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gend Loser RAW novel - Chapter 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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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황상제는 눈물을 뚝뚝 떨어뜨리며 내게 털어놓기 시작했다.
“제가 스스로 옥황상제를 칭하고 있긴 합니다만 제 능력이 자리에 걸맞지 않음을 잘 압니다. 그도 그럴 테지요. 저는 그저 이 자리를 떠맡았을 뿐이니까요.”
한 세력의 장 치고는 지나치게 비굴한 소리지만 나는 그냥 노인의 넋두리라 치고 그냥 말하게 두었다.
“제 사형, 사승, 사조, 모두 저를 두고 떠나 버렸습니다.”
어디로? 나는 묻지 않았다. 애초에 이 노인이 내게 매달리고 있는 이유가 그것이니.
“하늘로, 위로, 더 높은 세계로.”
그래, 상위세계. 나도 방금 전에 손에 넣은 그 키워드다.
“들을 때마다 다른 단어로 말씀하셨습니다만 그곳이 모두 같은 곳임을 저도 압니다. 저 또한 언젠가는 거기로 가리라 믿었습니다만 제겐 자격이 없었습니다. 저 혼자 남겨진 채 어느새 천 년의 세월이 흘렀습니다. 그, 그런데······.”
붉어진 얼굴, 충혈된 눈동자로 나를 올려다보며 남겨진 노인은 내게 물었다.
“저와 당신의 다른 바가 무엇입니까? 가르침을 주십시오. 제게 부족한 것이 무엇입니까? 그 누구도 알려주지 않았습니다. 누구도 제게 가르침을 주진 못하였으나 당신께서는······.”
아니, 내가 정보를 얻으려고 했는데 왜 나한테 가르침을 달라고 하지? 배알이 좀 꼴리긴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나는 옥황상제의 질문에 대한 답을 갖고 있었다.
이런 걸 공짜로 알려줄 의무는 없으나, 나는 그냥 말해주기로 했다. 노인의 눈물을 봤기 때문은 아니다. 그냥 순간의 변덕으로, 아는 척을 하고 싶어졌다.
“아마 수련이 부족한 거겠지.”
나는 무뚝뚝하니 대답했다.
“거기까지 가기 위해 수천 년, 많게는 수만 년의 수행이 필요하다 하더군.”
물론 나는 백 년의 세월조차 필요로 하지 않았으나, 그걸 굳이 언급해서 이 노인을 나락으로 떨어뜨릴 생각은 없었다.
“하, 하하······.”
노인의 얼굴이 기묘하게 일그러졌다. 미소를 짓고자 했으나 실패한 이의 표정이었다.
“고작 천 년으로는 안 되는 거였군요. 제가 어리광을 부린 거로군요······.”
“그리고 그대가 쌓았다는 수행의 방법이 맞는 건지도 의문이로군.”
나는 뚱하니 덧붙여주었다.
“예?”
“도를 닦는다는 신선들이 다른 세계에 침입해 인간의 살점을 맛보고자 하더군. 그대가 이끄는 세력의 이들이 말이야. 전해 듣지 못했나?”
나는 낮게 웃었다. 그러고 보니 그랬다. 나는 이 노인의 스승이 아니라 침략자였다. 아무래도 생각이 너무 길었던 듯했다. 놓고 있었던 현실감각이 빠르게 되돌아왔다.
내가 천계로 침략해 온 이유는 응당히 해야만 하는 복수와 반격이었다. 얻어맞은 것 이상으로, 지나칠 정도로 반격을 세게 때린 것 같긴 하지만 이게 내 탓인가? 아니다. 이들이 너무 약한 탓이다.
애초에 이들이 약하지 않았다면 내가 깨달음을 얻지도 못했을 테니, 탓을 하기보다는 덕을 봤다고 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아직도 생각이 정리되지 않았다. 상념이 두서없이 널을 뛴다. 보통은 싸움터에서 적을 앞에 두고 이러면 안 되지만 난 이래도 된다. 목숨이 위험할 일이 없는 절대 강자의 권리다.
“저, 저는······.”
“아니, 됐어. 너는 항복했고 나는 그 항복을 받아들였다. 다만 배상금은 치러야지.”
“아······.”
“일단 네 사승에 대해 듣고 싶군. 그 먼저 승천했다는 사승 말이야.”
내게는 날 앞에서 끌어주는 선배 같은 존재가 없어서 그 승천이라는 개념도 지금 옥황상제에게서 처음 들었다. 없는 거야 어쩔 수 없다. 없으면 없는 대로, 대신할 걸 찾으면 된다.
***
옥황상제를 심문한 결과, 그는 상위 세계에 대해 아무것도 모른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먼저 상위 세계에 올라간 그의 사형, 사승, 사조와는 전혀 연락이 안 된다고 한다. 하긴 연락이라도 받아서 작은 힌트라도 받았더라면 내게 조언을 해달라며 매달리지도 않았겠지.
그리고 옥황상제가 말하는 상위 세계는 상당히 모호하고 관념적이었다. 어쨌든 좋은 곳이고, 가면 다 잘될 거고, 목표로 해야만 하는 곳. 그게 옥황상제가 품고 있는 상위 세계에 대한 이미지였다.
그렇게 옥황상제와 상위 세계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시스템 메시지와의 대화에서는 느끼지 못했던 어떤 점에 대해 알게 되었다.
“그 상위 세계란 건 좀 천국 같은 느낌이로군.”
막연하게 좋은 곳처럼 묘사하지만 살아 있는 사람은 아무도 가보지 못했고 먼저 간 사람과는 소식이 끊긴다는 점에서 비슷했다.
좀 더 노골적으로 말하자면 마치 사후 세계 같았다.
나는 다시금 퀘스트 창을 열어보았다. 상위 세계로의 도약을 위한 퀘스트. 이 퀘스트 설명문에도 상위 세계에 대한 묘사는 없었다. 그저 상위 세계라는 단어로 지금 내가 머무르고 있는 세계를 하위 세계로 설정하고 그보다 높은 세계인 것처럼 생각하게 만든 게 전부였다.
“내가 아직 이 세계에 덜 살아서 그런가? 별로 가고 싶지 않은데?”
나는 아직 시스템 메시지가 하위 세계라 폄하하는 이 세계에 질리지 않아서 그런지, 별로 상위 세계란 곳에 가고 싶지가 않았다.
만약 내가 천계를 제압하기 전의 상태, 그러니까 레벨 업에 대한 망집에 사로잡힌 채였다면 상위 세계에 목을 맸을지도 모른다. 더 레벨을 올릴 수도 있고 이 세계에서 만날 수 없는 강적을 만날 수도 있을 거라는 기대감을 가졌을 테니까.
하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았다. 애초에 상위 세계라고 레벨 업과 강적의 존재가 보장된 것도 아니고, 시스템 메시지도 내게 그런 언급을 한 적이 없다. 그냥 상위 세계라는 단어 때문에 막연한 기대감을 느끼게 될 뿐이지. 실제로 어떤 곳인지는 아무 정보도 없다.
게다가······, 이상하게 느낌이 별로다.
한번 사후 세계라 느껴서 그런가? 이제는 불멸자가 되어 수명도 극복했고 육체의 한계에서도 벗어났으니 더 이상 죽음에 대해 막연한 두려움을 품을 필요도 없어졌건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역시 죽음이라는 단어에서 별로 좋은 느낌이 들지는 않는다.
직감은 조용했지만, 직감이 만능인 능력치인 건 아니다. 직감만으로는 여기까지 오지 못했다. 내가 직감을 약간 더 믿긴 하지만, 내 개인적인 느낌도 꽤 중시한다. 이걸로 이득도 꽤 봤다. 봤나? 봤을 것이다.
“흐음. 뭐, 어차피 지금 당장 갈 수 있는 곳도 아니니.”
퀘스트는 내게 최상급 신 이상의 신격을 쌓을 것을 요구하고 있었다.
나는 현재 중급 신. 아무리 다른 조건은 이미 다 충족된 상태라지만 상급 신에도 언제 오를 수 있을지 모르는 마당에 최상급까지 언제 기어 올라갈 수 있을지 감도 안 잡힌다.
어쨌든 퀘스트는 받았으니 느긋하게 수행하면서 정보를 좀 더 모아보자. 이러다 보면 뭔가 답이 나오겠지.
그렇게 나는 판단을 뒤로 미루고, 일단 지금 당장 해야 할 일부터 하기로 했다.
“그럼 옥황상제 양반, 본격적으로 이번 전쟁에 대한 배상금을 받아볼까?”
“바, 방금 말씀드렸잖습니까! 정보를······.”
“아니, 그건 아니지. 그건 내가 네게 상위 세계에 대해 말해준 걸로 퉁쳐야지.”
이 양반 이거 양심 없는 거 봐라. 나는 옥황상제를 보며 혀를 끌끌 찼다.
“게다가 아까 네 고민에 대한 답도 줬잖아. 쌤쌤이네.”
“아······.”
옥황상제는 얼빠진 목소리로 멍하니 고개를 끄덕였다.
뭐야, 납득한 건가? 이걸로 납득해준다면 나야 좋지.
***
옥황상제와의 교섭은 원활히 진행되었다. 사실 교섭이랄 것도 없었지만 말이다. 나는 승리자고 천계는 전쟁에서 패배했으니, 배상금은 그냥 내가 받고 싶은 만큼 받으면 된다.
하지만 이게 말만 쉽지 진짜로 쉬운 게 아니었다. 상대의 지불 능력만큼 최대한 뜯어내자면 일단 상대의 지불 능력을 알아야 되니. 그리고 상대가 갖고 있는 것 중 내가 뭘 원하는지도 알아야 했다.
달리 할 일이 없었다면 시간을 들여 느긋하게 천계의 금고와 보물고를 둘러보면서 내가 직접 골라서 갖고 나오면 되겠지만 상황이 그렇지가 않았다.
지금 내겐 당장 해야 할 일이 있었다.
“그러니 달아둬. 다음에 받으러 오지.”
그래서 나는 천계의 배상금에 대해서 일단 나중에 생각하기로 했다. 꼭 지금 당장 받을 필요는 없었다. 물론 옥황상제를 비롯한 천계의 신선들이 다른 생각을 품으면 곤란하니 적당히 지배를 걸어두었다.
“으, 어어어, 알, 겠습니다······.”
“좋아, 잘 걸렸군.”
지능이 떨어진 모습의 옥황상제를 보며 나는 빙긋 웃었다.
“아, 그렇지. 혹시 [바즈라다라의 바즈라]보다 더 좋은 [바즈라] 있어?”
[축복], [기적], [신비]까지 먹여 차근차근 업그레이드까지 해가며 지금껏 잘 써먹어 온 [바즈라다라의 바즈라]도 좋은 무기다.하지만 천계의 창고에는 더 좋은 바즈라가 있을지도 모른다. 아니, 분명 있겠지. 외부인에게 현상금 대신 냉큼 넘겨준 게 [바즈라다라의 바즈라]다. 이것보다 좋은 게 없으면 이상할 정도다.
“여기, 있습니다······.”
내 질문을 들은 옥황상제는 쿨하게 자기가 들고 있던 홀을 내게 건네주었다.
[옥황상제의 홀(Scepter of Jade Emperor)] – 분류 : 보패– 등급 : 옥황상제
– 내구도 : 무제한/파괴불가
– 옵션 : 매력 +100, 위엄 +255
[옥황상제의 심판] : 지정 대상을 심판하여 신성 피해를 입힌다. 심판한 대상을 처치할 때마다 위엄 +1. 심판하여 처치한 대상이 마에 속할 경우 추가로 신성 +1.
[옥황상제의 일갈] : 집단을 대상으로 일갈한다. 일갈한 대상이 아군일 경우 전투력이 상승하고 적군일 경우 전투력이 하락한다. 위엄이 높을수록 효과가 높아진다.
[옥황상제의 인덕] : 지정한 아군 부대의 생명력, 체력을 회복시키고 사기를 높인다. 매력이 높을수록 효과가 높아진다.
– 사용 제한 : [옥황상제]
옵션이 상당히 좋긴 하지만 사용 제한이 걸려 있는 게 옥의 티였다.
아니, 옥황상제 한정 장비라니. 이거 혹시 날 멕일려고 준 건가?
물론 그렇진 않을 것이다. 그저 지배에 걸려 지능이 떨어진 탓에 다른 건 생각 못 하고 그냥 지금 당장 가진 것 중 가장 좋은 걸 내게 넘긴 거겠지.
그러므로 나는 관대한 태도를 취하기로 마음먹었다.
“꽤 괜찮군. 고마워. 하지만 더 좋게 만들어야겠어.”
게다가 나는 이 문제를 어떻게 극복해야 하는지 이미 알고 있었다. 만신전에서 이미 한번 겪은 일이거든.
나는 [옥황상제의 홀]에 [축복], [기적], [신비]를 한 번에 걸었다. 그러자 아이템의 이름이 바뀌었다.
[이진혁의 홀] – 분류 : 보패– 등급 : 이진혁
– 내구도 : 무제한/파괴불가
마치 [이진혁의 위광]처럼 말이다.
“이번엔 [이진혁의 홀]인가······.”
이제는 익숙해질 때도 됐지. 나는 초연히 받아들였다. 이걸로 이진혁급의 이진혁 장비가 두 개 모였다. 두 번 일어난 일은 세 번도 일어나나? 일어날지도 모르지. 나는 헛웃음을 지으며 아이템 옵션을 들여다보았다.
– 옵션 : 매력 +255, 위엄 +999
[이진혁의 천벌] : 지정한 위치에 천벌을 내려 광역 신성 피해를 입힌다. 천벌을 받은 적을 처치할 때마다 위엄 +1. 처치한 대상이 마에 속할 경우 추가로 신성 +2.
[이진혁의 대호령] : 효과 범위 내의 대상이 아군일 경우 전투력이 상승하고 축복이 걸리며, 적군일 경우 전투력이 하락하며 스턴이 걸릴 수 있다. 위엄이 높을수록 효과가 높아진다.
[이진혁의 대덕] : 효과 범위 내의 모든 아군 부대의 생명력, 체력을 회복시키고 사기를 높인다. 매력이 높을수록 효과가 높아진다.
– 사용 제한 : [이진혁]
[이진혁의 위광]과 마찬가지로 이진혁급이 되면서 옵션이 더 좋아졌다. [옥황상제의 심판]이 [이진혁의 천벌]이 되면서 신성 스택이 2배로 늘어난 것도 좋고, 다른 옵션도 다 마음에 든다.
“이건 배상금의 일부로 받아두지.”
당연하지만 이건 일부일 뿐이다.
요선들이 그랑 란츠에 쳐들어오면서 주민들이 얼마나 불안에 떨었는데, 고작 홀 하나로 퉁치려 들면 안 되지.
“알겠습, 니다.”
옥황상제는 쾌히 고개를 끄덕여 주었다. 고마운 일이다. 이렇게 자신의 것을 쾌히 넘겨주다니. 물론 지배에 걸려서 이러는 거지만 뭐, 아무렴 어떤가.
“핫하하하!”
나는 괜히 한 번 웃어주었다. 별 이유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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