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gend Loser RAW novel - Chapter 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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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콰콰콰쾅!
“발사!”
쿠콰콰콰쾅!
오, 수련치가 올랐다. 수련치가 올랐다는 건 내 포격이 명중했다는 뜻이다. 좋아, 좋아. 그럼 발사각을 좀 조정해서······. 계속 쏴야지.
“발사!”
***
악마남작 뤼펠의 명을 받아 나풀나풀 휘날리는 계약서의 뒤를 쫓아 와이번을 타고 하늘을 날던 그림자 기사단은 갑작스러운 상황에 당황했다.
목표를 향해 잘 날아가던 계약서가 갑자기 제자리를 맴돌기 시작한 것이 그것이었다.
이름이야 기사단이지만 실상은 악마 기사가 아닌 그림자 생물에 불과한 그들은 전투력만큼은 악마 기사에 준하지만 자의적으로 판단하는 능력이 매우 떨어졌다.
자연히 그들은 어찌할 바를 모른 채 계약서를 두고 제자리를 빙글빙글 돌며 대기를 할 수밖에 없었다.
그 시점에서 이미 이진혁의 직감에 탐지된 것도 모른 채.
쿠콰콰콰쾅!
그들을 노린 갑작스러운 포격이 날아들게 된 것도 딱 그때의 일이었다.
“······?!”
“······!?”
다행히 첫 공격에는 아무도 휘말리지 않았으나, 그들은 아직도 기습에 대응해야 하는지 제자리를 나풀거리는 계약서를 쫓아 빙글빙글 돌아야 하는지 판단을 내리지 못했다. 그러는 와중 두 번째 포격이 날아들었다.
쿠콰콰콰쾅!
아까보다 훨씬 위협적인 포격에도 우왕좌왕하던 그들은 세번째 포격에 이르러서야 계약서를 따라 뱅글뱅글 도는 것을 그만두고 기습에 대응하는 것을 택했다.
쿠콰콰콰쾅!
그러나 세 번째 포격은 위협적임을 넘어, 그들을 정확히 노려 머리 위에 떨어졌다.
“······!”
“······!!”
아무도 죽지는 않았으나 큰 피해를 입고 말았다. 와이번의 날개가 꺾여 지상으로 떨어지는 이들도 생겼고 말이다.
“!!!”
뒤늦게나마 내려진 리더의 돌격 명령에, 그림자 기사들은 창을 세우고 곧장 적을 향해 돌격했다.
쿠콰콰콰쾅!
뒤이어 떨어진 폭격에 후미의 그림자 기사 몇이 기어이 절명해 버렸지만, 그들은 결정을 번복하지 않았다.
“!!!”
“!!!”
판단력은 다소 떨어질지 몰라도 겁을 모르고 용맹하다. 그것이 그림자 기사단의 가장 큰 장점이었으므로.
쿠콰콰콰쾅!
***
“이야, 오네?”
나는 희희낙락하며 계속해서 포격을 가했다. 능력치로는 표기되지 않았으나 내 시력은 꽤 좋은 편이다. 저 멀리서 와이번을 탄 그림자 기사들이 날 향해 날아오는 것이 내게도 보였다. 그러나 아직 거리는 꽤 있었고, 근접전에 돌입하려면 멀었다.
포격을 가할 때마다 기사들이 꺾여가는 것 또한 잘 보였다.
사실 저놈들도 상당히 강력한 놈들이다. 저들 각각이 모두 필드 보스급의 강력함을 자랑하며, 저들이 탄 와이번 또한 필드 보스급이니까.
하지만 막 튜토리얼 세계에서 나왔을 때면 모를까, 지금의 내게 필드 보스급은 먹기 좋게 차려진 밥상에 불과하다.
쿠콰콰콰쾅!
“신난다!”
내가 이렇게 신이 난 까닭은 단순히 포격 스킬의 수련치가 쌓여서가 아니다.
[토벌 퀘스트] – 의뢰인 : 크리스티나– 종류 : 토벌
– 난이도 : 매우 위험!
– 임무 내용 : 그림자 기사단을 처치하라!
– 보상 : 그림자 기사 1기당 금화 2,000개(+100%), 기여도 2,000(+100%), 직업 경험치 2,000(+100%)
스킬 수련치, 전투 경험치, 거기에 퀘스트 보상까지! 게다가!!
“저것들 교단 소속 아닌 거 맞지?”
= 틀림없어요. 저것들은 악마에 가까운 존재. 교단과는 상극이니까요!
그렇다면 아무리 먹어도 뒤탈 없는 잘 차려진 밥상이나 다름없다!
“너무너무 신난다!”
쿠콰콰콰쾅!
그림자 기사단은 아무래도 전술 이해도가 떨어지는 듯, 이미 세력의 과반이 꺾여 공세 종말점을 맞이했음에도 불구하고 우직하게 돌격을 해오고 있었다.
“그럼 나야 좋지!”
쿠콰콰콰쾅!
– 레벨 업!
“좋다, 좋아!!”
이 김에 포격 스킬은 원 없이 올리겠네!
***
악마남작 뤼펠은 다른 두 악마남작과 함께 신선한 인류종의 영혼을 주재료로 한 만찬을 즐기고 있던 참이었다.
“!”
그러나 문득, 그는 얼굴 표정을 굳힐 수밖에 없었다.
‘권속들이······, 전멸했다고?!’
그림자 기사단은 뤼펠이 악마남작으로서의 능력을 따로 떼어내어 만들어낸 권속. 그 권속이 전멸했다는 건 단순히 체면을 구긴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나눠 낸 능력과 힘을 영원히 회수하지 못하게 상실되어 버렸다는 의미이기도 했으니.
악마사회는 약육강식의 세계. 힘이 줄어들면 그 지위 또한 위협받는다. 아무리 과거에 공을 세웠다 한들, 지금 약하다면 잡아먹힐 수도 있다.
“왜 그러십니까, 형님?”
굳이 생전의 감각을 되살린 후에 회를 쳐, 아직도 꿈틀거리며 비명을 지르는 인류종의 영혼 사시미를 맛있게 즐기고 있던 둘째가 그의 눈치를 보았다.
“별거 아니야.”
뤼펠은 허세를 떨었다. 이것이 군주의 방식이라고 그렇게 큰 소리를 쳤는데, 자신의 권속들이 전멸해 버렸다는 소릴 어떻게 곧이곧대로 말하겠는가?
“만찬을 계속 즐기도록 하지!”
다행인지 불행인지, 다른 두 악마남작은 더 이상 캐묻지 않았다. 하긴 그들이 감히 캐물을 순 없으리라. 악마 대학살자 뤼펠 앞에서 어딜 감히?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뤼펠은 더더욱 사실을 털어놓을 수 없게 되었고, 그의 체면을 위해서라도 이 사태를 온전히 혼자 힘으로 처리해야 했다.
***
뚜루루루······.
전화가 왔다. 나는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 선배? 저예요.
“아, 안젤라구나. 왜?”
= 저희, 숨어 있을 필요 없었던 거 아니에요?
사실을 말하자면 그 말대로였다.
나는 그림자 기사단을 포격만으로 다 때려잡았다. 일단의 위협은 걷힌 셈이다.
이 와중에 [동시방열], [동시사격], 그리고 [강화 마법포탄 생성]을 모두 S랭크에 올릴 수 있게 수련치를 채우는 기염을 토했다.
“후후후······.”
= 통화하면서 혼자 웃지 마세요, 선배······.
“후후후후······.”
왜 사람은 하지 말라는 건 하고 싶어지는 걸까? 이런 본능 때문에 죽어나간 사람들도 많을 텐데, 수천 년 동안 천성으로 내려온 걸 보면 참 신기하다. 그러고 보니 내가 마지막 지구인류니, 마지막까지 천성을 못 버린 셈이 되네.
이게 아니고.
“일단 계속 숨어 있어.”
= 네? 이거 꽤 힘들어요. 숨 막히고 갑갑하고······.
“너희가 숨고 나니 갑자기 놈들의 추적이 멈추더군.”
갑자기 침묵이 내려앉았다. 이게 어떤 의미인지 직감한 거겠지.
“내 생각에 이거 너나 키르드 노리는 거야. 그러니 일단 숨어 있어.”
= ······네.
“좋아.”
나는 전화를 끊었다. 그리고 생각했다.
처음에는 키르드의 현상금을 노린 이들이라고도 생각했었다. 그런데 전투를 끝내놓고 천천히 따져보니 그건 이상하다.
인류연맹도 지금 이 변경의 좌표를 몰라서 우리를 픽업해 줄 포탈도 못 여는 판인데, 고작 현상금을 노리는 범죄자가 우리 위치를 정확하게 찾아서 추적해 와?
그건 아니다.
그 다음에는 이 변경의 좌표를 아는 집단, 그러니까 교단을 떠올렸는데 이것도 좀 애매했다. 만약 내가 지금 있는 이곳의 정확한 좌표를 안다면 난 진즉 교단의 세력에 휩쓸려 죽었을 테니까.
안젤라와 키르드가 동시에 모습을 감추자마자 추적이 멈췄다는 점에서, 목표는 내가 아니라는 건 쉬이 깨달을 수 있다.
교단이라면 안젤라의 능력과 특기, 그리고 강력함에 대해 잘 알 테니 처음부터 쥬디케이터급의 폭격을 퍼부었겠지만 이들은 그러지 않았다. 꽤 마력이 올랐다지만 그래도 일반 스킬에 불과한 내 포격에 섬멸당할 정도였으니.
“뭔가 있어.”
내가 모르는 뭔가가 있다. 그냥 이대로 무시하는 것도 방법이겠지만, 나는 조금 더 진취적인 방법을 취하기로 마음먹었다.
“가봐야겠군.”
내가 포격을 퍼부은 곳, 그러니까 그림자 기사단의 시체로부터 뭔가 얻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정보를 얻는 것이 주목표지만, 덤으로 전리품도 얻을 수 있다면 좋고. 겸사겸사 한번 가보도록 하자.
***
그리고 나는 계약서를 발견했다.
그림자 기사단은 말 그대로 시체를 남기지 않고 증발해 버렸다. 내가 자제심 없이 포격을 남발한 탓일지도 모르지만, 원래부터 시체를 남기지 않는 놈들인지도 모른다.
전리품은 기대할 수 없어 낙담하던 차에, 주변을 나풀거리는 종이 한 장.
명백하게 물리법칙을 무시하는 그 종이, 정확하게는 양피지는 눈에 확 들어왔다.
그 양피지가 바로 계약서였다.
원래대로라면 그 내용을 알아볼 수 없어야 정상일지 모르지만, 내 [모든 인류의 뿌리] 특성 덕인지 나는 계약서를 읽을 수 있게 되었다.
“와, 로제펠트 이 새끼.”
찬찬히 계약서의 내용을 읽어본 나는 후회하게 되었다.
“그냥 죽였으면 안 됐었네.”
계약서의 주체는 로제펠트로, 그가 어떤 악마 백작과 맺은 계약이었다.
로제펠트는 제물로 희생시킨 무고한 소년의 영혼을 악마에게 팔아넘기는 대신 악마는 그에게 누구에게도 들키지 않을 은신처와 필요한 물자를 보급해 준다. 이것이 주요 골자였다.
고귀한 혈통의 무고한 소년들을 계속 납치하고 그 소년을 제물 삼아 사람을 끊임없이 죽이고 다녀 다양한 세력의 분노와 증오를 샀으면서도, 로제펠트가 그 어느 세력에게도 붙잡히지 않고 돌아다닐 수 있는 이유가 이 계약 덕이었던 셈이다.
로제펠트는 자기가 납치하고 세뇌한 소년을 영혼까지 쪽쪽 빨아먹고 있던 셈이다.
나머지 내용은 영혼마다의 가치를 어떻게 산정하고 어느 정도의 보급물량을 받을 수 있는지, 계약을 어길 시에 어떻게 되는지 같은 잡다한 내용이었지만, 그걸 읽는 동안에도 머리에 열이 올라와 미칠 지경이었다.
사람의 영혼을 물건, 그것도 식량 취급하는 계약서의 어조가 나로 하여금 분노를 금치 못하게 만들었다. 무슨 생산자 계약처럼, 로제펠트는 1년에 일정 이상의 영혼을 생산해야 한다는 문구에선 너무 어이가 없어 차라리 웃음이 나올 정도였다.
이걸로 끝이 아니었다. 로제펠트는 자신이 죽었을 경우 자신이 소유하고 있던 모든 소년들의 영혼은 자동적으로 악마 백작에게 귀속된다는 계약 조항에까지 서명해 놓았다. 이 조항의 선금 삼아 로제펠트는 은신처와 납치한 소년을 세뇌시키는 스킬을 얻었다는 것도 알 수 있었다.
상식적으로 로제펠트가 죽음으로써 이 계약은 무효가 되어야 정상이지만, 법이라고는 시스템과 스킬이 전부인 이 세상에선 상식 같은 건 쉬이 무시되기 마련이고 이 계약 또한 그 범주에 속했다.
그러니 이 계약서는 여전히 유효했다.
각각의 계약서에는 계약의 대상이 된 소년의 영혼을 추적하는 기능이 붙어 있었다.
여기서 계약의 대상이란 키르드였다.
키르드가 안젤라의 특성 안에 숨자마자 추적이 멈췄던 건 그런 이유에서였다. 역산하자면 그림자 기사단이 이 변경차원까지 추적해 올 수 있었던 건 이 계약서 덕이었다는 이야기 밖에 되지 않는다.
더군다나 그림자 기사단의 배후에 악마들이 도사리고 있음 또한 쉬이 추측이 가능했다.
“하! 진짜로 악마를 상대하게 되다니.”
곤란함보다는 이 증오스럽기 짝이 없는 존재들에 대한 분노가 앞섰다. 그러나 분노를 터트리는 것도 힘이 있어야 가능하다. 나는 금방 냉정을 되찾았다.
“그럼 이 계약서만 폐기하면 악마들의 추적을 회피할 수 있단 건가?”
그림자 기사단만 계속 보내준다면야 나로선 환영이지만, 그럴 가능성은 낮아보였다. 악마들이 호구도 아니고. 다음에는 더 강력한 권속을 보내거나 악마 본신이 나타나겠지.
역시 폐기하는 게 맞는 것 같다, 고 나도 생각은 했다.
계약서에 달려 있는 거래불가, 폐기불가 옵션을 보기 전까지는.
아, 이 옵션 본 적 있다.
튜토리얼에서 빠져나오기 전 아직 [???]였을 때의 레벨 업 마스터가 이랬었지.
하긴 이런 최소한의 대책도 세우지 않은 채 이런 약한 그림자 기사단으로 하여금 계약서를 뒤쫓게 하진 않았겠지.
“그럼······, 어쩐다?”
내가 고민에 빠져 있을 때였다.
“!”
직감이 반응했다.
“······생각보다 빨리 왔군.”
다음 추적자가 찾아왔다.
분노를 간신히 꺼뜨리긴 했지만, 그 분노가 흔적도 없이 사라진 건 아니다. 내겐 화풀이 대상이 필요했다. 그런 의미에선 꽤나 타이밍이 좋은 습격인 셈이다.
[동시방열]나는 12문의 [천자총통]을 방열했다. C랭크였을 땐 5문까지밖에 동시방열을 못했지만, 그림자 기사단을 잡으며 S랭크까지 올린 지금은 12문을 동시에 방열할 수 있게 되었다. 당연히 동시사격도 12문까지 가능하다.
그리고 오른손에는 [진리의 검], 왼손에는 [바즈라다라의 바즈라]를 들었다.
“자, 와라.”
찢어발겨주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