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zy genius striker RAW novel - Chapter (9)
나태한 천재 스트라이커-9화(9/202)
< 008화 – 게으름뱅이 조련법 >
“···그래서, 2년만에 축구를 하는 거라고요?”
“예.”
“그게 정말입니까···?”
“정말입니다. 2년 동안은 전혀 하지 않았어요. 그렇다고 그 전까지 열심히 한 것도 아니고···”
반석호의 말에 18세 이하 팀 감독, 맥웰이 어이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훈련 첫날 요한의 천재성을 본 맥웰은, 다음 날 곧바로 면담을 위해 아버지를 모셔오라 일러 두었었다.
그런데 그 아버지가 반석호라는 것에 일단 한 번 놀란 맥웰이었다.
어쩐지 재능이 보인다 했더니, 핏줄이라는 이유가 있었구나 이해가 되긴 했는데.
문제는,
그 외의 모든 것들이 전혀 이해가 안가고 있었다는 것이었다.
일단, 요한의 축구 경력부터가 믿을 수 없었다.
어릴 때 아빠가 시키니 억지로 억지로 하다가, 그나마도 2년 전에 축구를 완전히 관뒀단다.
그리고, 2년만에 공을 찬 게 바로 입단 테스트 날이었다고.
2년 동안은 공을 차긴커녕 쳐다보지도 않았단다.
‘그러니까, 어제 내가 본 그게 2년만에 공을 차는 꼬맹이였다는거지.’
그런 아이가 어떻게 그럴 수 있는지 맥웰은 이해가 가지 않았다.
어제 미니 게임 훈련 때 요한이 보여줬던 드리블을 떠올리는 맥웰.
그 드리블이, 2년 만에 공을 잡은 녀석이 친 드리블이라니.
요한이 누워서 떡 먹듯 제쳐낸 상대 아이들은 매일같이 훈련에 매진하던 녀석들이었다.
그것도 아주 어릴 때부터, 몇 년간을.
그렇다고 그 녀석들이 재능이 없는 아이들인가?
전혀.
이곳 18세 팀은 재능이 없으면 올라올 수도 없는 팀이었다.
여기까지 살아남은 그 자체로 재능이 증명된 아이들이란 것이었다.
그런데,
그런 녀석들을 2년 만에 공을 잡은 녀석이 무자비하게 발라 버렸다니.
말이 안되는 일이었다.
“다른 운동은? 뭐 농구를 했다든가, 하다 못해 맨몸 운동을 했다든가···”
“전혀. 운동이라곤 학교 왔다갔다한 게 다인 녀석입니다.”
두 번째로 이해가 안가는 건,
다른 운동도 전혀 하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그럴 리가 없는 몸이었다.
트레이닝 복 위로도 드러나는 두툼한 체격.
타고난 프레임도 프레임인데, 탄탄한 근육이 그 넓은 프레임에 골고루 잡혀 있는 몸.
근데, 저게 놀고 먹기만 한 몸이라니.
아무리 호르몬이 팍팍 분비되는 성장기 소년이라지만.
불공평할 정도의 피지컬 아닌가.
저기에 웨이트까지 했다면, 이미 프로에서도 최상급의 피지컬이 완성되었을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이건, 뭐라고 해야할까.
축구를 하기 위해 태어난 아이라고 밖에는 설명할 길이 없었다.
“그러니 제가 속을 좀 썩었겠습니까. 그런 녀석이 축구를 안하겠다고 하니까. 하기만 하면 최고가 될텐데, 천성이 게을러서 귀찮아하니.”
“게으르다···”
“오늘 아침에도 겨우 깨웠습니다. 깨우고 나서도 거의 업어서 문밖으로 내보냈죠. 오늘 훈련장에 나온 것도 기적인지라, 이게 얼마나 갈지···”
창밖.
훈련장에서 흐느적 흐느적 뛰고 있는 요한을 바라보며 말하는 반석호.
저런 모습조차 기쁜 반석호다.
요한이 이 웨스트 햄의 훈련장에서 훈련을 하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그러나, 불안한 건 어쩔 수가 없었다.
솔직히 녀석이 언제까지 참고 견딜 수 있을진 반석호도 장담할 수 없었으니까.
어제 오늘 훈련장에 나온 것도 기적.
당장 내일이라도 안나가겠다고 할 수도 있었다. 아니, 그럴 가능성이 높았다.
그렇게 끝내게 둘 순 없었다.
어떻게 찾아온 기적인데.
한 번의 포기는 그럴 수 있다고 쳐도, 두 번이나 포기한다는 건.
앞으론 정말 평생 축구를 하지 않을 수도 있는 일.
이번 기회에 어떻게든 요한을 선수의 길로 보내고 싶은 반석호였다.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그건 맥웰도 똑같은 마음.
첫날부터 훈련에 대충대충 임하던 요한의 모습을 떠올리는 맥웰.
보통의 선수가 그 따위 태도였다면,
맥웬은 고민도 하지 않고 녀석을 팀에서 내보냈을 것이었다.
하지만,
요한은 달랐다.
아무리 게으르다 해도, 태도가 마음에 안든다 해도.
어떻게든 고쳐 놓고 싶은, 어떻게든 살려 필드 위에 풀어 놓고 싶은 재능이었다.
조금 거창하게 말하면, 축구 지도자로서 숙명까지 느껴지기도 했다.
이런 재능을 필드 위에 세워, 전세계 축구팬들이 환호를 보낼 수 있는 선수를 만들어내는 것.
이 재능을 그저 게으르다고 포기해 버리면, 직무유기로 느껴질 정도였던 것이다.
맥웰이 요한에게서 발견했던 재능은, 가감없이 딱 그 정도였다.
그렇게 두 사람의 의견이 일치 했으니.
“그럼 어떻게가 중요한건데···”
“어떻게라···”
과연, 이 게으름뱅이를 어떻게 살살 조련시킬 것이냐가 문제인데.
“흐음.”
맥웰은 머릿속에 ‘게으른 천재’하면 떠오르는 선수들의 이름을 나열해 보았다.
요한 크루이프.
호마리우.
미카엘 라우드럽.
안토니오 카사노.
아드리아누.
당장 떠오르는 선수는 이 정도인데.
‘게으른 천재들은 공통점이 있지.’
시대도 다르고, 국적도 다르고, 성장 환경도 모두 다르지만.
맥웰은 그들에게서 한 가지 공통점을 떠올릴 수 있었다.
그들이 게으를 수밖에 없었던 바로 그 이유.
게으른 천재의 대표격인 호마리우는 이런 말을 했었다.
“어떻게 뛰어야할지 다 알고 있는데, 왜 훈련을 해야하지?”
축구가 어렵다고 느껴본 적이 없다.
그것이 게으른 천재들이 가진 공통점일 것이었다.
어렵지 않으니, 열심히 할 이유도 없다.
그러니 주변 사람들 눈엔 게으르게만 보이는 것이고.
요한도 그런 케이스일 게 분명했다.
“그랬죠. 아들이라서 하는 얘기가 아니라, 어딜 가든 제일 잘했습니다.”
반석호도 고개를 끄덕였다.
어딜 가도 요한보다 뛰어난 재능은 이제껏 보지 못했다.
어쩌면 그랬기에, 요한은 축구에 흥미를 느끼지 못했을 수도 있다.
“좋습니다. 그런 거라면, 제가 환경을 만들어 볼 수도 있겠군요.”
창밖을 바라보는 맥웰.
많은 아이들이 열심히 훈련 중이다.
그 중 한 아이가 맥웰의 눈에 들어왔다.
‘조슈아.’
조슈아 베일리.
16살짜리 윙 포워드로, 요한과 동갑이자 팀의 막내인데.
실력은 막내가 아닌 녀석이다.
재능이라면 현재 18세 팀 뿐만 아니라 21세 팀까지 합쳐도 엄지에 꼽을 수 있는 녀석이었고, 1,2년 내에 1군 데뷔도 가능할 것이란 평가를 받고 있는 게 바로 저 조슈아인데.
‘저 친구라면···’
맥웰은, 저 조슈아를 통해 요한에게 첫 경험을 선물해줄 수 있을거라고 생각했다.
태어나 처음으로,
자신보다 뛰어난 실력자를 마주하게 해주는 것이다.
지금까진 한 번도 벽을 느껴본 적이 없으니, 게으를 수밖에 없었겠지만.
만약 자기보다 뛰어난 재능이 있다는 걸 확인하게 된다면.
게으르기만 했던 요한도 향상심이란 걸 갖게 될지 몰랐다.
“일단은, 믿고 맡겨 주시죠. 제가 한 번 해보겠습니다.”
“저야 잘 부탁 드리죠. 감독님.”
맥웰은 자신에 찬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게으름뱅이 조련의 시작이었다.
ㆍㆍㆍ
“오케이. 자, 휴식 끝! 다음 훈련으로 넘어간다!”
오늘도 역시 훈련은 지루하고, 귀찮았다.
한 30분은 지났겠지, 하고 시계를 보면 10분이 지나 있었고.
진짜 죽어도 1시간은 지났다, 하고 시계를 보면 20분이 지나 있었다.
그 와중에 쉬는 시간은 왜 또 10분이 1분처럼 느껴지는지.
오늘은 진짜 도망가야겠다고 생각했는데, 다시 생각해보니 면담 때문에 아빠가 와 있어서 그러지도 못했다.
결국, 오늘도 요한이 할 수 있는 건 최대한 요령을 피우며 대충 훈련하는 것뿐.
하아.
이 다음 훈련은 또 뭐가 기다리고 있을까.
“이렇게 둘. 이렇게 둘.”
코치가 둘씩 아이들을 짝 지어주기 시작한다.
그렇게 짝이 지어진 아이들에겐, 공이 하나씩 주어졌다.
“지금부터 1대1할거다. 번갈아 가면서 공수 교대 할거고, 공격은 골을 넣으면 1점. 수비는 공을 빼앗거나 바깥으로 내보내면 1점. 먼저 10점을 따는 쪽이 이기는거다.”
1대1 훈련.
코치의 설명을 들은 요한이 어깨를 으쓱였다.
아까까지 했던 패스 훈련이나 전술 훈련보다는 훨씬 낫겠다 싶었다.
대충해도 될 각이 보였으니까.
그냥 지면 그만이었다.
진다고 뭐 벌칙이 있는 것도 아니고.
“아, 그리고. 지는 사람은 벌칙있다. 무슨 벌칙인지는 끝나고 말해줄건데, 무시무시한 벌칙이니까 다들 최선을 다하도록.”
···말이 씨가 된다는 얘긴 들어봤지만, 생각도 씨가 될 수 있나.
벌칙이 있다는 코치의 말에 요한이 한숨을 내쉬었다.
흐으음.
그럼, 일단 이기긴 이겨야 하는건가.
“안녕. 내 이름은 조슈아야.”
“아, 어. 난 요한.”
요한과 짝이 지어진 상대는 조슈아라는 친구였다.
밝은 성격의 소유자인지 웃으며 먼저 손을 내미는 조슈아.
그런 조슈아의 얼굴을 보니 요한은 시작도 하기 전에 내심 미안해졌다.
둘 중 누군가는 벌칙을 받아야 하는데, 자신은 받을 생각이 없으니.
결국 조슈아 이 녀석이 벌칙을 받게 될텐데, 이렇게 해맑게 웃는 걸 보니 괜히 미안해질 수밖에.
“그럼, 삐익-!”
휘슬과 함께 곧바로 아이들의 1대1이 시작된다.
요한과 조슈아.
선공은 조슈아부터.
‘수비는 안해봤는데.’
사실 요한은 자신의 수비 실력이 어느 정도인지 알지 못했다.
수비를 해본 기억이 없었으니까.
요즘은 공격수도 수비 가담은 기본이라고, 수비도 해야된다고 아빠가 말했던 기억은 있지만.
공격 하나만 하기도 귀찮아 죽겠는데 무슨 수비까지 바라나 싶어 수비 가담 따윈 일절 안했던 요한이었다.
그런지라.
요한의 수비 자세는 어딘가 엉성해 보였다.
반면,
발등으로 툭툭 공을 치며 요한을 향해 다가오는 조슈아의 몸놀림은 능숙했다.
타타탓-!
‘빠른데.’
조슈아는 빨랐다.
시합에서 좌우 윙어, 2선 포워드까지 보는 조슈아는 애초에 1대1이 장기.
웬만한 수비수들도 조슈아와의 1대1은 버거워 했고, 그러니 공격수인데다가 수비라곤 해본 적 없는 요한이 조슈아를 막아내기란 쉽지 않아 보였다.
때문에,
예상치 못한 결과에 가장 놀란 건 조슈아 본인이었다.
파아앙-!
“···!?”
“나갔네. 이럼, 내가 1점인 거 맞지?”
라인을 벗어난 공을 보며, 어안이 벙벙한 조슈아.
개인기를 시도 했었다.
상체 페인팅을 섞으며 밸런스를 흔든 뒤, 라 크로케타로 제쳐낼 생각이었다.
그런데,
전혀 통하지 않았다.
목석처럼 엉성히 서 있던 요한은 조슈아가 치고 나가려는 순간 발을 뻗었고,
그 발에 닿은 공은 라인 바깥으로 나가 버리고 말았다.
수비 승.
요한이 1점을 먼저 따낸 것이었다.
“···헤헤. 맞아. 네가 1점.”
잠시 벙쪘던 조슈아가 머리를 긁적이며 웃었다.
뭐, 그래.
1점 정도야.
처음이니만큼, 아직 연습 중인 개인기를 시도했는데 발이 꼬였다.
어디까지나 자신의 실수.
다음엔 제대로 해야지, 하며 대수롭지 않게 넘기는 조슈아였다.
그러나,
“내가 1점, 맞지?”
“···!”
이후 몇 번의 공수교대가 이뤄지고.
조슈아의 얼굴에서 웃음기는 싹 사라져 있었다.
*
“···허.”
요한과 조슈아의 1대1을 지켜보던 맥웰은 어이가 없어 짧게 탄식을 뱉었다.
방금 급조해낸 이 1대1 훈련은 요한을 위한 훈련이었다.
팀에서 가장 잘하는 조슈아를 녀석의 상대로 붙여, 지금껏 한 번도 만나보지 못한 벽을 느끼게 해주고.
그걸 통해 녀석의 내면에 있던 향상심과 호승심을 이끌어 내주려는 의도였다.
그런데, 이게 웬걸.
둘의 1대1은 아이들 중 가장 빠르게 끝났다.
점수차가 빠르게 벌어졌다는 뜻이었다.
10대2.
먼저 10점을 따낸 건,
요한이었다.
‘조슈아로··· 안된다고?’
믿었던 조슈아의 참패.
팀내 최고 재능인 조슈아로도 안된다면, 대체 누굴 데려와야 녀석에게 벽을 느끼게 해줄 수 있단 말인가.
’21세 팀? 없어. 전혀.’
조슈아는 연령별 팀을 다 통틀어 최고의 유망주.
21세 팀이나 23세 팀에도 조슈아를 능가하는 재능은 없었다.
그럼,
남는 건 하나 뿐인데.
‘말도 안되잖아.’
그건 말도 안되는 일이었다.
그건, 훈련한지 이틀된 16살짜리 연습생을 1군으로 보내야 한다는 것이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