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gend Loser RAW novel - Chapter 55
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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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리는 빛.”
진리대마공으로 쌓인 마력의 속성은 번개와 불꽃. 둘 모두 빛을 발하는 힘이며, 그렇기에 빛이 서로 다른 두 속성을 묶어놓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나는 단순히 스킬로써 진리대마공을 얻어 아무 생각 없이 수련하고 있으나, 어째서 상이한 두 속성을 한꺼번에 다룰 수 있는지 뒤늦게 의아해할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그 의문이 해소되며, 마치 DNA처럼 두 개의 나선으로 꼬여 있던 두 속성의 서로 다른 마력이 하나로 합쳐졌다.
그것은 화합인 동시에 충돌이었다.
투투투퉁.
새롭게 합쳐진 빛의 마력이 끊임없이 내 내면을 두들겨 대었다. 그렇게 마력이 두들길 때마다 새로운 길이 뚫렸다. 이제껏 마력이 흘러 다니지 않았던, 그 전까지는 미처 인지조차 못했던 곳을 향하여.
파아아앗.
나는 개안했다.
실제로 눈을 뜬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것은 실로 ‘개안’이라 칭할 만한 경험이었다.
빛이 전신을 흘러 다니고 있었다. 여전히 때때로 찌릿찌릿하고 뜨거웠으나, 그것이 따스하고 기분 좋은 빛으로 바뀌는 데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 더 이상 진리대주천으로 마력을 쌓을 수 없습니다.
– 한계돌파!
그 순간, 다음 깨달음이 나를 찾아왔다.
“진리는 생명.”
사람은 호흡으로 생명을 유지한다. 호흡은 곧 산소를 태워 에너지를 얻는 것이며, 이것은 곧 불이다.
사람의 뇌는 전기신호로 명령을 전달한다. 그렇기에 전기신호가 통하지 않는다면 결국 호흡조차 불가능하게 되며, 그렇기에 번개는 곧 생명이라 할 수 있다.
그렇기에 내가 운공 중인 이 진리의 마력은 곧 생명의 원천이다.
그것을 깨달은 순간, 나는 내 온몸을 휘몰아치고 있는 이 마력이 곧 생명의 흐름임을 관조할 수 있게 되었다.
후오오오오.
마력이 내 몸 구석구석까지 파고들었다.
신경 세포의 말단까지.
모세혈관의 막다른 골목까지.
피부의 세포 끝 조각까지.
그러나 그것은 결코 고통스러운 것이 아니었다. 차라리 환희에 가까웠다.
나는 더욱더 마력의 회전에 몰두했다.
– [진리대마공] 스킬의 변화가 감지되었습니다.
– 스킬의 이제까지 알려지지 않았던 특성이 새로이 개방됩니다.
– [진리의 극] → [진리초극]
– [진리대마공] 스킬이 스스로 진화합니다.
– 등급 : 전설 → 등급 : 전설 유일
– 당신은 스킬의 새로운 주인이 되었습니다.
시스템 메시지가 뭐라고 계속 떠들고 있었지만, 나는 마력의 행공에 집중하느라 읽지 못했다. 설령 읽을 정신이 있었더라도 무시했을 것이다.
나는 계속해서 마력을 회전시켰다.
***
나는 극심한 허기와 갈증에 눈을 떴다.
위장 상태로 보아 지난번과 비슷하게 한 달 정도 지난 것 같았다.
“으······.”
신음성과 함께 눈을 뜬 내가 본 건 각양각색의 과일들과 화려하게 장식된 꽃, 그리고 나를 향해 절을 하는 사람들의 모습이었다.
“음? 어?”
영문을 모른 내가 주변을 두리번거리자, 가장 앞에서 내게 절을 하던 자가 일어나 외쳤다.
“신께서 깨어나셨다!”
와아아아아아!!
함성이 주변을 진동했다.
아니, 이게 무슨······. 이것들은 뭐지? 여기서 무슨 짓을 하고 있는 거지?
– 호수 세이렌 일족의 우호도가 500 올랐습니다.
– 호수 세이렌 일족이 당신을 신으로 섬깁니다.
– 호수 세이렌 일족의 우호도가 신앙심으로 치환됩니다.
뭔데? 난 아무 것도 안 했는데 왜 우호도는 500이 올라 있고 이들은 왜 날 신으로 섬기지?
나한테 나쁜 일은 아니지만 영문을 모르다 보니 덮어놓고 기뻐하기도 힘들다.
그거랑은 별개로 드르륵 들어온 우호도 관련 퀘스트 보상은 따박따박 받아먹었지만 말이다.
뭐, 생각은 나중에 하자. 무아지경에 잠겨 있는 동안 직감이 조용했던 걸 보면 이들은 내게 무해한 자들이다. 적의도 없어 보이고. 그럼 됐지, 뭐.
나는 주변에 널려진 과일을 집어먹기 시작했다.
“신께서 우리의 제물을 받아주셨다!”
“오오오, 신이시여!”
“신이시여! 신이시여!!”
뭔가 부담스러운 소리가 들렸지만 기분 탓이겠지. 그보다는 과일을 집어먹을 때마다 눈앞에 흘러가는 시스템 메시지가 신경 쓰였다.
– 호수포도를 먹음으로써 미식의 길이 반응합니다.
– 경험치 17을 얻었습니다.
– 호수사과를 먹음으로써 미식의 길이 반응합니다.
– 경험치 14를 얻었습니다.
경험치가 너무 적잖아! 사실 꽤 맛있는데 말이지. 물론 일전에 먹었던 5성 요리에 비하면 먼지 같은 맛이지만, 굶주린 위장은 무엇이든 잘 받아들였다.
아무 생각 없이 먼지 같은 맛의 과일을 집어먹다 보니, 내 주변의 신자들이 나를 어떠한 욕망이 담긴 시선으로 바라보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 욕망의 이름은 바로 식욕이었다.
하긴 여기도 교단의 영향력이 미치는 지역일 텐데 음식이 남아돌 리 없지. 그런데 날 신이라 받들어 올리면서 그 귀한 음식을 내게 바치긴 했지만, 그들의 위장은 신앙심과 별개로 반응하는 모양이다.
“에이, 링링!”
나는 레벨 업 마스터를 꺼내 외쳤다. 그러자 링링이 냉랭한 목소리로 대꾸했다.
= 무슨 일이신가요, 고갱님.
왜 호칭이 고갱님으로 돌아와 있는 거지? 목소리에서 느껴지는 이 낮은 온도는 또 뭐고?
그건 나중에나 차차 물어보자.
“중화요리 코스. 10 세트 부탁해.”
내가 별말 없이 주문만 하자, 링링의 표정이 한층 더 사나워졌다.
= 알았습니다, 고갱님.
그러면서 목소리의 온도는 더욱 내려갔다. 진짜 왜 저러지? 차차 물어보려고 했지만, 앞으로 무서워서 못 물어볼 가능성이 커졌다.
어쨌든 인벤토리에는 요리가 제대로 들어왔다. 그걸 확인한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외쳤다.
“나의 신민들이여! 그대들의 깊은 신심에 나는 감동했다! 이것은 내 감루이니 받아먹도록 하라!!”
나는 탕수육과 군만두를 뿌렸다. 물론 짜장면은 내가 먹을 생각이기에 뿌리지 않았다. 짜장면을 짜장 소스째로 뿌려봐야 테러로 밖에 느껴지지 않겠지.
탕수육과 군만두를 받아먹은 호수 세이렌 일족은 감동하며 또 외쳤다.
“오오오, 힘이히여!”
“힘이히여, 힘이히여!!”
입안에 뜨거운 군만두와 탕수육이 들어가 발음이 제대로 안 되고 있지만, 어쨌든 좋아하니 다행이다. 그런데 내 이름도 모른 채 그냥 신이시여만 반복하다니. 이것도 좀 그렇군. 그래서 나는 또 외쳤다.
“신민들이여! 내 이름은 이진혁이다!”
“이진혁 님!”
“이진혁 님! 이진혁 님!!”
나도 내가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 잘 모르겠지만, 어쨌든 이 정도면 받아먹은 퀘스트 보상만큼은 해준 것 같다. 사실 이들에게 배불리 먹일 탕수육을 뿌려도 금화 몇 개도안 쓰겠지만. 음······, 뭐 또 다른 방법으로 뭔가 해줄 일이 있겠지.
그런데 이럴 줄 알았으면 캠프파이어를 지우지 말걸 그랬다. 캠프파이어 피워놓고 음식만 나눠주면 이들 앞에 음식이 좌르륵 나올 텐데 말이다. 뭐, 그래봤자 금화 몇 개 아끼는 수준이겠지만 말이다.
어쨌든 이들은 이미 내게 신앙을 바쳤고 나의 신민이다. 우호도 퀘스트로 내게 금화를 주기도 했고, 이들의 신앙으로 난 신성까지 얻었다. 금화 몇 개를 아쉬워 하는 것도 좀 아닌 것 같았다.
“많이들 먹어라! 잔뜩 먹어라!!”
마음을 정한 나는 다시 상점을 열고 인원수대로 짜장면을 사서 돌렸다. 나를 따라서 젓가락을 포크 쥐듯 쥐고서 열심히 먹는 모습이 흐뭇하다. 맛있는지 다들 눈을 동그랗게 뜨고 정신없이 먹고 있었다. 사준 보람이 느껴지는군.
다들 먹느라 바쁜 틈을 타, 나는 맨 앞에서 무슨 제사장 같은 역할을 맡았던 가장 지위가 높아 보이는 이에게 슬쩍 말을 걸었다.
“야.”
예의를 좀 차려줄까 했지만, 이미 상대가 우호도 500을 찍었고 날 신으로 섬기는데 예의 따윌 챙기는 게 더 이상할 것 같았다. 하지만 바로 후회했다.
예의는 챙기지 말지언정 체통은 챙기는 게 낫지 않았을까?
뭐, 이제 와서 후회해 봐야 늦었지만.
“에, 옙!”
정신없이 짜장면을 먹던 그는 내 부름을 듣자마자 바로 면을 이빨로 끊으며 대답했다. 군기가 바짝 든 모습이 나쁘지 않다. 조금 전까지 느껴지던 후회는 바로 자취를 감췄다.
“쉿, 조용히.”
“아, 알겠습니다.”
“영문도 모르고 장단을 맞춰주긴 했지만, 대체 왜 날 갑자기 신으로 모시는 거야? 이유나 좀 알자.”
***
호수 세이렌 일족의 족장, 시에니에는 내게 이렇게 말했다.
“본래 저희는 이 호수 주변을 근거로 삼았던 자들입니다. 그러나 20년을 주기로 한 번씩 일족을 모두 대동하고 바다에 나가 사는 풍습이 있습니다.”
참고로 시에니에는 남자였다. 남자 세이렌이라니. 지구의 세이렌 전설을 아는 지구인인 내가 보기엔 기이하기 그지없었지만 뭐, 지구의 전설은 지구의 전설이고 이쪽 세이렌들은 또 나름의 생태를 가지고 있는 거겠지.
어쨌든 그렇게 시작된 시에니에의 이야기는 꽤나 길었다.
바다에 나간 것까지는 좋은데, 돌아오려고 하니 갑자기 길이 막혔다. 억지로 바다에서의 생활을 어찌어찌 이어나갔지만 본래 민물에서 생활하는지라 고생이 많았는데, 어느 날 갑자기 이 세상의 것이라 믿을 수 없는 거대한 벼락이 떨어지고 난 후 돌아올 길이 다시 뚫렸다.
그래서 서둘러 호수로 돌아와 봤더니, 세이렌들의 고향이라 할 수 있는 이 호수에는 독기가 가득했고 전에 없던 괴물들이 휘젓고 다니더란다.
이를 어쩌나 고민하던 차에 세이렌들은 이 섬에서 가부좌를 틀고 앉은 날 발견했는데, 내 주변에 기이한 빛과 기운이 가득해 이곳에서만 그들이 식량으로 쓰는 호수과일들이 자라나고 괴물들은 가까이 오질 않더란다.
“그래서 이진혁 님을 신으로 섬기게 된 겁니다.”
요약을 해도 꽤 긴 이야기를 양념 치고 조미료 뿌려가며 했던지라, 이야기가 끝날 무렵에는 중천에 떠 있던 해가 서녘으로 이미 넘어가 버렸다.
시에니에의 이야기 솜씨가 그럭저럭 훌륭해 재미는 있었던 게 그나마 다행이었다.
“짚이는 게 있군.”
비린내가 나지 않는 해변에서 [뇌신의 징벌]을 테스트해 본 기억이 있다. 그때, 이 세이렌들의 귀환을 막고 있던 무언가가 뇌신의 징벌에 의해 파괴되었을 가능성이 있다.
타이밍도 대충 맞고.
그렇다고 이게 확실한 건 아니니 굳이 이 가설을 떠벌일 필요는 없겠지.
그리고 내가 대주천을 돌리던 자리에서만 식물이 자라고 괴물이 피해 다니는 것에 대한 것에도 짚이는 게 있다.
나는 스킬창을 열어보았다.
[진리대마공-개 (Lightning Blaze Force-Upgraded)] +5– 등급 : 전설 유일(Legendary Unique)
– 숙련도 : S++랭크
– 효과 : 진리대마교 대종사 천시영이 창안한 마공을 이진혁이 개량한 것. [진리대마공-개] S++ 랭크 세부효과
[진리마신-개][패시브] 모든 기본능력치가 상승한다.
– S++랭크 보너스 능력치 +50%
[진리마심-개][패시브] 마력이 상승한다.
– S++랭크 보너스 마력 +99
[숨겨진 옵션] [진리대주천] 집중력을 발휘하여 진리대마공의 수련에만 몰두한다. 수련 중 마력 능력치가 축적되며, 생명력과 마나를 빠른 속도로 회복한다. 걸려 있는 상태 이상이 있다면 가벼운 것부터 하나씩 차례차례 해제된다.
[주의!] 진리대주천 중 공격받으면 [주화입마]의 가능성이 있다.
– 현재 축적된 마력 99+
[진리의 극] 무술수련자들이 흔히 말하는 [화경]의 경지를 초월한, 진리대마공 수련자들만이 도달할 수 있는 지고의 경지. 신체가 마력을 다루기에 가장 적합한 형태로 변화해, 숨만 쉬어도 마나를 회복할 수 있게 된다.
[진리초극] [진리의 극]의 경지를 한 단계 더 초월한 초극의 경지. 진리의 마력을 빛과 생명력으로도 치환할 수 있게 되며, 숨만 쉬어도 생명력과 체력을 회복할 수 있게 된다.
[진리활화] 진리대마공의 마력을 활성화하여 즉시 모든 피해와 상태이상을 무효화한다. 진리활화가 [진리마신]의 보너스를 3배로 증가시키고 체력을 무제한적으로 회복하며 불 속성 스킬과 전기 속성 스킬의 효과를 3레벨 증폭시킨다. 활성화의 유효시간은 진리대마공의 랭크와 그 동안 축적된 마력의 양과 비례한다.
– 현재 활성화 가능시간 : 1,800초
– [진리불사] 진리활화 발동 중 빈사에 이르면 추가 발동. 진리활화의 남은 활성화 시간을 절반으로 줄이고 그 시간 동안 죽지 않는다.
[주의!] 진리불사가 끝난 후, 생명력이 1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