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zy genius striker RAW novel - Chapter (80)
나태한 천재 스트라이커-80화(80/202)
< 079화 – 트로피 집착남 >
“자, 지금까지 24라운드 경기들을 모두 리뷰해 봤는데요. 역시, 가장 중요했던 경기는 웨스트 햄과 첼시의 경기였던 것 같죠?”
“그렇습니다. 우승 경쟁에 있어 아주 중요한 경기였죠. 첼시에겐 분수령과도 같은 경기였는데요. 이 경기에서 이겼다면 우승 경쟁의 가능성이 이어 졌겠지만, 졌습니다. 반대로 웨스트 햄 입장에선 맨시티와의 승점 격차를 유지하는데 성공했고요.”
“이쯤에서 현재 리그 테이블을 한 번 보고 가시겠습니다.”
심야 시간에 방송되는 프리미어 리그 리뷰 방송.
진행자가 화면을 가리키자, 현재 리그 순위가 떠오른다.
1위 맨 시티 20승 2무 2패 승점 62점
2위 웨스트 햄 19승 2무 3패 승점 59점
3위 리버풀 18승 3무 3패 승점 57점
4위 첼시 15승 5무 4패 승점 50점
5위 아스날 13승 6무 5패 승점 45점
6위 맨유 13승 5무 6패 승점 44점
“1위 맨시티와 2위 웨스트 햄의 승점 차가 3점, 웨스트 햄과 3위 리버풀의 승점 차가 2점. 상당히 좁은 격차인데요.”
“역대급으로 치열한 시즌입니다. 맨 시티가 가장 앞서나가고 있는 건 사실이나, 압도적인 1강이라고 볼 순 없죠. 4위인 첼시와의 차이도 12점밖에 안되니까요. 1,2,3,4위 팀들이 승점 10점 안팎에서 싸우고 있는 겁니다.”
“아무래도 웨스트 햄 때문에 우승 경쟁이 더욱 박 터지는 것 같습니다. 이젠, 웨스트 햄의 우승도 꽤 가능성 있는 이야기라는 말이 나오고 있죠?”
“맞습니다. 이제는 잠깐의 돌풍이라고도 하지 못합니다. 시간이 갈수록 웨스트 햄은 더 강한 면모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특히 주목해야할 건, 빅6 팀들과의 상대 전적이겠죠. 웨스트 햄은 빅6 팀들을 상대로 한 번을 제외하곤 모두 승리를 가져갔습니다. 특히 첼시에겐 더블을 했고, 맨시티와도 1승 1패로 동률이죠.”
유독 상위권 다툼이 치열한 이번 시즌이다.
애초에 빅6 팀들끼리의 경쟁만 해도 피가 튀기는 정도인데, 거기에 웨스트 햄까지 끼어 들었으니 당연한 일.
심지어, 그런 웨스트 햄이 하위권 팀들만 잘 잡아내며 승점을 쌓고 있는 것도 아니었다.
오히려 강팀에게 더욱 강하다.
빅6 팀들을 상대로 7승 1패.
맨시티에게 한 번 진 것을 제외하곤 모두 승리를 거둔 웨스트 햄이다.
때문에, 이젠 누구도 웨스트 햄이 2위를 달리고 있는 것에 대하여 다른 이유를 댈 수가 없었다.
시즌 초 반짝일 뿐이라든지, 쉬운 일정 때문에 일시적으로 먼저 앞서갈 뿐이라든지 말이다.
덕분에, 이러다 진짜 웨스트 햄이 우승을 차지하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도 심심치 않게 나오고 있었다.
물론, 맨 시티 때문에 쉽지는 않겠지만 말이다.
“일정에 대해서 이야기하면, 오히려 유리한 쪽은 웨스트 햄입니다.”
“이유는요?”
“현재 5위권 내의 팀들 중 챔피언스 리그에 나가지 않는 팀은 웨스트 햄이 유일합니다. 물론 현재는 조별 리그가 끝나 경기가 치러지지 않고 있지만, 어쨌든 지난 달까지 챔스 경기가 있었죠. 곧 2월이 되면 16강 토너먼트가 시작 되고요.”
“리그로 한정한다면, 이후 일정이 더 수월한 쪽은 웨스트 햄인 것이군요.”
“맞습니다. 많은 이들이 웨스트 햄의 얇은 뎁스, 즉 체력에 대해서 이야기들을 하고 있습니다만. 글쎄요. 피장파장이 아닐까 싶습니다. 힘들긴 하겠습니다만, 웨스트 햄만 힘든 건 아니라는 거죠.”
전 시즌에 불만족스러운 순위를 기록한 게 이럴 땐 또 도움이 된다.
챔피언스 리그가 가지는 의미는 굉장히 크다.
빅이어라는 트로피가 가지는 위상은, 솔직히 말해 프리미어 리그 트로피와 견주어도 부족할 게 전혀 없다.
아니, 훨씬 더 높다.
그럴 수밖에 없다. 리그 우승은 곧 잉글랜드 챔피언을 의미하는데, 챔피언스 리그 우승은 유럽 챔피언을 의미하니까.
맨 시티나 리버풀, 첼시, 그리고 아스날 모두가 현재 챔스 16강에 진출해 있는 상태다.
토너먼트의 시작은 2월 중순.
2월 중순이면 리그가 대략 30라운드를 향해갈 때 즈음이 된다.
이때가 그들에겐 최악의 고비가 될 것이었다.
하지만, 웨스트 햄은 그런 걱정이 없다.
리그만 바라보면 되니까.
FA컵도 있지만 그건 문제가 된다고 볼 수도 없다.
국내외를 오가며 홈, 원정 두 경기를 해야 하는 챔스 토너먼트에 비하면, 단판으로 승부를 짓는 FA컵은 가벼운 일정에 속한다.
심지어, 아스날을 제외하면 맨시티와 리버풀, 첼시 역시도 FA컵 상위 라운드에 진출해 있으니 그들에 비해 불리한 게 하나도 없는 셈.
“그렇다면, 여러모로 웨스트 햄의 전망이 의외로 밝다는 이야긴데요. 게다가, 겨울 이적 시장과 관련되어 팬들이 반가워할만한 소식도 있지 않습니까?”
“이미 카펠로의 영입으로 축구 팬들을 놀라게 했던 웨스트 햄인데요. 아직 주목할만한 영입이 남아 있는 듯 합니다. 이미 많은 기사가 나왔으니, 보시는 분들도 그 선수가 누굴지는 다 알고 계실텐데요.”
“사실 그래서 묘한 게, 그 선수의 합류에 대해 팬들의 반응이 반반으로 갈리고 있다면서요?”
이들이 말하는 ‘그 선수’란 해리 케인이다.
웨스트 햄이 케인과 이미 합의를 마쳤다는 기사는 벌써 여럿이었고, 터키 리그 이적 시장이 열리는 동시에 런던으로 합류할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다만, 그런 케인의 합류에 웨스트 햄의 반응은 반반씩 갈리고 있었다.
“알려진 정보에 따르면, 케인은 단기 임대 신분으로 합류할 것이라 전해지고 있는데요. 올 시즌 케인은 15경기에 출장해 7골 3도움을 기록하며 나쁘지 않은 폼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케인 정도의 스트라이커라면, 환영할 법 한데요. 반반으로 갈리는 이유는 무엇이죠?”
“아무래도 징크스 때문이겠죠. 케인 선수의 별명이 있지 않습니까. 이런 자리에서 말씀드리긴 적절치 않겠지만.”
“트로피에 관한 별명 말이군요. 확실히, 팬들이 불안해 할만한 징크스긴 합니다. 프리미어 리그에서 200골을 넘게 넣은 선수가 트로피 하나 없다니. 이게 징크스가 아니고 뭐겠어요.”
“물론 그가 라이벌 클럽인 토트넘 출신이라는 것도 하나의 이유겠구요.”
해리 케인 정도의 스트라이커가 스쿼드에 합류한다는 건 반가운 사실.
그만큼 든든한 백업 스트라이커는 없을 것이다.
다만, 그에 대한 호불호가 갈리는 건 그가 토트넘 출신이라는 것도 있지만 역시나 무관 징스크 때문일 것이다.
하필 PL 출범 이후 처음으로 우승과 가장 근접한 시즌에, 무관 귀신이 팀에 온다니.
불안할 수밖에.
“재밌는 구도네요. 만약, 케인이 웨스트 햄에 합류한다면 여러모로 재밌는 그림이 펼쳐질 것 같습니다. 토트넘과의 경기도 그렇고, 과연 케인의 합류 이후 우승 경쟁이 어떻게 될지도 말입니다.”
“팬들은 이렇게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현재 웨스트 햄을 혼자 이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요한 반 선수에게 가장 큰 시련이 될 수도 있다구요.”
“시련이요?”
“모두가 알고 있는 요한 선수의 목표, 리그 우승과 은퇴 말입니다. 요한의 은퇴를 저지할 수 있는 건, 맨시티도, 리버풀도 아닌 해리 케인일 거라고 말하고 있는거죠.”
“재밌네요. 만약, 현실이 된다면 그것도 대단한 업적으로 칭송 받을 듯 합니다. 요한 선수가, 케인의 길고 길었던 무관 징크스를 깬다면 말이죠.”
“벌써부터 다음 주가 기다려집니다.”
터키 리그의 이적 시장 개장은 17일.
많은 축구 팬들의 관심이 다시 한 번 웨스트 햄에게 쏠리고 있었다.
ㆍㆍㆍ
-[Official] 웨스트 햄, 해리 케인 임대 발표··· 반 시즌 단기 임대, 완전 이적 옵션 포함
└ㅅㅂ 진짜 왔네
└토트넘 레전드가 PL 복귀를 웨스트 햄으로 한다니 ㅋㅋㅋㅋ
└라이벌 팀의 레전드가 되고 싶은거임?
└뭔 소리냐. 토트넘 레전드기 때문에 웨스트 햄으로 간거다
└무관 귀신을 라이벌 팀에게 씌우기 위해 갔다 ㅋㅋㅋ
└좆 됐 다!
└케인 정도면 백업으로 대만족이지 ㅇㅇ
└맨시티 우승 축하한다
-해리 케인, 웨스트 햄 합류 각오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리는데 일조하고 싶다.”
└트로피를 들어 올리는 걸 방해하고 싶다가 아니고?
└얘 입에서 트로피 얘기 나오니까 존나 불안하네 ㅅㅂ
└트로피 집착남 ㅋㅋㅋㅋ
└요한 vs 케인 가슴이 웅장해진다··· 누구의 힘이 더 강할 것인가
└요한아 국대 선배 좀 성불 시켜드려라···
└그냥 웨스트 햄 우승 시키기도 뼈 빠지는데 무관 귀신까지 붙음 ㅋㅋㅋ
└이번 시즌 은퇴는 물 건너간 듯 하다 요한아 다음 시즌까지 잘 부탁한다
└생각해보니 케인 완전 영입해서 오래 데리고 있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요한이 오래 보려면
└어쩌면··· 우리를 위한 영입일지도?
└어이어이 구단주 성님들 거기까지 내다본 거냐굿!
└요한아 그동안 축구가 너무 쉬웠지?
└1년만에 은퇴할 수 있을 줄 알았냐고 ㅋㅋㅋㅋㅋ
└근데 케인이 그 정도임? 아직 잘하는 것 같던데
└실력이 문제가 아니자너 ㅋㅋ 하늘의 뜻을 거역해야 하는데
└프리미어 리그 224골 통산 득점 2위, 득점왕 3회, 도움왕 1회, 월드컵 득점왕, 우승 트로피 0이 좃으로 보이냐??
└웨스트 햄, 케인 데리고 우승하면 요한은 진짜 신이다
└그거 두 개만 해도 올 타임 넘버 10안에 들어갈 듯 ㅇㅇ
└ㄴㄴ 펠마메가 돌아와도 그건 어려우니 GOAT로 인정해줘야 함
-데뷔 17년째 무관 케인, 웨스트 햄에선 우승할 수 있을까
└근데 웨햄에서 우승하면 어떻게 되는거임? 토트넘 레전드임, 웨스트 햄 레전드임?
└웨스트 햄 레전드지
└토트넘은 얼마 있지도 않은 레전드 마저 하나 사라지는거지 ㅋㅋㅋㅋ
└레전드 빼앗기 ㄷㄷ
└지나가던 토트넘 팬인데요. 어차피 우승 못합니다 ㅋ 토트넘에서도 못했는데 무슨 웨스트 햄에서 ㅋ
└응 7위 따리는 아닥
└레전드 뺏길까봐 벌써 바들바들 떠는 거 봐
17일이 되자마자 웨스트 햄은 해리 케인의 임대 영입을 공식 발표했다.
임대 기간은 올 여름까지.
완전 영입 옵션도 포함되어, 활약 여부에 따라 다음 시즌까지도 함께 할 수 있게 됐다.
역시나 예상대로 팬들의 반응은 반반이었다.
절반은 환영.
절반은 꺼림칙.
물론 그 절반은 어느 정도 농담, 드립성이긴 하다만.
요한의 은퇴 여정에 최대의 걸림돌이 등장했다는 반응이 주를 이루었다.
웨스트 햄으로 우승하는 것 자체도 불가능에 가까운 일인데, 거기다 무관의 상징 케인까지 더해지니.
안 그래도 어려워 보이는 요한의 은퇴가, 더 쉽지 않아 보이는 거다.
농담도 10년 동안 계속하면 더 이상 농담이 아니게 된다.
케인 때문에 재수가 없다고 진지하게 열불을 내는 팬들도 많을 정도로 말이다.
과연, 요한이 그 역경들을 딛고 은퇴를 할 수 있을까.
묘한 볼거리가 또 생긴 가운데.
해리 케인이 런던에 도착했다는 소식이 들려오고 있었다.
ㆍㆍㆍ
“잘 부탁합니다.”
“···”
“뭣들 해? 박수.”
짝짝짝.
어딘가 힘 빠진 듯한 박수 소리가 웨스트 햄 훈련장에 울려 퍼진다.
해리 케인이 훈련에 합류했다.
방금 막 선수들에게 간단한 자기 소개와, 앞으로의 각오를 밝히며 인사를 건넨 참.
그런데,
기존 선수들의 케인을 바라보는 표정이 조금은 미묘하다.
아무래도, 그럴 수밖에 없다.
뭐, 카펠로를 포함해 웨스트 햄 유니폼을 입은 지 얼마 안 된 선수들은 몰라도.
대부분의 선수들은 어릴 때부터 웨스트 햄을 응원하며 자라온 선수들이었고, 그렇지 않더라도 웨스트 햄에서 뛰며 자연스럽게 이 팀에 녹아든 선수들이다.
그러니까, 토트넘만 만나면 전의를 불태우는 웨스트 햄의 선수들이란 거다.
그런 그들의 눈에, 토트넘의 레전드인 케인이 여기에 있다는 건 상당히 이질적인 느낌이었다.
그가 웨스트 햄의 트레이닝 킷을 입고 있다니.
솔직히 말하면 그닥 탐탁지 않다.
물론 케인은 엄청난 선수였다.
토트넘은 인정 안해도, 케인만큼은 인정할 정도였으니까.
다만, 그렇기에 더욱 싫어하는 것도 당연했다.
라이벌 팀의 에이스를 증오하는 건 지극히 당연한 일 아닌가.
“야. 예전에 기억나냐. 우리 유스일 때, 둘이 토트넘이랑 경기 보러 갔던 거.”
“기억나지. 저 새··· 아니. 저 사람 발목을 부러뜨려 버리라고 그렇게 소리를 질렀었는데. 이젠 동료라니···”
귓속말을 주고받는 웨스트 햄 성골, 팀 고든과 루카스 시모네.
이 둘에겐 특히나 묘한 느낌이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토트넘의 케인은 증오 대상 1순위였는데, 이제 한 유니폼을 입고 뛰어야 한다니.
뭐랄까.
좀 머쓱한 기분도 들고.
“···”
“···”
어색한 공기가 흐른다.
케인의 표정도 밝지만은 않다.
물론 첫날부터 제 집 안방마냥 편하게 생활할 정도로 붙임성이 좋은 선수는 몇 없다.
특히나 케인은 그런 성격과는 거리가 멀다.
다만, 그런 어색함보다도 좀 더 불편한 느낌이 케인에게도 있었다.
본인도 잘 알고 있었다.
자신은 라이벌 구단에서 오랫동안 몸 담았던 선수였고, 웨스트 햄과 경기할 때 굉장한 전의를 불태웠던 기억도 아직 선명하다.
그건 웨스트 햄 선수들도 마찬가지였을거고, 그랬으니 자신의 합류가 탐탁지 않을 거라는 건 예상할 수 있는 바였다.
때문에, 애초에 환대를 바란 것은 아니었다.
대신, 이런 불편함을 무릅쓰고라도 웨스트 햄을 선택한 이유는 있었다.
그 이유는, 딱 하나.
“저, 감독님.”
“응?”
“요한은 언제쯤 옵니까?”
“으음. 곧 있으면 올걸세.”
그것은, 이곳에 자신의 평생의 한을 풀어줄 귀인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아, 마침 오네.”
“···!”
슈미트 감독이 가리킨 방향을 바라본 케인의 눈이 커졌다.
‘나, 나의 귀인···!’
케인의 눈엔, 출근하는 요한의 모습이 마치 트로피가 걸어오는 것처럼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