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gend Loser RAW novel - Chapter 35
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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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바위 틈새에서 고개를 내밀었다.
“안 들켰지?”
= 네. 들켰으면 난리 났죠.
“휴. 다행이네.”
혹시나 해서 불도 안 피우고 숨어 있었는데, 진짜로 인퀴지터 놈이 여기까지 찾으러 올 줄은 몰랐다. 놈의 등에서 존재감을 뽐내는 빛의 날개는 멀리서도 잘 보인다. 반짝반짝.
“그냥 아무 생각 없이 드워프이터들 잡았으면 큰일 날 뻔했네.”
상정했던 최악의 사태가 일어날 뻔했다.
“이로써 필드 보스를 잡으면 관리자가 바로 날아온다는 건 확인되었군.”
= 안 좋네요.
“응? 아니지. 좋지.”
나는 고개를 저어보이곤 씨익 웃었다.
“내가 원할 때 언제든 관리자를 호출할 수 있다는 뜻이니까.”
그렇다. 비록 지금은 이렇게 도망 다니고 숨어 다녀야 하는 몸이지만 언제까지고 이럴 필요는 없다. 조금 있으면 마이스터제 갑옷도 올 거고, 능력치 부스터 앰플 쿨 타임도 끝난다. 금화도 2만개가 모였으니 쇼핑도 할 수 있고.
그 때가 되면 내가 주도적으로 먼저 인퀴지터를 사냥하고 다닐 수 있게 될 거다.
“그래도 불 못 피우는 건 좀 피곤하네.”
휴식이 S랭크긴 하지만 역시 불 피우고 쉬는 것만은 못하다. 그냥 쉬는 것만으로는 마력도 잘 안 차오르고, 사실 조금 졸리기도 하다.
“빨리 인퀴지터 잡고 그 시체 위에서 캠프파이어하고 싶어라.”
내가 한숨을 푹 쉬며 그렇게 말하자, 크리스티나가 눈을 가늘게 떴다.
= 그거 좀 엽기적인 발상인데요······.
“잉? 그런가?”
= 하지만 그 날이 빨리 왔으면 좋겠네요!
“그렇지?
생각이 일치한 우리는 낄낄대며 웃었다.
= 그런 의미에서······. 링링!”
나는 레벨 업 마스터의 상점 메뉴를 불러냈다. 링링이 차이나 드레스를 나풀거리며 날 맞이했다.
= 네! 영웅님!
“금화 모아왔다. 스킬 내놔.”
= 드리겠습니다!
“! ······고맙다!”
= 별 말씀을요!
사실은 이 스킬을 사기 위해서는 미리 예약을 걸 필요가 있었다. 슈퍼 레어 스킬이 말만 슈퍼 레어가 아니라, 진짜로 대단히 희귀해서 슈퍼 레어 스킬이라 부르는 것이다. 아무 때나 돈만 있으면 훌쩍 살 수 있는 부류의 것이 아니었다.
그래서 나는 지난번에 링링에게 부탁해 예약을 걸어놓았다. 살 돈도 없으면서 말이다. 꽤나 무리한 부탁이지만, 연방의 영웅이라는 타이틀의 힘인지 링링은 어떻게든 스킬 먼저 구해놓았다. 내가 돈만 구하면 언제든 살 수 있도록 배려해준 것이다.
“······자, 금화 19200개!”
무려 금화 2만 4천개짜리 스킬이다. 원래라면 지금 가진 금화로도 못 살 스킬. 하지만 영웅 타이틀 효과로 20% 할인을 받았기에 구매가 가능해졌다.
때맞춰서 드워프이터를 잡을 수 있어서 정말 다행이었다. 잘못했으면 예약도 풀리고 스킬도 넘어갔을지도 몰랐으니. 그러나 모든 것이 잘 풀려, 이 스킬은 내 수중에 들어왔다.
가진 금화의 양이 쭈욱 줄어든 건 뼈아프지만, 그 대신 내 인벤토리에 들어온 스킬 북이 나를 뿌듯하게 만든다.
[안정된 호흡 (Healing Breath)] – 등급 : 매우 희귀(Super Rare)– 숙련도 : 연습 랭크
– 효과 : 숨만 쉬어도 강해짐.
매우 심플한 효과. 게다가 뭔가 사기 같다. 숨만 쉬어도 강해진다니. 하지만 이건 세부효과를 봐야 한다.
– [안정된 호흡] 연습 랭크 세부효과
– 안정된 호흡으로 생명력과 체력을 회복하고, 스킬을 오래 지속하면 모든 능력치가 천천히 상승한다. 최고 5%까지 상승시킨다.
– 전투 상황에는 안정된 호흡으로 인한 회복력이 20%로 제한되고 전투돌입 직전까지 받고 있던 능력치 상승효과가 3배로 상승한다. 안정된 호흡 스킬을 활성화했던 시간과 비례해서 능력치 상승효과가 지속된다.
세부효과까지 들여다보면 이 안정된 호흡이라는 스킬이 갑자기 매우 구려 보인다. 하지만 이게 연습랭크의 효과에 불과하다는 걸 염두에 둬야 한다. S랭크까지 성장시키고 보너스까지 받으면 적지 않은 효과를 낼 것이다.
게다가 내 경우 기본 능력치가 높은 탓에 능력치를 부스트해주는 스킬이면 뭐든지 즉각적인 전력향상에 큰 도움이 된다. 그건 이미 부스트 앰플을 맞아본 덕에 몸으로 직접 경험해서 아는 사실이다.
“자, 그럼 수련해볼까?”
나는 스킬 북을 펼쳐 스킬을 습득했다. 그러자 익히 예상한, 하지만 내가 예상했던 것하고는 조금 다른 시스템 메시지가 떴다.
– 동일계열 스킬을 4개 이상 소유하고 있습니다.
– [안정된 호흡], [휴식], [캠프파이어], [응급치료]
– 스킬 초융합이 가능합니다. 실행하시겠습니까?
[주의!] 융합에 사용한 스킬은 다시 얻을 수 없습니다.
“······초융합?”
그건 또 뭐야? 내가 그 의문을 입 밖에 내기도 전에 시스템 메시지가 떴다.
[스킬 초융합] – 동일 계열의 스킬 4개를 융합하여 일반적인 융합으로 얻는 것보다 강력한 [융합 스킬]을 얻을 수 있습니다.– 스킬 초융합으로 얻는 융합 스킬은 완전히 새로운 특성들을 얻게 됩니다.
– 숙련도는 가장 높은 융합 재료 스킬의 것보다도 높아집니다.
– 랭크는 가장 높은 쪽을 따라갑니다. 랭크가 같은 두 스킬이 존재하고, 두 스킬의 랭크가 가장 높다면 랭크는 더 높아질 수 있습니다. 세 스킬의 경우에는 확실하게 높아집니다.
– 강화단계는 더 높은 쪽을 따라갑니다.
나는 주의 깊게 설명문을 읽었다. 혹시 오독하는 부분이 있을까 한 구절 한 구절, 세심하게 뜯어보았다.
쉽게 결정을 내릴 사안이 아니었다. 기존 스킬 세 개가 날아가는 거니까.
원래 안정된 호흡 스킬은 휴식스킬과 합성을 시킬 생각이었다. 휴식과 안정된 호흡은 너무 확실하게 같은 계열의 스킬이었으니까.
그런데 캠프파이어와 응급치료까지 같은 계열로 분류될 줄이야. 이건 예상 못했다.
두 스킬 모두 여기서 융합으로 소모해버리기엔 아쉽다. 아쉽지만······.
“초융합으로 얻는 이점이 너무 크지.”
물론 융합스킬로도 섬전신속이라는 유니크 스킬을 얻긴 했다. 하지만 그건 확률적으로 얻은 거였고, 다시 말해 운이 좋아 얻은 거였다.
그 뿐만이 아니다. 랭크 초월도 그렇다. 원래대로라면 A랭크가 한계였지만 나는 내 고유특성인 한계돌파 덕에 S랭크까지 올릴 수 있었다. 그러나 S+랭크는 한계돌파로도 얻을 수 없다. 이것도 운이 좋아 얻은 것이다.
아무리 지금 내 행운 능력치가 50이라지만, 이 두 옵션을 또 얻을 수 있을까? 둘 모두 희박한 확률로 얻게 되는 옵션인데?
그런데 초융합을 실행하면 이 모든 확률이 100%가 된다.
“링링, 응급치료 재고 들어왔어?”
지난번에 다섯 권을 한꺼번에 사는 바람에 재고가 똑 떨어졌었다. 5강에 도전했지만 실패했었고, 이번에 5강을 노려볼 생각이다.
= 네. 한 권 들어왔어요.
“그럼 그거 줘.”
= 네!
20% 할인한 가격이 금화 80개. 손에 남은 금화의 개수가 확 줄어서, 금화 80개도 부담스러웠다. 능력치 부스터 앰플을 구매할 금화 500개를 남겨야 한다는 걸 생각하면 더더욱.
부스터 앰플 예산을 빼고 나니 이제 남은 금화는 2000개가 안 된다. 아슬아슬하다. 만약 이번 강화에 실패하면 다른 스킬의 강화를 노리거나 융합 자체를 다음으로 미뤄야 한다.
“믿는다, 행운 50!”
나는 주먹을 불끈 쥐었다. 그리고 강화를 승인했다.
– 강화에 성공하셨습니다.
[응급치료] +5
“흐억! ······후아······.”
다행이다. 이거 실패했으면 휴식을 다섯 권 사서 5강에 도전해야 했을지도 모르니. 그럼 깨지는 금화가 아무리 적게 잡아도 400개다. 더 들 수도 있고.
그런 상황을 맞이하지 않게 해준 내 행운 50에 건배. 사실 다른 능력치가 다 99+라 미배분 능력치를 배분하지 못하기에 울며 겨자 먹기로 투자한 거지만, 이 투자는 틀림없이 대박이었다.
행운이 실제 전력상승에 도움이 안 된다고 한 게 누구냐! 나는 아니다!!
하지만 아직 도박은 끝나지 않았다. 사실은 이제부터가 더 중요하다.
나는 눈을 꾹 감았다가, 다시 떴다. 결심은 금방 굳었다.
“캠프파이어, 응급치료······. 고생 많았다.”
이제까지 잘 써먹던 두 스킬과의 인연도 여기까지인 모양이다. 거지같은 수련치 내용 때문에 올리느라 고생도 많았고, 그 고생이 무의미하지 않게 느껴질 정도로 좋은 스킬이기도 했지만 어디까지나 보조스킬.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잘라내야 하는 것도 생기는 법이다.
“이제 안녕.”
– 스킬 초융합에는 스킬 포인트 129가 필요합니다.
– 스킬 초융합을 실행하시겠습니까?
초융합 정도 되니 드는 스킬 포인트도 무겁군. 하지만 스킬 포인트를 꽤 쓴 것 같은데 아직도 999+니 이 정도야 별 부담도 아니다. 적어도 내 판단을 바꿀 만한 양은 아니었다.
나는 스킬 초융합을 승인했다.
– 스킬 초융합을 실행합니다.
*
– 등급 : 전설(Legend)
– 숙련도 : S++랭크
– 효과 : 진리대마교 대종사 천시영이 창안한 마공. 이 마공으로 천시영은 중원 무림을 제패하고 천하제일인의 칭호를 얻었다고 한다.
우와, 전설급에 S++랭크 스킬이라니! 시스템 메시지에 눈이 부시다. 실제로 눈이 부신 반짝이 효과 같은 건 들어가 있지 않았지만 내가 느끼기엔 그랬다.
그런데······, 이게 뭐지?
“진리대마공?”
나는 입으로 소리 내어 융합으로 나온 새로운 스킬의 이름을 읊어보았다.
“????”
소리 내서 읽었는데도 이해가 되기는커녕 오히려 왜 더 의문만 더해지는 것일까.
“나는 분명히 회복계 스킬을 네 개 융합시켰는데 왜 마공이 튀어나오지?”
무공 스킬을 섞은 것도 아닌데 말이다. 더군다나 나한테는 내공 능력치도 없다.
“아니, 아직 실망하기엔 이르지.”
스킬의 호오는 세부효과까지 잘 읽어 보고나서 판단해야 한다. 특히나 등급이 높은 스킬은 더욱 그렇다. 나는 긴장한 탓에 손에 땀마저 쥐고 스킬 세부효과를 열람했다.
[진리대마공] S++ 랭크 세부효과[진리마신][패시브] 모든 기본능력치가 상승한다.
– S++랭크 보너스 능력치 +33.3%
[진리마심][패시브] 마력이 상승한다.
– S++랭크 보너스 마력 +50
[숨겨진 옵션] [진리대주천] 집중력을 발휘하여 진리대마공의 수련에만 몰두한다. 수련 중 마력 능력치가 축적되며, 생명력과 마나를 빠른 속도로 회복한다. 걸려있는 상태이상이 있다면 가벼운 것부터 하나씩 차례차례 해제된다.
[주의!] 진리대주천 중 공격받으면 [주화입마]의 가능성이 있다.
– 현재 축적된 마력 +0
– [숨겨진 옵션] [진리활화] 진리대마공의 마력을 활성화하여 즉시 모든 피해와 상태이상을 무효화한다. 진리활화가 [진리마신]의 보너스를 3배로 증가시키고 체력을 무제한적으로 회복하며 불 속성 스킬과 전기 속성 스킬의 효과를 3레벨 증폭시킨다. 활성화의 유효시간은 진리대마공의 랭크와 그 동안 축적된 마력의 양과 비례한다.
– 현재 활성화 가능시간 : 180초
– [숨겨진 옵션]
“·········.”
정신을 잃을 것 같다.
물론 너무 좋아서.
마공인데 왜 내공이 안 오르고 마력이 오르지? 같은 의문은 지극히 사소해서 떠올릴 필요도 없다. 숨겨진 옵션이 세 개나 되지만 이게 좋은 일이지 나쁜 일은 아니다.
그냥 좋다. 마냥 좋다. 다 좋다.
나는 행복했다.
금화를 2만개나 썼지만 하나도 아깝지 않았다. 사실 융합된 스킬들 목록과 그걸 S랭크까지 올린 수고도 계산해야 하지만 전혀 손해 봤다는 느낌이 안 들었다.
“감사합니다, 천시영 사조 어르신.”
나는 얼굴도 본 적 없는 나의 스승에게 감사했다.
“이게 다 스승님 덕분입니다.”
그가 진리대마공을 창안하고 무림의 전설에 이르도록 온 강호에 그 위명을 떨쳤기에 이 스킬이 전설에 남은 것이고, 그래서 지금 내가 이 레전드 스킬을 얻을 수 있었다.
아니, 이름이 천시영이려면 여자였으려나?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오히려 좋았다. 남자였어도 좋았겠지만 말이다.
세상이 온통 반짝반짝 빛나 보인다. 삶이란 건 참 아름다운 거다. 나는 알고 있었다. 그렇지만 이 스킬을 얻기 이전까지는 몰랐던 것 같다.
사실 다른 옵션은 다 제쳐두고, 딱 하나만 봐도 되었다. [진리마신]으로 능력치가 33.3% 오른다는 것과, [진리활화]를 통해 그 보너스를 3배로 끌어올릴 수 있다는 것.
합치면 99.9%. 반올림하면 100%다. 능력치 부스터 앰플의 효과와 대동소이하다.
그럼 뭐다?
후하하하하!
우렁찬 웃음소리가 온 산맥을 뒤덮었다.
잘못하면 인퀴지터에게 들킬지도 모른다고?
그건 내가 신경 쓸 일이 아니다.
“이제 내가 너 이긴다!”
내가 더 세졌으니까.
그러니 더 이상 인퀴지터가 두려워 덜덜 떨 이유가 없다. 숨어 다닐 필요도 없다. 숨소리도 죽이고 조용히 사는 것도 이걸로 끝이다.
“자, 그럼 아껴뒀던 간식을 먹으러 가볼까?”
메인 디시에 앞서, 에피타이저를 시식해봐야겠다.
물론 여기에서 에피타이저는 드워프핥기, 메인 디시는 인퀴지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