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gend Loser RAW novel - Chapter 42
042
————– 42/169 ————–
= 포상으로는 기여도 1만, 유니크 스킬 추첨권 1매, 레어 스킬 선택권 3매, 능력치 강화 주사위 12면체 2개, 4면체 10개, 마이스터급 장신구 맞춤권 5매, 그랜드 마스터 셰프의 5성 요리 시식권 3매가 주어집니다!
“오, 오오······.”
유니크 스킬 추첨권은 좋다. 랜덤성이 있는 건 아쉽지만 지난번의 슈퍼레어 스킬 선택권보다 기댓값은 훨씬 높다.
레어 스킬 강화권 대신에 선택권이 온 건 상위 호환이라 할 만하니 매수가 몇 장 준 건 어쩔 수 없지. 그래도 능력치 주사위는 총 눈 수도 평균 눈 수도 다 올라 이전보다 좋다.
마이스터급 장신구도 나쁘지 않지. 마이스터급 방어구 [반격의 봉화]를 받아보니 최소한 슈퍼레어급은 초월하는 성능을 보여줬으니까.
그런데··· 요리 시식권은 대체 뭐지? 밥이라도 먹고 다니라는 건가?
내가 그걸 묻기 전에, 크리스티나가 먼저 입을 열어 잘난 척을 시작했다.
= 이번엔 신경 많이 썼어요. 사실 이진혁 님이 사망하셨을 가능성 때문에 베팅을 높게 건 것도 있지만요. 그런데도 다 받아들여져서 놀랐어요. 그만큼 새로운 영웅의 죽음이 인류 연맹의 구성원 모두에게 충격적으로 받아들여졌던 거겠죠.
하긴 크리스티나는 내 프로듀서다. 그리고 내게 되도록 유리하도록 움직이는 것이 그녀의 일이고. 그렇다 보니 내게 온 이 막대한 포상을 두고 그녀가 자랑스러워하는 건 별로 부자연스러운 일이라고 볼 수는 없었다.
그런데 크리스티나의 이야기를 듣다 보니 문득 호기심이 들었다.
“만약 내가 죽었으면 그 보상들은 어떻게 되는 거야?”
= 인류 연맹의 국고에 환수됐었겠죠. 환금성이 있는 품목의 경우 민간에 돌려서 경매를 진행하게 될 테고요. 저로서는 별로 생각하고 싶지 않은 경우의 수네요.
“그렇군······.”
크리스티나는 언급하지 않았지만, 그걸 원했던 세력도 없지는 않았으리라. 돈이 모이는 곳에는 속물이 꼬이게 마련이니까.
= 뭐, 살아 돌아오셨으니 됐어요!
크리스티나는 환하게 웃었다. 그야말로 심로를 덜었다는 게 눈에 보이는 표정이었다. 하긴 나와의 연락을 담당하는 게 크리스티나인데, 이번 일로 인해 그녀는 꽤 고충을 겪었으리라.
나는 한층 크리스티나에게 미안함을 느꼈다. 그냥 한 마디만 했으면 됐던 일인데. 하긴 나도 이렇게 될 줄은 몰랐지.
= 제일 신경을 많이 쓴 건 5성 요리 식사권인데, 그랜드 마스터 셰프 정도 되면 예약이 잔뜩 밀려서 있어서 아무리 돈이 많고 지위가 높아도 못 먹을 수도 있거든요. 그런데 이번의 대대적인 추모 분위기 덕에 우선권을 따낼 수 있었어요! 에헴!!
아니, 에헴이라고 해도 말이지. 나 식도락에는 크게 관심이 없는데.
하지만 저렇게 자랑스러워하는 크리스티나에게 찬물을 끼얹는 것도 좀 그랬기에, 나는 굳이 불만을 표시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그런 내 노력은 별로 의미가 없었다.
= 아, 표정을 보아하니 그랜드 마스터 셰프의 5성 요리 식사권이 얼마나 가치 있는지 모르시는 것 같군요. 그럼 알려 드리죠!
크리스티나는 눈치도 빠르게 바로 설명에 들어갔다.
= 그랜드 마스터 셰프의 요리는 최고의 요리사가 최고의 재료를 최고의 상태로 조리하면 어떤 기적이 일어나는지 목격하는 것만으로도 삶의 이유를 찾을 수 있다고까지 일컬어지는 궁극의 요리랍니다! 맛보는 것만으로도 버프가 걸리고 영구적으로 능력치가 오르기도 하며 간혹 새로운 특성에 눈을 뜨는 분도 계세요!!
심드렁하니 크리스티나의 설명을 듣던 나는 후반부의 내용에 흥분해서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지 않을 수가 없었다.
“버, 버프?! 능력치가 올라?! 새로운 특성?!”
= 후후후, 이제야 진가를 눈치채신 것 같군요. 뭐, 새로운 특성을 얻는 경우는 극히 드뭅니다만. 어쨌든 그 기회가 주어진다는 것만으로도 모든 인류 연맹의 구성원들이 마스터 셰프의 요리를 맛보길 바라마지 않는답니다! 그것도 5성 요리라니!! 설령 영웅이라고 해도 쉽게 맛볼 수 없는 경지의, 말 그대로 지고의 요리란 뜻이에요! 정말 부럽네요!!
크리스티나는 진심으로 부러워하는 것 같았다. 자신이 지나치게 흥분했다는 걸 뒤늦게 눈치챈 건지, 헛기침을 한 번 한 크리스티나는 아까보다는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했다.
= 아쉽게도 원하는 효과의 요리를 주문할 수는 없지만요. 그냥 식사권을 사용하시면 그 시점에서 셰프가 가장 자신 있어 하는 요리가 인벤토리로 배달되어 와요.
“랜덤인가.”
= 그렇게도 표현하죠.
원하는 때에 원하는 버프를 받을 수 없는 건 아쉽지만, 그래도 대단한 것에는 변함이 없다. 랜덤이라고 한들 버프는 버프니 어떤 식으로든 도움이 될 터. 다음에 인퀴지터를 잡기 직전에 식사권을 사용하면 될 것 같았다.
= 사용상 주의하실 점은 아이템 정보를 보시면 다 나와 있습니다만, 새삼 말씀드리자면 요리 버프는 중복되지 않습니다. 희소한 예외를 제외하고 버프는 보통 2시간 동안 지속됩니다. 또한 요리 버프의 쿨 타임은 공유됩니다. 쿨 타임은 12시간입니다.
“한꺼번에 먹지 말라는 소리네.”
= 정확해요!
식사권에 대해서도 알았으니, 이번 포상에 대한 불만도 싹 사라졌다. 아니, 오히려 지난번보다 좋다고도 할 수 있다.
= 그럼 인벤토리를 확인해 주세요!
크리스티나의 말에 따라 내가 인벤토리에서 훈장과 포상을 수령하자, 크리스티나는 손뼉을 짝 치며 말했다.
= 그러고 보니 어느새 기여도 25,000을 달성하셨네요. 이제 이진혁 님은 단순 연맹원에서 벗어나 연맹 지휘관으로 진급하셨답니다!
아, 그러고 보니 이번 포상에는 금화 1만 개 대신 기여도 1만이 붙어 있었지. 금화가 더 좋다고 생각했었는데, 이러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물론 연맹 지휘관이 어떤 권리를 얻느냐에 따라 다르겠지만.
= 연맹 지휘관은 상점에서 더 많고 다양한 상품을 더욱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직업소개소를 통해 [그림자 용병]을 소개받고 소환하실 수 있어요!
아, 할인 혜택이 붙나. 안 그래도 슈퍼레어 스킬을 사려고 마음먹은 시점인데, 할인 혜택은 가뭄에 단비다.
“그런데 그림자 용병? 그건 뭐지?”
= 인류 연맹의 용병사무소에 등록된 연맹원들 중 원하는 대상을 용병으로 불러내 고용할 수 있어요. 이때 용병으로 고용되어 소환되는 용병은 연맹원 본인이 아니라 그 그림자를 복제한 거예요. 일종의 실체가 존재하는 환영이라고 볼 수 있고요.
“그래서 그림자 용병이로군······.”
본인이 아니라 그림자만 복제되어 날아온다니. 인류연맹의 기술력도 꽤 괜찮은 모양이다. 아니, 기술력이 아니라 스킬력이라고 해야 하려나?
= 그림자 용병 고용에는 기여도를 필요로 하고요, 그 기여도는 그림자로 복사된 용병의 원래 주인이 보수로 받아가게 된답니다. 강력한 용병을 오래 불러내려고 할수록 많은 기여도가 필요하니 참고하세요.
“그렇군. 알았어.”
= 아, 그리고 그림자 용병을 너무 많이 고용해서 기여도가 25,000 미만으로 떨어져도 연맹 지휘관 지위가 박탈되는 일은 없으니 안심하셔도 돼요! 자세한 사항은 직업소개소에 가시면 더 상세하게 안내받으실 수 있으실 거예요.
기여도의 쓸모가 생긴 건 기쁜 일이다. 게다가 나는 당장 이 새로운 기능을 어디다 쓸 건지 바로 떠올렸다.
= 그럼 바로 직업소개소로 가시겠어요?
“응, 부탁해.”
레벨 업 마스터의 화면이 바뀌어 주리 리의 모습이 떠올랐다. 나를 목격한 주리 리는 눈을 동그랗게 뜬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저기, 주리 리? 왜 그러지?”
= ···살아계셨군요. 지금까지 돌아가신 줄로만 알고 있었습니다.
아무래도 앞으로 진리대주천을 돌릴 거면 크리스티나에게라도 미리 말을 하고 돌려야 할 것 같았다.
= 아, 아아. 연맹 지휘관이 되셨군요. 축하드립니다. 연맹 지휘관이 되셨으니, 이제부터 그림자 용병을 고용하실 수 있게 됩니다.
주리 리는 뒤늦게 신색을 회복하고 아무렇지 않은 듯 내게 안내했지만, 사실 그 내용은 크리스티나에게 이미 들은 내용이다.
“그래. 그래서 바로 용병을 한 명 고용하고 싶은데.”
= 연맹 지휘관이 고용할 수 있는 그림자 용병은 1차 직업 20레벨까지의 수준으로 제한됩니다만, 이 중에서 고용하고 싶으신 용병이 있으신지요?
의외로 짜네. 그래도 괜찮지만.
“15레벨 이상의 반격가가 필요해.”
= 적당한 인선이 있습니다. 16레벨의 반격가로서 종족은 오크입니다.
“적당하군. 비용은?”
= 한 시간에 기여도 16입니다.
의외로 싸네. 레벨마다 1인 걸까? 뭐, 계산하기 편해서 좋긴 하다.
“고용하지.”
내가 그림자 용병 고용을 결정하자, 바로 내 앞에 그림자가 하나 나타났다. 마치 머리부터 발끝까지 시커먼 타이즈를 입은 것 같은데, 약간 투명하다. 실체가 있는 그림자라는 느낌이랄까. 그러고 보니 크리스티나가 그런 이야길 했었다. 그녀가 말한 그대로였다.
“이거 말은 통해?”
= 아뇨. 하지만 간단한 명령문을 통해 지시할 수는 있습니다.
“흠, 그래.”
생각했던 것하고는 달랐지만 이 정도면 충분했다.
“날 공격해. 이러면 되나?”
다행히 내 지시가 통한 건지, 그림자 용병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반격가라 그런지 무기로 나무 배트 같은 걸 쓰고 있었는데, 그걸 나한테 풀 스윙으로 휘둘러왔다. 비주얼로만 보면 꽤 섬뜩하지만, 나는 그 공격을 쉽게 간파했다.
[막고 던지기]나는 맨손으로 상대의 공격을 받아내고 바로 반격 스킬을 발동했다. 그러자 내 간파 스킬에 반응이 왔다.
[간파] – 크로스카운터!“그거야!”
나는 신나서 소릴 질렀다. 상대의 크로스카운터에, 나는 나의 크로스카운터를 발동시켰다.
[크로스카운터] [간파] – 크로스카운터![크로스카운터] [간파] – 크로스카운터!
“이거야, 이거라고!!”
슉슉슉슉!
나와 그림자 용병 사이에 크로스카운터 스킬이 계속해서 오갔지만, 내가 힘과 속도를 조절했기에 아무도 피해를 입지 않고 계속해서 반격 릴레이를 할 수 있었다. 마치 탁구의 랠리처럼. 그리고 당연히 수련치는 쭉쭉 차올랐다.
그것은 내가 [크로스카운터] A랭크를 찍고 반격가의 반격을 반격하는 수련치를 꽉 채울 때까지 이어졌다. 아쉽지만 S랭크를 찍기 위해선 강적에게 크로스카운터로 치명타를 먹이는 수련치가 추가되었기에 그림자 용병만으로 랭크 업을 달성하긴 무리였다.
“좋군. 그림자 용병. 너무 마음에 들어.”
나는 크게 만족했다.
고작 기여도 16 투자로 어떻게 올릴까 고민이 컸던 반격가의 반격 수련치를 이렇게 쉽게 채울 수 있을지는 몰랐다.
“고마워, 주리 리!”
그림자 용병을 돌려보낸 후, 나는 다시 레벨 업 마스터를 켜서 주리 리를 불러내자마자 감사 인사부터 날렸다. 그러자 주리 리는 움찔했다가 우물쭈물하다가 얼굴을 확 붉혔다.
뭐야, 왜 저러지?
= 별말씀을. ···살아계셔서 기쁩니다.
작은 목소리로 그 말을 남긴 뒤, 주리 리의 모습이 휙 사라졌다.
숨은 건가? 귀엽기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