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gend Loser RAW novel - Chapter 224
괴월의 괴상한 스킬 셋은 [채음보양] 하나로 끝이 아니었다.
[채양보양] – 등급 : 대법– 숙련도 : A랭크
– 효과 : 남성의 양기를 흡수해 양기를 돋운다. 동정 소년과의 교접이 가장 효과가 좋다. [채음보음] – 등급 : 대법
– 숙련도 : A랭크
– 효과 : 여성의 음기를 흡수해 음기를 돋운다. 숫처녀와의 교접이 가장 효과가 좋다. [채양보음] – 등급 : 대법
– 숙련도 : A랭크
– 효과 : 남성의 양기를 흡수해 음기를 돋운다. 동정 소년과의 교접이 가장 효과가 좋다.
난잡한 거 보게. 당연하다고 해야 할지, 뭐라 해야 할지. 세 스킬 모두 수련치는 꽉 채워져 있었다. 아주 그냥 남녀 안 가리고 잘도 해먹고 다녔다.
뭐, 그래도 서로 좋아서 한 거면 괜찮을지도 모른다. 그래, 그 가능성을 아예 부정할 순 없다.
[미혼대법] – 등급 : 대법– 숙련도 : A랭크
– 효과 : 대상의 이성을 흐트러뜨리고 동작을 어지럽게 해 제대로 몸을 가누지 못하게 한다. 대상은 미혼대법에 걸렸던 사실과 대법에 걸렸던 중에 일어난 일을 떠올리지 못한다.
그럼 이건 어느 용도로 쓴 스킬일까? 아니지, 위의 네 스킬과 연계해서 썼다는 보장은 없다. 그냥 제압 스킬 대신 쓰느라 갖고 있는 걸지도 모른다.
[최음대법] – 등급 : 대법– 숙련도 : A랭크
– 효과 : 대상을 교접에 적절한 상태로 인도한다. 대상은 저항할 수 있으나, 혼미한 상태의 대상에게는 반드시 걸린다.
그런데 이 스킬의 ‘혼미한 상태의 대상에게 사용’ 수련치가 꽉 채워져 있었다.
그럼 뭐다?
스토리라인이 너무 명확하게 그려진다. 희생양으로 삼을 소년이나 소녀에게 [미혼대법]을 걸고 유인한 후 [최음대법]을 사용해 준비를 끝내고 [채음보양] 시리즈를 아무거나 써서 양기나 음기를 빨아먹는 모습이 말이다.
“나는 대신선이 싫어졌다.”
아주 음란하고 비도덕적이다. 타락했다. 내가 그 동안 봤던 타천사들보다도 타락한 존재들이다. 물론 내가 본 타천사라곤 루시피엘라 딱 하나지만 그건 크게 중요한 사항이 아니다.
“이런 것들도 신선이랍시고 나대는 꼴이라니.”
신선이라는 놈들 자체가 싫어질 정도다. 일부를 보고 전체를 판단하는 건 가능하다면 지양해야 할 사고방식이라는 말이 있지만, 아무리 그래도 이건 첫인상이 너무 안 좋다.
“······흠.”
그것과는 별도로, 나는 위에 말한 스킬을 전부 쿠폰으로 갈취해 놓았다. 당연히 내가 써먹기 위해서는 아니다. 애초에 나한테는 [미혼대법]이나 [최음대법]보다 더 좋은 [지배의 권능]과 [기아스]가 있는데 이딴 걸 어디다 써먹겠는가?
[채음보양] 시리즈도 마찬가지다. 저런 짓을 해서 얻은 음기나 양기도 써먹을 데가 없고, 써먹을 상대도 없다. 이런 스킬의 존재 자체가 별로 유쾌하지가 않다.그럼에도 불구하고 뜯어온 것에는 이유가 있다.
“스킬 합성에는 쓸모가 있겠지.”
딱 보기에도 [채음보양] 시리즈는 같은 계열이고 [미혼대법]과 [최음대법]도 서로 묶일 테니 적당한 스킬을 짝지어주면 승화는 물론이고 초월까지도 노려볼 수 있을 거다.
영 안 되겠다 싶으면 그냥 갈아서 스킬 포인트로 되돌려받아도 되고. 대법급이 어느 정도 급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슈퍼레어급은 되겠지. 적당히 우려낼 수 있을 것이다.
당연하지만 착취한 스킬은 이뿐만이 아니다. 괜히 대신선이 아닌지 보유한 스킬이 꽤 충실했다. [착취의 권능]으로 그 리스트를 쭉 훑어본 나는 별로 고민할 것 없이 그것들을 모조리 갈취했다.
아니, 갈취란 표현은 적절치 않군. 어디까지나 본인의 동의를 얻어 양도받은 것이니 이건 정당한 거래다. 물론 정당하긴 해도 공정하진 않고, 이 불공정거래를 성립시키기 위해 [지배의 권능]이라는 치트를 썼지만 아무튼.
아무리 그래도 너무 심한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은 이 특성의 존재를 알고 나서 버렸다.
[섭인취혼] : 인류종을 섭식하고 그 혼을 취함으로써 선력을 크게 증진시킨다.애초에 이 특성에 비하자면 위에 말한 스킬들은 애교에 불과하다. 고유 특성도 아니고 요선 종족의 범용 특성인데, 사람을 먹고 혼을 빨아들여 스스로를 강화하는 특성이다.
“이것들······, 악마랑 다를 바가 뭐야? 그냥 악마네?”
“죄, 송합니다······.”
괴월이 반사적으로 사과했지만, 이건 지배자인 내가 화를 냈기 때문에 반사적으로 사과하는 것뿐이다. 자신의 과거행적에 대한 반성 같은 게 있을 순 없다. 이것들은 원래부터가 사람 잡아먹고 살아온 것들이고, 그래서 대신선이라는 자리까지 기어 올라올 수 있었던 걸 테니.
괴월은 이미 자신의 입으로 사람 잡아먹으러 그랑 란츠에 왔다고 증언했다. 본인이 인정한 이상 이런 증거품 같은 건 큰 쓸모가 없다. 압수다.
그리고 나는 이 시점에서 괴월에 대해 자비심을 품는 게 아무 의미도 없음을 깨달았다.
“다 내놔, 이 녀석아.”
나는 괴월에게 브뤼스만형을 내리기로 결심했다. 브뤼스만형이란 브뤼스만처럼 모든 스킬, 특성, 능력치, 인벤토리의 모든 아이템, 그리고 종족과 이름까지도 박탈하는 걸 뜻한다.
생각해 보니 내가 자비를 베풀 하등의 이유가 없다. 괴월은 나의 세계에 침략해 나의 권속을 상처 입히고 나의 백성을 잡아먹으려 든 침략자다.
“끄어어어억.”
모든 걸 다 잃고 고기 푸딩 형태가 되어 그 자리에 무너져 내리는 괴월을 나는 차가운 눈으로 내려다보았다. 브뤼스만 때와 달리 일말의 동정심조차 생기지 않는 건 왜일까? 브뤼스만이 더 나쁜 놈이었는데 말이지.
“뭐, 상대가 인간이 아니기 때문이겠지.”
나는 가볍게 넘겼다. 그야 그렇다. 인간 출신인 나다. 인본주의적인 걸 부끄러워 할 이유가 없다.
이어서 나는 괴월의 파트너인 여우 요선 괴량의 시체 쪽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욕망의 시선임을 부정할 순 없다.
이걸 되살려서 착취해봐? 가만, [백년백련의 씨앗]이 남아있던가? 없었던 것 같은데.
비록 내 손에 0.1초 만에 죽긴 했지만 경험치를 주긴 줬고, 그렇단 말은 꽤 강자란 뜻이다. 적어도 괴월만큼은 뭔가 줄 텐데, 이대로 보내긴 아쉽다.
“흠······, 혹시?”
[플레이어의 것은 플레이어에게]나는 별생각 없이 괴도의 스킬을 써보았다. 그냥 변덕 삼아 한 번 시도해 본 것에 불과하지만, 그 작은 시도를 통해 나는 시체에도 인벤토리 소매치기 스킬이 통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오!”
그래서 나는 스킬을 사용해 괴량의 인벤토리도 싹 털어냈다.
“괴도 스킬이 통하는데 권능 스킬이 통하지 말란 법은 없지.”
[착취의 권능]“어? 통하네?”
[착취의 권능]은 대상을 완전히 제압해 생사여탈권을 쥐는 것을 조건으로 요구한다. 그런데 재미있게도 이미 죽은 상태도 같은 조건으로 판정하는 모양이다. 좀 이상하긴 하지만 나한테 유리한 이상함이니 그냥 넘어가자. 통하면 좋지, 뭐.나는 괴량에게서도 가져올 수 있는 모든 것을 가져왔다. 스킬, 특성, 능력치는 물론이고 이름에 종족치까지 모든 것을 다 내게 착취당한 괴량의 시체는 정체성을 잃고 그냥 뭉글뭉글한 푸딩 같은 것으로 변했다.
정신 차리고 보니 분노와 후회, 자책의 감정은 온데간데없이 나는 신나게 사리사욕을 채우고 말았다. 이래도 되는 건가?
“와아아아아!!”
이래도 된다. 자괴감은 곧 녹아 사라졌다. 어느새 모여든 이진혁 시티의 시민들이 기쁨의 함성을 내질렀기 때문이다.
타이밍상 자신들을 습격했던 거대한 너구리와 여우의 시체가 푸딩으로 화한 것을 본 결과일 터였다.
그래, 뭐. 결과가 좋으면 다 좋은 거겠지.
아직 진짜 결과는 나오지 않았음을 잘 알면서도, 그냥 지금 당장은 그렇게 생각하기로 했다.
***
마음 같아선 신나는 분위기를 이어서 바로 회식을 하고 싶긴 했다. 불안에 떨었던 신도들의 마음을 위무하기도 할 겸. 교단에서 뜯어 온 새로운 특성들도 있으니 잘 배치하면 내 성장으로도 이어질 테고.
그래도 일의 우선순위를 헷갈려선 안 되지. 미리 해놨으면 될 일을 잡신에서 벗어나 하급 신이 됐다고 너무 신을 내고 다녔다.
그래서 바로 집무실에 돌아온 나는 [차폐의 권능]부터 어떻게 해야겠다는 생각에 당장 스킬창부터 들여다보았다. 그러자 익숙한 시스템 메시지가 날 반겼다.
– 동일 계열 스킬을 2개 이상 소유하고 있습니다.
– [기습하는 또 하나의 나], [차폐의 권능]
– 동일 계열 스킬은 서로 합성시킬 수 있습니다. 합성하시겠습니까?
[주의!] 합성에 사용한 스킬은 다시 얻을 수 없습니다.
그래, 문제는 바로 이거였다. 초월 권능인 [기습하는 또 하나의 나]가 기습이나 은밀 계열 스킬을 다 빨아먹고 초월했기 때문에 [차폐의 권능]과 합성시킬 다른 스킬이 없었다.
그렇다고 이 둘을 합성해 봐야 별로 좋은 꼴을 볼 것 같지는 않았다. 그 근거는?
“합성에 소모되는 스킬 포인트가······.”
애매하다!
적은 편이라고 할 수는 없는데, 또 그렇게까지 많이 요구하지는 않는다. 이 말 뜻은? 스킬 합성을 해봐야 딱히 대단한 결과를 기대할 수는 없다는 이야기다.
지금까지의 경험으로 볼 때, 아마 합성해도 [차폐의 권능]이 일방적으로 분할되고 끝날 거다. 랭크야 오르겠지만 그건 내가 원하는 바가 아니다. 그리고 지금까지의 경험으로 미루어볼 때, 이렇게 분할되고 나면 두 번 합성은 못한다. 즉, 미래의 가능성을 날려먹는 셈이다.
지금 내 최고급 스킬이자 주력 스킬이 [기습하는 또 하나의 나]인데 [차폐의 권능]은 이 스킬을 더 높은 곳으로 끌어 올려줄 몇 안 되는 스킬 재료 중 하나다. 가능성마저 소진시키면서까지 둘의 합성을 애매한 결과로 남길 순 없다.
뭔가 더 합성 재료를 찾아서 [기습하는 또 하나의 나]와 [차폐의 권능]을 융합, 더 욕심을 부리자면 승화까진 시키고 싶다.
물론 [축복받은]과 [기적적인]을 이용해서 접착제 바르듯 강제로 동일성을 부여하는 것도 가능하다. 이것도 이미 염두에 뒀던 선택지다. 그런데도 내가 아직도 합성을 미루는 이유가 있다.
이유는 당연히 욕심이다.
접착제 붙여서 융합만 한다고 만사형통할 리 없지 않은가. 적절한 옵션을 끼워 넣지 않으면 분할당하고 끝일 테니. 확실한 걸 끼워 넣지 않으면 스킬 포인트만 날리고 어중간하게 분할된 스킬만 얻을 뿐이다.
그 적절한 옵션이란 게 [기습하는 또 하나의 나]의 결점을 보완하는 형태가 되어야 하는데, 내 눈엔 이 사기스킬에서 딱히 결점이라 꼽을 만한 게 보이지 않았다.
이게 다 [기습하는 또 하나의 나]가 지나치게 완벽한 스킬인 탓이다. 부족한 점을 메우고 더 강력한 스킬로 만들고 싶은데 그러기엔 답이 안 나온다.
아, 그냥 나중에 생각하고 싶다. 그런데 또 이래서야 같은 실수를 반복하는 꼴밖에 안 된다. 지금 뭐라도 해야 한다. 뭐라도······.
“뭐라도, 뭐라도······.”
그렇게 나는 내 집무실에 반나절을 혼자 앉아 있었다.
물론 그냥 고민만 하겠다고 시간을 낭비한 건 아니다.
집무실에 혼자 틀어박혀 있는 것도 일단은 [차폐의 권능] 사용 조건을 만족시켜 주기는 한다. 그러니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조건을 조금씩이라도 채워놓을 셈이었다. 한 달간 혼자 틀어박혀 있으란 조건이 연속해서 한 달을 요구하진 않으니 가능한 선택이었다.
그렇다고 이대로 한 달을 틀어박힐 생각은 없지만. 이것도 그저 보험일 뿐이다. 베스트는 역시 [차폐의 권능]을 승화시키는 건데, 답이 잘 안 보인다.
“뭐라도 해야 돼.”
욕심을 버릴까? 그냥 접착제 발라서 대충 융합하고 말아? 그럼 [차폐의 권능]이라도 쓸 만해질 텐데. 일단 초월 랭크가 될 테니 뭐라도 옵션이 붙을 거다.
“음······.”
역시 그러고 싶진 않았다.
내적갈등을 견뎌내기 위해, 나는 기분 전환 삼아서 다른 스킬들을 만지작거리기 시작했다.
괴량과 괴월이 주고 간 스킬들은 별로 쓸모 있어 보이지는 않았다. 이것들은 왜 이렇게 방중술을 좋아하는 건지. 그리고 사람 잡아먹는 걸 좋아하는 건지. 스킬들이 다 그런 식이었다.
그래도 다른 스킬들이랑 합성시키고 나면 좀 괜찮아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긴 한다. 이제까지도 그랬던 예가 없었던 것도 아니고.
– 동일 계열 스킬을 5개 이상 소유하고 있습니다.
– [착취의 권능], [채음보양], [채양보양], [채음보음], [채양보음]
– 동일 계열 스킬은 서로 승화시킬 수 있습니다. 스킬 승화를 실행하시겠습니까?
[주의!] 승화에 사용한 스킬은 다시 얻을 수 없습니다.
– 동일 계열 스킬을 3개 이상 소유하고 있습니다.
– [지배의 권능], [미혼대법], [최음대법]
– 동일 계열 스킬은 서로 융합시킬 수 있습니다. 스킬 융합을 실행하시겠습니까?
[주의!] 융합에 사용한 스킬은 다시 얻을 수 없습니다.
문제는 두 스킬이 모두 다 권능급 스킬을 합성 대상으로 삼느라 승화 및 융합에 드는 스킬 포인트가 장난이 아니라는 거였다. 보자마자 바로 합성을 실행하지 않은 이유가 바로 그거였다.
뷰티 포인트를 많이 모아둬서 여유가 있긴 하지만, [기습하는 또 하나의 나]와 [차폐의 권능] 합성에 스킬 포인트가 얼마나 필요할지 모르니까. 더군다나 합성이 아니라 승화나 초월을 노리고 있는 내 입장에선 일단 아껴놓고 볼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이 두 케이스의 합성은 일단 뒤로 미뤄두긴 했는데, 다시 생각해 보니 어차피 이대로 방법이 없으면 그냥 [기습하는 또 하나의 나]와 [차폐의 권능]을 합성시킨 후 분할받는 수밖에 없다.
그럴 거면 차라리······.
“질러보자.”
고민 끝에, 결국 나는 금단의 선택을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