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gend Loser RAW novel - Chapter 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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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보라. 고작 F랭크가 되었음에도 [창고 대방출]의 보정은 20%로, 2배로 늘었다. 탄환 소모율도 그만큼 늘긴 했지만 아직은 [대파격 세일]로 인해 새끼 치고 불어나는 포탄 쪽이 더 많았다. 둘 다 S랭크를 찍어야 균형이 맞게 될 터. 지금 생각할 일은 아니다.
증가한 위력은 고작 20%라 할 수 있을 정도가 아니었다. 이전까지였다면 두 발은 맞춰야 했던 악마권속을 이젠 단 한 방에 증발시킬 수 있게 되었으니까.
적 세력이 보내는 권속의 벽은 조금 전보다 훨씬 빠르게 녹아내리고 있었다. 수련치도 빠르게 차오르고 있었고 말이다. 좋아, 랭크 업! E랭크는 30%. 이대로 10%씩 증가한다면 C랭크엔 50%가 되겠군.
간헐적으로 대형 권속들이 스스로를 벽으로 세워 접근해 아군 대형에 권속 무리를 밀어 넣는 일이 이제는 더 이상 발생하지 않고 있었다. [대파괴 오케스트라]의 화망이 충분한 저지력을 갖추게 되었다는 무엇보다 확실한 근거였다.
그로 인해 전방에서 상처를 입고 물러나는 크루세이더의 수보다, 후방에서 치료를 받고 자기 자리로 복귀하는 크루세이더의 숫자가 조금 더 많아졌다. 앞으론 더 많아질 테지.
“됐군.”
나는 미소 지었다. 이제 소모전으로 아군 전력을 갉아먹는 전술은 더 이상 통하지 않게 되었다. 고비 하나를 넘은 셈이다.
그래도 불리한 상황에서 켜지는 패시브 효과인 [필사즉생]이 꺼지지 않았고, 내 직감은 아직도 위험하다고 외치고 있으니 적의 저력은 아직 바닥을 드러내지 않은 상태라고 봐야겠지.
적이 새로운 전술을 생각해 내기 전에 얼른 경험치를 벌어서 레벨 업이라도 더 해야겠다.
***
몇 시간이 지난 후, 비토리야나는 자신의 판단이 틀렸다는 것을 깨달았다.
12시간에 가까운 전투 시간 동안 이진혁은 별로 지친 기색을 보이지 않았다.
크루세이더들이야 원래 끈질긴 놈들이라 크게 놀라울 일은 아니지만 최전방에 서서 계속해서 검을 휘두르고 포를 쏴대는 이진혁이 저렇게 불굴의 지구력을 보이는 건 경이로운 일이다.
크루세이더조차 전방의 병사와 후방의 병사가 위치를 바꿔가며 치유와 회복, 휴식을 취하고 있는데 말이다.
“체력이 자동으로 회복되는 고유 특성이라도 지니고 있는 건가? ······아니면 설마 아직도 레벨 업 중인 건가?”
체력이나 지구력 계열의 고유 특성을 지니고 있지 않다면, 다음으로 떠오르는 것이 레벨 업으로 인한 체력 회복이다.
레벨 업을 먼저 떠올리지 않는 건 레벨 한계 때문이었다. 저 정도로 악마 권속을 썰어 먹었으면 최종 레벨에 도달해도 이상하지 않으니.
순간적으로 불가능한 일이라 생각했지만, 이진혁의 포격이 점점 더 강력해진다는 수하들의 보고는 가능성이 낮은 쪽의 가설에 힘을 보탰다.
“어떻게 그런 게 가능할 수 있지?”
그러나 지금은 그런 걸 궁금해 할 때가 아니었다. 만약 이진혁이 무제한적으로 레벨 업을 하는 고유 특성의 소유자라면, 권속을 밀어 넣어 상대의 소모를 유도하는 지금의 전략은 오히려 적에게 보탬을 주는 격이 되는 셈이니 말이다.
어느 쪽이건 전략의 방향을 바꿀 필요가 있었다.
잠깐 고민하던 비토리야나는 답을 입에 올렸다.
“현 시간 부로 소모전을 종료한다. 아르크 후작, 시엘 백작, 라앙 백작. 전면에 나서 적들을 짓밟아 버리도록.”
자신의 오판에 대해서는 단 한 마디도 입에 내지 않은 채, 비토리야나는 그저 미리 예정되었던 작전을 시행하듯 명령을 전파했다.
“이진혁은 죽여선 안 된다. 살려서 제압해라.”
이 한 줄의 명령은 잊지 않고 추가했지만 말이다.
***
“이런, 젠장.”
내 입에서 너무나 자연스럽게 욕설이 흘러나왔다.
“대응이 너무 빠르잖아.”
악마 전함에서 거대한 악마 군주가 셋이나 튀어나오더니, 맨 앞에 서서 내 포격을 몸으로 다 받아내고 있다.
악마란 놈들이 어떤 놈들인데 자기 부하나 권속을 위해서 공격을 대신 받아주겠나. 뤼펠이 자기 권속을 들어다 내 공격을 막았던 기억이 아직 흐릿해지지도 않았다.
그래서 바로 알아챌 수 있었다. 저건 누군가가 명령했기에 가능한 일이다. 명령자는 당연히 함대의 지휘관일 테고.
아무리 내 포격이 좀 세졌다고 한들, 저 정도 되는 악마 군주를 상대로는 별 힘을 쓰지 못할 수밖에 없다. 포격의 저지력은 악마 군주들이 몸에 두른 마기에 의해 간단하게 상쇄되었고, 군주들은 성큼성큼 이쪽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어느 정도 가까워졌다 싶더니만, 가장 거대한 악마 군주가 갑자기 거대한 마기의 덩어리를 뭉쳐 야구 투수처럼 이쪽을 향해 던지는 게 아닌가!
“이런 거 좋아하지, 또 내가!!”
궤도만 보면 날 지나쳐 크루세이더들을 휩쓸어 버릴 기세였지만, 나는 굳이 그 덩어리 앞을 막아서서 내 몸으로 받아냈다.
[반환의 권능]저 악마 군주가 던진 마기 덩어리는 스킬이었기 때문에, 내 반환의 권능으로 충분히 무효화시킬 수 있었다.
그러나 [간파]로 해당 스킬을 뜯지는 못했다. [반격의 신]이 신화급임에도 못 뜯어냈다는 건, 저 스킬이 권능급이거나 그에 준하는 스킬이었다는 소리밖에 안 된다.
뭐, 악마들이 신성을 운용하리라고는 생각하기 힘드니, 실제로는 신화급도 권능급도 아닌 악마들만의 스킬이겠지만 말이다. [간파]로도 안 보이니 [반환의 권능]이 아니었다면 그냥 맞아서 죽었을지도 모르겠다.
“하, 아직 최종 보스는 나오지도 않았는데 벌써 버겁네.”
저쪽 악마 군주도 회심의 일격이 싱겁게 막힌 것에 놀란 듯 날 노려보고 있다. 노려보면 어쩔 거야. 그런다고 우리가 이제부터 할 게 크게 달라지나?
“죽고 죽이는 싸움밖에 안 남은 사이잖아, 우리는!!”
나는 벼락같이 외치며 [바즈라다라의 바즈라]를 집어 던졌다. 상대가 악마 군주다. 신성을 잔뜩 불어넣어 [항마의 뇌명] 효과까지 활성화시킨 일격이었다.
파지지직!
궤적에 전광을 남기며 바즈라가 공간을 찢었다. 가장 거대한 악마 군주는 손바닥을 앞으로 내밀어 바즈라를 받아냈다. 그건 별로 좋은 발상은 아니었다.
꽈르릉!
바즈라가 적중한 악마 군주의 손바닥에 벼락이 떨어졌다. [항마의 뇌명]의 효과였다. 악마 군주도 피해를 입은 듯 움찔 굳었다. 내 입장에서야 겨우 그 정도 반응인 거에 실망을 느꼈지만, 악마 군주로서는 놀랍고 화가 나는지 눈동자에 이채를 띠며 입을 열었다.
“필멸자여. 그대가 여왕의 선택을 받지 않았다면 이 아르크 후작에게 상처를 입힌 죄로 천년의 고문을 받았을 것이다.”
“여왕의 선택? 네놈들의 악마 함대를 지휘하는 게 여왕인가 보지?”
대답을 바라고 한 질문은 아니었다. 하기야 상대의 보스가 누구든 무슨 상관인가. 어차피 칼과 스킬의 대화 밖에 남지 않았는데. 입 벌리는 것도 아깝다!
“그렇다. 여왕의 총애를 받을 자여. 그대가 부럽군.”
그러나 놀랍게도 악마 군주 아르크가 내 질문에 대답했다.
“그대는 쾌락과 열락의 끝을 맛보며 여왕에게 삼켜질 것이다!”
이어진 말이 너무 어이가 없어서 나는 웃어버리고 말았다.
“그게 부럽냐! 변태 새꺄!”
“한낱 필멸자가 소멸의 기쁨을 알겠는가? 이해할 수 있을 거라곤 생각지 않았다.”
코웃음을 치며 내 비난을 흘려낸 악마 군주 아르크는 뒤를 돌아보며 자신을 따라온 다른 두 악마 군주에게 명령했다.
“시엘 백작, 라앙 백작. 그대들은 크루세이더들을 쓸어버리라. 이 자는 내가 맡지. 생각보다 강하군.”
이 놈은 후작에, 다른 둘은 백작인가. 그야 강할 만도 하군. 두 백작은 후작의 명령에 공손히 대답했다.
“알겠습니다. 후작님.”
“명령에 따르겠습니다.”
아무튼 이야기를 들어보니 뭐가 어떻게 된 건지 알겠다.
이 놈들, 여왕인지 뭔지 자기네 사령관한테 날 죽이지 말라는 명령을 받은 모양이로군? 그렇다면 쓸 만한 계책이 하나 있지. 나는 진리의 검을 쳐들고 신성을 불어넣으며 외쳤다.
“[낙원의 수호자]!”
그러자 내 등 뒤에 있던 크루세이더들에게 황금빛 광휘가 둘러지며, 그들이 있던 지역이 [성지]로 지정되었다. 그리고 날 지나쳐 크루세이더에게 향하려던 두 백작이 밀쳐져 꼴사납게 나뒹굴었다.
[진리의 검]의 옵션, [낙원의 수호자]는 내 방어력을 올리고 [성지]로 지정한 영역에 대해 적의 침입을 막을 수 있다. 이제 저 두 백작 놈들도 날 죽이고 나서야 여길 지나갈 수 있게 된 거다. 그런데 저 놈들은 날 못 죽이잖아? 저 놈들 입장에선 답도 없는 상황에 처하게 된 거다.“뭣?!”
“그 검! 교단의 더러운 유물이로군!!”
두 백작이 진리의 검을 알아본 건지 그런 소릴 했다. 이 유물, 유명한 거였나? 하긴 신화급 유물 검이니 유명할 수도 있지. 뭐, 그거야 지금에 이르러선 아무래도 좋을 일이다.
“여길 지나려면 날 죽이고 지나가라!”
난 씨익 웃으며 도발하듯 외쳤다. 아니, 도발하듯이 아니라 그냥 도발이지.
“이 필멸자가!”
“식료품 주제에!!”
후작은 별 반응을 보이지는 않았지만, 백작 둘은 이를 득득 갈아대었다. 그렇군, 악마들은 인간을 식료품 취급하는군. 별로 충격적인 소리는 아니다.
“이진혁!”
성지 안에 있는 야코프가 내 이름을 외쳤다. 왜 그렇게 처절하게 외쳐? 내가 희생이라도 할 것 같아서 그러나? 나는 한 번 씨익 웃어주곤 마주 외쳐줬다.
“야코프, 그거나 해줘! 쿨 타임 지났지?”
“······알겠다!”
오, 눈치 빠르군. 야코프. 하긴 그러니 군단장까지 했겠지. 나는 다시금 진리의 검을 축으로 돋아난 거대한 광휘의 검을 휘둘러 악마 군주들을 가리켰다.
“목숨을 내놔라! 경험치를 내놔라! 내 성장의 밑거름이 돼라!!”
“필멸자 주제에 악마 군주를 잡아먹겠다? 재미있군.”
이번 도발은 후작에게도 먹힌 모양인지, 아르크 후작은 이를 드러내어 보였다.
“시엘 백작, 라앙 백작! 놈을 제압하라!”
“명령대로!”
“말씀에 따르겠나이다!”
***
“음?”
혹시나 탈출구가 없을까 쓰레기 더미 속을 뒤지고 다니던 카자크는 자신이 정체불명의 오두막 주변에 설치해뒀던 [감시자의 수정]에 익숙한 이의 모습이 비쳤음을 알아챘다.
“······그 여자군.”
다른 여자가 아니라 카자크를 이제껏 감금하고 고문했던 바로 그 여자였다. 카자크는 자신이 여자의 이름도 모르고 직책도 모른다는 것을 새삼 깨달았다.
어쨌든 카자크의 배신욕에 눈에 띄는 충족감이 느껴지지 않는 것으로 보아 여자는 아직까지도 그의 탈출을 눈치채지 못한 모양이었다.
그녀는 꽤 다급해 보였고 바빠 보였다. 아마 일에 치여 카자크를 감금해 뒀던 안가에 갈 틈도 없는 것이리라.
카자크로서는 아쉬운 일이기에, 그는 입맛을 다시며 수정에서 송출되는 영상을 바라보았다.
오두막에 들어갔던 여자는 2시간쯤 있다가 헐레벌떡 오두막에서 나와 뛰어갔다. 그리고 뭔가 스킬을 써서 사라졌는데, 아마 차원도약 스킬일 터였다.
“빌어먹을.”
여자가 사라진 장소를 보고, 카자크는 나지막하게 욕설을 내뱉었다. 여자가 굳이 자신의 마력을 소모해 차원도약을 행했다는 건 곧 이 차원을 떠날 다른 방법이 없다는 말과 같았다.
카자크도 차원도약 정도는 할 줄 안다. 그러나 교단의 차원도약 스킬은 정해진 장소에서 도약지점의 도움을 받아 행해진다. 카자크가 같은 방법을 썼다간 체포당하는 게 고작일 터. 이미 그는 교단의 적으로 지정당한 지 오래였다.
사실 지난 며칠간의 수색으로 어느 정도 감은 잡았다. 이 차원에서 떠날 방법이 없을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했다. 그러나 그게 현실로 밝혀지자 아무리 카자크라도 어질어질해질 수밖에 없었다.
“아니, 아니지.”
그러나 카자크는 곧 마음을 다잡았다.
“아직 안 가본 곳이 한 군데 있지.”
수상한 오두막. 여자가 헐레벌떡 뛰어 들어갔다가 헐레벌떡 뛰쳐나오는 저 작은 통나무 집.
매우 높은 확률로, 저 오두막에는 여자의 상사가 있을 거다.
“안에 호랑이가 있든, 귀신이 나오든.”
다른 방법이 없으니 어쩔 수 없다.
“가봐야겠어.”
카자크는 쓰레기 더미 사이에서 몸을 일으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