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zy genius striker RAW novel - Chapter (93)
나태한 천재 스트라이커-93화(93/202)
< 092화 – 승부 보자 >
“오늘 공수에 걸친 넓은 활동량으로, 사우스햄튼의 주포인 에르난데스 선수를 꽁꽁 묶어 놓으며 팀 승리를 견인하셨습니다. 축하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와, 생각보다 훨씬 멋진 목소리를 가지고 계신데요? 아마 네이슨 선수의 목소리를 처음 듣는 팬들도 꽤 많을 것 같아요.”
“···”
“음, 아무튼. 올 시즌 처음으로 MOM에 선정 되셨는데요. 소감 한마디 해주시죠.”
처음으로 MOM 인터뷰를 하게 된 네이슨은 약간 긴장한 듯, 목을 가다듬었다.
“일단은, 너무 행복합니다. 오늘 MOM을 받아서가 아니라··· 제가 이 팀에서 뛰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행복합니다. 팀 동료들, 코치님들, 감독님. 모두 정말 좋습니다. 확실하게 말합니다. 저는 이 팀에서 가능한 오래 뛰고 싶습니다.”
“···와우. 마치 랩처럼 팀에 대한 애정을 드러내셨는데요. 요즘 항간에 떠도는 이야기들을 의식하고 계신 건가요?”
한 달치 말을 해버려서 그런지, 네이슨은 잠시 숨을 돌린 다음 대답했다.
“맞습니다. 저에 관해 나오는 이야기들은 전부 사실이 아닙니다. 특히 제가 참기 힘들었던 건···”
“참기 힘들었던 건?”
“저와 요한에 관한 이야기인데요. 제가 요한이 때문에 박탈감을 느낀다느니, 행복하지 않다느니, 요한이를 싫어한다느니 하는 이야기들 말입니다.”
“실제론 전혀 그렇지 않군요?”
“당연합니다. 전 요한이 같은 선수와 함께 뛰는 것을 행운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제가 얼마나 요한을 좋아하냐면···”
말을 끊고 잠시 고민에 잠기는 네이슨.
네이슨은 마지막까지도 이 말을 할까, 말까 고민하다, 눈을 딱 감고 다시 말을 이었다.
마치 대본을 읽는 아나운서처럼, 기계적이고 또박또박하게.
“요한이는 저의 태양입니다. 저는 녀석의 빛을 받아 반사 시키는 달일 뿐이죠. 오늘은 빛을 많이 받은 덕에 보름달이 될 수 있었네요. 저는 제 역할에 백퍼센트 만족하고 있습니다. 요한이와 한 팀에서 뛸 수 있다는 게 정말 즐겁습니다. 저는 그 친구를 사랑합니다.”
“하하. 정말 진심이 느껴지는데요. 들으셨죠, 기자 분들?”
인터뷰를 마친 뒤, 네이슨은 상기된 얼굴로 인터뷰 장을 빠르게 빠져 나갔다.
그리고, 그 다음 날.
훈련장에서 동료들은 네이슨을 가리키며 박장대소를 터뜨렸다.
“이야, 이게 누구야. 그라운드 위의 음유시인 아니야?”
“요한이는 태양이요, 나는 달이로다. 어떻게 그런 시상이 떠오른 거야?”
“너, 입까지 열면 모든 사람들이 반할까봐 일부러 아끼고 있었던 거냐?”
“···”
요한에 대한 애정을 아낌 없이 드러낸 네이슨을 놀리는 동료들.
그런 동료들의 놀림에 네이슨은 부끄러운 듯 한숨을 내쉬었다.
아.
그냥 하지 말 걸 그랬나.
승리에 너무 취했었다. 어제 밤은.
“···”
그리고, 그런 네이슨을 한 쪽 구석에서 누군가 못마땅하다는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다.
해리 케인이었다.
왠지 모르게, 케인은 자기도 뭔가 해야 할 것 같다는 조바심을 느끼고 있는 모양이었다.
ㆍㆍㆍ
“다음 시즌도 이대로 가겠지? 애들이 이렇게 요한이를 중심으로 하나가 됐는데 말이야.”
“아뇨.”
“아니라고?”
“더 보강이 있을 거예요. 구단주 님이 약속 했거든요.”
“정말이냐?”
로한과 뉴스를 보고 있던 반석호는 반색했다.
듣던 중 반가운 소리네.
지난 여름에 이어, 이번 겨울에도 놀라울 만큼 성공적인 영입을 이뤄냈는데.
다가오는 여름에 또 보강이 있을 거라고?
이쯤 되니 헷갈린다.
지금의 웨스트 햄이, 원래 알던 웨스트 햄이 맞나 하고.
이 팀 팬질을 십수년 간 해왔지만, 요즘처럼 마음에 들던 때가 없다.
이게 다 요한이 덕분이겠지.
녀석 덕분에 우승 경쟁도 해보고, 팀이 빅클럽으로의 도약도 노리는 팀이 되었다.
“어느새 벌써 32라운드가 끝났네요.”
“그러게. 벌써 3월도 끝나가네. 시간이 참 빨라. 벌벌 떨면서 요한이 데뷔전 보러 간 게 엊그제 같은데.”
“실제로도 얼마 안되긴 했지만요. 아무튼, 요한이의 첫 시즌도 마무리를 향해 가네요.”
시간은 참 빠르다.
벌써 시즌의 막바지.
물론 아직 끝은 나지 않았다.
그런데, 뭔가 벌써부터 아쉽다.
“로한아.”
“네?”
“솔직하게 하나만 묻자.”
“뭘요?”
“넌 올해 우리 팀이 우승했으면 좋겠냐, 못했으면 좋겠냐?”
“네? 아니, 무슨 그런 질문을. 당연히··· 으으음···”
“너도 복잡하지?”
“···복잡하네요.”
리그 경기를 고작 6경기 남겨둔 시점.
어려워 보이긴 하지만, 어쨌든 여전히 우승의 가능성은 남아 있는 웨스트 햄이다.
유로파만 진출해도 성공이라고 봤던 이번 시즌.
그러나 팀은 매일 새삼스럽게 놀랄 정도로 좋은 성적을 기록 중이었고, 덕분에 팀을 사랑하는 마음 만큼은 누구에게도 질 자신이 없는 반석호와 로한은 요즘이 제일 행복했다.
둘은 당연히 팀의 리그 우승을 바랐다.
감히 소원이라고 생각하지도 못한 대단한 일이다. 우승이라는 건.
그 중심에, 요한이가 있는 걸 보고 싶기도 하고.
하지만, 마냥 기뻐하기만 할 수도 없을 것 같다. 웨스트 햄이 우승하는 그 순간이, 요한이를 더 이상 필드 위에서 볼 수 없게 되는 날이기 때문이다.
욕심이라면 욕심인데, 솔직히 어느 하나도 도저히 놓을 수가 없다.
팀의 우승, 그리고 요한이가 더 큰 무대에서 뛰는 모습을 보는 것.
로한은 머리를 쥐어 뜯더니, 조심스럽게 말했다.
“리그 2위도··· 진짜 대단한 거 아니에요?”
“당연히 대단한거지. 엄청 대단한거지. 미친 듯이 위대한 거지.”
“다음 시즌에 우승하면 되는 거기도 하고요. 우리 팀, 후반기에 더 강해졌잖아요? 이 정도면 내년엔 무패 우승도 할 수 있을지 몰라요.”
“거기까진 기대 안한다만, 우승은 정말 가능성 높지.”
웨스트 햄.
세상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가장 사랑하는 팀이다.
근데 그게 하나 뿐인 동생, 그리고 아들이라면 얘기가 좀 다르지.
특히나,
“만약 요한이가 없어지면, 내년에도 지금처럼 할 수 있을까?”
“아뇨···”
요한이가 은퇴하면, 그 다음은?
상상도 할 수 없다.
그렇다고 약속을 바꿔서 우승했는데도 더 뛰어 달라고 바짓가랑이를 붙잡을 수도 없는 일이지.
지금 정도만 해도 요한이가 얼마나 노력하고 있는건지, 둘은 잘 알고 있었으니까.
로한은 고개를 세차게 저었다.
“아무래도, 전 봐야겠어요. 요한이가 챔피언스 리그도 뛰고, 빅이어도 들어 올리고, 뭐 유로도 우승해 버리고, 내친 김에 발롱도르까지 타는 모습을.”
“못할 거 없지. 아니, 당연히 가능하지.”
“그때가 되면 얼마든지 은퇴해도 되죠. 뭐··· 또 생각이 바뀔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이번이 마지막은 아니었으면 하지.”
참 묘하다.
웨스트 햄이 리그 트로피를 들어 올리는 모습.
물론 보고 싶지.
근데, 그게 내년이어도 괜찮을 것 같다는 느낌. 아니, 어쩌면 내후년이어도.
기왕이면 요한이가 축구 선수로서 이룰 수 있는 건 모두다 이루는 모습을 보고 싶다.
이건 동생이라서, 아들이라서가 아니다.
한 사람의 축구 팬으로서다.
요한이는, 그럴 능력이 있는 선수다.
그런 녀석이 일찍 그라운드 위를 떠난다는 건, 여러모로 아까운 일.
때문에,
“맨시티, 오늘도 이겼네요.”
“질 거라곤 기대 안했어.”
맨시티가 오늘도 이겼다는 소식이지만, 로한과 반석호는 어깨를 한 번 으쓱였을 뿐 그다지 아쉬워 보이지 않았다.
어차피 우승은 하늘이 점지해주는 것.
바란다고 될 것도, 바라지 않는다고 안될 것도 아니다.
그저, 어떤 결과가 나오든 받아들일 준비가 되었을 뿐이었다.
ㆍㆍㆍ
프리미어 리그의 경우, 만약 상위 2개 팀의 승점이 동률이라면, 골득실이 더 높은 팀이 우승 트로피를 차지하게 된다.
현재, 맨시티와 웨스트 햄의 골득실을 비교한다면, 압도적으로 높은 쪽은 맨시티였다.
웨스트 햄은 어쨌든 꽤 어려운 경기도 많았고, 실점을 줄이기보단 득점력으로 커버해 온 경기가 많았던 반면.
맨시티는 그야말로 완벽하게 상대를 제압하는 경기가 많았으니 당연한 일.
때문에, 승점 3점 차라도 실제론 그보다 더 여유가 있는 맨시티였다.
그래서일까.
맨시티는 흔들리지 않았다.
리그 33라운드에도 맨시티는 승리를 가져갔다.
하지만 웨스트 햄도 승리를 거둔 건 마찬가지였다.
33라운드 상대로 리즈 유나이티드를 만난 웨스트 햄은, 만만치 않은 경기를 펼쳤으나 어쨌든 승점 3점을 챙겼다.
노골적으로 요한을 견제하는 리즈의 수비에 답답한 느낌이었는데, 결국 요한이 골이 아닌 어시스트로 경기를 풀어냈다.
덕분에 여전히 34라운드에도 양 팀의 우승 경쟁은 이어질 수 있게 되었다.
34라운드는 웨스트 햄에게 중요한 라운드였다.
상대가 올 시즌 마지막으로 만나는 빅6팀,
아스날이었기 때문이다.
아스날로서도 절대 놓칠 수 없는 이번 34라운드였다. 4위 첼시와 승점 차가 고작 2점인 아스날이었으니.
웨스트 햄 때문에 더욱더 헬 난이도가 되어버린 챔스 경쟁.
적어도 승점 1점은 챙겨가야 하는 아스날이었고, 또 후반기 기세가 좋은 아스날이었기에.
이번 웨스트 햄과의 경기에서 막판 뒤집기를 노리는 아스날이었다.
그러나, 웨스트 햄은 공평했다.
첼시에게 단 1점의 승점도 허용하지 않았듯, 웨스트 햄은 아스날에게도 승점을 허용하지 않았다.
지난 1차전이 그랬듯, 이번에도 승부는 3대1 웨스트 햄의 승리였다.
이날 경기에서 요한은 역시나 1골 1도움, 2개의 공격 포인트를 기록하며 아스날의 희망을 꺾어 버렸다.
또한 이로써, 빅6 팀들 중 웨스트 햄에게 ‘더블’을 당하지 않은 팀은 맨시티가 유일하게 되었다.
리버풀, 첼시, 아스날, 맨유, 토트넘.
이 모든 팀들이 웨스트 햄에게 모두 2패씩을 기록했다는 것이었다.
놀라운 기록이 아닐 수 없었고, 이제 더 이상 이견을 낼 수 있는 사람은 없었다.
웨스트 햄이 순수하게 ‘실력’으로 2위 자리를 차지하고 있고, 맨시티의 목을 노리고 있다는 사실에 말이었다.
어찌됐건, 아직 마지막까지 결과를 지켜봐야 알겠지만.
웨스트 햄 아래 순위에 머무르게 된 빅클럽들은 다음 시즌을 벼를 수밖에 없게 되었다.
특단의 대책이 필요한 그들이었다.
그 특단의 대책이란, 뭐 간단할 거다.
대대적인 선수 영입.
혹은 거물급 감독 선임.
이 정도겠지.
이게 간단하긴 한데, 어려워서 문제지.
아무튼, 확실히 빅클럽들은 미리 움직이고 있었다.
맨유는 벌써부터 차기 감독 리스트가 떠돌고 있었고, 첼시와 아스날은 거액의 이적 자금을 준비 중이라는 이야기가 떠돌고 있었다.
리버풀은 지금의 멤버들을 좀 더 다듬겠다는 것 같고, 토트넘은 딱히··· 모르겠다. 또 감독들이랑만 링크가 나는 중이라 팬들의 원성이 자자하다던데.
뭐, 어차피 다음 시즌 유로파도 못나가는데 보강할 필요가 있나?
-번리, 강등 확정··· 그들과 함께 내려갈 팀은 누가 될 것인가
-챔스ㆍ유로파 진출 팀 거의 확정··· 우승 경쟁은 마지막까지
-4경기 남겨두고 3점 차 맨시티, 유리하지만 방심할 수 없다··· FA컵 8강 상대 첼시 변수
치열한 막판 경쟁을 앞두고, 리그는 잠시 쉬어가는 타임을 가졌다.
4월 둘째 주, FA컵 8강이 열렸다.
웨스트 햄의 8강 상대는 뉴캐슬.
뉴캐슬은 이번 시즌, 웨스트 햄에게 상대 전적을 앞서는 유이한 팀 중 하나였다.
17라운드에서 3대1로 승리를 거두며 1대0의 전적을 기록 중이었고, 두 번째 맞대결이 37라운드에 남겨져 있었으니.
확실히 만만한 팀은 아니었다.
패배했던 그날, 요한이 명단 제외로 빠졌다곤 하나 어쨌든 3대1의 스코어로 크게 승리했다는 건 그만큼 저력이 있다는 뜻.
또한, 이번 8강 경기에도 요한은 선발로 나서지 않았다.
지난 16강 때와 마찬가지로 케인 선발.
때문에 승부의 향방은 쉽게 알 수 없을 듯 보였다.
그러나, 이번에도 케인이 미쳐 날뛰었다.
뭔가 동기부여가 제대로 되어 보인 케인은, 16강 때보다도 더 활발한 활약을 펼치며 2골과 1도움을 몰아치며 뉴캐슬을 눌러 버렸다.
역시, 누가 결승전 전까지의 케인은 무적이 아니랄까봐.
케인 덕분에 웨스트 햄은 3대1, 꽤 손쉽게 승리를 거두었고 막판엔 주전들의 체력을 아끼기까지 하며 4강에 진출했다.
이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은 웨스트 햄이었다.
그런데,
더 기분 좋은 소식이 반대편 사이드에서 들려왔다.
같은 시각에 열린 맨시티와 첼시의 8강전.
이 경기가 치열한 승부 끝에 90분 동안 승부를 내지 못하고 연장전으로 이어졌다는 소식.
맨시티는 빠르게 승부를 보고 싶은 모습이었지만, 첼시가 끈덕지게 물고 늘어지는 형국이었다.
웨스트 햄이 아스날을 잡아준 것에 대한 보답일까.
뭐, 그보단 첼시도 트로피 하나 없이 시즌을 마무리하기엔 덩치가 너무 큰 클럽이다 보니.
절대 물러설 수 없었다.
하지만, 어쨌든 승리를 가져간 건 맨시티였다.
120분의 혈투 끝에, 에이스인 사미르 리샤드의 결승골로 1대0.
8강 진출에 성공하게 된 맨시티긴 하다만.
출혈이 큰 건 사실이었다.
안 그래도 막판까지 리그 우승 경쟁이 이어지는 마당에, 120분 경기까지 치르게 됐으니.
‘혹시?’
혹시라는 말들이 슬금슬금 나오기 시작했다.
대부분은 맨시티가 무난히 우승하겠거니 생각하고 있던 시점.
그러나,
막판까지도 결과를 알 수가 없을 듯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