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gend Loser RAW novel - Chapter 43
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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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자 용병의 성능도 확인했으니, 이제 본격적으로 선물 포장을 뜯어볼 때다. 나는 능력치 주사위를 적당히 굴리다가 낮은 수가 나왔을 때 유니크 스킬 추첨권을 사용했다.
[마구 : 불꽃 회오리 슛] – 등급 : 고유(Unique)– 숙련도 : 연습 랭크
– 효과 : 불꽃을 일으키며 회오리처럼 날아가는 슛.
“이건······, 좋은 건가?”
내 의문은 금방 해결되었다. 이런 시스템 메시지가 날아왔기 때문이다.
– 동일 계열 스킬을 4개 이상 소유하고 있습니다.
– [마구 : 불꽃 회오리 슛], [독 뿜기], [고치 던지기], [투척]
– 스킬 초융합이 가능합니다. 실행하시겠습니까?
“아, 좋은 거군.”
[독 뿜기]와 [고치 던지기]는 식인 거미들로부터 뜯어낸 스킬들인데 사용에 선행 스킬을 필요로 해서 내겐 없는 거나 마찬가지였으니, 융합 재료로라도 쓸 수 있으면 좋지.그런데 [독 뿜기]와 [고치 던지기]는 [투척] 스킬과 같이 보유했어도 합성이나 융합 선택문이 뜨지 않았는데, 뭔가 조건이 또 따로 있는 거려나?
“아, 불꽃 회오리 슛이 마법 계열이자 투척 계열인 걸지도 모르겠네.”
아무래도 불꽃 회오리 슛이 서로 다른 세 스킬을 묶어주는 역할을 해준 모양이다. 어떻게 보면 나도 몰랐던, 하지만 내게 딱 필요했던 스킬이 들어온 거니 이것도 운이 좋았다고 할 수 있겠다.
이것도 행운 덕인가! 그렇다고 해두자.
그건 그렇고, 융합 재료 중 S랭크가 하나밖에 없는 상태에서 초융합을 실행하긴 좀 아깝다.결국 이것도 보류.
[마구 : 불꽃 회오리 슛]의 랭크를 올리면서 적당한 재료가 될 스킬을 하나 더 찾아보는 게 좋을 것 같았다.“그리고 여기에 레어 스킬 선택권이 있지······.”
같은 계열의 레어 스킬을 골라 받아서 융합 재료로 넣으면 된다. 물론 받고 나서 랭크까지 올리면 더 좋고 말이다. 그런 생각을 한 나는 선택권을 뽑아보았다.
“······히익!”
레어 스킬의 목록은 굉장히 길었다. 비명이 절로 나올 정도로.
나는 조용히 스킬 목록을 닫았다.
아무리 융합 재료로 쓴다지만 스킬의 특성이 결과물에 어느 정도 반영되는 융합의 특성상 이걸 다 읽어보지 않을 수는 없다. 이건 언제 시간을 내서 진득하게 읽은 후 심사숙고해 결정할 필요가 있을 것 같았다.
“뭐, 이것도 배부른 고민이지.”
다음은 마이스터급 장신구다! 이번에도 옵션은 내가 지정할 수 있었기에, 나는 마이스터급 선호 옵션을 다섯 개 다 행운으로 지정하고 주문을 넣었다. 각기 왼손 엄지, 검지, 중지, 약지, 새끼손가락에 낄 반지로 사이즈까지 다 일일이 재서.
“반지들이 다 도착하면, 앞으론 왼손으로 주사위를 굴려야겠군.”
그런 혼잣말을 하며 나는 웃었다.
이제 남은 건 시식권뿐인데, 시식권도 버프를 최대한 받아먹기 위해 나중으로 돌렸다. 이로써 당장 결정을 내리거나 해야 할 일은 없어졌다.
보상을 소화하는 건 이걸로 일단락을 지어도 될 것 같았다.
“자, 그럼 이제 움직여 볼까?”
한 달이나 같은 곳에 주저앉아 있었더니 슬슬 좀이 쑤셨다. 시간이 이만큼 지났는데도 교단의 추적자가 찾아오지 않을 걸 보니 안전도 어느 정도 확보된 것 같고.
무엇보다 버프들의 쿨 타임이 다 지나서 인퀴지터와 맞닥뜨려도 적어도 아무것도 못 하고 죽을 염려도 사라졌다.
그럼 더 이상 질질 끌 필요가 없지.
“가자!”
새로운 모험을 향해!
***
침엽수림은 꽤 넓었다. 그리고 그 넓은 침엽수림에 흡혈 나무가 점점이 박혀 있었다. 마치 누군가가 의도적으로, 효율적으로 배치해 둔 것처럼.
각 흡혈 나무들이 자신들의 영역에 민감하기에 결과적으로 그렇게 되었다고 해도 되지만, 그런 것치고는 흡혈 나무와 다음 흡혈 나무 사이의 간격이 너무 일정했다.
미니 맵으로 보면 그게 더 확실히 드러난다. 흡혈 나무의 위치를 점으로 찍고 그걸 선으로 이으면 마치 바둑판처럼 보일 정도였으니까.
이것도 교단의 짓일까? 확실하지 않지만, 그럴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었다.
그러나 적어도 흡혈 나무를 죽인다고 인퀴지터가 찾아올 것 같지는 않았다. 당장 내가 이 침엽수림에 온 첫날 흡혈 나무를 죽이고 그 자리에 앉아서 한 달을 보냈으니까.
그동안 아무런 태클이 걸려오지 않았으니, 몇 그루쯤 더 죽여도 별문제야 없을 것이다.
흡혈 나무는 지능이랄 게 거의 없었다. 움직이는 것에는 뭐든 반응하고 대단히 적극적으로 공격해 왔다. 생각해 보면 숲인데 사냥할 만한 동물이 단 한 마리도 보이지 않는 건 이 흡혈 나무들 때문일 터였다.
아니, 침엽수의 가지가 바람에 흔들리는 것에는 반응하지 않는 걸 보면 어쩌면 지면의 진동을 감지하고 달려드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런 생각을 떠올리고 직접 실험을 한번 해보니 내 가설이 맞는 것 같았다.
섬전신속으로 지면을 딛지 않고 눈앞까지 가도 반응을 안 했으니까. 아무리 그래도 흡혈 나무의 가지 위에 앉으면 공격해 왔지만.
어쨌든 흡혈 나무와 조우할 때마다 꾸준히 퀘스트가 부여되었고, 해치울 때마다 금화와 기여도가 들어왔기에 나로서도 나쁠 건 없었다. [마구 : 불꽃 회오리 슛]과 [힘의 말 : 죽어라!]의 수련치도 꾸준히 차오르고 있었고.
– 퀘스트 완료 보상 : 금화 200개(+100%), 기여도 200(+100%)
초보자 세트 C에 포함되어 있던 부스터들이 전부 기간이 끝났기 때문에 부스터를 쌩돈 주고 사야했지만 별로 손해 보는 기분은 아니었다. 7일짜리 금화 부스터 하나가 금화 20개였는데, 영웅 할인 20%에 지휘관 할인 5%를 받았으니까.
금화/기여도/경험치 부스터를 다 사봐야 금화 50개가 안 된다. 흡혈 나무를 딱 한 그루만 쓰러뜨려도 그 두 배 이상 버는데 안 살 이유가 없었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을 꼽자면 이 흡혈 나무들이 너무 약해서 경험치만큼은 전혀 쌓이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이래서야 반격가 16레벨을 다는 것도 힘들다.
“역시 인퀴지터를 잡아야 해.”
인퀴지터 상대로 나대지 않기로 한 나였지만, 성장하기 위해서는 인퀴지터를 적극적으로 노려야 하는 딜레마 앞에서 나는 무력했다.
“역시 필드 보스를 찾아내 죽이고 인퀴지터를 불러내야겠어.”
안전한 것도 좋지만 아무런 위험도 없이 어떻게 성장하겠는가? 나는 각오를 다졌다.
“그 전에 흡혈 나무부터 좀 잡고.”
돈부터 좀 벌고.
***
이진혁이 흡혈 나무 사냥에 여념이 없을 무렵.
그들은 창문 하나 없는 작은 방에서 테이블 하나 놓고 둘러앉아 있었다.
네 자리 중 두 자리는 비어 있었다.
남은 두 남자가 둘이서 인디언 포커를 하고 있었다. 그러나 두 남자는 그 게임을 즐기고 있지도 않았고, 별로 집중도 못 하고 있는 것으로 보였다.
“새티스루카와 프랑시안이 돌아오지 않은지 어느새 한 달이 지났어.”
새티스루카의 오른편에 앉아 있던 남자가 문득 말했다. 늘 유쾌한 표정을 짓던 그의 얼굴은 보기 드물게도 굳어 있었다.
“······.”
새티스루카의 왼편에 앉아 있던 남자는 입을 다문 채였다.
“분명히······, 무슨 일이 생겼어. 보통 일은 아닐 거야. 어쩌면 만마전의 악마들이 끼어든 것일 수도 있어. 아니면 둘 중 누군가가 우릴 배신했든가.”
새티스루카의 오른편에 앉아 있던 남자는 연신 부정적인 말을 토해내고 있었다. 왼편의 남자는 여전히 반응이 없었다. 그냥 떠들도록 내버려 두는 것처럼 보였다.
“······상부에 보고해야 하지 않을까?”
“안 돼.”
왼편의 남자가 드디어 입을 열었다. 새티스루카나 프랑시안 앞에서는 소심해 보였던 남자답지 않은 반응이었다.
“아샨타, 진정해. 그리 큰일은 아닐 거야. 이 방은 갑갑하잖아. 모처럼 나갈 수 있는 기회도 생겼겠다, 그 핑계로 둘이서 놀러 다니고 있는 걸지도 모르지.”
“그, 그렇겠지? 그랬으면 좋겠군. 아니, 그럴 거야.”
왼편의 남자가 한 말에 오른편의 남자, 아샨타는 급격히 안정을 되찾았다. 그러나 그의 표정은 곧 다시 굳어졌다.
“베, 베르지에르.”
“무슨 일이야, 아샨타?”
“메시지가 떴어. B-10지역부터 B-20지역에 걸쳐 배치된 청소기가 다수 파손되었다고··· 자가 복구가 불가능한 수준이라고!”
아샨타의 표정은 매우 불안해 보였고, 그의 목소리는 심하게 떨리고 있었다. 그런 아샨타를 베르지에르는 잠깐 바라보다가 아무렇지 않은 듯 이렇게 말했다.
“그럼 가봐야겠네.”
“베르지에르!”
“왜 그래, 아샨타?”
“나, 나는······. 무서워. 지금 갔다간 돌아오지 못할 것 같은 예감이 들어.”
아샨타의 얼굴은 새파랗게 질려 있었다. 그는 습관처럼 자신의 엄지를 입으로 가져가려다가 가까스로 멈췄다. 베르지에르는 아샨타가 이야기를 완전히 끝낼 때까지 기다렸다가 입을 열었다.
“아샨타, 그렇지 않아. 새티스루카와 프랑시안은 돌아오지 못한 게 아니라 돌아오지 않는 거야. 둘이서 노느라 바쁜 거지. 너도 가서 함께 어울리면 되잖아?”
베르지에르의 목소리는 따스했다. 어린애를 안심시키듯 부드러운 음성으로 말했다.
“괜찮을 거야. 아무 일도 없을 거야. 불안해하지 말고 다녀와.”
“······그렇다면 베르지에르. 나랑 같이······.”
“안 돼.”
베르지에르의 시선은 아주 잠깐 차가웠다.
그러나 그것도 찰나에 불과했고, 베르지에르는 다시 웃으며 말했다.
“누군가는 이 상황실을 지켜야 하잖아? 우린 함께 갈 수 없어. 그리고 B지역의 관리자는 너잖아? 각자 소임을 다해야지.”
“······그, 그렇지. 그래, 맞아. 네 말이 맞아, 베르지에르. 각자 소임을 다해야지.”
멍하니 베르지에르를 보던 아샨타는 곧 안정을 되찾고 고개를 주억거렸다. 그러나 그 입가는 그 자신도 인지하지 못할 정도로만 미세하게 비틀려 있었다.
“아무 일도 아닐 거야. 아무 일도 아닐 거야.”
아샨타는 엄지손톱을 깨물다가, 곧 무심한 표정으로 말했다.
“다녀올게, 베르지에르.”
“기다릴게, 아샨타.”
베르지에르의 목소리는 마지막까지 부드러웠다.
***
나는 흡혈 나무를 찾아 침엽수림을 방황했다. 사실 흡혈 나무 위치가 빤해서 방황이랄 것도 없었지만. 바둑판의 다음 칸을 찾아가는 단순 작업이었다.
이동하는 동안에는 틈틈이 레어 스킬 목록을 읽었다. 흡혈 나무를 잡을 때 쓰는 스킬이 마나를 소모하는지라, [진리의 극]으로 자연스럽게 마나를 회복하면서 이동하기 위해 속도를 좀 조절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숨만 쉬어도 마력이 회복된다니··· 역시 레전드급 스킬은 달라. 그 성능에 전율한다!
어쨌든 흡혈 나무 토벌 퀘스트만으로 대충 금화 2만 개 정도를 벌었으니, 대충 100그루 좀 넘게 잡은 것 같다. 그때쯤 해서 나는 선택할 레어 스킬을 대충 정했다.
[정지 Stop] – 등급 : 희귀(Rare)– 숙련도 : 연습 랭크
– 효과 : 대상의 움직임을 잠시 멈춘다. [라이트닝 볼트 Lightning blot] – 등급 : 희귀(Rare)
– 숙련도 : 연습 랭크
– 효과 : 번개 화살을 쏜다. [정지] 스킬은 [힘의 말 : 죽어라!]를 비롯한 상태 이상 스킬들과 융합시키기 위한 재료 스킬이고, [라이트닝 볼트]는 [마구 : 화염 회오리 슛]을 비롯한 투척 스킬들과 융합시키려고 선택한 재료 스킬이다.
이 두 스킬을 선택해 선택권을 썼더니, 예상했던 시스템 메시지가 출력되었다.
– 동일 계열 스킬을 5개 이상 소유하고 있습니다.
– [힘의 말 : 죽어라!], [현혹], [정지], [마비 마안], [슬로우]
– 스킬 승화가 가능합니다. 실행하시겠습니까?
[주의!] 승화에 사용한 스킬은 다시 얻을 수 없습니다.
– 동일 계열 스킬을 5개 이상 소유하고 있습니다.
– [마구 : 불꽃 회오리 슛], [라이트닝 볼트], [독 뿜기], [고치 던지기], [투척]
– 스킬 승화가 가능합니다. 실행하시겠습니까?
[주의!] 승화에 사용한 스킬은 다시 얻을 수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