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zy genius striker RAW novel - Chapter (86)
나태한 천재 스트라이커-86화(86/202)
< 085화 – 네가 필요해 >
슈우우우우웅-
이탈리아 진영 깊숙이까지 날아오는 잉글랜드의 골킥.
사실, 보통은 상상할 수 없는 골킥이다.
이탈리아를 상대로 이렇게 깊게 골킥을 찬다는 것이 말이다.
바르첼리와 마르치오가 버티고 있는 이탈리아다.
한데, 오늘은 거기에 알레산드로 란초니라는 거구까지 포함이 되어 있다.
이들의 틈바구니에서, 어떤 공격수라도 공중볼을 따내기란 쉽지 않다.
이들의 한 가운데로 긴 골킥을 찬다는 건 사실상 공을 버리는 일이나 다름없는 셈.
하지만, 잉글랜드가 그 정도로 생각이 없겠는가?
다 요한이 있으니 그런 골킥을 찬거지.
심지어, 바르첼리와 마르치오도 알고 있었다.
함부로 덤벼 들었다간, 지난 런던에서의 경기에서 나왔던 장면이 리플레이될 뿐이라는 걸.
때문에 그 둘은 경합을 위해 요한에게 붙는 대신, 뒤로 물러나 자리를 잡았다.
요한에게 붙어온 건 란초니 뿐이었다.
“이익···!”
공도 보지 않고, 오직 요한과 씨름 한 판이라도 벌이려는 듯 달려드는 란초니.
심지어 요한의 점프를 막기 위해 팔까지 뻗으며 달려들고 있다.
그러나, 팔을 쓸 줄 아는 건 란초니만이 아니었다.
“큭···!”
요한 역시 팔을 뻗었다.
란초니의 가슴팔을 밀며 접근을 불허하는 요한.
수비수에게도 마찬가지지만, 공격수 역시도 팔을 잘 쓸줄 알아야 한다.
수비수를 등진 상태로 고개를 돌리지 않고도 수비의 위치를 파악하려면, 두 팔을 더듬이처럼 활용할 줄 알아야 하고, 이런 경합 상황에선 자리를 지키기 위해 사용할 줄 알아야 한다.
그런 면에서, 요한은 팔을 200퍼센트 활용하고 있었다.
물론, 팔을 너무 과하게 사용하면 파울이 된다.
그러나, 어쨌든 먼저 시작한 건 란초니 쪽.
오히려 파울이 선언되려면 란초니의 파울이다.
요한의 행동은 정당방위였고, 주심은 아무런 제스쳐도 취하지 않았다.
사실상의 어드벤티지 적용이랄까.
파아앙-!
결국 공은 자리를 지켜낸 요한의 차지.
그 어떤 팀들도 롱 킥을 구사할 수 없게 만드는 이탈리아의 수비수들 사이에서, 보란 듯이 공을 따내는 요한.
<수비가 상당히 밀집해 있습니다!>
<저 사이를 빠져 나올 수 있을까요?>
그러나 여전히 주변엔 이탈리아 선수들이 산재해 있다.
일단 공을 잡긴 잡았는데, 수비에게 포위 당해 고립된 모양새.
바르첼리와 마르치오는 패스가 빠져나갈 수 있는 길목을 노련하게 차단하고 있었고, 란초니는 여전히 거칠게 달려들고 있다.
뿐만 아니라,
요한과 가까이 있던 카펠로까지 가세해 요한의 공을 노리기 시작했다.
“그 공, 넘기시지!”
까치처럼 요한의 주변을 파닥거리며 귀찮게 구는 카펠로.
원래 카펠로가 이렇게 적극적으로 수비에 가담하는 선수는 아니다.
그러나 상대가 요한이기에, 카펠로는 이를 악물고 달려 들었다.
‘귀찮게 구네.’
안 그래도 란초니 때문에 귀찮은데, 카펠로까지 성가시게 구니 내적 한숨을 내쉬는 요한.
일단은 빠르게 이 틈바구니를 벗어나야 할 것 같다.
공은 가만히 둔 채, 몸으로만 가드를 세우며 볼 소유권을 지켜내고 있던 요한은,
타타탓-!
순간적으로 빠르게 치고 달리며 카펠로와 란초니의 사이를 뚫고 나왔다.
그 속도가 어찌나 빠른지, 몸싸움을 벌이고 있을 정도로 가까이 붙어 있던 카펠로와 란초니지만 둘은 요한을 놓칠 수밖에 없었다.
<박스를 향해 빠르게 달려듭니다!>
<정면 돌파로 가는데요! 돌아갈 생각은 없는 듯 합니다!>
공을 몰고 정면으로 달려드는 요한을 보며 몸을 긴장시키는 바르첼리와 마르치오.
전에도 느낀 거지만, 저 녀석은 정말로 겁이 없다.
수비수로서의 자존심이 상할 정도로 말이다.
보통 드리블이란 게 그렇다.
공을 소유한 공격자는 수비자와 먼 방향으로 드리블을 치는 게 정석이자 기본이다.
당연한 일이다.
공격자 입장에서 수비자란 ‘피해가야 하는’ 존재니까.
그러나 요한은 오히려 자신들에게 달려들고 있지 않은가.
마치 공기 취급을 당하는 기분이다.
당연히 그 둘은 빡이 칠 수밖에 없었고, 순간적으로 자제력을 잃을 수밖에 없었다.
요한과의 헤더 경합을 포기하면서까지 낮은 위치에 자리를 잡고 있던 둘이, 요한을 향해 마주 달려 나가기 시작한 것이었다.
베테랑들 답지 않은 그 감정적인 수비는, 분명한 실수였다.
파아아앙-!
<치고 달립니다! 공이 빠졌습니다!>
<성급한 수비였어요!>
요한은 길게 차 놓고 달렸다.
소위 말하는 치달, 치고 달리기.
오른쪽에 있던 마르치오의 옆으로 공을 툭 차 놓고, 마르치오와 바르첼리의 사이로 우직하게 뚫고 지나가는 요한.
마르치오가 지나가는 공을 향해 발을 뻗어 봤으나 닿진 못했다.
바르첼리는 당연히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그가 할 수 있는 것이라봐야 몸으로 요한을 저지하는 것 뿐인데, 페널티 박스 안이다.
그랬다간 페널티 킥이라는 것이었다.
그 순간 이미 그 둘은 자신들이 실수를 저질렀다는 사실을 자각할 수 있었다.
다만.
“나와!”
“페트루치!”
실수를 한 건 자신들 뿐만이 아니라고 바르첼리와 마르치오는 생각했다.
한 몸처럼 동시에 골키퍼 페트루치에게 외치는 둘.
뛰쳐 나오라는 콜이다.
보통 길게 차 놓고 달리는 긴 드리블은 공간이 넓은 곳에서 이루어진다.
역습 상황이라 수비 숫자가 적다든가, 사이드 공간에서 윙어와 풀백이 1대1을 한다든가 하는 상황 말이다.
선수들의 간격이 좁은 중앙 지역 같은 곳에선 그런 드리블을 시도할 수 없다.
공을 길게 차 놓으면 당장 눈앞의 수비는 제쳐낼 수 있을지 몰라도, 그 뒤에 있던 선수가 그 공을 가로채기 쉽기 때문이다.
그건 박스 안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박스 안의 공간은 길게 치고 달릴 수 있을 만큼 넓지 않으며, 최종 수비의 뒤엔 골키퍼가 있다.
두 센터백들의 콜에, 페트루치가 빠르게 공을 향해 뛰쳐나왔다.
타타탓-!
공을 향해 달리는 요한과 페트루치 키퍼.
그 둘과 공의 거리는 비슷해 보였다.
그렇기에 페트루치가 유리할 수밖에 없는 경합이었다.
공은 골대 방향을 향해 굴러가고 있으니까.
달리는 동안에도 공은 요한으로부터 멀어지고, 페트루치에겐 가까워지고 있다.
상식적으로 생각해 본다면, 페트루치가 공을 먼저 잡아내는 게 당연한 일이었다.
하지만, 문제는 요한의 스피드가 비상식적이었다는 것이다.
바르첼리와 마르치오의 사이를 뚫고 지나갈 때부터 이미 속도가 붙은 요한은 공을 향해 전속력으로 달렸고, 페트루치의 눈엔 그런 요한이 생각보다도 훨씬 빠르게 커지고 있었다.
<누가 먼저냐!>
<잡을 수 있나요!>
요한과 페트루치, 둘 다 공과 불과 몇 걸음도 안 남겨둔 지근거리까지 접근한 일촉즉발의 순간.
‘자, 잡아야 해.’
페트루치가 몸을 날려 손을 뻗었다.
조급함에 나온 동작.
몸을 날리지 않으면 요한이 먼저 공을 잡을 것 같았기에 손을 뻗을 수밖에 없었다.
허나.
야구에도 그런 논쟁이 있다.
1루 헤드 퍼스트 슬라이딩 논쟁.
그냥 달려가는 것이 빠른가, 몸을 날려 슬라이딩 하는 것이 더 빠른가 하는 논쟁 말이다.
이는 거의 결론이 정해져 있는 논쟁이다.
더 빠른 건, 그냥 뛰어가는 것이다.
슬라이딩은 오히려 빠르게 멈추기 위함이지, 속도를 더 붙이기 위한 동작이 아니다.
하지만 그걸 아는 선수들조차도 가끔 슬라이딩을 시도하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다.
마음이 급하기 때문이다.
지금의 페트루치처럼 말이었다.
파아아앙-!
페트루치의 손에 닿기 전, 요한의 발이 먼저 공에 닿았다.
공의 밑동을 툭 찍어 올리는 요한.
그 탓에 떠오른 공은, 몸을 날린 페트루치의 머리 위를 지나쳤다.
골키퍼를 완전히 농락하는 로빙 슈팅.
슈우우웅-
출렁-!
그 슈팅은 가볍게 골망을 출렁였다.
<고오오올-! 엄청난 골입니다! 굉장한 골!>
<완벽하게 개인 능력으로 만들어낸 골이네요! 입이 떡 벌어지는 스피드로 이탈리아의 골망을 흔드는 요한 반!>
<정말 미친 스트라이커입니다, 이 선수는!>
해설자의 말대로, 완벽히 개인 능력만으로 만들어낸 골이었다.
경합을 통해 공중볼을 따내고, 그걸 상대의 거친 압박 속에서 지켜낸 뒤, 드리블을 통해 수비를 돌파하고, 미친 주력으로 마무리까지.
여기엔 어떤 전술 따위도 없었다.
이게 전술이라면, 축구 감독이라는 게 동네 꼬맹이도 할 수 있는 직업이었겠지.
“···”
“···”
알리안츠 스타디움이 적막에 잠겼다.
또다시 굴욕을 당한 이탈리아 수비수들은 물론, 관중들도 할 말을 잃고 입을 다물었다.
누굴 탓할 수도 없는 실점이었다.
누구도 이런 식으로 득점 각을 본 사람은 없었으니까.
“···”
또한 카펠로 역시 마찬가지.
누구도 도움도 받지 않은 골이다.
그러니 카펠로 입장에선 속이 부글부글 끓을 수밖에 없었다.
요한은 자신의 도움이 없어도 상관없는 듯 보였으니까.
<잉글랜드가 요한의 골로 먼저 앞서갑니다!>
어쨌든 요한의 골로 잉글랜드는 경기를 편하게 풀어가기 시작했다.
*
요한이 리그 경기에 최선을 다하는 건-물론 어디까지나 본인 기준에서 최선이다-훈련 면제라는 보상이 있기 때문이다.
근데, 이번 경기엔 그보다 더 큰 게 달려 있다.
오늘 경기를 이기면, 다음 경기를 뛰지 않아도 된다는 보상 말이다.
이탈리아를 이겨 조 1위를 확정하면 주전들이 다음 경기를 뛸 필요가 없다.
하지만 비기거나 진다면, 다음 경기에도 주전들이 나서야 한다.
이 말인 즉, 지금의 요한은 리그 경기때보다도 더 동기부여가 되어 있다는 뜻이었고.
이탈리아는 굉장한 곤욕을 치를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였다.
<으아앗, 또 들어갔습니다! 잉글랜드의 추가골! 이번에도 역시 요한입니다!>
<오늘 컨디션이 굉장히 좋아 보이는 요한 선수네요!>
<사실 오늘이 요한의 첫 해외 원정 경기라는 걸 지켜봐야 하는 포인트라고 하지 않았습니까? 하지만, 전혀 문제가 없는 모습입니다! 아니, 오히려 더 좋아 보입니다!>
<정말 대단하네요. 사실 그렇죠. 프리미어 리그에서 40골을 넘게 넣는 선수가, 바다 건너 왔다고 안통할 리가 없죠. 이 선수는 유럽 어디를 가도 통하고 남을 스트라이커입니다!>
전반 14분에 선제 골을 기록한 뒤.
요한은 29분에 두 번째 골을, 그리고 후반 17분에 세 번째 골을 집어 넣었다.
해트트릭을 기록한 것이었다.
사실 딱히 놀라운 장면은 아니었다.
요한이 해트트릭을 기록한다는 게.
리그에선 심심치 않게 벌어지는 일 아닌가.
그러나, 알리안츠 스타디움을 찾은 이탈리아 팬들, 그리고 경기를 지켜보고 있던 다른 유럽 축구 팬들은 경악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잉글랜드 놈들이 그렇게 설레발을 떨만했다는 것을.
요한 반이라는 선수는 장소를 가리지 않는 스트라이커였다.
트로피 없이도 시끄러운 섬나라 놈들이, 진짜 트로피를 차지한다면 앞으로 얼마나 더 시끄러워질까.
유럽 축구 팬들은 벌써부터 끔찍한 상상에 떨기 시작했다.
<이탈리아는 오늘 마무리가 안됩니다.>
<공격진의 결정력이 너무나 아쉽네요. 하필 잉글랜드의 스트라이커 요한이 해트트릭을 기록한터라, 더욱 비교가 되는군요.>
<스코어는 3대0입니다만, 사실 지표 상으론 크게 차이나지 않는 경기입니다. 잉글랜드의 슈팅은 8개, 이탈리아의 슈팅은 7개에요. 하지만 골과 유효 슈팅 개수는 차이가 나죠.>
<요한은 다섯 개의 슈팅을 기록해, 네 개의 유효 슈팅과 한 개의 골대 샷, 그리고 세 골. 반면 이탈리아의 투 톱은 일곱 개의 슈팅 중 두 개만을 유효 슈팅으로 연결했네요. 골은 없고요.>
경기는 이미 많이 기울어 있었다.
때문에, 후반 40분이 지나는 시점에 이미 해설자들은 이탈리아의 패인을 분석 중이었다.
누가 봐도 오늘의 패인은 결정력 차이.
양팀의 경기력은 비슷했고, 오히려 중원의 퀄리티는 이탈리아 쪽이 나았다고 볼 수도 있었다.
다니엘레 카펠로의 컨디션은 좋았고, 그가 뿌려주는 패스는 공격수들에게 계속해서 찬스를 만들어줄만큼 날카로웠다.
그걸 공격수들이 모두 뱉어냈을 뿐.
때문에,
‘하···.’
현타가 온 듯 허리에 손을 올리고 한숨을 내쉬는 카펠로는, 0대3이라는 전광판의 스코어를 보며 생각했다.
이 답답이 공격수들이랑은 같이 못해 먹겠다고.
빨리, 런던으로 돌아가고 싶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