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zy genius striker RAW novel - Chapter (88)
나태한 천재 스트라이커-88화(88/202)
< 087화 – 2파전 양상 >
경기를 지켜보던 슈미트 감독은, 감히 말하고 싶었다.
오늘이, 올 시즌 가운데 최상의 경기력이라고.
“미치겠군.”
“왜요, 감독님?”
“너무 잘해서.”
“인정합니다.”
“어째 A매치 기간만 끝나면 활력이 도는 느낌이야.”
“애들 사이가 워낙 돈독하니까요. 서로 보고 싶었던 거죠.”
진짜 그런 느낌이었다.
A매치 기간 동안 뿔뿔이 흩어졌던 선수들 모두, 서로가 보고 싶었다는 듯 신바람 나게 뛰고 있었다.
사실, 복귀 후 첫 훈련 때부터 그랬었지.
다들 의욕이 넘치던 게.
“잘 열었다!”
“나이스 패스, 카펠로!”
카펠로는 오늘 어느 때보다 의욕을 보이며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마치 오늘 경기에 트로피라도 달린 것처럼 플레이하는 녀석.
아마 요한이 있는 잉글랜드에게 졌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자존심이 많이 상했겠지.
요한이를 라이벌이라 생각하고 있는 녀석이니까.
물론 둘이 라이벌이라고 생각하는 건 녀석 혼자 뿐이지만.
“좋아, 버클리! 압박 좋아!”
제이콥 버클리도 마찬가지다.
버클리도 스코틀랜드 대표팀에 다녀왔는데, 녀석은 돌아오자마자 투덜댔다.
대표팀의 축구가 자신과 안 맞는다면서.
아무래도 클럽에서와 대표팀에서의 롤이 다를 수밖에 없는 버클리였다.
현재 스코틀랜드 팀에서 가장 비싼 몸값을 자랑하는 게 버클리라서, 거기 가선 에이스 역할을 담당해야 했거든.
그게 부담이 됐다던 버클리였다.
결과도 별로 좋지 않았고.
그러나, 팀에 돌아와 자신에게 꼭 맞는 자리에서 뛰니 이제야 뛸 맛이 나는 모양이다.
“앞으로 길게!”
“나이스 킥, 휴리첼!”
휴리첼 역시도 그렇다.
노르웨이 대표팀에 다녀올 때마다 뭔가 레벨업을 하고 오는 느낌인 휴리첼은, 이번에도 비슷했다.
노르웨이에선 매 경기가 세이빙 훈련을 하듯 경기를 뛰어야 했던 휴리첼이었다.
노르웨이의 전력 자체도 약체고, 수비가 좋은 편도 아니니까.
90분 내내 상대의 공격을 막아내야 하니, 대표팀이 휴리첼에겐 지옥 훈련장인 셈.
그거에 비하면 여긴 뭐 천국이지.
게다가 좋아하는 롱패스까지 마음껏 뿌려댈 수 있으니.
표정은 무표정해도 몸놀림 자체에서 신이 난 게 보이는 휴리첼이었다.
“다들 좋아!”
“주장! 왼쪽!”
“오케이!”
대표팀에 뽑히지 않았던 선수들도 물론 오늘 에너지가 넘친다.
대표팀으로 떠난 동료들이 돌아오길 기다리며 묵묵히 훈련장을 지켰던 선수들.
녀석들은 주장 고든 집에 모여서 잉글랜드와 이탈리아의 경기를 다 같이 봤다고 했다.
양 국가에 우리 웨스트 햄 선수들이 있으니, 함께 모여 응원해야 한다면서.
물론 그 날은 잉글랜드가 이겨서 파티를 했다나 뭐라나.
아무튼, 녀석들은 동료들이 돌아오자 격하게 환영을 해주었고, 훈련장엔 다시 활기가 넘쳐 흘렀다.
그 활기가, 지금 이 경기장으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좋아, 그렇지!”
“때렷!”
슈미트 감독은 다시 한번 단언할 수 있었다.
오늘 녀석들이 보여주고 있는 축구가, 올 시즌 들어 베스트다.
아니, 좀 더 범위를 넓혀 말하자면, 지금껏 평생 맡아 왔던 팀들 중 오늘이 가장 마음에 든다. 진심으로.
어쩌다 보니 승격 청부사라는 얘기도 들어보고, 중위권 스페셜 리스트라는 별명도 얻었던 슈미트 감독이었다.
그래서 스스로 걱정되는 부분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었다.
감독 경력을 통틀어 봐도, 팀이 이렇게 잘나갔던 적이 없었거든.
때문에 행여나, 감독의 경험 부족으로 팀이 고꾸라지면 어쩌나 걱정을 했던거다.
가장 가까이 있는 제이미 코치에게도 티를 안내긴 했지만, 슈미트 감독은 올 시즌 내내 그런 걱정을 달고 살았었다.
주변 사람들은 팀이 잘나가서 좋겠다고 하는데, 사실은 요즘이 제일 힘들었다.
선수들은 모두 100퍼센트 이상을 해주고 있었다. 그러니 뭔가가 잘못된다면 그건 오롯이 감독의 탓.
열정 넘치는, 이 젊고 창창한 아이들에게 누가 되긴 싫었다.
그래서, 이미 하얗게 샌지 오래인 머리털이 하나 둘씩 빠지기 시작했어도 더 나은 경기력을 위해 고민을 멈출 수 없었던 슈미트 감독이었고.
뭐, 그까짓 머리털.
이 나이까지 버텨줬으면 오래 버텨준거지.
아직 현역 은퇴도 안했는데 벗겨지기 시작한 녀석들도 있는데.
“요한아, 때려!”
“고오올! 그렇지! 역시 요한이야!”
“이게 우리 팀이야! 유럽에서 가장 주목하는 선수가 우리 팀 스트라이커라고!”
전반 35분 경에 터진 요한의 골은, 이미 팀의 세 번째 골이었다.
환호성을 터뜨리는 웨스트 햄의 벤치.
그 속에서 슈미트 감독 역시 주먹을 불끈 쥐었다.
이 맛에 그 고생을 하는거다.
자신이 지도하는 선수가, 경기장 위에서 가진 재능을 마음껏 발휘하는 모습을 보는 순간.
이 순간을 마주하면, 그 어떤 고생을 했더라도 한 번에 날아가 버린다.
감독으로서 느낄 수 있는 최고의 보람이다.
선수 모두가 딱 맞는 옷을 입은 듯, 제 자리에서 최고의 기량을 발휘하는 모습을 보는 것.
고양이를 세 마리 키우는 슈미트 감독은 항상 이렇게 비유해 왔었다.
딱 맞는 자리에서 뛰는 선수를 보는 건, 직접 만들어 준 캣타워를 하루 종일 신나게 이용하는 고양이들을 보는 기분이라고.
그만큼 뿌듯하다는 거지.
“너무 좋아서 아쉽구만.”
“뭐가 아쉬우세요?”
“맨시티 전에서 이런 경기력이 나왔다면 말이야.”
“아, 그러네요.”
뭐가 어찌됐든 맨유는 만만한 팀이 아니었다.
리그 6위의 맨유가 만만한 팀이라면, 그 밑의 팀들은 뭐 호구들인가.
그런 맨유조차 후드려 패는 모습을 보니, 아쉬움이 남을 수밖에 없다.
지난 21라운드 때 맨시티에게 패배했던 그 경기가 말이다.
에티하드 스타디움에 치렀던 그 경기에선, 하필 맨시티의 윙어 사미르 리샤드의 컨디션이 폭발해 그를 막지 못했었다.
완전히 지배 당한 경기였음에도 요한이 1골을 만회해주긴 했으나, 결과적으로 1대3 패배.
그 패배로 인해 결국 시즌 시작 때부터 지켜왔던 1위 자리를 내주고 말았었지.
근데 무엇보다 화가 났던 건, 그 경기 패배 때문에 지난 8라운드에 거뒀던 승리마저 후려치기를 당했다는 것이었다.
그때 승리가, 소위 말하는 뽀록이었다는 식으로 말이다.
물론 8라운드 때 사미르 리샤드가 부상으로 나오지 못해, 당시 맨시티의 전력이 완전체가 아니었다는 건 사실이었다.
그러나 어쨌든 웨스트 햄이 유일하게 맨시티 파훼법을 보여주며 승리를 거둔 것도 사실이었다.
맨시티는 올 시즌 단 2패만을 기록하고 있는 팀이다.
그 중 1패가 웨스트 햄이고, 나머지 1패가 울버햄튼에게 당한건데.
솔직히 울버햄튼에게 당한 패배는 사고에 가까운 패배였다.
어처구니 없는 자책골이 결승골이 된 경기였으니까.
내용적으로도 맨시티를 이겼다고 할 수 있는 팀은, 웨스트 햄이 유일했다.
그런데도 뽀록이라는 말을 들으니 화가 날 수밖에.
“오늘 같은 경기력이면, 다시 만나도 이길 수 있을텐데···”
“개바를 자신 있죠.”
때문에 기회가 온다면 다시 증명해 보이고 싶었다.
다시 맨시티를 만난다면, 이길 수 있다.
충분히.
오늘 정도의 경기력이라면 그 맨시티도 이길 자신이 있다.
하지만, 만날 기회가 없다.
다음 시즌이나 되어야 만날 수 있다.
그래서 아쉬운 거다.
현재 웨스트 햄은 미친 성적을 기록하고 있었다.
오늘 맨유와의 경기를 승리로 마무리 짓는다면, 28라운드에서 23승 2무 3패를 기록하게 된다.
그러나, 이 성적을 끝까지 유지하더라도 우승을 못할 수 있다.
맨시티가 미끄러지지 않는다면 말이다.
물론 한 끗 차이인 상황이었다.
맨시티와의 승점 차는 고작 3점.
한 경기 만에도 따라잡을 수 있는, 아주 근소한 차이.
하지만 끝까지 평행선처럼 좁혀지지 않을 수도 있는 차이다.
과거 18/19 시즌이 그랬었지.
당시 리버풀은 리그에서 단 1패만을 기록했음에도 승점 1점차로 맨시티에게 우승을 내줬었다.
한 시즌 동안 딱 1번을 졌음에도 우승을 하지 못했다는 거다.
맨시티가 그보다 더 잘했으니까.
결국, 웨스트 햄이 우승을 하기 위해선 맨시티가 울버햄튼 전처럼 한 번 더 삐끗해주길 바라야 한다는 건데.
앞으로 남은 일정들을 봤을 때, 그 확률은 그다지 크지 않을 듯 보였다.
빅6 팀들 중 맨시티와의 경기를 남겨둔 팀은 맨유와 아스날, 두 팀인데.
이들에게 기대를 걸기엔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크니까.
무엇보다도, 웨스트 햄 역시 승점이 벌어지지 않도록 지금의 페이스를 유지해야 한다는 게 가장 어려운 과제일 것이다.
맨시티가 삐끗해도, 웨스트 햄 역시 삐끗한다면 말짱 도루묵이니까.
“하아. 눈 바로 앞에 있으니 욕심이 안날 수가 없네요. 저희도 어느새 꿈이 커졌어요. 그쵸?”
“꿈은 클수록 좋지.”
“마냥 허황되기만한 것도 아니고 말이죠.”
솔직히 지금도 목표 초과인 건 사실이었다.
애당초 올 시즌 목표가 유로파 리그에 진출하는 거였던 웨스트 햄이었으니까.
이미 유로파가 아니라 챔스 진출 확률이 매우 높은 상황이다.
하지만, 이 시점에 1위와 한 끗 차이로 2위를 마크하고 있는 이상.
챔스 진출에 만족할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여기까지 온 이상, 이왕이면 우승을 바라는 게 당연한 일 아니겠는가.
아무튼, 할 수 있는 건 명확했다.
맨시티와의 승점 차이를 유지하면서, 그들이 실수하길 기다리는 것.
즉, 남은 경기를 모두 이기겠다는 마음가짐으로 달려 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해보자고.”
“해봐야죠.”
오늘 경기만 본다면, 그리고 지금까지 쌓아온 승리의 역사를 돌이켜 본다면.
충분히 가능하다고 슈미트 감독은 믿어 의심치 않았다.
웨스트 햄이, 맨시티와 우승 트로피를 놓고 끝까지 싸우는 것.
충분히 가능한 이야기였다.
ㆍㆍㆍ
-웨스트 햄, 왓포드 상대 2대0 깔끔한 승리··· 케인 1골, 요한 휴식
-맨시티, 리즈 유나이티드 상대 6대0 완승! 웨스트 햄과 승점 차 유지!
28라운드 맨유전 이후, 웨스트 햄은 29라운드 본머스 전 3대1, 30라운드 왓포드 전 2대0 승리를 거두며 연승을 이어 나갔다.
그 과정에서 적절한 로테이션을 통해 주전 선수들의 체력 관리도 이루어 졌고, 후보 선수들의 활약도 나쁘지 않아 2월의 성과는 매우 좋았다.
다만 아쉬운 게 있다면, 맨시티 역시 질주를 멈추지 않았다는 점이다.
맨시티는 최근 3경기의 득실 차가 +12나 될 정도로 화끈한 경기력을 보여주고 있었다.
브라이튼에게 4대0, 에버튼에게 3대1, 리즈에게 무려 6대0.
후반으로 갈수록 두터운 스쿼드의 맨시티는 더욱 더 최강팀의 저력을 드러내고 있었다.
이제 2027/28시즌도 고작 8경기만을 남겨두고 있는 시점.
슬슬 유로파 권과 챔스 권 안에 들 팀들의 윤곽이 뚜렷해지고 있는 가운데.
과연 누가 우승 트로피의 주인공이 될 것이냐에 모든 팬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었다.
하지만, 사실 우승 경쟁이 맨시티와 웨스트 햄의 2파전 양상이다, 라고 할 수 있는 건 아직 아니었다.
사실 웨스트 햄에겐 맨시티보다도 더 가까운 곳에서 추격해오고 있는 팀이 있었으니까.
3위, 리버풀이다.
리버풀 역시 후반기 승점을 착실히 쌓고, 잃지 않으며 웨스트 햄을 따라오고 있었다.
그 두 팀 간의 승점 차가 고작 2점이니, 맨시티와 웨스트 햄 간의 격차보다도 좁다.
그러니 아직, 우승 트로피를 놓고 맨시티와 웨스트 햄의 2파전 양상이라고 말할 수 없는 것이다.
그렇게 말하려면, 웨스트 햄은 반드시 리버풀을 이 시점에서 떨궈내야 했다.
만약 그에 실패한다면,
맨시티의 경쟁자는 오히려 리버풀이 된다.
끝까지 맨시티에게 위협을 가하며 우승 경쟁을 이어갈 것인가.
아니면 3위까지 내려가 챔피언스 리그 진출에 만족할 것이냐.
웨스트 햄과 리버풀 모두 중요한 기로에 서게 되는 것이다.
리버풀.
분명 어려운 상대다.
하지만 웨스트 햄은 자신이 있었다.
먼저 안필드를 다녀온 게 굉장한 자산이 되어주고 있었다.
만약 똑같이 승리를 거뒀다 해도, 첫 맞대결이 런던 스타디움이었다면 느낌이 달랐을 것이다.
그러나, 이미 안필드에서도 이긴 경험이 있다.
이건 선수들에게 엄청난 자신감이 되어줄 것이었다.
그러니, 이번에도 반드시 꺾을 수 있다.
이번 기회로 리버풀을 떨쳐내고, 리그 테이블의 최상단에서 맨시티와 단둘이 오붓한 경쟁을 펼치는 거다.
리그 2위 웨스트 햄과 3위 리버풀.
그 둘의 후반기 가장 중요한 경기가 3월 6일, 런던 스타디움에서 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