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zy genius striker RAW novel - Chapter (97)
나태한 천재 스트라이커-97화(97/202)
< 096화 – 9번 차이 >
경기장의 반이 제 자리에서 펄쩍 뒤었고, 경기장의 반은 털썩 주저 앉았다.
그러나, 그 모두가 머리를 감싸쥐었다는 것은 똑같았다.
<어, 어떤 수식어를 붙여야 할까요! 너무 많은 것들이 떠올라 말이 나오지 않습니다! 대단합니다! 믿기지 않는 피니시!>
<뭐라 말씀드릴 수가 없네요! 바니가 2골 째를 터뜨립니다! 이건 큰데요!>
옌킨슨의 얼리 크로스가 완벽했던 건 아니었다.
좀 더 골문 쪽으로 붙었다면 더 위협적이었겠지만, 크로스는 약간 뒤쪽으로 향했다.
하지만 그건 문제가 되지 않았다.
요한은 풀쩍 뛰어올라 가슴으로 공을 트래핑했고, 공중에서 몸을 뒤틀며 발이 땅에 닿기 전에 슈팅을 때렸다.
완벽한 시저스 킥.
골키퍼는 당연히 반응할 수 없었으며,
맨시티 선수들 모두가 벙찔 수밖에 없었다.
맨시티하면 테크닉이다.
골키퍼조차 발기술이 좋은 맨시티는, 선수단 전원이 월드 클래스 급 테크닉으로 무장한 선수들이었다.
그러나, 그런 그들조차 요한이 보여준 피니시엔 입을 떡 벌릴 수밖에 없었다.
그건 잘 훈련된 것에서 나오는 테크닉과는 거리가 멀었다.
본능적으로 튀어나오는, 살아 있는 움직임.
먹이를 낚아채는 한 마리의 맹금처럼,
요한의 시저스 킥은 감히 따라할 생각조차 들지 않는 날것 그 자체였다.
<이제 두 점을 따라가야 하는 맨시티입니다.>
<이런 경기 내용일 거라곤 예상하지 못했는데요.>
그 충격이 컸을까.
맨시티는 그 두 번째 실점 이후로도 뭔가 소극적인 흐름을 깨지 못했다.
그나마 리샤드가 오른쪽, 왼쪽을 오가며 고군분투하는 느낌이었지만, 마무리는 되지 못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맨시티의 경기력이 형편없었다고 말할 순 없었다.
형편없는 건 결과지, 내용만 놓고 본다면 경기를 주도한 건 여전히 맨시티였다.
근데, 그게 무슨 소용일까.
이게 평가전도 아니고, 결승전인데.
심지어 평가전이라 할지라도 수용되긴 힘든 스코어였다.
<네! 이렇게 전반전이 끝이 났습니다!>
<전반전 결과를 좀 살펴볼까요. 점유율 77대 23으로 맨시티 압도적 우위. 패스 횟수나 성공률 역시 맨시티 압도적 우위. 그런데 스코어는 2대0으로 웨스트 햄이 앞서갑니다.>
<맨시티로서는 속이 터지는 결과겠네요. 분명 경기는 자신들이 주도했는데 말이죠.>
<하지만 결국 축구는 골로 말하는 스포츠예요. 더 짜임새 있는 축구를 한 팀이 이기는 게임이 아닙니다. 더 골을 많이 넣은 팀이 이기는 게임이죠.>
후반전, 맨시티는 어떻게든 이 스코어를 따라잡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당연히 골을 넣어야 한다.
근데, 누가 넣을 것인가.
그래도 리샤드에게 기대를 해봐야할 것인가.
쉽사리 답이 떠오르지 않고 있었다.
*
하프 타임 동안, 양 팀의 라커룸 분위기는 당연히 상반되었다.
“모두 아무 말도 하지 말고 들어! 오늘 너희 모두 다 엉망이다! 올 시즌 최악의 경기력이라고!”
에르네스토 감독은 단단히 화가 나 선수들에게 소리를 쳤다.
사실 그가 하프 타임 동안 소리를 지르는 건 꽤 익숙한 일이었다.
워낙에 완벽주의자라, 전반전을 3대0으로 이기고 돌아왔어도 하나가 마음에 안 들면 선수들을 쥐잡듯 잡는 감독이었으니까.
“잘 들어! 후반은 이렇게 바뀌어야 한다!”
다만 오늘은 그런 게 아니고, 진짜 전체적으로 엉망이라 하는 소리.
선수들도 그걸 알고 있기에, 묵묵히 고개를 숙이고 에르네스토 감독의 질책을 경청하는 수밖에 없었다.
반면, 웨스트 햄 측의 라커룸은 당연히 분위기가 좋았다.
“좋아. 이제 다들 긴장한 얼굴들이 아니네. 별 거 없지?”
“시작할 때만 해도 긴장돼서 죽을 것 같았는데, 오히려 재밌는데요.”
“인생 첫 결승이고, 웸블리다 보니까 정신없었는데, 지금은 괜찮아요.”
물론 전반 동안 완벽한 경기를 펼친 건 아니었다.
그러나 지금 상황에서 전술을 논하거나, 질책성 피드백을 할 필요는 없었다.
지금의 웨스트 햄에게 필요한 건 승리할 수 있다는 자신감.
어쨌든 우승 경험은커녕 결승전 경험조차 없는 선수들이다.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는 게 중요했다.
슈미트 감독은 그걸 알고 있었기에, 최대한 선수들에게 자신감을 불어 넣어주는 쪽으로 하프 타임을 보냈다.
“요한.”
“예.”
“대체 그건 뭐냐.”
“뭐가요?”
“그 아름다운 골들은 뭐였느냐고.”
“그냥 평소에 하던 건데요.”
슈미트 감독의 질문에 요한이 대답하자 선수들 사이에서 웃음이 터져 나왔다.
“아니, 넌 대체 어떻게 긴장을 안하는 거냐? 비결이 뭐냐고.”
“그러고 보면, 요한이는 웸블리가 처음인 것도 아니잖아?”
“아, 그렇긴 하네. 쟨 국대였지.”
“뭣보다, 쟤 지금 단단히 화가 나 있잖아. 맨시티 때문에 우리랑 1년을 더 보내야 한다고.”
“쟤 압박까지 하는 거, 다들 봤지?”
“맨시티는 대가를 치르는 거지.”
“아무튼, 요한이 덕분에 나도 긴장이 많이 풀렸어. 요한이 골이 들어가는 순간, 결승전이라고 다를 건 없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거든.”
“맞아. 오늘도 우리가 여태 해 온 경기들 중 하나일 뿐이다, 이런 생각이 들었지.”
“오늘도, 우리가 이겨 온 그 경기들 중 하나일 뿐이라고.”
고개를 끄덕이며 한 마디씩 주고받는 선수들.
맞다.
요한의 존재 자체가 웨스트 햄에겐 상당한 힘이 되어주고 있었다.
맨시티와 비교해도 꿇리지 않는, 아니 그 누구도 범접할 수 없는 클래스의 선수가 이쪽에 있다.
같은 유니폼을 입고, 우리를 위해 뛰고 있다.
이 사실 자체가 주는 든든함은 이루 말할 수 없는 자신감을 심어주고 있었다.
웨스트 햄의 라커룸 분위기는 가히 최고였다.
다만,
“근데, 조금 더 점유율을 가져올 필요는 있어. 좀 더 축구다운 축구를 할 필요는 있다고.”
“카펠로 말이 맞아. 아직 경기는 안 끝났으니까. 보완할 점은 확실히 하고 가는 게 맞지.”
“좋아. 끝까지 집중력을 잃지 않도록 해보자.”
“휘슬이 울리는 순간까지 다 해보자고.”
후반을 위해 새롭게 정신 무장을 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맨시티에게 모든 트로피를 넘겨주고 싶진 않다. 이번 시즌, 아무런 수확도 없이 끝내기엔 해온 것들이 너무나 아쉽다.
요한이 덕분에 믿을 수 없는 경험을 했던 이번 시즌.
이젠 조금이나마 녀석에게 보답하기 위해, 끝까지 최선을 다할 차례다.
“그리고, 이 아저씨한테도 보답해야지.”
“그래. 우리 결승전 올라온 건, 다 저 아저씨 덕이잖아.”
물론 선수들은 케인도 잊지 않았다.
만약 오늘 우승을 하게 되면, 케인에게 있어선 커리어 첫 우승이 된다.
길고 길었던 무관의 설움을 오늘 털어낼 수 있는 것.
특히나 지난 토너먼트에서 팀의 승리를 책임진 건 케인이었으니, 지분도 높다.
동료들의 말에 케인도 옅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자, 가보자!”
“45분 뒤엔, 우리가 트로피를 들어 올리고 있을거다!”
경기는 후반전으로 이어졌다.
*
후반전에도 맨시티는 딜레마에 빠질 수밖에 없었다.
과감하게 문전으로 공격을 시도하고 싶어도, 제공권을 장악해줄 수 있는 공격수도 없고.
어떻게든 만들어 나가야 하는데 웨스트 햄의 중앙지향적인 수비는 꽤나 단단했다.
결국 45분 밖에 남지 않았고, 2골을 더 따라가야 함에도 맨시티는 차근차근 움직이는 수밖에 없었다.
괜히 모험을 걸었다간, 0대3이 되는 수가 있다.
0대2와 0대3은 천지차이.
그나마 2점 차는, 일단 한 골만 따라 잡으면 어찌될지 모른다지만.
3점 차는 정말 따라가기 힘들다.
“하, 진짜 존나게 답답하네.”
“제발, 너무 완벽하게 만들려고 하지 마!”
“하지만 그 수밖엔 없는 걸.”
원성이 터져 나오는 맨시티 관중석.
이들도 안다.
박스 안으로 직접 투입하는, 다이렉트로 들어가는 공격은 가능성이 너무 떨어진다는 걸.
하지만,
알면서도 천천히 빌드업하며 올라가는 꼴을 보고 있자니, 답답한 것도 당연한 일.
이럴 때 믿을 수 있는 건, 역시나 리샤드 뿐인 것 같은데.
<리샤드, 제쳐내고 들어갑니다! 아, 하지만 협력 수비가 곧바로 들어왔습니다. 공을 다시 뒤로 돌리는 맨시티.>
<쉽지 않네요. 쉽지 않아요. 웨스트 햄의 선수들, 죽기 살기로 막아내고 있습니다.>
<눈빛이 다른데요. 강력한 의지가 엿보입니다.>
리샤드 쪽도 영 시원치 않다.
덕분에 오늘은 리샤드도 원성을 피해갈 순 없을 듯 했다.
“뭐 좀 해 봐! 이럴 때 네가 해줘야지!”
“연봉 값 해라! 솔직히 절반은 날렸잖아!”
“너마저 묶여 있으면 어떻게 이기라고!”
어쩔 수 없는 에이스의 숙명이다.
에이스는 에이스다운 모습을 보여야만 인정을 받을 수 있다.
남들처럼 1인분 하면 까일 수밖에 없는 게 에이스.
또한, 상대 에이스인 요한은 에이스답게 두 골을 넣었으니 더 비교가 될 수밖에 없었다.
“그러고 보면, 은근 큰 경기에 약하다니까.”
“그런 느낌이 없진 않지. 챔스에서도 8강 이후로 공격 포인트가 없잖아.”
“그 전에도, 항상 큰 경기를 앞두곤 부상을 당했었고.”
벌써부터 챔스 결승이 걱정되는 맨시티 팬들이었다.
오늘 우승을 따내고, 기세를 몰아 챔스 우승까지, 트레블을 노리던 맨시티였건만.
연결 고리인 오늘이 부러지게 되면 챔스도 장담 못한다.
웨스트 햄도 못 이기는데, 챔스 결승 상대인 레알 마드리드는 어떻게 이기겠나.
<어느덧 후반전도 시간이 그리 많지는 않습니다. 20분을 지나고 있는데요. 가능성을 보려면, 지금쯤은 추격골이 터져야 할 텐데요.>
<여전히 결정적인 한 방은 나오지 않고 있습니다. 지난 여름에도 그렇고, 겨울에도 그렇고. 맨시티가 왜 그렇게 요한을 영입하고 싶었는지 알 것 같아요.>
<요한이 맨시티에 있었다면, 이렇게 답답한 경기는 하지 않았겠죠.>
반쯤 체념한 건지, 벤치에 등을 기대고 앉아 경기를 지켜보는 에르네스토 감독.
시간이 점점 90분을 향해 다가갈수록, 그의 머릿속엔 오로지 다가올 여름에 대한 생각으로 가득 차고 있었다.
‘어떻게든 데려와야 해.’
웨스트 햄은 정말로 강해졌다.
작년과 비교하면, 아예 다른 팀이 되었지.
그건 오로지 요한 반.
저 녀석 하나 때문이었다.
오늘 경기를 보면 알 수 있듯, 녀석이 웨스트 햄에 계속 있는 한.
내년을 장담할 수 없다.
이젠 당연히 들어야 되는 수준까지 온 리그도 말이다.
요한을 데려올 수만 있다면, 웨스트 햄은 다시 예전의 자리로 돌아갈 것이었다.
맨시티는?
리그 극강팀에서 머물지 않을 것이다.
유럽 최고의 팀으로도 만족하지 않을 것이고.
요한이 합류한 맨시티는, 과거 한 시대를 풍미했던 바르셀로나를 뛰어넘는 팀이 될 수 있을 거라고 에르네스토 감독은 생각했다.
어떻게든 데려와야 한다.
어떻게든.
‘우승하면 평생 먹고 살 걱정 없이 해준다고? 웃기는 소리. 우린 대대손손 먹고 살 수 있게 해줄 수도 있다고.’
아무튼, 에르네스토 감독이 경기 중에 그런 생각이나 하고 있었다는 건.
경기가 그만큼이나 답답했다는 것.
확실히 두 팀이 오늘 경기에 임하는 태도에선 차이가 보였다.
챔스 결승을 앞둔 맨시티와, 오늘 경기에 모든 걸 걸고 있는 웨스트 햄.
차이가 없다면 이상한 일.
물론,
가장 큰 차이는 9번 차이였지만 말이다.
<이제 남은 시간은 10분입니다.>
<이젠 정말 한 골이라도 넣어야 돼요. 더 늦으면 기회가 없습니다.>
<물론, 한 골만 들어간다면 경기는 또 모릅니다.>
어느덧 남은 시간은 10분.
이젠 맨시티도 모 아니면 도다.
안 그래도 높은 라인을 더 높게 끌어 올리고, 수비수를 뺀 뒤 공격 자원을 투입하는 강수를 두는 맨시티.
그러나 그럴수록 웨스트 햄은 더욱 단단히 뭉쳤다.
<맨시티의 코너킥! 남은 시간은 5분! 이 찬스를 반드시 살려야 하는 맨시티입니다!>
<휴리첼의 펀칭! 좋은 펀칭이었습니다! 제공권 싸움은 어려운 맨시티!>
<남은 시간은 이제 3분!>
<맨시티 팬들의 얼굴에 먹구름이 드리워졌습니다!>
<반면 휘슬과 함께 뛰어나갈 준비를 하고 있는 웨스트 햄의 벤치!>
전광판의 시계가 멈췄다.
추가 시간은 고작 2분.
그 2분은 맨시티에겐 찰나 같은 순간이었지만, 웨스트 햄에겐 꽤 길게 느껴지는 시간이었다.
하지만, 그건 2분 동안 맨시티의 공격을 견디기 어려워서가 아니었다.
이들이 견디기 어려운 건, 우승의 순간을 기다리기가 힘들 뿐이었다.
어서 불어, 어서!
레프리! 그 휘슬을 불라고!
“···”
추가로 주어졌던 2분의 시간마저 지나가고.
주심이 휘슬을 입에 물었다.
그리고, 마침내.
“삐이익, 삐이익, 삐이이익-!”
기다리고 기다리던 세 번의 휘슬이 웸블리에 울려 퍼지는 순간.
“으··· 으아···!”
필드 위에 있던 웨스트 햄 선수들은 두 팔을 들어 올렸고,
“야아아아아아아!”
벤치에 있던 선수들은 너나 할 것 없이 필드 위를 향해 달려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