리 이미 이야기를 마친 상태였다.
저 검은 머리 신입은 그냥 없다 생각하고, 우리끼리 하자고.
이미 훈련 때 봐서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요한의 실력이 어느 정도인지를.
딱 입단 테스트로 들어온 합격자 수준이었다.
이곳 아이들 사이에서 입단 테스트 합격자는 서열 최하위.
언제 팀을 떠나도 이상하지 않은, 한 마디로 쩌리인데다가.
요한은 오늘이 첫 훈련인, 아직 팀의 일원이 아니라 일반인이라고 봐도 무방한 녀석이었기에.
그런 녀석 하나쯤 없다고 치고 하는 게 차라리 게임을 더 쉽게 이기는 길이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다시 줘!”
“아니면 이쪽!”
때문에,
아이들은 패스가 요한의 발에 닿기도 전에 리턴 패스를 요구했다.
하지만,
“···”
요한은 들은 척도 하지 않은 채 공을 잡은 뒤.
앞을 가로막는 녀석을 상대로, 드리블 돌파를 시도하려는 듯 상체를 흔들기 시작했다.
“야! 너 걔 못 제쳐!”
“다시 패스 하라니까!”
답답한 듯 외치는 아이들.
돌파가 될 리가 없었다.
요한을 가로 막은 녀석은, 팀의 주전 풀백 앨런.
앨런의 대인 수비는 팀 내에서도 다섯 손가락을 다투는 수준이라.
신삥 따위가 드리블로 승부를 걸만한 녀석이 아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못들은 척을 하는건지,
요한은 드리블을 멈추지 않았다.
때문에 아이들이 한숨을 내쉬는 순간.
마법같은 일이 벌어졌다.
“어···?”
눈 깜짝할 새에 믿을 수 없는 광경이 펼쳐졌다.
앨런이 엉덩방아를 찧으며 뒤로 넘어진 것이었다.
그리고,
그 옆을 유유히 지나가는 요한.
그 모습에 아이들의 표정이 벙찐다.
지금, 신삥이 앨런을 제친건가?
자기들도 1대1은 어려운 앨런을?
그것도 저렇게 간단하게?
하지만, 놀라기엔 일렀다.
요한은 계속해서 상대편 골대를 향해 공을 몰고 가고 있었다.
타타탓-!
겉으로 보기에, 누가 봐도 요한은 아기자기한 기술이 좋은 타입이 아니었다.
키와 덩치가 크다 보니, 피지컬로 축구하는 타입이지 발밑이 좋을거라는 상상을 하긴 힘든 외형.
그러나,
사실 키가 크다고 해서 드리블을 못할 이유는 하나도 없다.
파팡-!
두 명째.
요한이 번개같은 양발 드리블로 두 명째를 제쳐냈다.
입단 테스트 때, 요한은 드리블 돌파를 거의 하지 않았었다.
허나, 그건 그냥 필요가 없었기 때문일 뿐.
못해서 안한 게 아니었다.
그러나 지금은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공간 자체가 좁았고, 다른 녀석에게 패스를 주면 다시 공이 돌아오지 않을까봐 할 수 없었으니까.
요한은 계속해서 공을 몰고 갔고,
결국 세 명째 수비까지 손쉽게 벗겨냈다.
그 다음은 프리 찬스였다.
뻐어어엉-!
촤아아아-
철썩-!
골대 구석을 향해 깔아찬 슈팅.
키퍼는 손을 뻗을 생각도 하지 못했고,
공은 그대로 골망을 흔들었다.
약, 7초.
요한이 첫 터치를 가져간지 약 7초만에 터진 그 골은,
‘두 골만 더.’
1초라도 빨리 집에 가고 싶은 요한의 게으름이 만들어낸 미친 골이었다.
*
“삑-!”
휘슬이 울리자,
“으아, 드디어 끝났다!”
요한이 만세를 불렀다.
드디어 끝났다··· 라곤 하지만, 사실 게임은 5분만에 끝이 났다.
요한이 5분만에 3골을 집어넣었기 때문이었다.
집에 가고 싶은 요한을 막을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쟤 뭐냐···?”
“말이 돼, 이거?”
“뭐하는 놈이여, 저거···”
요한과 함께 뛰었던 아이들은 모두 어안이 벙벙해져 있었다.
말도 안되는 일이었다.
오늘 첫 훈련에 참가한 신삥, 그것도 입단 테스트로 들어온 애송이가 혼자서 게임을 이겨 버렸으니까.
그것도 그냥 이긴 게 아니었다.
상대를 아무것도 못하게 만들며 완전히 박살을 내버렸다.
어안이 벙벙할 수밖에 없었다.
“감독님, 제가 말씀 드렸죠?”
“···”
또한,
어안이 벙벙해진 건 아이들뿐만이 아니었다.
미니 게임을 지켜보고 있던 맥웰도 마찬가지였다.
불과 아까까지만 해도 요한을 ‘안 될 아이’라고 생각했던 맥웰이었다.
한데,
방금 본 건 무엇이란 말인가.
코치들의 호들갑이 사실이었다.
아니, 아니다.
호들갑이 아니었다.
코치들은 있는 그대로를 말했을 뿐이었다는 걸 맥웰은 깨달을 수 있었다.
‘약간은 화가 날 정돈데.’
요한이 아이들을 박살내는 모습은 화가 날 정도였다.
오늘이 첫 훈련인 녀석이, 오랫동안 자신이 가르치고 훈련시켰던 녀석들을 박살낸 것이었으니까.
순수한 재능만으로 해낸 것이란 뜻 아닌가.
말 그대로, 모든 걸 뛰어넘는 미친 재능.
저런 재능이 자신에게 있다는 걸 알고 있으니, 열심히 할 필요도 없다는 걸 알고 있었을테고.
그러니 훈련 때 대충 대충 한 것이겠지.
그렇게 생각하니 요한이 더욱 괘씸하게 느껴지는 맥웰.
하지만.
녀석이 괘씸한 것과는 별개로.
매력적이지 않을 수가 없었다.
어떤 감독이 저런 재능을 가진 선수를 매력적이지 않게 느낄 수 있을까.
그건 다른 어떤 것보다도 성실함을 최우선으로 꼽는 자신이라 할지라도 마찬가지였다.
“으으, 드디어 집에 간다.”
집에 갈 때가 되니 그 어느 때보다 빠르게 짐을 챙기는 요한의 모습을 보며.
맥웰은 강한 욕구를 느꼈다.
사람의 타고난 천성은 바꿀 수 없다는 걸 알지만.
어떻게든, 어떻게든 저 녀석만큼은 제 손으로 바꿔보고 싶다는 욕구 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