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gend Loser RAW novel - Chapter 60
0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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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변환효율 : 99.99%
“아하!”
[진리대마공]의 마지막 숨겨진 요소. 이게 마지막까지 안 열리나 했더니만 트리거가 [내공] 능력치를 얻는 거였군! 그러고 보니 내 대사조, 천시영 어르신은 어디까지나 무림을 일통한 천하제일인이셨다. 이게 힌트였는데 내가 지금에서야 깨달았네.“하하핫!”
나는 짧게 웃었다.
모든 게 다 잘 풀리는 것 같은 기분이다. 이게 행운의 힘인가? 반드시 그렇지는 않겠지만, 굳이 다른 가능성을 찾아내려 애쓰지는 않았다.
나는 [진리자재]를 통해 내 마력의 절반을 내공으로 변환시켰다.
마력 : 99+
내공 : 99+
짠.
“하아아아압! [태양일지섬]!!”
나는 전방에 손가락을 뻗고 스킬 이름을 큰 소리로 외쳤다. 그러자 내 손가락 끝에 극양의 내공이 모이더니 마치 레이저처럼 전방으로 뻗어나갔다.
쿠콰콰콰콰! 퍼엉!!
레이저는 공간을 가르며 뻗어나가 큰 바위에 적중해 펑 터뜨려 버렸다.
이게 연습랭크의 위력이다. 물론 [뇌신의 징벌]에 비하자면 크게 부족한 위력이지만 뭐 어떤가? 이것도 내 전력이 아닌 절반의 힘일 뿐이다. 모든 마력을 내공으로 변환했다면 이 두 배의 위력은 냈겠지.
“아······, 재밌다······.”
사는 게 너무 재밌다.
튜토리얼 세계에는 이게 없었다. 스킬 성장에도 한계가 있었고, 익힐 수 있는 스킬에도 한계가 있었다. 그곳은 닫힌 세계였으며, 정체된 세계였다.
하지만 이곳에 와서는 새로운 스킬을 배우고, 써먹고, 성장시키는 재미가 너무 쏠쏠하다. 열린 세계, 열린 가능성, 열린 성장판. 이것만으로 행복감이 충만하다.
당연하게도 사람의 성장이란 굴곡이 있게 마련이고, 이렇게 순조롭게 성장을 이룩할 수 있는 것도 한계는 있으리라.
그러나 그런 건 나중에 생각해도 됐다.
나는 지금의 행복을 만끽하기로 했다.
“랭크 업!”
[태양일지섬] 랭크나 올려야지.***
[태양일지섬]을 대충 C랭크까지 올린 후, 나는 주리 리를 불러 그림자 용병을 소환할까 하다가 그만두었다. 어차피 태양일지섬은 내 전력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지는 않는 스킬이다. 나중에 스킬 승화라도 하면 모를까. 다음에 올려도 상관없다.자, 이제 레벨을 올릴 차례다.
나는 그랜드 마스터 셰프의 5성 요리 시식권을 꺼내 들었다. 새로 얻은 범용 특성인 [미식의 길]이 드디어 활약할 때다. 맛있는 걸 먹으면 경험치가 쌓이는 사기 특성!
그리고 잠시 고민하다, 그란데 마에스트로의 지휘에 의한 5성 명곡 자동연주악보도 꺼냈다.
“뭔지는 봐야지······.”
[그란데 마에스트로 프란체스코 진의 지휘에 의한 ‘오늘의 고마운 한 끼’ 자동연주악보] – 분류 : 악보– 등급 : 명품(Masterpiece)
– 내구도 :15/15
– 옵션 : [자동연주] – 설명 : 네오-네오-클래시즘 조류에 위대한 한 획을 그은 그란데 마에스트로, 프란체스코 진이 작곡하고 직접 지휘하여 연주한 ‘오늘의 고마운 한 끼’를 자동연주해 주는 악보. 요리를 더욱 맛있게 먹을 수 있게 해주는 효과를 청취자에게 부여한다.
“버프가 그 버프였냐!”
나는 나도 모르게 태클을 걸고 말았다.
음식이 맛있어지는 버프라니!
“최고잖아!”
예전이었다면 이런 게 다 있냐고 그냥 팔아버렸을 수도 있지만 지금은 아니다. 지금의 내겐 미식의 길이라는 특성이 생겼으니까. 맛있는 음식을 먹을수록 더 많은 경험치를 얻을 수 있는 이 특성에 그란데 마에스트로의 연주를 더하면?
아니, 아직 가설이다. 실제로 경험치를 많이 줄지 어떨지는 모르는 일이다. 직접 실험해 보지 않는 이상 속단은 금물이지.
나는 바로 5성 요리 시식권을 사용했다.
[그랜드 마스터 셰프 레인 포레스트가 재현한 ‘만한전석’] – 분류 : 요리– 등급 : 미식(Gourmet)
– 설명 : 지구식 요리(Terran cuisine)의 주류 일파 중 하나인 중화요리의 전설적인 궁중 요리 형식 중 하나를 위대한 셰프 레인 포레스트가 재현해낸 것. 각 요리의 재료들을 모조리 지구의 것과 최대한 닮은 것으로 재현하기 위해 많은 노력이 들어갔으며, 그 노력은 완전하지는 않으나 최고의 결실을 빚어냈다. 배타적이기로 유명한 중화인 출신 세프들의 인정을 받고 레인 포레스트를 그랜드 마스터 셰프의 좌에 앉힌 그 요리가 다시 재현되었다.
입이 떡 벌어지는 한 상 차림이 펼쳐졌다. 그냥 한 상도 아니고 12인석 정도는 되어 보이는 커다란 테이블에 상다리 부러지도록 음식이 쌓여 있었다.
만한전석은 나도 기억하고 있다. 중국에서 한족과 만주족의 모든 요리를 한 상에 차려 올렸다는 전설적인 정찬이다. 청나라 황제가 며칠간에 걸쳐서 먹었다던 바로 그 요리!
물론 이건 가짜다. 전설적이고 전통적인 만한전석은 문화대혁명 때 불타 사라졌으니까.
은근슬쩍 포함된 짜장면과 탕수육을 보라. 탕수육은 몰라도 짜장면은 확실하게 한국에서 재탄생된 면류다. 저런 요리가 청나라 시대에 황제의 식탁에 오를 리가 없지 않은가?
아마도 이 만한전석은 인류연맹의 그랜드 마스터 셰프, 레인 포레스트가 그 단어의 뜻을 해석해 재구성한 결과물이라고 보는 게 옳을 것 같았다.
그런 의미에서, 어쩌면 짜장면은 인류연맹의 현세대 인류에겐 꽤나 고급 음식으로 인지되고 있는지도 모를 일이다. 링링의 상점에서도 사실 꽤나 비싸게 팔고 있고. 근거는 많았다.
뭐 그런 사정이야 아무래도 좋을 일이다.
“크······, 윽!”
테이블 위의 수많은 요리의 냄새가 뒤섞여 한꺼번에 비강을 자극하는데, 그것이 역겹기는커녕 없던 식욕도 돋아낼 듯 향기로웠으니 말이다.
그야말로 냄새의 교향곡!
그랜드 마스터 셰프라는 거창한 호칭을 부끄럽지 않게 여길 만한 실력자가 이 만한전석의 마에스트로리라.
“그래, 마에스트로!”
하마터면 음식 냄새에 홀려 깜박할 뻔했네.
나는 뒤늦게 자동연주악보를 펼쳐, [자동연주]를 실행했다. 자동연주악보에서 아름다운 음색이 흘러나오기 시작했고, 나는 그 음색에 귀를 기울였다. 흠흠, 고급 레스토랑에서 흘러나오는 음악 같군. 고급 레스토랑에 가본 적은 없지만. 그렇게 10초 정도 들었을까?
“흐어억!!”
강렬한 식욕이 솟구쳤다. 아니, 식욕이야 만한전석을 펼쳤을 때 이미 한계에 달할 정도로 솟구쳐 있었지만 내가 한계라고 생각했던 것이 사실 한계가 아니었던 모양이다. 이미 내 눈과 귀와 입과 코, 전신의 모든 감각이 내게 명령하고 있는 것 같다.
‘먹으라’고.
나는 더 이상 내 식욕에 저항할 수 없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저항하고 싶지도 않았다.
나는 이성의 끈을 손에서 놓았다.
내 의지로.
***
위장은 가득 차 더 이상 음식을 밀어 넣을 수 없을 지경이 되어 정신을 차렸을 때, 중천에 떠 있던 해는 져 있었고 내 위장은 산처럼 부풀어 올라 있었으며 내 반격가 레벨은 20에서 24가 되어 있었다.
“······4레벨?”
나는 반사적으로 시스템 로그를 열었다. 가장 먼저 내 눈에 들어온 문장은 이것이었다.
– 위장이 한계에 달했습니다. 이 이상 음식을 먹을 수 없습니다.
– 한계 돌파!
이 메시지가 3개쯤 발견되었다.
“아니, 위장도 한계 돌파를 하나?”
나는 피식거리며 그 메시지를 읽었지만, 분명 12인석 테이블 위에 쌓여 있다시피 했던 요리가 뼈도 안 남기고 싹 사라진 걸 보니 웃음이 가셨다.
이게 사람이 먹을 수 있는 양이었단 말인가. 먹은 내가 할 생각은 아니었지만, 마음 깊은 곳에서부터 우러나는 순수한 의문을 억지로 막을 수는 없었다.
게다가 기억을 돌이켜 보니, 먹은 기억이 난다. 각각의 음식이 어떤 맛이었으며 얼마나 맛있었는지에 대한 정보가 내 대뇌피질에 집요하리만큼 강렬히 각인되어 있었다. 물론 당시의 나는 그 기억을 돌이키는 대신 그저 혀에 모든 신경을 집중시켰을 뿐.
그래, 내가 이걸 다 먹었다. 이 사실을 부정할 방법은 없었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밥 좀 먹었다고 인퀴지터 두 명 잡은 것만큼 레벨이 오르나?”
인퀴지터를 잡아봐야 오르는 레벨은 두 단계.
낮은 레벨이든 높은 레벨이든 상관없이 단 두 단계만 오른다.
그런데 앉아서 밥만 먹었는데 4레벨이 올랐다.
이게 말이 되나?
황당해서 시스템 로그를 자세히 보니, 만한전석에 포함된 짜장면 한 그릇이 10,000 정도의 경험치를 주었다. 짜장면이 이 정도였으니 초거대 야수 곰 발바닥 요리 같은 희귀 요리가 경험치를 얼마나 줬을지는 상상에 맡긴다.
한 가지 확실한 건, 레벨이 네 단계 오르기에 충분한 경험치였다는 것이다.
변화한 건 이것뿐만이 아니었다.
– 5성 요리로 인해 당신의 특성이 진화합니다.
범용 특성 : [미식의 길] → 고유 특성 : [미식의 대식가]
[미식의 대식가]
– 등급 : 고유(Unique)
– 숙련도 : S랭크
– 설명 : 맛있는 걸 많이 먹으면 크게 성장한다.
“진짜냐.”
진짜였다. 아니라면 만한전석 하나 먹고 레벨이 네 단계 오른 게 설명이 안 됐다. 기존의 [미식의 길]은 공복 상태에만 적용됐었으니까.
그런데 너무 많이 먹어 위장이 터지는 대신 한계 돌파를 세 번이나 했는데 계속해서 경험치를 얻은 건 특성이 [미식의 대식가]로 변한 덕택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진짜 무섭구나······.”
어느새 연주를 멈추고 조용해진 자동연주악보를 내려다보았다. 그냥 요리만 맛있었다고 이렇게는 되지 않았을 것이다. 음악과 요리의 조합. 그것이 이런 대이적을 남긴 것이다.
나는 레벨 업 마스터를 켰다.
“크리스티나.”
= 네?
“잘했어.”
= ······네?
크리스티나는 영문을 모르고 눈을 똥그랗게 떴다. 나는 배가 너무 불러 설명하기도 귀찮았기 때문에, 그냥 레벨 업 마스터를 끄고 인벤토리에 던져 넣었다.
“거대 메기는 내일 해 뜨면 잡자.”
나는 오늘 할 일을 내일로 미루는 나쁜 어린이가 되었다.
***
아침이 되었다.
나는 눈을 뜨고 상반신을 일으켰다.
“······와.”
그리고 나는 이 세계에 도달한 이래 처음으로 땅에 등을 붙이고 정신줄 놓고 푹 잤음을 뒤늦게 깨달았다.
별로 위험한 짓을 한 건 아니다. 무슨 일이 생겼으면 내 직감이 날 깨웠을 테고, 내 강건은 날 신속하게 원래 컨디션으로 되돌렸을 것이며, 내 민첩은 늦지 않게 적의 공격에 대응하도록 움직였을 테니까.
그냥 조금 놀랐을 뿐이다.
“아무리 그래도 역시 위장 한계 돌파를 세 번이나 시키면서 먹은 음식을 소화시키려면 이 정도 에너지는 소모된다, 그 소리인가.”
그리고 아마도 내가 푹 자는 도중에 떴을 이 시스템 메시지.
– 5성 요리로 인해 앞으로 12시간 동안 근력이 100% 상승합니다.
– 5성 요리로 인해 영구적으로 근력이 50 상승합니다.
“버프는 소화가 다 된 다음에 뜨는 모양이군.”
지난번엔 안 이랬던 것 같은데. 뭐 만한전석 만의 옵션이겠지. 난 깊게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어쨌든 버프는 아직 8시간가량 남았다. 막 서둘러야 할 이유도 없었기에, 나는 링링을 불러 짜장면을 한 그릇 시켰다.
별건 아니고, 그냥 한 가지 실험을 위해서였다.
– 짜장면을 먹음으로써 미식의 대식가가 반응합니다.
– 경험치 1을 얻었습니다.
“······역시.”
나는 먹다 남은 짜장면을 인벤토리 안에 던져 넣었다.
원래대로라면 분명 이 짜장면이 호수사과보단 맛있을 텐데. 호수사과도 경험치를 15인가 얼만가 줬는데 짜장면이 1이라니.
하지만 짚이는 게 있었다.
처음 링링을 통해 시켜먹었던 짜장면의 맛은 눈물마저 흘릴 맛이었건만, 지금 먹은 이 짜장면은 그냥 먼지 같은 맛이었다.
하긴 어제 5성 명곡까지 틀어놓고 5성 만한전석을 먹었는데, 다음 날 상점표 짜장면을 그냥 먹었으니 맛있게 느낄 리가 없었다.
“역치의 법칙이 여기에도 통용되는군.”
한 번 어떤 자극을 느끼면 그 자극에 못 미치는 자극에는 크게 반응하지 않는다. 미각이든 청각이든 뭐든. 이것이 역치의 법칙.
이 법칙은 미식의 대식가라는 새로운 특성에도 여지없이 반영되어 짜장면의 경험치를 1로 만들어 버린 것이리라.
“쳇.”
역시 그냥 여기 주저앉아서 음식이나 먹으면서 레벨을 올릴 생각은 버리는 게 옳았다. 한동안은 굶으면서 내 호강한 혀와 위장이 다시 마른 빵의 소중함을 느낄 때를 기다려야 할 것 같았다.
“메기나 잡으러 가야겠다.”
버프도 받았고, 레벨도 올렸고, 새 스킬도 장착했다.
더 이상 메기 사냥을 미룰 이유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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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 (수정 완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