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zy genius striker RAW novel - Chapter (90)
나태한 천재 스트라이커-90화(90/202)
< 089화 – 2파전 양상 >
“와아아아아-!”
“뭐야! 뭐가 지나간 거야!”
“뭐가 지나가긴! 요한이가 지나갔다!”
“멍청아! 요한이 공을 잡으면 눈도 깜빡 거려선 안된다는 걸 아직도 몰라?”
“하하! 근데 저 녀석도 몰랐던 것 같은데? 저 자식 벙찐 표정 좀 봐!”
“천이백억? 와, 아깝다! 아까워! 우린 요한이를 공짜로 쓰는데!”
“차라리 그 돈을 날 주지! 돈 버렸다, 돈 버렸어!”
눈 깜빡할 새에 터진 요한의 선제골에 런던 스타디움이 들끓었다.
솔직히 아무도 몰랐다.
이렇게나 빠르게 선제골이 터질 줄은.
시간대도 그렇고, 골이 터지는 과정도 그랬다.
요한이 데 클라잉과 부딪히는 듯 하더니, 마치 유령처럼 곁을 지나친 뒤 오른발 대포 쾅.
정신을 차린 순간 이미 공을 골대 안을 뒹굴고 있었다.
“됐어요, 영감님!”
“으음!”
“제 말이 맞죠? 첫 공격에 바로 넣을 거라고 했잖습니까! 요한이, 저 녀석은 처음 마주하면 절대로 막을 수가 없어요!”
“너만 알고 있었다는 듯 으스대지 마. 그건 동네 강아지도 아는 사실이니까.”
“하하핫!”
제이미 코치와 슈미트 감독도 주먹을 불끈 쥐었다.
생각보다 빠르게 공격 작업을 가져간 것.
그건 다 벤치의 지시 사항.
카펠로에게 최대한 빨리 요한에게 기회를 만들어 주라 지시했던 슈미트 감독이었다.
상대 수비, 데 클라잉.
녀석은 분명 물건이었다.
뭘로 보나 짬밥만 좀 더 먹는다면 훌륭한 수비수가 될 재목임은 틀림 없어 보였다.
하지만, 상대가 요한이다.
요한이를 처음 상대해보고 놀라지 않았던 선수는 없었다.
이건 비디오 분석의 문제가 아니었다.
몸으로 부딪혀봐야만 알 수 있는 경험의 문제지.
“틀렸어.”
리버풀이 실수를 저지른 거라고 생각하는 슈미트 감독.
요한을 처음 보는 녀석에게, 요한을 막으라고 맨 마킹을 붙이다니.
막을 수 있을 리가 없잖아?
다만, 그렇다고 상대 감독 알랭 누네스를 비웃을 생각은 없었다.
오히려 측은한 느낌이 들 뿐이다.
어차피, 반대의 입장이었다고 해도.
즉, 자신이 리버풀의 감독이고 요한을 막아야 하는 상황이라고 해도, 딱히 뾰족한 수를 내놓을 자신이 없는 건 슈미트 감독도 마찬가지였으니까.
그저, 어깨를 두드려 주고 싶었다.
알랭 누네스.
자넨 아직 젊잖아.
자네도 백발이 성성해질 때까지 감독 생활을 하다 보면, 이런 행운이 올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저런 눈에 넣어도 안 아픈 선수가 제 발로 팀에 걸어 들어오는 행운이 말이야.
<전반 6분! 웨스트 햄이 먼저 앞서 갑니다!>
*
“어떡할래?”
“어떡하긴요. 벤치에선 별다른 지시가 없었습니다. 이대로 가보겠습니다.”
“괜찮겠어?”
“···안 괜찮아도, 해봐야죠.”
데 클라잉은 어금니를 깨물었다.
그래.
처음이라 그렇다.
카르발류에게도 처음엔 탈탈 털렸지 않나.
하지만, 결국엔 극복해냈고.
두려워하지 말자.
비록 훈련과 실전은 다르다지만.
오늘은 성장하는 자리가 아니라 증명해야 하는 자리라지만.
이미 지나간 일을 자책해봐야 소용이 없단 걸 데 클라잉은 알고 있었다.
다시 심기일전해서 막으면 된다.
근데···
문제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거다.
‘뭐였지?’
지나간 일은 잊는다 해도, 배울 건 배워야 한다.
허나, 데 클라잉은 대체 무슨 기술에 자신이 제쳐진 건지 기억이 나지 않았다.
당연한 일.
제대로 보질 못했으니 다시 떠올릴 수도 없다.
일단은 당황 했었다.
녀석과 몸을 맞부딪히고 나서, 중심이 흔들릴 정도로 충격을 받아 밸런스를 잡는데 신경을 다 썼다.
허나 그건 잠깐이었다.
근데 그 잠깐 사이에 슉 하고 자신의 곁을 지나쳐 버린 녀석.
비디오 분석으로 얻은 데이터 상으로, 녀석은 화려한 개인기를 즐기는 타입이 아니었다.
직선적이고, 간결하다.
속도로 제칠 수 있단 판단이 서면, 그냥 치고 달려 버리는 스타일.
방금도 아마 그것이었을 가능성이 높다.
그 스피드를 생각해 본다면 말이다.
개인기 따위의 드리블 스킬이 아닌, 순속.
좀 더 빠르게 움직여야 한다.
생각보다도, 더.
따라가는 것만으론 늦을 수도 있다.
예측까지 더해져야 한다.
아마, 지금까지 상대해 본 공격수 중 최고로 집중해 막아야 하는 상대가 될 것이다.
해보자.
이 세상에 막지 못하는 공격수는 없다.
“후우.”
데 클라잉은 결연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
“봤죠?”
“···완벽하지 않았어.”
“아닌데.”
“몰라. 못 봤어. 그러니까 아무튼 아니야.”
“나중에 리플레이로 보세요.”
골이 들어갔는데, 이상하게 카펠로는 씩씩 대고 있다.
그런 카펠로를 보며 어깨를 으쓱이는 요한.
경기 전, 요한은 카펠로와 내기 하나를 했다.
개인기에 관한 내기.
발단은 훈련 때였다.
그날도 어김없이 요한에게 엉겨붙고 있던 카펠로였다.
역시나 요한은 카펠로를 철저히 무시했고, 그러자 카펠로는 요한 앞에서 자신의 다양한 스킬을 자랑하며 시비를 걸었다.
“어떠냐? 네 놈은 이런 거 못 하지?”
라 크로케타.
레인보우 플릭.
스텝 오버.
플립 플랩 등.
확실히 카펠로는 공을 예쁘게 잘 다루는 선수였고, 실전에서도 그것들을 써 먹을 만큼 테크닉이 좋은 선수였다.
허나,
요한의 눈엔 그저 정신 사납게 깔짝거리는 걸로 보일 뿐.
요한으로선 이해가 되지 않는 게 정상이었다.
그냥 공 몰고 달리면 제쳐지는데, 왜 저런 재롱을 부리면서까지 수고를 더해야 하나.
때문에 요한은 계속해서 무시했다.
그러자,
“못 하지? 못 하니까 필요 없는 척 하는거지. 넌 안 하는 게 아니라 못 하는 거야. 하하! 테크닉은 역시 이 몸을 이길 수 없지!”
카펠로는 계속해서 요한을 약 올렸다.
그리고, 그게 요한의 버튼을 눌렀다.
안 하는 게 아니라 못 하는 거라고?
타탓-!
파파팡-!
“됐어요?”
“···”
요한은 카펠로가 보여줬던 스킬들을 모두 그대로 카피해 보여줬다.
다 처음 해보는 동작들이었다.
하지만 완벽했다.
“···연습에서는 누구나 다 하지. 문제는 실전에서라고. 실전에서 못 쓰면, 결국 못 쓰는 거야.”
“쓰면 어쩌실건데요?”
“쓰면? 더이상 귀찮게 안 굴어주지. 대신, 못 쓰면 넌 나랑 프리킥 대결 다시 해.”
“좋아요.”
결국 그렇게 내기가 성립 되었다.
승리 조건은 하나.
요한이 실전에서, 카펠로가 정한 3개의 스킬을 사용해 성공시킨다면 요한의 승리.
그 3개 중 하나라도 끝내 성공시키지 못한다면 카펠로의 승리.
“아무튼, 1개 성공했어요.”
“흥! 어차피 그게 제일 쉬운 거였어. 문제는 나머지 두 개라고.”
방금 첫 번째 골에서, 그 3개 중 하나를 성공 시켰던 요한이었다.
라 크로케타.
일명 팬텀 드리블.
사실 요한이 라 크로케타를 구사한건지 모른 채 지나간 사람들도 많을 것이다.
워낙에 빨랐으니까.
심지어 눈앞에서 당한 데 클라잉도 눈치채지 못했을 정도니, 뭐.
다만, 그렇다고 대충 구사한 건 아니었다.
분명 정확히 구사했다.
왼발로 공을 오른발로 옮긴 뒤, 오른발로 치고 나가면서 데 클라잉이 반응조차 못하게 만들었다.
물론 그런 거 안해도 제쳤을 것이다.
아니, 더 빨리 제칠 수 있었겠지.
아무튼, 한 개는 성공했다.
나머지 두 개도 빨리 성공시켜서, 저 귀찮게 구는 나르시스트의 입을 다물게 만들고 말 거다.
<리버풀의 킥오프로 경기가 재개 됩니다. 자, 이른 시간의 실점인데요. 리버풀이 과연 어떻게 경기를 풀어 나갈지요.>
<좀 고민이 되겠는데요. 워낙에 이른 실점이라, 신경 쓰지 않고 준비해 온 대로 할지. 아니면 빠른 동점골을 위해, 원래 리버풀의 스타일로 돌아갈지 말입니다.>
<리버풀 팬들이라면, 후자 쪽을 원할 것 같은데요? 괜히 다르게 하지 말고 말이죠.>
<제 생각도 그래요. 자기가 잘하는 걸 하는 게 맞는 것 같습니다.>
6분 만에 내준 실점은 확실히 리버풀의 계획 안에 없던 일이었다.
“···”
팔짱을 낀 채 심각한 표정으로 그라운드를 바라보는 알랭 누네스 감독.
쉬울 거라고 생각하지 않긴 했다만, 이렇게나 빨리 뚫려 버릴 줄은 몰랐다.
데 클라잉이 말이다.
누네스 감독이 머릿속으로 그렸던 건, 데 클라잉이 요한을 맡아주고.
다른 쪽으로 공을 밀어낸 뒤, 거기서 공을 탈취해 역습을 전개하는 그림이었다.
그런데, 첫 단추부터 실패해 버렸으니 머리가 복잡해질 수밖에 없다.
“···”
데 클라잉의 표정을 유심히 지켜보는 누네스 감독.
녀석의 표정을 보니, 왠지 한 번만 더 믿어봐도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어린 패기가 가득한 데 클라잉이다.
한 번은 질 수 있어도, 언젠간 자신이 이긴다는 좋은 멘탈을 가진 녀석.
그 멘탈 덕분에 하루가 달리 성장한 녀석은 어느샌가부터, 훈련 때 카르발류를 꽁꽁 묶어둘 정도로 빠르게 성장했다.
오늘 경기가 리버풀에게 매우 중요했던 건, 당장의 리그 순위가 걸려 있는 경기여서도 있지만, 데 클라잉의 성장 때문에도 그랬다.
만약 녀석이 요한이라는, 현재로선 적수가 딱히 보이지 않는 괴물과 상대하고, 막아낼 수 있겠다는 자신감을 얻을 수 있다면.
그럼 데 클라잉은 한 경기 만에 열 경기를 뛴 것보다 더 많은 경험치를 얻을 수 있을 것이었다.
그래. 녀석을 위해서라도 한 번 더 기회를 줘보자.
어차피 전반 10분도 지나지 않은 상황.
시간은 많고, 리버풀의 공격력은 언제든 경기를 뒤집을 수 있을만큼 강력하다.
때문에, 누네스 감독은 별다른 전술 지시를 내리지 않았다.
<천천히 다시 기회를 엿보는 웨스트 햄. 리버풀은 여전히 한 발 물러서서 기다립니다.>
<의외네요. 뭐, 아직 시간은 많으니 이해할 수 없는 건 아닙니다.>
변화를 주지 않는 건 웨스트 햄도 마찬가지다.
이른 득점은 없다고 생각하고 경기에 임하는 게 좋다.
리드를 잡았다고 생각하는 순간, 긴장감은 느슨해질 수밖에 없고 상대는 편해진다.
그러니, 몰아칠 때 몰아쳐야 한다.
역시나 웨스트 햄은 빠르게 공격 작업을 전개해 나가기 시작했다.
파아앙-!
파아앙-!
빠르게 좌우 전환 패스를 뿌리며, 리버풀의 수비를 흔들어 놓으려는 카펠로.
그러나 리버풀의 수비는 굳건히 자리를 지킨다.
특히, 데 클라잉은 요한 근처에 서서 움직일 생각이 없다.
하지만, 그게 오히려 반가운 웨스트 햄이다.
다른 경기와 달리 오늘 데 클라잉의 수비 범위는 좁았다.
요한 하나를 감당하기에도 벅차기 때문이겠지.
그럼, 공격 작업이 더 수월해진다.
카펠로 입장에서 말이다.
<공을 끌고 올라갑니다, 카펠로! 찔러 줍니다! 요한에게!>
압박이 적으니 편하게 공을 전달하는 카펠로.
그리고, 요한이 다시 공을 잡았다.
이번엔 달려들지 않는 데 클라잉.
덕분에 요한도 편하게 돌아섰다.
아까보다 두 발자국 정도 떨어져 있는 걸 보니, 역시 요한의 스피드를 신경 쓰고 있는 듯.
‘흐음.’
천천히 공을 툭툭 치며 접근하는 요한.
이왕이면 후딱 해치울 생각인데.
남은 두 개 중 뭐부터 해치울까.
으음.
이런 상황이라면, 이게 적절할 것 같다.
스르륵-
천천히 공을 몰고 가던 요한이, 순간 속도를 높이며 공을 지나쳤다.
동시에, 뒷발로 공을 낚아채 띄워 올렸다.
일명 사포라 불리는 스킬.
레인보우 플릭이다.
“···!”
공이 두둥실 떠오르는 순간, 데 클라잉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순간, 이게 맞나 싶었다.
그러니까 지금, 이 자식이 이런 중요한 경기에서, 자신을 앞에 두고 레인보우 플릭을 사용했다는 것인가?
‘날··· 좆으로 봐?’
레인보우 플릭은 엄연한 스킬이다.
사용해선 안된다는 규칙 따윈 없다.
허나, 일종의 불문율이다.
스킬 자체가 상대를 농락하는 행위로 비춰질 수 있기 때문에, 남발되는 스킬은 아니다.
물론 지금은 그 케이스에 해당되는 상황은 아니었다.
어쨌든 상대를 농락이나 하고 있을 정도로 기울어진 상황은 아니니까.
그러나, 데 클라잉 본인은 그렇게 느낄 수밖에 없다.
이 새끼가, 한 번 뚫었다고 자길 개무시하고 있다는 거.
열이 받을 수밖에 없었다.
퍼어억-!
곁을 지나치려는 요한에게, 거칠게 어깨를 밀어 넣는 데 클라잉.
그러나,
“큭···!”
황소다. 밀리지 않는 요한.
오히려, 그대로 뚫고 지나간다.
한쪽 어깨와 디딤발로 데 클라잉을 완전히 막아낸 요한은, 떨어지는 공을 그대로 발리로 연결했다.
뻐어어어어엉-!
그런데, 그 발리가 살짝 뜨고 말았다.
타아아아앙-!
<골 포스트! 골 포스트가 살렸습니다!>
아.
슈팅 순간 밸런스가 살짝 깨졌다.
요한 답지 않은 아쉬운 마무리.
아무래도 한 번도 써보지 않은 레인보우 플릭에 온 신경을 쓰느라 슈팅이 살짝 떴다.
공은 그대로 골 라인을 벗어났다.
아쉽게 됐네.
한숨을 한 번 내쉬고, 돌아가려는데.
“실패! 실패!”
“···”
그새 카펠로가 다가와 비웃었다.
아. 드럽게 쫑알대네.
무시하고 가려는데, 이번엔 옆에서 또 지랄을 한다.
“할 줄도 모르면서 뭐 하는거지? 어이, 똑바로 안 하냐? 장난 치는거야?”
열 받은 데 클라잉이었다.
완전히 무시 당했다는 생각에 격분한 데 클라잉이 요한에게 빈정거리기 시작한 것.
“···”
얜 또 뭐야, 라는 눈빛으로 데 클라잉을 쳐다보는 요한.
똑바로 하라고?
요한은 어깨를 으쓱였다.
오늘 카펠로만 입 다물게 만드려고 했는데, 안되겠다.
입을 다물게 해야 할 녀석이 하나 더 생겼어.
‘죽여야겠다.’
심드렁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는 요한.
데 클라잉이 위기를 자초하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