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gend Loser RAW novel - Chapter 158
158
————– 158/169 ————–
비토리야나는 신났다.
만마전에서도 꽤 세력이 크고 유명한 악마 여왕이었다더니, 역시 정복전쟁으로 그 명성과 세력을 손에 넣은 것이었겠지. 그리고 비토리야나도 그 과정을 꽤 즐겼었을 것 같다. 지금 하는 양을 보니 말이다.
“찢고 죽이고 먹는다! 실로 탐스럽구나!!”
이러면서 깔깔대다가.
“어머, 제가 서방님 앞에서 무슨 망측한 짓을.”
이러면서 부끄러워하길 반복하고 있었다.
일부러 이러는 건가?
아무튼 긴축재정을 실시하던 건 변경의 악마왕뿐만이 아니었는지, 양옆의 두 작은 왕국을 집어삼키는 데는 그리 긴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그야 그렇다. 뤼바르크의 왕국을 삼킬 때와 똑같은 방식을 반복하면 됐으니까.
그리고 곧이어 다음으로 작은 왕국에 선전포고를 했다. 참고로 만마전에서 선전포고라는 단어는 선제공격과 완전히 같은 의미를 지니고 있었다.
그렇게 네 개의 왕국이 뤼바르크 왕국에 삼켜졌다. 정확히는 비토리야나의 입에 코어가 삼켜진 거지만 아무렴 어떨까? 외부에 알려지기론 이 왕국은 여전히 뤼바르크의 왕국이다.
왕국의 진짜 주인이 누군지에 대한 비밀은 지킬 수 있었지만, 뤼바르크(사실 비토리야나)의 야망은 더 이상 숨길 수 없었다.
뤼바르크가 주변 왕국을 모조리 정복해 버릴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사로잡힌 주변 왕국들이 연합을 맺고 뤼바르크 왕국에 선전포고를 했다. 사신보다 먼저 악마 병사들이 습격해 왔지만 말이다.
그리고 그건 내가 바라마지 않던 상황이었다.
***
나는 병사들과의 전력 차이가 너무 극심한지라 경험치를 거의 못 얻었고, 다른 애들도 레벨 한계에 걸려 경험치를 못 얻는 건 매한가지였으나 그렇다고 얻은 게 없는 건 아니다.
[축복받은 바즈라다라의 바즈라] – 분류 : 법구– 등급 : 신화(Myth)
– 내구도 :3333/3333
– 옵션 : 항마력 +150, 전기 속성 스킬 위력 +15레벨
– [바즈라다라의 바즈라] 추가 옵션
[항마의 백인] : 신성을 소모한다. 활성화 시 추가 공격력 +1000을 얻고 [마]를 대상으로 1000%의 추가 피해를 입히는 뇌전의 칼날을 뽑아낸다. 이 칼날로 [마]를 소멸시킬 때마다 근력, 강건, 신성이 영구적으로 1씩 상승하고 소모됐던 체력, 내력, 신성이 5%씩 회복된다.
[항마의 뇌명] : 신성을 소모한다. 활성화 후 바즈라를 던지면 투척지점에 벼락을 내리꽂는다. 투척한 바즈라는 손으로 돌아온다. 바즈라가 손에서 떠난 시점에서 새로운 바즈라가 던진 손에 추가적으로 생성된다. 동시에 존재할 수 있는 바즈라의 숫자는 15개를 넘지 않는다.
[금강항마진] : 신성을 소모한다. 바즈라를 중심으로 하는 항마진을 친다. 항마진 내부에서 [마]는 포박되고 지속적으로 피해를 받으며 항마진을 뚫고 나오지 못한다. [금강항마진]으로 [마]를 소멸시킬 때마다 소모한 신성을 되돌려 받고 추가적으로 최대 신성이 상승한다.
이것이 [풍요로운 대지의 힘]과 [수확의 신] 콜라보로 강화한 [바즈라다라의 바즈라] 자세한 옵션이었다. 새로 붙은 옵션에는 재미있는 활용법이 있는데, [항마의 뇌명]으로 생성한 바즈라를 다른 사람에게 넘겨줄 수 있다는 점이었다.
그래서 나는 이렇게 생성한 바즈라를 루시피엘라와 안젤라, 키르드에게 나눠주었다. 그리고 우리 넷이서 전선을 가득 채운 악마 병사들을 [금강항마진]으로 가두고 [항마의 백인]으로 썰어 죽였다.
보통 만마전의 전쟁은 이렇게 이뤄진다.
마계의 중심인 악마성에 왕이 머무른 채, 수하의 병사와 기사들이 양 세력의 경계에서 전투를 벌인다. 한쪽이 위험해지면 악마 귀족들이 나서고, 그 악마 귀족을 무찌르기 위해 다른 쪽에서도 귀족이 나선다.
그렇게 일어난 전면전에서 승리한 세력이 악마성을 포위하고, 진 쪽이 항복함으로써 전쟁은 끝났다.
하지만 우리는 이런 만마전의 전쟁규칙을 따를 생각이 전혀 없었다. 우리는 더 쉽고 간단한 치트를 쓰기로 했다.
단 넷이서 수백, 수천의 악마 무리를 상대하며 전선을 유지하고 있을 때, 비토리야나는 혼자 행동했다. 전함을 이용해 적의 배후로 돌아가 상대 악마 왕국의 악마성을 급습해 악마왕의 코어를 집어삼키는 것이 그녀의 임무였다.
적들은 간단히 당했다. 그야 그렇다. 기껏해야 변경왕국의 군주인 뤼바르크가 악마 전함을 소유하고 있을 거라고 누가 예상이나 했겠나? 기습은 족족 성공했고, 적 연합들은 알아차리기도 전에 내부에서부터 무너져 내렸다.
“이게 바로 공군이 나온 후 성이 사라진 이유죠?”
“너 진짜 인류에 대해 잘 아는구나.”
“좋아하니까요!”
식료로써겠지? 라고 묻진 않았다.
***
그렇게 연이어 다섯의 악마 왕국을 집어삼키자, 뤼바르크 왕국은 요 주변에서는 꽤 강국이 되었다. 강해짐과 동시에 유명해지기도 했다.
아무리 정보통제를 잘해도 전선에 천사와 타천사와 인간이 나가서 병사들을 썰어대는데 뭔가 이상하다는 걸 느끼지 못할 정도로 악마들도 바보는 아니다.
더욱이 너무 빠른 속도로 정복전쟁을 수행하는 바람에 주변 악마 왕국뿐만 아니라 만마전 전체에 꽤 어그로를 끌어버린 것 같았다.
“이름이 너무 알려졌군.”
“그러네요.”
우리가 지나치게 위협적인 대상이 돼도 안 된다. 그랬다가 교단과의 전선에 나가 있는 악마 대왕들이 복귀해도 곤란한 상황에 처할 테니까.
우리의 목적은 어디까지나 만마전을 파먹으면서 성장하는 것이고, 안정적인 성장을 위해 변수는 최대한 줄일 필요가 있었다. 더욱이 교단이 너무 빨리 만마전을 정리해 버리면 전쟁의 여파가 인류연맹이나 내 근거지나 다름없는 그랑 란츠로 번질 수도 있다.
“여기까지 해야겠어.”
“네, 그렇겠네요.”
그러므로 우리는 슬슬 패배하기로 했다.
물론 진짜 패배는 아니다. 우리의 목숨을 몇 개씩 내어줄 건 아니었다. 뤼바르크 왕국의 패배일 뿐이다. 비토리야나의 능력으로 적당히 뤼바르크의 모습을 재현한 악마 하나를 제조해 낸 뒤, 우리는 전함으로 퇴각했다.
그렇다고 이걸로 우리가 만마전에서 물러난 건 또 아니었다. 우리는 전함을 타고 이동해 만마전의 반대편 방향에 위치한 또 다른 변경 왕국을 표적으로 잡았다.
이 변경 왕국이 제2의 뤼바르크 왕국이 될 것이다.
“맛있겠네요!”
악마 여왕이 웃었다.
***
세상은 그렇게 녹록치 않다. 같은 방법이 통한 것도 세 번까지였다.
아니, 정확히는 두 번까지인가.
변방의 가장 작은 세력인 악마왕이 아무 전조도 없이 발작하듯 전쟁을 일으키고, 모든 전쟁에 승리한 후 주변의 주목을 모을 때쯤 갑자기 세력이 쪼그라드는 현상이 두 번이나 일어나자 악마들도 슬슬 진상을 눈치채기 시작했다.
변방의 악마왕들은 이미 누군가에게 잡아먹혀 사라진 뒤고, 이 일련의 사태에는 외부세력이 개입해 있음을. 그 외부세력의 정체가 한때 유명했으나 자신의 세력을 이끌고 어디로 사라져버렸던 악마 여왕 비토리야나였음을.
물론 그 또한 진실하곤 살짝 거리가 있었지만, 그 정도는 별로 의미가 있는 차이는 아니었다. 요는 그 비토리야나가 자신들의 안위를 뒤흔들고 있다는 것. 그것만 이해하면 됐을 테니까.
“그런데 뭐, 안다고 뭐가 달라지나?”
비토리야나는 비릿하게 웃었다. 그녀의 말이 맞았다. 아무리 진실에 가까이 다가갔다 한들, 그것만으로는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 중요한 건 막을 수 있느냐, 없느냐 그 여부였고 그들은 알고도 막을 수가 없었다.
다른 악마 군주들도 악마 전함의 강습공격을 저지하기 위해 무진 애를 썼다. 하지만 전함을 막기 위해서는 전함을 건조하는 수밖에 없다는 것은 제대로 된 공군이 등장하기 전까지는 금언이나 다름없었다. 지구의 금언이었건만, 만마전에서마저 통용되는 금언이었을 줄이야.
더욱이 악마 전함은 공중 전함이다. 어중간한 악마 공군조차 악마 전함의 카운터는 아니었다.
교단과 뒤로 밀약을 맺어 전함 건조에 성공한 악마왕은 비토리야나를 제외하면 악마 대왕급 외에는 없으며, 그 대왕급들은 지금 교단과의 전선에 나가 싸우느라 바빴다.
더욱이 비토리야나는 중소마계만 철저하게 털어대고 있었다. 이 ‘작은 전투’에서 비토리야나의 함대는 그야말로 무적이나 다름없었다.
같은 전함 외의 방법으로 전함에 효과적인 타격을 하기 위해서는 강력한 빛 속성의 마법 포격이나 신성한 공격 스킬이 필요한데, 빛 속성이나 신성을 손에 넣을 수 있는 악마는 한정되어 있었다. 신에 의해 직접 만들어진 악마, 즉 고대악마만이 그럴 가능성이 있었다.
결과적으로 우리는 불과 전함 세 척으로 만마전 세력의 후방을 완전히 교란해 대는 것에 성공한 셈이 되었다. 비록 대왕급 마계는 건드리지 못했지만, 만마전의 거의 대부분의 중소세력을 털어먹음으로써 만마전의 생산기반을 절반쯤은 말아먹은 것이나 다름없었다.
안 그래도 불리한 만마전이다. 그런 이들의 보급을 절반만 말려도 이 전쟁은 끝난 것이나 다름없다.
물론 우리의 목적은 교단이 전쟁에서 이기게 만드는 것이 아니다. 적당히 털어먹는 것이지.그런 의미에서 볼 때 이 현상은 매우 안타깝고 아쉬운 것일 수밖에 없었다. 이 이상 만마전을 털어먹어서는 안 된다는 지표로 받아들여야 했으므로.
“그래도 뭐, 대충 목적은 이뤘으니까.”
만약 목적한 만큼의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면 참 애매해질 뻔했지만, 일단 만마전에 오기 전에 설정한 목표치에는 도달한 것 같았다.
신성 : 9999+
결국 신성도 표기 자릿수를 넘겨 버렸다. 그야 [축복받은 바즈라다라의 바즈라]의 강화된 [항마의 백인]으로 악마들을 그렇게 썰어댔는데 신성이 안 쌓일 리가 없다.
“거의 뭐, 수천 마리를 썰어댔으니.”
한 마리를 썰 때마다 신성 1이 쌓이니, 말 그대로 신성 수천을 만마전에서만 올린 셈이다. 물론 지금 이 순간에도 그랑 란츠의 이진혁교를 통해 신성이 계속 쌓이고 있었지만 만마전에서의 급격한 성장세에 비할 바는 못 된다.
그리고 나만 신성이 쌓인 게 아니다. 악마들과의 전투 중에 [항마의 뇌명]으로 숫자를 늘린 바즈라를 안젤라를 비롯한 다른 인원에게 나눠주었다. 비록 뇌명을 거두면 사라져 버리는 바즈라라지만, [항마의 백인] 보너스는 그들에게도 정상적으로 부여되었다.
그 결과, 안젤라와 키르드도 상당한 신성을 쌓았다. 최소한 1,000씩은 올렸을 것이다. 뭐, 그게 최대치긴 하지만 말이다. 나야 [한계돌파] 덕에 스택 한계를 넘겨서 계속 신성을 쌓을 수 있었지만, 다른 애들은 그렇게 쌓이진 않았으니까.
비토리야나는 악마이기 때문인지 바즈라를 사용하진 못했지만, 사실 가장 큰 힘을 쌓은 건 그녀였다. 대왕이 아니라고는 하나, 악마왕의 코어를 대체 몇 개나 삼킨 건지 모르겠다. 코어를 삼킬 때마다 마기가 대량으로 쌓이는 거야 지금 와서 말할 거리조차 못 된다.
코어를 몇 갤 삼켰는지 기억조차 안 날 정도로 삼킨 결과, 내가 지속적으로 비토리야나의 마기를 [흡마신법]으로 빨아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내게 흡수당하는 것보다 그녀에게 쌓이는 게 더 많을 정도였다.
역시 여기, 만마전으로 온 건 정답이었다.
상대가 악마가 아니었다면 이 정도로 성장하는 건 무리였을 테니까.
우리 모두가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