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gend Loser RAW novel - Chapter 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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굉장히 단순한 기능의 장신구지만, 이게 내가 딱 원하던 거다. 그냥 자체 효과로도 행운이 25나 증가하면서, 내 본신의 행운까지 증폭시켜 주는 액티브 옵션이 추가적으로 달린 구성.
공명의 효과가 반짝반짝거려서 좀 눈에 띄는 게 단점이긴 하다. 이 보랏빛을 보고도 내게 내기를 거는 멍청이는 없을 테니까.
“자, 그럼 주사위를 굴려볼까?”
언제나 그렇듯 능력치 주사위를 굴려서 행운 보정을 걸려고 했는데, 이 과정에서 생각지도 못한 또 다른 단점이 드러나고 말았다. 아무리 주사위를 굴려도 최고 숫자밖에 나오지 않는 것이 바로 그것이었다.
이래서야 주사위를 굴려 행운을 리셋하는 미신을 쓸 수가 없다. 뭐, 어차피 미신일 뿐이고. 기분 문제라 치명적인 단점이라 하긴 어려웠지만 말이다.
여하튼 이걸로 행운 보정은 끝났다.
방금 전에 돈 좀 쓸 때가 됐다고 하긴 했지만, 실제로 쇼핑을 시작하는 건 나중 일이 될 것이다. 레전드 스킬 추첨권과 유니크 스킬 추첨권부터 돌려봐야 하니까. 그리고 그것들과 같은 계열의 슈퍼 레어 스킬을 사서 합성이나 융합, 승화 등을 해볼 생각이다.
나는 다시 한번 핑거 스냅을 해 공명을 일으켰다. 그리고 인벤토리에서 레전드 스킬 추첨권과 유니크 스킬 추첨권 2매를 한꺼번에 써버렸다.
자, 뭐가 나올지 기대되는군.
***
[구십구양신공] – 등급 : 전설(Legend)– 숙련도 : 연습 랭크
– 효과 : 무림 정파를 일통한 무학대사가 등선을 미루면서까지 99년에 걸친 수련 끝에 완성한 신공. 그 누구도 제대로 익히는 것이 불가능했으나, 그 편린을 이해하는 것만으로도 무림제패는 어렵지 않다 일컬어진다. [그림자 분신-염멸] – 등급 : 고유(Unique)
– 숙련도 : 연습 랭크
– 효과 : 그림자 분신을 생성한 후 분신을 자폭시킨다. [태양일지섬] – 등급 : 고유(Unique)
– 숙련도 : 연습 랭크
– 효과 : 극양의 기운을 담은 지법.
아니······, 내 행운은 99+를 넘겼는데 왜 추첨으로 나온 스킬 상태가 이렇지?
이미 진리대마공으로 인해 마력을 다루는 쪽으로 성장방향을 정한 내게 무공 계열 스킬은 그림의 떡이다. 그런데 셋 중 2개가 무공 스킬이고 하나는 무려 레전드 스킬이라니. 내가 투덜댈 만도 하지 않은가?
하지만 그 투덜거림도 곧 멈췄다.
– 동일계열 스킬을 3개 이상 소유하고 있습니다.
– [진리대마공-개], [구십구양신공], [섬전신속], [태양일지섬]
– 스킬 초융합이 가능합니다. 융합하시겠습니까?
[주의!] 융합에 사용한 스킬은 다시 얻을 수 없습니다.
“······마력을 다뤄도 마공은 마공이라는 건가.”
진리대마공과 다른 두 무공 스킬이 같은 계열 스킬로 판정된다면 이야기가 조금 달라진다. 이미 레전드리 유니크 스킬이 되어버린 [진리대마공-개]를 업그레이드 할 방법은 스킬 초융합뿐이니까.
“아니지.”
융합 말고도 방법은 있다. 바로 승화 말이다. 여기다 같은 계열 스킬 하나만 더하면 되니, 크게 어렵진 않을 것이다.
물론 승화까지 시켜 버리면 진리대마공이 신화급 스킬이 되어버려 사용에 제한이 찾아올 수 있다는 점이 걸린다. 내 신성 점수가 높은 편은 아니라서 경시할 수 없는 문제다. 이 문제점까지 고려한다면 사실상은 초융합까지가 한계인 셈이 된다.
그 시점에서 나는 또 다른 가능성 하나를 떠올릴 수밖에 없게 되었다.
만약 초융합으로도 진리대마공-개가 신화급 스킬로 업그레이드된다면?
충분히 가능성이 있는 이야기다. 진리대마공-개는 이미 레전드리 유니크고, 그 위로는 신화급밖에 남지 않았기 때문이다.
“끄응.”
지금 내 주력 중에 주력 스킬이 진리대마공-개이다. 이걸 버리고 신화급으로 올리는 건 별로 좋은 생각이라고 할 수 없었다. 게다가 섬전신속도 사용률로만 치면 버리기 아까운 스킬이고.
“지금 내 신성이 어떻게 되지?”
신성 :30/30
두 달 동안 눈 감고 있었더니 사용한 신성이 모두 채워진 것은 물론 예전보다 최대치가 올라가 있기까지 했다.
드워프를 비롯한 이진혁교는 지금도 잘 살아서 내게 신앙 점수를 공급해 주고 있었고, 그게 신성으로 치환된 덕택이었다. 세이렌들로부터 신앙 5를 얻은 탓인지 내 계산보다 더 많은 신성이 쌓여 있었다.
뭐 좋은 게 좋은 거지.
“······하나쯤은 더 익혀도 괜찮겠군.”
신화급 스킬 말이다. 이미 얻은 [뇌신의 징벌]과 [기아스]는 각각 5씩의 신성을 소모하니, 쿨을 돌릴 걸 생각해도 하나쯤은 더 익혀도 무방하다.
“하지만 그게 진리대마공은 아니겠어.”
당분간은 진리대마공을 그냥 놔둬야겠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초융합이나 승화 정도 되면 재료가 된 스킬의 흔적이 거의 사라지게 되는데, 지금껏 개방한 진리대마공의 옵션들은 하나하나가 다 버리기 아까운 것들뿐이다.
“그럼 이쪽이지.”
나는 [그림자 분신-염멸] 쪽을 돌아보았다.
– 동일 계열 스킬을 2개 이상 소유하고 있습니다.
– [그림자 분신-염멸], [자폭]
– 동일 계열 스킬은 서로 합성시킬 수 있습니다. 합성하시겠습니까?
[주의!] 합성에 사용한 스킬은 다시 얻을 수 없습니다.
그리고 기왕이면 합성보단 융합, 융합보단 초융합, 초융합보다는 승화다.
아까 계산해 봤듯이 신화급 스킬을 하나쯤은 더 마련할 만한 신성이 쌓였으니 승화도 염두에 두는 게 맞았다.
자폭이랑 같은 계열 스킬이 또 뭐가 있을까? 나는 일전에 본 슈퍼 레어 스킬의 목록을 떠올렸다. 하지만 아무리 떠올려 봐도 그런 건 없었다.
“차라리 그림자 분신과 비슷한 스킬을 찾는 게 더 빠르겠군.”
한 번 생각의 방향을 선회하니 떠올리는 건 금방이었다. 레어 스킬인 [분신]과 슈퍼 레어 스킬인 [자율 분신]이 바로 후보들이었다. 이 두 스킬을 추가로 얻는다면 이미 초융합의 조건을 만족시킬 수 있었다. 물론 실제로 얻어낸 후의 이야기가 되겠지만.
스킬만 산다고 다 되는 게 아니다. 강화에도 성공해야 하고, 숙련도 랭크도 미리 올려두는 것이 좋다. 신화급 스킬로까지 승화시킨다면 사용 시마다 신성을 지불해야 하므로 수련치를 채우는 것이 녹록치 않을 테니까.
다행히 나는 연맹 중급 지휘관으로 진급했기에 수련치를 쌓을 대상을 구하는 건 어렵지 않을 것이다. 보나마나 B랭크에 또 등장할 강적 관련 수련치만이 걸림돌일 뿐.
어쨌든 나는 승화를 염두에 두고 있으니 적당한 스킬을 하나 더 생각해 내야 했다. 나는 또 낑낑거리며 생각에 잠겼다.
“슈퍼 레어 스킬 목록을 마지막으로 본 지 세 달은 넘어간 거 같은데, 용케 다 기억하고 있는 것 같단 말이지.”
그러면서도 나는 막간을 이용해 스스로에게 감탄했다.
하기야 뭐, 지금의 내게 스킬 목록은 꽤나 중요한 것이니 잊는 게 더 힘들다. 말하자면 초등학생 때 하던 게임에 나오는 몬스터의 이름과 특징을 모조리 암기하고 있는 것과 비슷하다고 할 수 있겠다.
“아, 이게 있었지.”
하필이면 다른 생각을 하고 있을 때 번뜩하고 정답이 떠올랐다. 레어 스킬인 [데코이]. 이거라면 같은 레어 스킬인 분신의 용도와 비슷하니 같은 계열로 묶일지도 모른다. 뭐, 구입하기 전에 링링에게 물어보면 되겠지.
레벨 업 마스터를 인벤토리에서 꺼내 전원을 켠 나는 바로 상점창을 열었다.
“링링!”
***
링링은 기분이 굉장히 좋아져서 돌아갔다. 한때 내게 차가운 태도를 보였던 게 거짓말 같다. 사실 일전에 부스터를 사러 갔을 때도 그녀의 기분이 완전히 풀린 것 같아 보이지는 않았지만, 이제는 확실히 말할 수 있다.
뼛속부터 장사꾼인 링링에게 특효약은 백 마디 말보다 금화였던 모양이다.
그렇다고 금화를 그냥 준 건 아니고 매출을 좀 올려줬을 뿐이다. 슈퍼 레어 스킬인 자율 분신을 포함한 스킬들을 사면서 금화 3만 개 정도를 썼더니 생글생글 웃기 시작한 건 좀 웃겼지만 내색하지 않느라 고생 좀 했다.
어쨌든 이로써 필요한 파츠들을 모조리 구비했다.
– 동일 계열 스킬을 5개 이상 소유하고 있습니다.
– [그림자 분신-염멸], [자폭], [자율 분신], [분신], [데코이]
– 스킬 승화가 가능합니다. 실행하시겠습니까?
[주의!] 승화에 사용한 스킬은 다시 얻을 수 없습니다.
음, 좋다. 데코이도 분신과 같은 계열로 판정되어 승화 조건을 만족했다. 데코이는 돈 주고 산 게 아니라 지난번에 쓰고 남은 레어 스킬 교환권으로 습득했다. 링링은 나한테 물어봤으면 나한테 사야지 왜 교환권을 쓰느냐고 울부짖었지만 나는 듣지 않았다.
물론 이대로 승화시킬 생각은 없고, 스킬 하나를 골라 S랭크를 찍은 후 승화시킬 생각이다.
스킬 포인트 효율을 생각하면 레어 스킬인 분신이나 데코이의 수련치를 쌓는 게 좋겠지만, 나는 그냥 이번에 새로 산 [자율분신]의 랭크를 올려보기로 했다.
[자율분신] – 등급 : 매우 희귀(Super Rare)– 숙련도 : 연습 랭크
– 효과 : 자율적으로 판단하고 행동하는 분신 1체를 생성한다.
왜 이런 판단을 했냐면, 자율분신이 비쌌기 때문이다. 금화를 3만 개 가까이 줬다. 비싼 돈 주고 샀는데 한 번도 안 써먹어보는 건 억울하니까.
“얍, [자율분신]!”
나는 굳이 입으로 스킬 명을 소리 내어 발동하는 방식을 썼다. 안 그래도 되지만, 오늘은 그냥 그러고 싶은 기분이었다. 그러자 내 몸에서 그림자 용병 같은 온몸이 새까만 분신이 하나 뿅 하고 나타났다.
내 분신은 그 자리에 멀뚱거리고 서 있었다.
“자! 가위, 바위, 보!!”
그런 분신에게 난 대뜸 가위바위보를 걸었다. 분신은 당황하더니 보를 냈다. 내가 바위를 내는 걸 보고 보를 낸 모양인데, 나는 내는 도중에 가위로 바꿨기 때문에 내 승리다.
“역시 나보다 능력치가 많이 부족하군.”
연습 랭크의 자율분신으로 생성한 분신은 원본의 10%밖에 안 되는 능력치를 지녔다. 민첩이든 직감이든 나와 비견하기 미안할 정도란 소리다.
능력치야 기대도 안 했고, 내가 원한 건 자율 분신의 지능과 판단력이었다. 내 주먹을 보고 보를 내는 정도의 지능은 있는 모양이니 연습 랭크로썬 합격점이다.
“좋아, 돌아가.”
내 명령을 들은 분신은 그 자리에서 사라져 버렸다. 그렇게 세 번을 반복했더니 연습 랭크의 수련치가 완전히 차올랐기에, 나는 자율분신을 F로 랭크 업 했다.
분신의 능력치는 15%. 랭크 업으로 인한 상승치는 미미하지만 내 기본 능력치가 워낙 높기에 적당한 상대를 대상으로 써먹기는 나쁘지 않으리라.
“[자율분신]!”
나는 F랭크의 자율분신을 불러내 이번에도 가위바위보를 걸어보았다. 그림자가 더 진해지긴 했지만, 지능과 판단력은 크게 바뀌지 않았다. 그나마 이번엔 보를 내기 직전에 손가락 몇 개를 반쯤 접긴 했으니 나아지고는 있는 것이리라.
“꽤 재밌는걸.”
C랭크까지 올리니 이제 더 이상 그림자 같은 모습이 아니었고, 약간 흐릿하긴 하지만 확실히 내 모습을 재현해 낸 모습이 되었다. 이제 좀 분신 같은 느낌이 난다.
능력치 반영도 30%까지 올랐고 지능과 판단력도 확연히 올라, 내가 가위로 바꾸는 걸 보며 바위로 바꿔내는 것이 자연스럽게 가능한 정도가 되었다. 물론 내 쪽은 보로 또 바꿔 가위바위보 자체는 내가 이겼지만.
C랭크부터는 자율분신을 움직여 적을 공격하는 수련치가 생겼기 때문에 이 이상 분신을 썼다가 지우는 노가다만으로 랭크를 올릴 수는 없게 되었다.
사실 자율분신의 생성에는 상당한 양의 체력을 소모한다. 나야 강건이 99+라 체력이 넘쳐나는 데다, 진리초극에 올라 숨만 쉬어도 체력이 차오르니 이런 노가다가 가능하지만 강건이 50 정도에 그친 평범한 플레이어라면 하나 불러내고 앓아누울지도 모르겠다.
하긴 슈퍼 레어 스킬은 필살기에 가깝다. 나만 해도 튜토리얼에서 나와서 처음 배운 슈퍼 레어 스킬이 [초절강타]였고, 체력 소모는 굉장했다. 그걸 감안하면 자율분신의 이 정도 체력 소모는 당연한 걸지도 모른다.
“적을 공격하는 수련치는 그림자 용병을 불러내서 해결하면 되겠지.”
그러고 보니 중급 지휘관으로 진급하면서 불러낼 수 있는 그림자 용병의 제한도 많이 풀렸다고 들었다. 그것도 확인해 볼 겸, 나는 레벨 업 마스터를 통해 주리 리를 불러내 보기로 했다.
“주리 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