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gend Loser RAW novel - Chapter 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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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제까지 인류연맹에 대해서 변경의 약소 세력이다, 별 볼 일 없는 세력이다, 그런 말을 자주 들어와서 크게 기대를 하지는 않았었다. 심지어 인류연맹 소속인 크리스티나마저 그런 소릴 입에 달고 살았으니 말이다.
그런데 내가 보기엔 기존의 평판과 실제의 인류연맹은 좀······, 뭐랄까······.
달랐다.
“아니, 이건······, 큰데?”
인류연맹은 적어도 외부로 보이는 모습만 볼 때는 결코 작지도 않았고 약소 세력도 아니었다.기존의 평과 내가 직접 본 모습이 너무 달라서 정신이 아찔할 정도였다.
내 식견이 좁다고도 볼 수 없다. 현 세계 최강세력이라 할 수 있는 교단은 물론이고 만신전, 만마전, 천계까지 갔다 와봤는데, 그들 주류세력과 비교해도 인류연맹은 작다고 볼 수는 없었다.
인류연맹은 대단히 크다고는 볼 수 없는 행성과 그 행성의 위성 두 개를 본거지로 삼고 있었다. 확실히 세력의 근거로 둔 행성의 크기만 보자면 약소세력이 맞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본성으로 여겨지는 행성에는 궤도 엘리베이터가 여럿 설치되어 있었고 엘리베이터마다 우주정거장이 연결되어 있었다.
우주정거장마다 스페이스셔틀이 마치 시내버스인 것처럼 자주 돌아다니고 있었고 그 셔틀은 우주 공간에 둥실둥실 떠다니는 스페이스콜로니로 사람과 물자를 운반했다.
위성들도 완전히 개발되어 투명한 돔에 싸인 거주구마다 건물과 녹지가 가득했고 거기서도 셔틀이 돌아다녀 콜로니와 본성을 연결해 하나의 생활권으로 완성된 것처럼 보였다.
이뿐만이 아니다. 콜로니에 정박된 거대한 우주선은 여느 SF 작품에 나온 이민선을 방불케 했는데, 태양빛을 받기 위해선지 상판을 열어 그 내부를 들여다볼 수 있었다. 그 내부는 완전히 개발된 상업 지구를 방불케 할 정도였다. 이 우주선이 한 대도 아니고 여러 대 있었다.
이걸로도 모자랐는지 우주선을 추가로 건조하는 모습이 저쪽에 보였고, 공간이 부족했는지 궤도권에 새로운 스페이스콜로니를 건설하는 모습도 관측할 수 있었다.
군용으로 따로 배정된 것처럼 보이는 콜로니에선 교단의 전함보다도 몇 세대는 발전한 것 같은 전함들이 정박되어 있었고, 훈련 중이기라도 한 듯 전투기처럼 보이는 개인용 포트들이 서로 광선을 발사해 가며 싸움에 여념이 없었다.
이건 21세기의 지구에서도 본 적이 없는 광경이다. 차라리 CG로 도배된 SF 영화에서나 볼 법한 극도로 발전한 문명의 모습이었다.
사실 차지한 행성은 작아도 위성까지 완전히 개발하고 콜로니까지 띄워가며 발전한 걸 보면 세력으로서의 규모는 절대 작다고 볼 수 없으며, 보는 곳마다 사람이 꽉꽉 들어찬 저 인구밀도면 인구수도 장난이 아닐 것이다. 적어도 이제까지 본 어떤 세력보다도 발전된 형태였다.
“이게 어디가 약소 세력이야? 이것들이 사기 쳤네?”
아니, 잘 생각해 보니 인류연맹은 오랫동안 변경에 고립되어 여타 세력과의 교류가 단절된 상태였다. 오래 전, 교단을 적으로 돌린 대가였다.
그래서 인류연맹은 자신들이 약소 세력이라는 오래된 인식을 그대로 갖고 이를 불식시킬 계기를 갖지 못한 채, 오로지 다른 세력을 따라잡기 위해 노력하고 발전시킨 결과물이 바로 이것일지도 모른다는 가설이 문득 떠올랐다.
“아니, 아무리 그래도 이건 좀 심하지 않나.”
내가 세운 가설이지만 무리수가 심했다. 나는 머릿속에서 말도 안 되는 가설을 지워 버리곤 조심스럽게 인류연맹의 본성으로 향했다. 나아가는 동안 스페이스셔틀과 접촉 사고를 일으키지 않기 위해 신경을 곤두세워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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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이거 왜 욕먹었는지 알겠네.”
나는 내 소유로 되어 있는 누에보 베르사유의 궁전 앞에 서 있었다. 궁전의 모습에 손색은 없었다. 아니, 오히려 사진보다 더 화려했다.
문제는 궁전의 위치였다.
파란 호수를 접하고 푸른 초원이 깔려 있는 고즈넉한 공간 바로 옆에는 높은 인구밀도를 자랑하는 인류연맹의 경제적 수도 격 도시인 뉴이스트 요크(Newest York)가 인접해 있다.
도시에 집중된 인구를 수용하기 위해 지구 시절의 서울 아파트가 장난처럼 느껴질 정도의 고밀도 성냥갑 주택가가 빽빽이 들어섰는데, 바로 옆에 드넓은 초원이 펼쳐져 있고 그게 사유지인 데다 그 목초지의 한가운데에 으리으리한 궁전이 공간 낭비를 대놓고 하면서 떡하니 들어섰으니 시민들 입장에선 화가 안 날래야 안 날 수가 없다.
여론을 두려워해 아무도 매입하지 못하고 있다가 외부인이자 영웅인 나한테 보상으로 넘겨준 이유가 있는 셈이다.
“이거 팔아도 돈 좀 되겠는데?”
입지가 너무너무 좋다. 부지도 꽤 넓어서 일산 같은 신도시처럼 만들면 다들 분양을 못 받아서 안달 날 거다.
“아니, 내가 무슨 생각을.”
신치고는 지나치게 속물적인 생각에 빠져 있었음을 자각하고 나는 고개를 저었다. 이런 망상이나 하자고 인류연맹까지 온 게 아니다. 나는 누에보 베르사유를 뒤로하고 뉴이스트 요크 안으로 들어섰다.
인류연맹의 종족 구성은 주로 천사들이었다. 뭐, 키르드가 천사였던 거에서 예상은 하고 있었지만 말이다. 너희가 왜 인류연맹이야? 인류가 아닌데! 그냥 인류 출신 천사인 거겠지, 라고 생각하려니 교단의 천사들도 인류 출신인 건 비슷했다.
어쨌든 다들 천사다 보니 시민들도 비행 능력을 지니고 날아다니고 있었으며, 엘리베이터는커녕 계단조차 없는 12층 집에 풀쩍 날아 들어가 출입하고 있었다.
이런 광경이 이상하게 재밌고 흥미로웠다. 그랑 란츠에서는 볼 수 없는 광경이었다. 같은 천사 종족 사회인 교단에서도 보기 드문 광경이었지. 거긴 땅이 부족하지 않아서 그런지 고층 빌딩이 많진 않았다. 내가 묵었던 호텔이 좀 높긴 했지만 거기도 엘리베이터 타고 올라갔고.
“그건 그렇고 너무 넓고 북적대서 어딜 가서 뭘 해야 할지 감도 안 잡히는군.”
공간이 부족해서 그런지 길은 좁고 사람은 많아 도로마다 사람으로 꽉꽉 찬 건 물론이고 날아다니는 사람들도 많아서 도시를 돌아다니려니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더욱이 난 지금 [기습 준비 태세]로 투명한 상태라 사람들이 날 피해주질 않았다. 내가 피해 다녀야 했다. 사람과 부딪혀도 난 다치지 않겠지만 그렇다고 불특정 다수 상대로 어깨빵 하고 다닐 정도로 내가 악한은 아니다.
게다가 그래도 좀 2차원적으로 지도를 그릴 수 있었던 지구나 교단, 그리고 그랑 란츠와 달리 뉴이스트 요크는 시민들이 전부 비행 능력을 지니고 있다는 걸 전제로 도시를 구성했는지 툭하면 막다른 길이었고, 그럴 때마다 벽을 기어 올라가거나 날아서 뛰어넘어야 했다.
물론 나도 날 수는 있지만 초행인 곳의 길을 3차원으로 파악하려니 피곤해 돌아가시겠다.
“아무래도 내부 조력자가 필요해.”
도시를 돌아다니며 시민들 분위기도 파악하고 이러려고 했는데, 환경이 이래서야 글렀다. 나는 당연하게 레벨 업 마스터를 꺼내 크리스티나에게 연락을 취했다.
= 네, 폐하!
“도착했다.”
나는 짧게 대꾸했다.
= 아, 그럼 어디로 마중을 나가면 될까요? 궤도권에 오신 건가요? 아니면 입국심사대?
“누에보 베르사유.”
= 예?!
내 대답에 크리스티나가 화들짝 놀랐다.
“그 궁전 있잖아. 내가 연맹으로부터 받은.”
= 아뇨, 그걸 몰라서가 아니라······. 혹시 밀입국하신 거예요?
정확했다.
“단어 선택이 다소 불쾌하지만 부정하진 못하겠군. 음? 아니지? 그러고 보니 이 궁전 주변은 치외법권이라며? 그럼 밀입국이라 볼 수 없지.”
= 그, 그렇네요?
나는 그냥 아무렇게나 말한 건데 네가 동의하면 어쩌냐.
“마중까지 나올 필요 없어. 그보다 그 슈퍼 포스란 것들 위치나 알려줘. 잠깐만 확인하고 도로 나가게.”
= 차라리 그게 낫겠네요. 그냥 오셨다 가신 걸 아무도 모르는 게.
이제야 말이 좀 통하는군. 나는 씨익 웃었다.
***
슈퍼 포스가 양성되는 기관인 슈퍼 포스 하이브는 군용 스페이스콜로니 121번에 위치해 있다고 한다. 121번 콜로니의 위치 또한 좌표로 전해 들은 나는 곧장 [진홍 혜성]을 타고 본성을 빠져나와 그쪽으로 향했다.
121번 콜로니에 도착한 나는 슈퍼 포스 하이브에 잠입했다. 아니, 사실 잠입이라고 할 순 없다. 그냥 대놓고 돌아다녔으니까. 물론 [폭군의 정당한 권리행사 – 음]을 켠 상태긴 했지만. 그게 뭐 중요하겠는가?
하이브라곤 해도 명칭만 그럴 뿐 벌집이랑은 큰 상관없는, 그냥 철근콘크리트로 만들어진 구조물이었다. 물론 군사시설인 만큼 보안설비는 다소 신경질적으로 보일 정도로 완비되어 있었지만 말이다.
이 보안설비를 어떻게 뚫었냐면, 그냥 앞사람 따라다니면서 뚫었다. 지문 인식, 홍채 인식, 심지어 항문 인식까지 있었지만 앞사람이 다 뚫어주니 나는 그냥 따라가기만 하면 됐다. 항문 인식을 하는 모습은 솔직히 별로 보고 싶지 않았지만 나로서도 별다른 수가 없었다.
그렇게 하이브 내부에 침투해 무작정 돌아다니던 나는 슈퍼 포스로 보이는 인원 한 명을 발견했다. 어떻게 알았냐고? 가슴에 [슈퍼 포스]라고 쓰인 명찰을 달고 돌아다녔거든. 자기 직업에 대한 자부심을 갖는 건 좋은 일이지.
“음. 음? 으음?!”
그 인원을 대상으로 [폭군의 착취 – 음]을 써서 몰래 스킬 구성을 들여다보던 나는 위화감이 느껴지는 항목을 하나 발견했다.
“역시. 2%면 뽑을 만한 확률인 거 맞다니까.”
나는 씨익 웃었다.
종족 : 마구니.
위화감이 느껴지는 항목이란 바로 이거였다.
“잭 제이콥스, 감 좋네!”
손뼉을 치고 웃은 나는 슈퍼 포스의 뒤를 따라다녔다.
“이 한 놈만 마구니일 것 같진 않단 말이지.”
이놈을 따라다니다 다른 슈퍼 포스를 만나면 또 [폭군의 착취 – 음]을 써서 종족치를 확인해 볼 생각이었다.
그런데 그런 내 계산은 틀리고 말았다.
하이브 내부를 한참 돌아다니다 갑자기 멈춰 서서 주변을 두리번거리던 슈퍼 포스는 아무도 보고 있지 않은 걸 확인한 후 조심스럽게 바닥에 손을 가져다 댔다.
그러자 금속 재질의 바닥재가 갑자기 생물처럼 입을 쩍 벌리는 게 아닌가? 슈퍼 포스는 즉시 그 안으로 뛰어 들어갔다.
나도 반사적으로 슈퍼 포스의 뒤를 따라 그 입안으로 뛰어들었다. 그런데 슈퍼 포스의 몸이 통과하자마자 벌려진 입에서 이빨이 나오더니 콱 닫힌다. 직감은 조용하니 물려봤자 다치진 않겠지만 미행하던 게 들키면 재미없다. 한창 즐기고 있는데 흥이 깨지잖아.
[세계를 혁명하는 힘]그래서 내가 시간을 멈췄다. 슈퍼 포스보다도 먼저 입속으로 이어지는 통로를 통과한 후 스킬을 풀었다. 소모한 혁명력은 1. 경제적이다.
다시 시간이 움직이며 슈퍼 포스가 내 앞에 떨어져 내렸다. 위로 향하는 통로는 입이 닫힌 후 같이 사라져 버렸다. 돌아가는 길이 막힌 셈이지만 걱정할 건 없다.
여차하면 [폭군의 대역]으로 탈출하면 그만이니. 벽면을 때려 부수고 길을 열어도 되고. 어차피 하이브에 진입하기 직전에 [퀵 세이브]를 해놨으니 [퀵 로드]로 시점을 되감는 것도 방법이다.
그래, 방법은 많다. 그보다는 슈퍼 포스다. 슈퍼 포스는 앞으로 이어진 비밀 통로를 아까보다도 조심스럽게 걷기 시작했다.
“흥미로운데? 두근대는걸!”
오래간만에 동심을 되찾은 것 같은 기분이다. 나는 낄낄 웃으며 슈퍼 포스의 뒤를 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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