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zy genius striker RAW novel - Chapter (84)
나태한 천재 스트라이커-84화(84/202)
< 083화 – 첫 해외 원정 >
엄마 : 사진
엄마 : 경치 끝나지?
엄마 : 경기 끝나고 같이 또 오자
엄마 : 이건 너도 보고 가야돼
김라희의 메시지를 확인한 요한은 한숨을 내쉬었다.
스키장을 배경으로 엄마와 아빠가 함께 찍은 사진을 보내주셨는데.
혼자 해외 보내기 걱정된다고 따라오신 분들이라기엔 두 분 다 표정들이 너무 신나셨다.
뭐, 부모님이 그렇게 행복해 보이는 모습을 보는거야 아들로서도 행복한 일이다만.
자긴 쉬러 온 게 아니라 일을 하러 왔다는 사실이 요한을 한숨 짓게 만들 뿐이었다.
나 : 사진으로만 봐도 괜찮을 것 같아요
요한은 답장을 보낸 뒤 핸드폰을 라커 안으로 집어 넣었다.
“여, 꼬맹아. 왜 표정이 안 좋냐? 컨디션 안 좋아?”
“첫 해외 원정이잖아. 아무래도 좀 적응이 안되겠지.”
“그래? 하긴. 나도 처음 스페인 가서 뛰었을 땐 정신이 없었지. 마음이 뒤숭숭 하더라고.”
축구화 끈을 묶으며 경기를 준비하고 있는데, 몇몇 선수들이 다가와 말했다.
요한이 한숨을 푹푹 쉬고 있으니, 걱정스러운 듯 하다.
이번이 요한의 첫 해외 원정이다 보니, 컨디션 관리에 어려움을 겪고 있나 싶어서.
물론, 그런 이유는 전혀 아니지만.
“휴우. 그나저나, 요즘 대표팀 오는 길이 마음이 가벼워.”
“너도 그러냐? 나돈데.”
“아마 이 녀석 때문이 아닐까?”
“리그에서 만나면 진짜 골치 아픈데, 대표팀에선 같은 팀이니까.”
“이탈리아 놈들 오늘 고생 좀 하겠구만.”
“꼬맹아. 오늘도 우리한테 했던 것처럼만 부탁한다. 잉?”
너스레를 떠는 선수들.
이 대표팀 선수들은 만날 때마다 친한 척을 한다.
근데 웃긴 건 대표팀에 합류한 지 얼마 안 된 요한에겐 다들 친한 척을 하는데, 자기들끼리는 좀 데면데면한 것 같다는 거다.
꽤 오랫동안 대표팀 생활을 같이 했으면서, 왜 저들끼린 그닥 친해 보이지 않는건지.
아무래도, 리그에서의 감정이 남아 있기 때문일까?
대표팀에선 같은 팀이긴 하지만, 저들은 잉글랜드의 대표라는 소속감보단 소속팀에 대한 소속감이 더 큰 듯 했다.
리그에선 서로 죽일 듯이 으르렁대던 사이니, 갑자기 한 유니폼을 입었다고 해서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마냥 친하게 지낼 순 없는 모양이다.
뭐랄까.
프리미어 리그 올스타들을 모두 모아놓긴 했는데, 그래서 더욱 한 팀은 아니라는 느낌이다.
뭐, 원래 국가대표라는 게 사실 그렇긴 하다.
국가대표 자체가 한 국가의 올스타들을 모아놓은 팀 아닌가.
때문에 국가대표 팀과 클럽 팀이 붙으면, 조직력에서 상대가 안되어 클럽 팀을 이길 수 없다는 얘기가 있는 것이기도 하고.
다만 잉글랜드 대표팀은 유독 그런 느낌이 강했다. 각자 같은 소속 팀 선수들끼리만 무리 지어 다니는 것도 그렇고, 라이벌 팀 선수들끼리는 대화도 잘 안하는 것도 그렇고.
다만 그런 그들일지라도 요한에게만큼은 편하게 다가오는 건, 요한이 한참 어린 막내이기 때문이기도 할 거고.
아직도 여전히, 빠른 시일 안에 요한이 이적을 할 거란 생각을 하고 있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야, 꼬맹이랑 뭔 얘기하고 있냐?”
“니들 또 얘 꼬시고 있지?”
“뭔 소리야. 선배로서 조언해주고 있는데. 꼬시려고 온 건 너희들이겠지.”
“우리가 꼬신다고 얘가 들을 애냐?”
“오, 리버풀 대 맨유냐?”
“이간질 하지마라. 누가 아스날 아니랄까봐.”
“야, 야. 니들 막내 앞에서까지 싸울래? 애가 뭘 배우겠어.”
“그래. 최소한 꼬맹이 앞에선 사이좋게 지내자고. 엉?”
어느새 요한 주변에 몰려 자기들끼리 낄낄 거리는 잉글랜드 선수들.
서로 무리가 나뉘고, 한 팀이라기보단 잠깐 휴전을 합의한 적들의 동침 같은 느낌의 잉글랜드 대표팀이지만.
그 사이에 요한이 섞이면서, 묘하게 분위기가 유해지는 느낌이 있다.
“···”
정작, 요한은 그런 형들에게 전혀 관심이 없었고, 그저 오늘 경기를 확실하게 이겨야겠다는 생각 뿐이었지만.
“자, 슬슬 나갈 준비하자!”
“막내야. 안 쫄고 잘할 자신 있지?”
“네.”
“좋아. 마음껏 네 실력을 보여주고 와라.”
경기 준비를 마친 선수들과, 요한은 라커룸을 나서기 시작했다.
*
<알리안츠 스타디움입니다. 오늘은 잉글랜드와 이탈리아의 네이션스 리그 B조 조별 예선 5차전 경기를 중계해 드리겠습니다.>
유벤투스의 홈 구장, 알리안츠 스타디움에서 펼쳐지는 오늘 경기.
경기장의 관중석은 역시나 푸른 물결로 가득하다.
세리에의 팬들이 오늘만큼은 이탈리아의 푸른 유니폼을 입은 채 알리안츠 스타디움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쟤가 걔지?”
“어. 맞아. 실제로 보니까 화면에서 보던 것보다 더 크긴 하네.”
“얼굴은 애송이인데. 쟤, 이번이 첫 해외 원정이라면서?”
“첫 해외 원정? 잉글랜드 밖에서 경기해보는 게 오늘이 처음이라는 말이야?”
“그렇다던데.”
“와, 진짜 애송이 중의 애송이네. 저런 녀석을 뻥글랜드 놈들은 뭘 믿고 주전 스트라이커로 내세운단 말야?”
“리그 득점왕이라 이거지, 뭐.”
“안에서 잘한다고, 밖에서도 잘할거란 보장은 없지. 특히 저런 꼬맹이가, 이곳의 분위기를 이겨낼 수 있겠어?”
“당연히 어렵겠지.”
선수들의 입장을 지켜보며, 이탈리아 아저씨들이 담배 연기를 뻑뻑 내뿜으며 말했다.
확실히 알리안츠 아레나는 잉글랜드의 구장들과는 공기가 다른 느낌이었다.
아니, 진짜 공기가 다르다.
여기저기서 피워대는 담배들 때문에.
여기선 경기장에서 담배를 피우는 게 딱히 불법이 아니거든.
아무튼, 이탈리아 관중들 대부분의 시선은 요한에게로 향하고 있었다.
물론 고운 시선은 아니다.
다들 비주얼만큼이나 험악한 눈빛으로 요한을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었다.
그 시선들이 곱지 않은 이유야 당연했다.
물론 지난번, 런던에서의 경기에서 이탈리아가 패배한 원인이 요한이기 때문인 것도 있는데.
것보다, 다들 팔짱을 낀 채 엄근진한 모습으로 요한을 바라보고 있는 이유는 따로 있었다.
경기 전부터 있는 설레발 없는 설레발을 다 떨어대던 잉글랜드 팬들 때문이었다.
원래 빠가 까를 만든다고.
좀 시끄럽게 떠들고 다녔어야지.
잉글랜드에 역대급 천재가 나타났다고, 세계 무대를 씹어 먹을 괴물이 나타났다고.
무슨 이제 16살인 선수 하나 나타났다고 유로와 월드컵 우승이 따놓은 당상인 것처럼 떠들어 댔으니.
이들이 가는 눈을 뜨고 요한을 바라볼 수밖에.
그런 잉글랜드 팬들의 설레발 덕분에, 요한에 대한 기대치가 높아진 타 국가의 팬들이다.
어디 네가 얼마나 그렇게 잘하는지 보자, 뭐 이런 거다.
그렇게 설레발 칠만큼인지 검증해보자 이거지.
물론 프리미어 리그에서 요한이 보여준 활약은, 사실 검증이라는 단어를 꺼내기도 민망한 수준이었다.
유럽에서 가장 빡센 리그로 꼽히는 프리미어 리그에서 40골을 넘게 넣고 있는 스트라이커한테, 어찌 검증이라는 말을 할 수 있을까.
심지어 국가대표 유니폼을 입고도 충격적인 활약을 보여주기까지 했었다.
국가대표 데뷔전에서 이탈리아를 부숴버리는 모습을 보여줬으니까.
다만, 그래도 그런 말이 조금이라도 나오는 이유는 딱 하나.
그건 요한의 경험이 아직은 많이 부족하기 때문일 것이다.
데뷔한 지 1년도 되지 않은 쌩 신인.
아직 뛰어본 대회라고는 프리미어 리그와 FA컵 한 경기밖에 없다.
심지어 이번 이탈리아 원정이 첫 해외 원정일 정도니, 증명할 게 많이 있는 건 사실이다.
오늘 요한이 증명해야 할 건, 낯선 이국 땅의 경기장에서도 제 플레이를 할 수 있느냐는 것일거다.
즉, 국내 무대 뿐만이 아니라 국제 무대에서도 통할 수 있느냐 하는 것인데.
이 부분은 가볍게 생각할 부분은 아니었다.
결국 국제 무대에서 통하냐 통하지 않느냐가 그 선수의 클래스를 평가하는데 굉장히 중요한 요소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한 리그에서 40골씩을 몰아 치더라도, 챔피언스 리그에서 그에 준하는 활약을 보여주지 못한다거나.
유로나 월드컵 같은 메이저 국제 대회에서 별다른 활약을 보여주지 못한다면.
그 선수의 평가는 굉장히 깎일 수밖에 없다.
오히려 리그에서의 활약까지 내려치기 당하게 된다.
한 시대를 풍미하고, 역대급 반열까지 오른 그 메시나 호날두도 코파 아메리카나 월드컵 때문에 평가 절하를 당하던 시절이 있었다는 걸 생각해본다면 이해가 쉬울 것이다.
물론 요한은 이미 말했듯 이제 프로 1년 차의 신인이었다.
그런 선수에게 벌써부터 국제 무대에서의 경쟁력을 증명하라는 건, 애시당초 논리에 맞지 않는 일이다.
대표팀에 뽑힌 것만으로도 더 증명할 게 없는 나이니까.
그럼에도 이런 얘기가 나온다는 건,
그만큼 요한의 활약이 센세이셔널하다고 이해하면 될 일이었다.
아무튼, 이런 상황이기에 오늘 요한에게 주어진 부담감은 꽤 클지도 모를 듯 했다.
잔실수 하나만 해도 이들의 반응은 뜨거울 것이다.
커다란 야유와, 조롱이 가득 섞인 비웃음이 무자비하게 날아들 것이다.
이들에게 나이 어린 소년이란 건 고려의 대상이 아니다.
오늘, 요한은 완벽한 플레이를 보여야 한다.
그리고, 그런 가운데.
“······.”
요한을 날카로운 눈으로 응시하고 있는 또 한 명이 있다.
푸른 색 유니폼을 입은 다니엘레 카펠로였다.
“너, 오늘은 이탈리아의 국가대표다. 잊지 마라. 팀 동료고 뭐고, 다 죽인다는 생각으로 임해라.”
“걱정하지 마시죠.”
오늘 경기를 앞두고, 이탈리아 선수들은 카펠로에 대한 걱정이 꽤 있었다.
물론 실력적인 부분엔 의심이 없었지만, 걱정이 되는 건 카펠로가 프리미어 리그로 이적한 지 얼마되지 않았고, 상대팀에 팀 동료가 있다는 점이었다.
특히나, 그 동료라는 녀석이 찰떡 궁합 소리를 듣고 있는 녀석이기까지 했고.
때문에, 행여나 카펠로가 소속 팀으로 돌아간 이후를 먼저 생각하고 있진 않을까 걱정이 되었던 것이다.
그러나, 카펠로의 표정을 보면 그런 걱정이 무색해 보였다.
누구보다 의욕이 넘쳐 보였으니까.
카펠로는 매우 설레 보였다.
그럴 수밖에 없다.
이런 기회가 이렇게 빨리 올 줄은 몰랐으니.
이런 기회가 무슨 기회냐고?
증명할 수 있는 기회 말이다.
자신이 요한 빨을 받고 있는 게 아니라, 요한이 자신의 빨을 받고 있는 거라는 걸.
웨스트 햄의 진짜 에이스는 녀석이 아니라 자신이라는 걸 말이었다.
웨스트 햄 이적 후, 사람들은 자신의 영입이 성공적이라고, 만족스러운 활약을 보여주고 있다고 말하고 있었다.
그러나, 카펠로는 자신있게 말할 수 있었다.
아직 단 한 경기도 스스로 만족할만큼 자신의 재능을 모두 보여준 경기는 없었다고.
당연한 것 아닌가.
자신 정도의 천재가 제 기량을 모두 보여줬다면, 아직 MOM을 한 번도 받지 못했을 리가 없었으니까.
어쨌든, 그랬기에 꽤 오해가 있는 듯 했다.
웨스트 햄의 에이스가 요한이라는 오해.
솔직히 말해서, 그건 축구를 잘 모르는 축알못들이나 할만한 생각이었다.
요한은 축구를 하는 게 아니었다.
녀석은 골을 잘 넣을 뿐이지.
골과 축구는 엄연히 다르다.
카펠로에게 축구란 과정이었다.
골이라는 단순한 결과가 아니라.
11명의 선수가 유기적으로 움직이고, 패스를 주고받고, 상대의 허점을 파고들어 무력화 시키는 그 과정.
그 과정 자체가 축구이지, 골이라는 건 그 과정을 통해 만들어진 결과일 뿐.
그러니까 카펠로가 하고 싶은 말은, 한 마디로 말하자면 자신이 축구를 더 잘한다는 거다.
그 과정을 만들어가는 게 자신이니까.
요한은 그 과정의 마지막에 가만히 서서 결과만 찍어낼 뿐이고.
축구를 제대로 볼 줄 아는 사람이라면, 웨스트 햄의 진정한 에이스로 자신을 뽑을 거라고 카펠로는 생각했다.
허나, 이 우매한 영국 훌리건들에게 그걸 아무리 설명해봐야 이해할 리가 없고.
결국 제일 쉬운 건 보여주는 것이다.
상대팀, 잉글랜드엔 요한이 있고, 이탈리아엔 자신이 있다.
오늘, 누가 더 아름다운 축구를 보여줄지는 자명하다.
그럼, 오늘 경기를 본 사람들은 알게 되겠지.
누가 진정한 에이스였는지.
또한, 요한이 저 녀석도 깨닫게 될 거고.
지가 얼마나 큰 도움이 받고 있는지도 모르면서, 맨날 자길 무시하고 말이야.
프리킥 대결을 다시 하자니까 쫄아서 안해주기나 하고 말이야.
그런 녀석의 큰 코를 다치게 해줄거다.
경기 내내, 자신과 함께 뛰었던 시간이 그립게 만들어 줄 거라고.
제발 그 패스를 다른 녀석들에게 주지 말고, 자신에게만 달라고 애걸복걸하게 만들 것이다.
‘그래도, 너무 원망하지는 말도록.’
카펠로는 요한을 바라보며 큭큭 웃었다.
“삐이이익-!”
경기가 시작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