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zy genius striker RAW novel - Chapter (83)
나태한 천재 스트라이커-83화(83/202)
< 082화 – 첫 해외 원정 >
“아, 열 받네. 진짜···”
“근데 뭐라 할 말이 없다.”
“전 여자친구가 다른 남자랑 행복한 모습을 보는 기분이야···”
“안 그래도 기분 잡치는 데 그딴 말 좀 하지 마라.”
“뭐? 그딴 말?”
“맞잖아. 그딴 말.”
“이 자식이?”
경기는 어려워 보였고, 팀은 라이벌 팀에게 박살 나는 와중에 벤치에 앉은 케인은 기뻐하고 있고.
토트넘 스타디움의 분위기는 당연히 최악이었다. 몇몇 팬들은 서로 말싸움을 하며 험악한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을 정도.
어쩌다 이렇게 상황이 뒤바뀌었을까.
몇 년 전, 아니 작년까지만 해도 자신들의 밥이었던 웨스트 햄이었는데.
지금은 모든 걸 빼앗긴 기분이었다.
“우리 팀 아카데미는 뭘 하고 있는거야? 왜 저런 선수가 안 나오냐고!”
“10년 전에 한 번 나왔었지. 그리고 그 선수는 지금 저쪽 팀 벤치에 앉아 있고.”
“하. 진짜 짠돌이 구단주 때문에 팀 꼴이 이게 뭐냐고.”
“클럽 수준에 맞게 지원 좀 하란 말이야! 장사질 할 생각만 하지 말고!”
박스 안에 서 있기만 해도 위협적인 요한을 부러운 눈으로 바라보는 토트넘 팬들.
거액을 주고 영입한 것도 아니고, 유스 아카데미에서 저런 괴물이 튀어나왔다는 게 그저 부러울 뿐인 스퍼스였다.
그러면서, 그들 역시 케인이라는 걸출한 스트라이커를 유스부터 키워내 전성기를 구가했던 과거를 떠올리며 씁쓸해 했다.
물론, 지금의 토트넘에도 메이슨 매과이어라는 남부럽지 않은 선수가 있었다.
그러나 그것 뿐이다.
매과이어만이 리그 탑 클래스 수준의 기량을 가지고 있을 뿐, 나머지는 리그 상위권도 간당간당한 수준.
심지어 그 매과이어도 요즘은 잡음을 내고 있는 상태였다. 계약 기간이 거의 끝나가는데, 아직까지 재계약을 미루면서 말이었다.
애초에 매과이어는 토트넘의 유스 출신도 아니었다.
사우스햄튼에서 데려온 영입생일 뿐.
성골 유스들도 불평 불만을 하는 마당에, 매과이어가 재계약을 미룬다고 해도 딱히 뭐라할 수도 없는 입장이었다.
팀의 상황이 몇 년 전부터 그대로니까.
발전이 없었다.
그나마 퇴보하지 않고 있는 걸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그런 면에서 웨스트 햄이 너무나 부러운 현실이다.
웨스트 햄 선수들은 인터뷰 때마다 클럽에 대한 애정과 충성을 숨기지 않고 드러내고 있었다.
특히, 요한을 봐라.
로얄티 그 자체다.
아버지가 이미 웨스트 햄 선수였고, 그 자신도 유스 출신이며, 자신의 목표는 오로지 웨스트 햄의 우승 뿐이라며 맨시티조차 그를 영입하지 못하고 있으니.
토트넘엔 왜 저런 선수가 없을까, 왜 저런 선수를 길러내지 못할까 씁쓸함과 부러움만이 감돌 수밖에.
<토트넘은 이 경기를 뒤집을만한 힘이 없어 보입니다.>
<완벽하게 장악당한 경기입니다. 홈에선 다를 거라는 토트넘 팬들의 희망도 무참히 부서진 듯 합니다.>
<케인이 나오지 않은 걸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요. 아님 그 반대일까요. 어느 쪽이든 토트넘에겐 씁쓸해 보입니다.>
경기는 완전히 웨스트 햄의 것이었다.
한 주를 쉬고 온 요한은 풀 컨디션을 보여주며, 스탯상으론 2골을 기록했으나 실질적으론 그 이상의 존재감을 뿜어내며 토트넘의 수비진을 붕괴시켰다.
케인이 출전하지 않았고, 자신들의 레전드가 자신들에게 비수를 꽂는 모습을 보지 않았다는 건 전혀 위로가 되지 못했다.
그가 요한이 득점할 때마다 기뻐하는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 토트넘 스타디움은 침울해지기 충분했으니까.
케인은 요한과 한 팀에 있다는 것만으로 충분히 행복해 보였다.
토트넘에서 승리를 하던 때보다 더.
<네, 경기 끝났습니다. 웨스트 햄이 이번 더비 매치에서도 승리를 가져갑니다! 스코어 3대0!>
<완벽한 승리네요. 토트넘은 아무것도 하지 못했습니다. 최소한 더비다운 치열한 경기라도 보여줬어야 했는데요. 이번 패배로 챔스 경쟁은 완전히 떠나간 듯 보이구요. 앞으로 유로파 티켓을 따내는 것만이라도 목표로 해야 겠습니다.>
<반면 웨스트 햄은 2위 자리를 더욱 공고하게 지켰고, 계속해서 맨시티를 바짝 쫓을 수 있게 됐습니다. 압도적인 득점 선수 요한 반은, 오늘도 두 골을 추가하며 추격자들과의 차이를 더욱 벌렸습니다.>
이번 26라운드는 토트넘이 모든 걸 잃은 날이었다.
반면 웨스트 햄과 팬들, 그리고 케인은 모든 걸 얻은 듯이 기뻐했다.
“요한!”
“네?”
“멋진 경기였어!”
“아, 감사합니다···”
경기가 끝나자 케인은 가장 먼저 요한에게 달려와 요한을 끌어안아 주었고, 요한은 그런 케인이 고마우면서도 마냥 웃을 수만은 없었다.
뭔가, 그냥 뭔가 그랬다.
ㆍㆍㆍ
토트넘과의 경기를 끝낸 뒤.
웨스트 햄의 1월 마지막 일정은 크리스탈 팰리스와의 시즌 27라운드 경기였다.
개막전에서 만나 3대1로 승리를 거둔, 크리스탈 팰리스와는 좋은 기억이 있는 웨스트 햄이었기에 이번 경기도 어느 정도 낙승이 예상 되었는데.
예상보다 실제 경기 내용은 치열했다.
셀허스트 파크에서의 크리스탈 팰리스는 단단하고 빠른 축구를 구사하며 웨스트 햄을 꽤나 곤욕케 만들었다.
카펠로의 영입 이후 본인들이 경기를 주도하는, 그러니까 선수비 후역습을 탈피한 경기 운영도 가능해진 웨스트 햄이긴 하지만.
아직 그게 몸에 배려면 좀 시간이 걸릴 듯한 모습이었다.
종종 나오는 패스 미스를 팰리스는 놓치지 않고 빠른 역습으로 가져가며 웨스트 햄을 위협했고, 실제로 선제 득점을 가져간 쪽도 팰리스였다.
특히나 팰리스는 카펠로 견제를 효과적으로 가져갔다.
두 명의 미드필더가 카펠로를 포위하며 압박을 넣는 방식으로, 카펠로가 공격 쪽에 영향력을 미치는 것을 사전에 차단해 버린 것.
물론 컨디션이 좋을 때의 카펠로라면 탈압박으로 그 견제를 이겨냈을 것이었다.
하지만 이날은 컨디션이 그다지 좋지 못한 듯, 공을 끌다가 뺏기거나 경합에서 지는 등 턴오버가 매우 많았다.
그렇게 카펠로가 차단 당하니, 갑자기 답답한 흐름이 되어 버리는 웨스트 햄의 공격이었다.
다만 다행인 건, 슈미트 감독이 정확히 맥을 짚었다는 것이었다.
전반을 0대1로 끝내고, 후반에 돌입한 웨스트 햄은 전술을 바꿔 시즌 초처럼 다시 간결한 축구를 하기 시작했다.
카펠로를 이용하는 것이 아닌, 휴리첼을 비롯해 후방 자원들이 한 번에 요한에게 롱 패스를 넘겨주는 등 단순한 플레이를 시도했다.
그리고 그 방법은 제대로 먹혔다.
후반 9분, 센터백 루카스 시모네의 롱 패스를 우아한 퍼스트 터치로 받아낸 요한이 동점골을 터뜨렸다.
그걸 시작으로, 후반 19분엔 조너선 네이슨이 역전골을, 후반 33분엔 다시 요한이 쐐기골을 집어 넣으며 결국 3대1.
역전승을 거둔 웨스트 햄이었다.
이날 경기는 어쨌든 원정에서 승점 3점도 얻었고, 전반 동안 고전하며 오히려 배운 점이 많아, 결과적으로 얻은 게 많았던 경기가 되었다.
계속해서 연승을 거두며 자칫 자만심에 빠질 수 있었는데, 그래선 안되겠다는 경각심을 갖게 된 경기랄까.
크리스탈 팰리스는 비록 10위권 아래에 위치한 팀이었지만, 프리미어 리그에선 어떤 일도 일어날 수 있다는 걸 선수들은 다시 한번 숙지했다.
그렇게 1월의 일정이 모두 마무리 되고.
2월 첫째 주와 둘째 주는 A매치 주간이었다.
이 주간 동안 유럽 국가들은 유에파 네이션스 리그의 조별 예선 경기를 모두 마무리하게 된다.
3승 1패로 B조 1위를 달리고 있는 잉글랜드 역시 이탈리아 원정을 위해 토리노로 떠났으며, 2주간 토리노에서 이탈리아, 스위스와 차례로 맞붙어 조 1위를 가리게 된다.
이번엔 홈에서 잉글랜드를 맞이하게 된 이탈리아는 복수의 칼을 갈고 있었다.
지난번, 웸블리 원정에서 1대2로 패배했던 이탈리아.
현재 이탈리아는 조 2위를 달리고 있고, 이번 주 경기 결과에 따라 얼마든지 1위를 따낼 수 있기에 최정예를 불러 모은 상황.
거기엔 웨스트 햄의 다니엘레 카펠로도 포함이었다.
물론, 잉글랜드도 베스트 멤버들이 모두 소집되어 이탈리아로 향했다.
현재 폼 기준, 프리미어 리그의 리그 베스트라도 해도 무방한 화려한 스쿼드.
요한도 당연히 라니스터 감독의 부름을 받았다.
다만, 이번엔 저번 소집과는 좀 다를 수도 있다는 이야기를 전해 들었다.
슈미트 감독에게 연락을 취해 온 라니스터 감독이, 이번 소집 땐 지난번과 같은 약속을 할 수 없을 것 같다는 말을 했다고 한다.
요한이 아직 어리니, 최대한 경기에 뛰지 않는 방향으로 배려를 해주겠다던 약속 말이다.
이미 요한은 A매치 검증도 끝이 난 상황이었다.
네이션스 리그 두 경기도 그랬고, 친선전에서도 요한은 잉글랜드의 주전 스트라이커를 맡기에 손색이 없는 활약을 보여주었었다.
때문에, 라니스터 감독은 이번 토리노 원정에서 요한을 주전으로 기용할 생각인 듯 보였다.
이에 슈미트 감독은 전화를 끊은 뒤 한숨을 푹푹 내쉬었고, 애가 좀 다쳤다고 차출 거부를 할까 하다가, 거짓말은 좀 아닌 것 같아 울며 겨자먹기로 요한을 떠나 보냈다.
애가 워낙 건강하다 보니 잔부상 하나도 없는 게 이럴 땐 아쉬웠다.
아, 정말 보내기 싫은데.
대체 네이션스 리그 같은 건 왜 하는거야.
어차피 유럽 국가 간의 대항전은 유로로 충분한데.
이 돈에 눈이 먼 빌어먹을 유에파 놈들.
아무튼, 슈미트 감독은 물가에 아이를 내놓는 심정으로 요한을 떠나 보냈는데.
사실, 이탈리아에 가기 싫은 건 요한도 마찬가지이긴 했다.
“중학생 된 이후로 비행기 타는 건 처음이네? 앞으로 익숙해져야 할 거야. 축구 선수는 어쩔 수 없이 비행에 익숙해져야 해.”
“하아아···.”
해외 원정 경기는 수도 없이 다녀 본 반석호가 가르쳐주는 대로 필요한 짐들을 싸며 요한은 한숨을 푹푹 내쉬었다.
영국 내 원정 경기를 다니는 것도 귀찮아 죽겠는데, 해외 원정이라니 요한의 표정이 구겨지는 것도 당연한 일.
그러나,
“여보! 짐 다 확인한 거 맞지?”
“응, 내껀 다 넣었어.”
“진짜 다 넣었어? 카메라는?”
“카메라도 챙겼지.”
“오케이.”
김라희와 반석호는 그런 요한과 달리 무척이나 신이 나 보였다.
대표팀 스태프들이 어련히 알아서 하겠지만, 요한이 혼자 보내기엔 걱정이 되니 따라가기로 결정한 둘이었다.
그런데, 아들이 걱정되어서 간다기엔 너무 설레여 보이는 둘이다.
그냥 요한이는 구실일 뿐이고, 간만에 부부끼리 여행을 생각에 들뜬 모습들이랄까.
“아, 부럽다. 나도 비행기 타고 이탈리아 가고 싶다.”
“그럼 나 대신 형이 가.”
“에이, 어떻게 그래. 라니스터 감독이 부른 건 로한이 아니라 요한인데. 잘 갔다 와, 동생.”
“나 빼고 다 신났네···”
신난 건 로한도 마찬가지였다.
동생과 엄마, 아빠가 집을 비우게 돼서 로한 혼자 집을 지키게 됐는데 왜 신나냐고?
10대 후반 남학생에게 2주 동안 집에 혼자 있을 수 있다는 사실보다 기쁜 게 더 어디 있을까.
“혼자 두고 가서 미안하네, 우리 큰아들.”
“아니에요. 흐흐.”
“응? 왜 웃니?”
“흐흐흑. 우는 건데요. 사랑하는 엄마 아빠를 2주 동안이나 못본다니···”
“···혼자 있다고 이상한 짓 하면 안된다.”
“당연하죠.”
아마도 이번 A매치 주간은, 요한만 빼고 모두가 행복한 주간이 될 듯 했다.
ㆍㆍㆍ
카펠로 : 준비 됐나?
카펠로 : 누가 웨스트 햄의 진정한 에이스인지 자웅을 가릴 준비가
카펠로 : 도저히 기다리기 힘들군
카펠로 : 넌 두렵겠지. 이 몸과 적으로 만난다는 것이. 진짜 에이스가 누군지 모두에게 밝혀지는 것이.
카펠로 : 경기장에서 보자.
카펠로 : 아, 참. 그래도 뒤끝은 없었으면 해. 카펠로 : 토리노에서 있었던 일을 런던까지 가져가진 말자고.
“···.”
안 그래도 열 받아 있는데, 얘까지 난리네.
카펠로의 메시지를 확인한 요한은 한숨을 내쉬었다.
지난 9월, 웸블리에서 카펠로는 벤치에 앉아 잉글랜드와의 경기에 뛰지 않았지만.
이번 경기엔 선발로 나올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었다.
아무래도 웨스트 햄 이적 후 보여준 폼이나 활약이 좋기 때문일 것이었다.
이적 후 4경기에서 벌써 6개의 도움을 기록하고 있으니, 뭐.
그렇기 때문에, 리그는 휴식기지만 웨스트 햄 팬들은 어느 때보다 기대 중이었다.
잉글랜드와 이탈리아.
두 축구 명가들이 맞붙는데, 그 양 팀의 에이스들이 모두 웨스트 햄 소속 선수들이다?
가슴이 웅장해질 수밖에 없다.
다만, 요한은 한숨이 푹푹 나올 뿐이었다.
여기까지 오는 것도 귀찮아 죽겠는데, 카펠로한텐 관심도 없는데 혼자 떠들어대고 있으니.
그래도 희소식은 있다.
첫 경기인 이탈리아와의 경기를 승리하면, 조 1위가 확정 된다는 것이다.
그니까, 이탈리아와의 경기만 힘줘서 하면 스위스와의 경기는 안 뛰어도 된다는 거지.
차라리 잘된 일일지도 몰랐다.
안 그래도 훈련 때마다 프리킥 대결을 다시 하자고 졸라대던 카펠로가 지겨웠는데, 이번 기회로 입을 다물게 만들어 버릴 수 있을 테니까 말이다.
“하아암. 하는 수 없지.”
요한은 어쩔 수 없이 이탈리아를 박살내야겠다는 무서운 생각을, 침대에 누워 하품을 하며 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