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zy genius striker RAW novel - Chapter (94)
나태한 천재 스트라이커-94화(94/202)
< 093화 – 승부 보자 >
FA컵 8강 경기에서 뉴캐슬에게 복수한 데 이어, 웨스트 햄에겐 연이어 복수의 기회가 찾아왔다.
4월 15일, 리그 35라운드 상대는 울버햄튼.
울버햄튼 역시 지난 7라운드 때 웨스트 햄을 상대로 승리를 거둔 바가 있다.
또한, 그 경기 역시 요한은 출장하지 않았었다.
그러나 이번엔 요한이 있었다.
케인 덕분에 꿀맛 같은 휴식을 취한 요한은, 형들의 복수를 하러 왔다는 듯 늑대군단을 마주했다.
그리고, 그 늑대들을 요한은 무참히 도륙해 버렸다.
<압도적인 공격력입니다! 시작부터 앞서 나가는 웨스트 햄!>
요한이 나선 웨스트 햄에게 울버햄튼은 상대가 될 수 없었다.
그들이 지난 라운드에서 거둔 승리는, 그저 행운이었을 뿐.
결국 뉴캐슬처럼, 울버햄튼과의 상대 전적도 정리가 되었다.
이제, 올 시즌 웨스트 햄에게 상대 전적을 앞서는 팀은 단 한 팀도 없게 되었다.
최대가 1대1, 동률.
단 한 팀에게도 더블을 내주지 않는 저력의 웨스트 햄이었고, 그 중심엔 역시나 요한이 있었다.
어쩌면 웨스트 햄 팬들이 35라운드에 더욱 주목한 건, 자신들의 경기보다 맨시티의 경기였을 것이다.
지난 주, 첼시와 120분의 혈투를 벌였던 맨시티는 35라운드 상대로 레스터 시티를 만났다.
여우군단은 탄탄한 수비에 빠른 역습을 갖춘, 자이언트 킬링을 하기 안성맞춤의 색깔을 가진 팀이었기에, 체력 저하가 없을 수 없는 맨시티 입장에선 까다로운 팀이 분명했다.
많은 웨스트 햄 팬들은, 그 레스터가 맨시티에게 고춧가루를 뿌려주길 기대하며 그 경기를 지켜 보았다.
그러나, 맨시티는 쉽게 흔들리지 않았다.
맨시티에겐 확실한 에이스가 있었다.
사미르 리샤드.
첼시 전에서도 교체로 투입 되어 결승골을 터뜨렸던 그가, 레스터와의 경기에서도 결승골을 넣으며 3점의 승점 차를 유지시켰다.
아니, 정확히는 결승골과 추가골, 그리고 쐐기골까지였다.
<환상적인 솔로 골이었습니다! 사미르 리샤드! 크랙, 그 자체!>
<촘촘한 밀집 수비 사이를 어떻게 저리 통과할 수 있을까요!>
14분, 36분, 55분.
리샤드, 리샤드, 리샤드.
리샤드는 레스터의 밀집 수비를 상대로, 혼자 세 골을 몰아치는 괴력을 선보이며 혼자서 그 경기를 캐리해 버렸다.
맨시티는 확실한 스타 군단이다.
스쿼드의 몸값을 모두 합치면, 단연 가장 위에 있는 팀.
그러나, 그 중에서도 리샤드의 재능은 군계일학으로 보였다.
물론 리샤드가 완벽한 선수인 건 아니었다.
리샤드는 부상이 잦았다.
그냥 잦은 정도가 아니라, 부상을 만들어 입는다고 할 정도로 잦다.
가장 어이 없었던 부상은 지난 시즌, 경기장도 훈련장도 아닌, 자택에서 샤워하다 당한 발등 부상이었다.
유리로 된 로션 통이 발등에 떨어졌다나 뭐라나.
당장 이번 시즌에도 족저근막염 때문에 전반기 대부분을 날려 먹은 리샤드였고.
하지만, 일단 건강한 몸 상태로 경기에 나오기만 하면 캐리를 해버리는 리샤드였다.
키는 그리 크지 않지만 밸런스가 잘 잡힌 몸, 빠른 순간 스피드, 무엇보다 화려함과 실용성을 모두 갖춘 드리블 능력.
소위 사람들이 말하는 ‘크랙’의 전형.
그런 리샤드는 복귀 후 절정의 폼을 보여주고 있었고, 그것만으로 맨시티 팬들은 절대 우승을 놓칠 리가 없을 거라며 안심하고 있는 중이었다.
실제로도, 리샤드가 뛴 경기 중 승점을 드랍한 경기는 단 한 경기도 없었고.
그러니, 웨스트 햄 팬들과 맨시티 팬들의 관심사는 오로지 하나.
리샤드의 몸 상태가 어떻느냐였다.
경기 중 그가 가볍게 넘어지기만 해도 가슴을 졸이는 맨시티 팬들이었고, 웨스트 햄 팬들은 제발 털끝 하나라도 다치길 빌었다.
그러나 어쨌든, 현재의 리샤드는 매우 좋은 컨디션을 유지 중이었다.
분명 웨스트 햄에겐 좋지 않은 소식이었다.
하지만, 슈미트 감독은 오히려 리샤드가 그렇게 최상의 컨디션을 계속 유지해주길 바랐다.
그래야, FA컵 결승전에서 맨시티를 만났을 때, 제대로 된 복수를 해줄 수 있을 테니까.
맨시티에게 승리를 거뒀던 8라운드 때, 리샤드는 없었다.
반대로 패배했던 21라운드 땐 리샤드가 있었다.
때문에 그런 말들이 나오고 있었다.
웨스트 햄이 맨시티에게 더블을 당하지 않은 건, 운이 좋았을 뿐이라고.
이미 증명 되었듯이, 웨스트 햄은 풀 전력의 맨시티를 절대 이길 수 없다고.
그래서 풀 전력의 맨시티를 만나고 싶은거다.
리샤드가 없는 맨시티는 만난다고 해도 김이 빠질 뿐.
슈미트 감독은 꼭 리샤드가 건강한 모습으로 웸블리 스타디움에 모습을 드러내길 바랐다.
“야, 걔 안 다쳤대냐?”
“그런 것 같아. 웬일이지.”
“아씨, 빨리 부상 당해야 하는데.”
“이 놈들아, 쓸데 없는 소리 말고 퍼뜩 가서 훈련이나 해!”
뭐, 웨스트 햄의 수비수들은 슈미트 감독과 생각이 좀 다른 듯 했지만.
어찌됐든, 그들과 만나기 위해선 일단 4강 전부터 이겨야 한다.
웨스트 햄의 FA컵 4강 상대는 크리스탈 팰리스.
당연히 자신 있다.
리그에서 팰리스를 두 번 모두 3대1로 이겼던 경험이 있으니.
여러모로 대진은 좋다.
솔직히, 사람들이 ‘꿀대진’이라며 까대는 것도 부정할 생각은 없었다.
16강 미들즈브러, 8강 뉴캐슬, 4강 크리스탈 팰리스.
대진이 무척이나 수월했던 건 사실이니까.
그렇기에 맨시티가 풀 전력으로 결승까지 오길 바라는 것도 있다.
지금까지의 대진이 어땠든, 결승에서 풀 전력의 맨시티를 박살 낸다면.
웨스트 햄이 트로피를 들어 올리는데 이견을 낼 사람은 없을 것이니 말이었다.
ㆍㆍㆍ
어쩌면 이번 FA컵의 4강까지 오른 네 팀 중, 가장 유리한 입장인 건 크리스탈 팰리스인지도 몰랐다.
나머지 세 개의 팀, 웨스트 햄과 맨시티, 그리고 아스날이 모두 막판까지 리그 순위를 확정짓지 못한 팀들이기 때문이다.
팰리스야 이미 진작에 순위가 확정 된지라, 리그에선 유망주들을 경기에 내보내고 있는 상황.
그들은 정말 오랜만에 진출한 이 FA컵에 목숨을 걸고 있었다.
혹시 아는가.
이 쟁쟁한 클럽들 사이에서, 우승이라도 차지할 수 있을지.
그렇게 되면 유로파 리그 진출권도 따낼 수 있으니, 목숨을 걸어볼 만 한 일이었다.
특히나, 대진도 나쁘지 않은 편이다.
웨스트 햄, 물론 강한 팀이고, 리그에서도 이겨보지 못한 팀인 건 사실이다.
자신들 뿐만 아니라 빅6 클럽들도 웨스트 햄에게 이기지 못했다는 건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요한이 있을 때의 이야기고.
FA컵에선 달랐다.
오늘도 웨스트 햄의 선발 공격수는 케인.
요한은 벤치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이거, 정말 해볼만 하다고 생각하는 크리스탈 팰리스였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웃긴 일 아닌가?
아무리 요한보단 케인을 상대하는 게 낫다곤 해도, 그래도 케인이다.
물론 전성기가 지난 케인이라지만, 그래도 케인이란 말이다.
16강과 8강에서 건재함을 드러냈던 케인이었다.
리그엔 요한이 있기에 체력 관리가 잘 된 케인은, 딱히 전성기 때와 크게 다른 점이 없어 보이는 경기력을 보여줬었다.
케인이 백업 스트라이커인 건, 어디까지나 주전 공격수가 요한이기 때문.
만약 그가 팰리스 소속이었다면, 지금도 주전일 것이었다.
팰리스는 그걸 조금 간과하고 말았다.
오늘까지가 자신이 할 수 있는 마지막 역할이라는 걸 케인을 잘 알고 있었다.
이 다음부터는 요한의 몫.
자신의 역할은, 녀석이 편하게 식사를 할 수 있도록 밥상을 차리는 일이다.
케인은 그동안 트로피를 찾아 헤맸었던 자신의 한을 토해내듯, 크리스탈 팰리스에게 모든 걸 쏟아부었다.
<고오오올-! 케인의 골이 또다시 터졌습니다! 이러면, 이번 FA컵 득점왕은 케인이 차지할 수도 있겠는데요!>
<우리가 알던, 그때의 케인이 돌아왔습니다!>
케인은 전반 12분과 27분, 2골을 연이어 집어넣으며 승기를 웨스트 햄에게 가져왔다.
일찌감치 앞서가기 시작한 웨스트 햄은 카펠로의 조율 아래 경기를 여유롭게 운영했다.
그리고, 2점 차의 리드를 70분까지 지켜내며 승기를 완전히 굳히고 팰리스의 전의를 상실케 만들었다.
언뜻 보면 이게 무슨 소리냐 할 수 있다.
70분에 2점 차면 충분히 뒤집을 수 있는 점수 차이고, 어차피 지면 끝인 토너먼트인데 고작 그걸로 전의를 상실한다니.
맞는 말이다.
정확히 말하면, 70분 경에 이루어진 선수 교체가 2점의 점수 차보다 더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해리 케인을 빼주고, 요한 반을 투입합니다. 케인 선수, 오늘도 열심히 뛰어 주었죠?>
<요한과 유난히 오랫동안 포옹을 나눈 뒤 경기장을 나오는 케인입니다.>
70분 동안 힘을 다한 케인이 나왔고, 요한이 투입 되었다.
선수 교체란 게 원래 그렇지만, 그 둘의 교체는 확실히 바통 터치의 느낌이었다.
케인이 여기까지 올려놨으니, 이제 요한이 마무리할 차례라는 느낌.
<웨스트 햄의 의지는 확실하군요. 보통은, 이런 경우 수비수들을 투입하며 경기를 굳힐 준비를 하겠습니다만, 요한의 투입이 오히려 그 어떤 수비수를 투입한 것보다 팰리스에겐 압박이 클 듯 합니다.>
<그렇죠. 어떻게든 따라 잡아야 한다는 생각만 하기에도 모자란데, 더 벌어질지도 모르겠다는 걱정까지 해야 하니까요.>
마치 몸 풀기의 느낌이었다.
물론 리그 경기라고 크게 다르진 않다만, 어쨌든 단판에 모든 걸 쏟아붓는 토너먼트 경기의 공기는 경험해 볼 필요가 있었기에 투입된 요한이었다.
결승을 앞두고, 적응 차원의 투입.
그에 걸맞게 요한은 힘을 뺀 듯 툭툭 움직였다.
그러나, 그 가벼운 움직임들이 팰리스에겐 족족 치명상이 되었다.
<아아, 쐐기골입니다! 바니!>
<끝났어요. 이 게임, 끝났습니다.>
요한은 투입된 지 5분 만에, 모 아니면 도 식의 공격을 퍼붓던 팰리스의 뒷공간을 털어 먹으며 쐐기골을 집어넣었다.
그걸로 경기는 끝.
웨스트 햄은 크리스탈 팰리스를 누르고 FA컵 결승에 먼저 이름을 올렸다.
ㆍㆍㆍ
결국 슈미트 감독의 바람이 성사 되었다.
맨시티가 아스날을 꺾고 FA컵 결승전에 진출한 것이었다.
-‘극강’ 맨시티, FA컵 결승 진출··· 오랜 숙원 트레블 노린다
-FA컵에서 성사된 1,2위팀의 맞대결!
-사미르 리샤드, 요한 반. 결승전서 올 시즌 PL 최고의 공격수 가린다
결승 상대가 맨시티로 확정이 되면서, 선수들의 동기부여는 하늘 끝까지 올라갔다.
리그 우승 트로피를 놓고 맨시티와 경쟁하게 된 입장이지만, 정작 맨시티와는 더 이상 만날 수 없는 입장이었던 웨스트 햄.
웨스트 햄이 리그 우승을 할 수 있는 방법은, 다른 팀들이 맨시티를 잡아주는 방법 밖엔 없었다.
그러나, FA컵은 다르다.
맨시티를 만나, 이기면 우승컵을 들어 올릴 수 있다.
그 사실이 반가웠다.
자신들의 손으로 쟁취할 수 있다는 거.
물론 맨시티는 매우 어려운 상대다.
최근 경기에서 지기도 했고.
그들과 90분 동안을 마주하는 것 자체가 숨이 턱 막힐 정도다.
하지만, 다시 만난다면 이길 자신은 있었다.
그래서 가장 까다로운 상대인 그들이 결승 상대로 정해졌다는 게, 웨스트 햄 입장에선 반가운 일이었다.
-[PL 36R] 웨스트 햄 2:1 에버튼
-[PL 36R] 맨시티 3:0 본머스
어쨌든 가능성이 남아 있는 이상 리그 경기에도 힘을 뺄 순 없었다.
36라운드에서 웨스트 햄은 에버튼을 제압하며 마지막까지 맨시티를 쪼았다.
그러나, 맨시티 역시 역전 드라마 따위는 기대하지 말라는 듯 절대적인 면모를 보여주었다.
결국 37라운드가 웨스트 햄에겐 마지막 기회였다.
37라운드에서 마저도 맨시티가 승점 3점을 챙겨가게 된다면, 38라운드의 결과가 어떻게 되든 우승은 맨시티가 된다.
그리고,
역시 맨시티는 맨시티였다.
-[PL 37R] 맨시티 4:1 아스톤 빌라
-맨체스터 시티, 2027/28시즌 프리미어 리그 우승!
-역대급으로 치열했던 다툼, 결국 맨시티의 승리!
맨시티는 37라운드에서 승리했다.
그것으로, 남은 마지막 경기와 상관없이 이번 시즌의 프리미어 리그 우승 팀은 맨시티로 결정이 되었다.
아쉬웠다.
아쉽지 않다면 거짓말.
이렇게 역대급 시즌을 보내고도, 한 끗 차이로 우승을 놓쳤으니.
만약 훗날 돌이켜 본다면 땅을 치고 아쉬워 할 순간이 될 지도 몰랐다.
하지만, 아쉬운 것과는 별개로 만족스러운 시즌이기도 했다.
마지막까지 맨시티와 우승 경쟁을 해봤다는 게 어딘가.
불과 시즌 초 목표가 유로파 리그 진출이었던 팀이 말이다.
팀은 강해졌고, 선수들은 젊으며 하나로 똘똘 뭉쳐 있었다.
분명, 내년 시즌엔 더욱 강해진 모습으로 돌아올 수 있을거란 확신이 있었다.
그러나, 그건 어디까지나 요한을 제외한 다른 선수들의 이야기였다.
“못한다구요?”
“응. 이젠 못 뒤집어.”
“한 경기 남았잖아요.”
“그 경기, 우리가 이기고 걔네가 져도 안돼.”
“그럼 승점이 똑같아지는데요.”
“승점은 동률이지만, 골득실에서 밀리거든.”
“골득실?”
요한에겐 이 정도면 됐다는 만족감 따위가 들 리 없었다.
우승이 아니면 꼴찌를 한 거나 다름이 없는 요한이었으니까.
지난 1년간도 힘들었는데, 이걸 1년 더 해야 한다니.
형용할 수 없는 짜증이 확 솟구쳤다.
“하아···”
결국 또 맨시티, 그 자식들인가.
우승을 놓친 것도 뭣 같은데, 그걸 가져간 게 맨시티인 게 더 싫다.
아, 진짜 열 받네.
이렇게 되니 그나마 다행인 점이 있다.
FA컵 마지막 상대가 맨시티랬으니까, 적어도 이 분풀이를 할 수 있는 기회는 있다는 거.
진짜, 안되겠다.
그 경기에서 녀석들을 다 부숴 버려야, 이 짜증이 조금이라도 풀릴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