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gend Loser RAW novel - Chapter 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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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자크와의 이번 전투는 내게 있어서도 크게 이득인 전투는 아니었다.
죽을 뻔했던 정도로 그친 게 아니라 실제로 두 번이나 죽어서 [1UP 코인]을 소모했는데, 적이 인퀴지터여서 인류 연맹으로부터 추가 보상을 얻어낼 수 있었던 것도 아니었고, 적을 후환 없이 완전히 살해할 수 있었던 것도 아니었으니.
사실상 내가 얻은 거라고는 인스펙터 카자크에게서 뜯어낸 레어 등급의 [절단] 스킬, 레벨 업을 두 번 할 분량의 경험치뿐이었다.
뭐, 레벨 업을 하면서 부가적으로 따라온 것들도 얻긴 했다. 대표적으로 스킬이라든가.
[현묘한 간파] – 등급 : 매우 희귀(Super Rare)– 숙련도 : 연습 랭크
– 효과 : 스킬 활성화 후 주시 중인 대상이 사용하는 스킬을 간파한다. 대상에 대해 이미 효과를 발휘하고 있는 스킬에 대해서도 간파한다.
반격가 26레벨에 도달하면서 새로 얻은 반격가 스킬은 이것이었다.
내게 향하는 적의 스킬을 자동으로 간파하던 패시브 스킬이었던 기존의 [간파]와는 달리 [후의 선]과 비슷하게 켜고 끄는 토글 스킬로, 내가 능동적으로 사용해 대상의 방어나 버프 스킬까지 간파해 낼 수 있다.
패시브 간파 스킬의 S랭크 보너스와 조합하면 꽤나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나저나 역시 직업 스킬은 합성이 안 되는 모양이다. [현묘한 간파]와 [간파], 아예 스킬 이름까지 겹치는 이 두 개의 간파가 합성이 안 되는 걸 보니 말이다.
어쨌든 반격가의 레벨 제한을 한계돌파해도 계속해서 새 스킬을 얻고 성장할 수 있다는 건 매우 고무적인 일이다. 직감을 믿고 선택한 보람이 있다.
“하아······.”
아무리 긍정적으로 생각하려고 해도, 역시 마음이 가라앉는 건 어쩔 수 없다.
[진리대마공-개], [섬전신속], [전설의 강타] 등. 내 주력 중의 주력 스킬들을 다 갈아 넣고 새로 얻은 스킬인 [진리명경]이 내 마음을 무겁게 만드는 원인이었다. [진리명경] S+++랭크 세부 효과[명명백백] 모든 눈속임이 백일하에 드러난다.
이게 전부다. 나머진 전부 [숨겨진 옵션]으로 도배되어 있었다.
[진리명경]에 갈아 넣은 다른 스킬들도 그렇지만, 특히나 [진리대마공-개]의 유용했던 패시브, 액티브 효과를 다 잃은 탓에 현재 내 전력은 크게 저하된 상태였다.물론 명명백백 덕에 목숨을 건졌다 보니 불만을 말할 입장은 못 됐다. 목숨보다 비싼 건 없으니, 손해라 볼 순 없었다.
그래도 사람인 이상 아까운 걸 느끼는 건 어쩔 수 없는 일 아니겠는가?
“휴······.”
아무튼 당분간은 스킬의 숨겨진 옵션들을 벗겨내 내가 쓸 수 있는 상태로 만드는 것에 주력해야 할 것 같았다.
그런데 숨겨진 옵션을 벗겨내려면 뭘 어떻게 해야 되지?
“한 번 죽어봐야 되나?”
[진리불사]를 그런 식으로 활성화시켰었지. 그렇다고 진짜로 죽어볼 수는 없는 노릇이다. [1UP 코인]이 하나 남긴 했지만 그렇다고 이런 식으로 써버릴 건 아니니.“그러고 보니 [진리초극]도 없어져서 마력도 못 다루게 됐네······.”
나는 그렇게 탄식하면서 무의식적으로 마력을 운용했다.
우우웅.
그러자 마력이 내 의지에 따라 움직이는 것 아닌가?!
“오, 아?!”
나는 놀라움을 금치 못하면서도 [진리의 극]의 요령으로 마력을 운용했다. 그러자 마력은 내 의지대로 움직여 불꽃이 되기도 하고 벼락이 되기도 했다.
이럴 수가, 이런 것이 가능하다니!
이미 내 수중에는 [진리대마공-개]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관련 스킬을 여전히 가진 것처럼 마력을 다룰 수 있다.
“그럼 혹시······.”
나는 그 자리에 가부좌를 틀고 앉았다. 이미 내게 [진리대주천]은 없으나, 진리대주천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는 알고 있었다. 나는 주의 깊게 마력을 움직였다. 그러자 아니나 다를까, 내 몸의 내면을 마력이 휘몰아쳤다.
진리대주천조차도 [진리대마공-개] 없이 재현이 가능하다는 것이 밝혀지는 순간이었다.
그리고 내가 진리대주천을 성공시킨 바로 그 순간.
– [숨겨진 옵션] 개방!
[진리현현] 그 눈빛은 번개요 숨결은 불꽃이리니.
숨겨진 옵션이 개방되었다.
[명명백백]과 마찬가지로 뜬구름 잡는 헛소리가 설명이랍시고 붙었지만 지금은 이것도 반갑다. 더군다나 지금의 나는 굳이 상세한 설명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굳이 스킬의 힘을 빌리지 않고도 마력을 번개와 불꽃으로 변환시킬 수 있었으며, 생명과 빛의 속성을 띠도록 가공하는 것도 어렵지 않았다.
사실상 [진리대주천]과 [진리초극]을 되찾은 순간이었다.
신이 난 나는 여러 가지를 시험했다.
하지만 내가 스킬 없이 마력만으로 재현할 수 있었던 건 진리대주천과 진리초극이 전부였다. [진리마신]이나 [진리마심], [진리활화]와 [진리불사], 그리고 [진리자재]는 재현해 낼 수 없었다.
[섬전신속]과 [전설의 강타]도 마찬가지였다. 사실 섬전신속은 그냥 스킬만 발동해 봤지 어떻게 쓰는 건지도 모르니 당연하다면 당연한 결과였다.“그래도 이게 어디야!”
비록 일부라고는 하나, 한 번 내 손을 떠났던 것을 다시 그러모을 수 있게 되었다. 나는 충분히 기뻤다. 더구나 [진리명경] 스킬의 숨겨진 옵션 하나를 개방한 것도 좋은 징조다.
의욕이 돋은 김에, 나는 [현묘한 간파]의 랭크도 올리기 위해 레벨 업 마스터를 꺼내 들었다. 하지만 정작 레벨 업 마스터를 꺼내니, 나는 그것보다 먼저 해야 할 일이 있다는 걸을 늦게나마 깨달았다.
“크리스티나.”
나는 주리 리가 아닌 크리스티나를 불렀다.
= 네, 영웅님!
크리스티나는 밝게 대답했다.
내가 그녀를 부른 까닭은 이번에 카자크로부터 얻은 정보를 교차 검증하기 위해서였다. 그래서 카자크에게 들은 내용을 그대로 털어놓을까 했다. 그러나 막상 말하려고 보니 마음에 걸리는 점이 생겼다.
크리스티나는 믿을 수 있는 상대다. 하지만 인류 연맹은 믿을 수 있는 상대일까? 그 질문에 대한 답은 ‘아직 모른다’이며, 그 답은 ‘믿을 수 없다’란 의미이기도 했다.
그렇다고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것도 이상하다.
“인스펙터를 패퇴시켰어.”
혹시나 모른다는 생각도 들어서, 나는 이렇게 말해보기로 했다.
= 뭐라고요!?
그 결과, 크리스티나가 보인 반응은 매우 흡족했다. 저 눈 땡그랗게 뜬 거 봐. 귀여운 녀석. 나는 웃음이 튀어나오려는 것을 간신히 억누르고, 되도록 진지하게 보이도록 표정을 만들어 보였다.
“정확히 말하자면, 죽인 것은 아냐. 되살아나서 도망가더군. 자세한 건 전투 기록을 확인해 줘.”
크리스티나는 기록을 살펴보더니, 다시 한번 눈을 휘둥그레 떴다.
= 정말이네요!?
“내가 거짓말한 적도 있어?”
= 없죠!
그래, 없다. 숨기고 말을 안 한 게 있을 뿐이지.
= 이런 말씀은 안 드리려고 했는데, 진짜 괴물이시네요!
욕인지 칭찬인지 잘 모를 소리였지만, 크리스티나의 표정만 보면 극찬처럼 들렸다.
= 원래대로라면 인스펙터와는 조우할 일조차도 없어야 해요. 인스펙터는 교단 내부의 상태를 감찰하는 역할을 맡아서, 외부의 적대 세력과는 접촉할 일이 크게 없거든요. 하지만 인스펙터가 나타나 영웅님 앞을 가로막았다는 건······.
크리스티나의 표정이 점점 심각해졌다. 입을 다물고 한참 고민하던 그녀는 멍한 표정으로 내게 이렇게 말했다.
= 뭔가, 뭔가 일어나고 있어요.
“잘 모른다는 소리네.”
= 잘 모르지만요.
인정하다니!
하긴 크리스티나는 만신전과 교단이 같은 조직이기는커녕 두 세력이 경쟁 관계라는 것조차 모르는 듯했으니 아는 게 더 이상하긴 하다.
물론 카자크가 시간을 끌기 위해 아무 말이나 허풍을 떨었을 가능성도 지금 이 상황에선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으니 실제로는 크리스티나의 말대로 같은 조직일지도 모르지만 말이다.
갑갑하군. 역시 정보가 더 필요하다.
인스펙터 한 명쯤 더 잡아서 심문을 해야 하나. 하지만 그러려면 목숨이 몇 개쯤은 더 있어야 한다.
흐음, 역시 크리스티나 쪽을 조금 떠볼까? 그나마 이쪽이 덜 위험할 것 같아 보이니.
“교단은 만신전의 신들을 섬긴다고 했었지?”
= 네.
크리스티나는 자신이 말한 교단에 대한 정보가 맞다고 의심치 않는지, 대답하는 눈동자에서는 순진무구함이 묻어나오고 있었다.
이 표정이 만약 연기라면 난 마음에 큰 상처를 입을 거야.
“그럼 교단 내에서도 파벌이 생기겠군.”
= 그야 그렇겠죠? 각자 섬기는 신이 다를 테니까요. 하지만 그렇다고 교단이 내부의 반목으로 찢어질 거라고 생각하기는 어려워요.
크리스티나의 말은 모순되어 있다. 하지만 그녀는 자신의 말에서 생겨난 모순에 대해 아무런 의문도 갖지 않고 있었는데, 이 모순된 명제를 모순되지 않게 만들 조건 같은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일 터였다.
그게 뭔지는 물어보면 알 수 있을 터였다.
“어째서지?”
그래서 난 질문했다. 크리스티나는 내 입에서 나올 그 질문을 예상했다는 듯 유창한 어투로 설명을 시작했다.
= 교단은 기본적으로는 만신전의 신들이 유능한 플레이어를 스카우트하는 개념으로 이뤄진 단체니까요. 그야 명색이 신을 섬기는 이들이니 신앙심이 있기야 하겠지만, 기본적으로는 교단의 플레이어들은 자신에게 이익이 되기 때문에 교단에 들어간 거란 말이에요.
이건 또 인상적인 분석이다. 나는 크리스티나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다. 그러자 크리스티나도 신이 난 건지 밝아진 목소리로 이야기를 계속했다.
= 그러니 서로 믿는 신이 다르다는 이유로 반목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보고 있어요. 더욱이 만마전이라는 대립 상대를 앞에 두고 있으면 더더욱 그렇겠죠.
음······, 역시. 인류연맹은 몰라도, 적어도 크리스티나는 만신전과 교단이 같은 단체라고 굳게 믿고 있는 것 같다.
하나만 더 던져볼까.
“그럼 교단의 플레이어들이 만신전의 신들을 배신하는 일도 생길 수 있겠네? 그게 자신들의 이득에 충실하다면 말이야.”
= 아뇨, 그건 아마 힘들 거예요.
아마라는 단어를 쓰긴 했지만, 크리스티나는 꽤나 딱 잘라 말했다.
= 만신전의 신들은 스카우트한 플레이어를 파문할 수 있어요. 만약 파문을 당하게 되면 그 플레이어는 교단을 통해 얻은 것들을 모두 토해내야 해요. 그러니 교단의 플레이어가 모시는 신에게 불만이 있다고 하더라도 그리 쉽게 배신을 할 수는 없어요.
이건 또 처음 듣는 이야기다.
“교단을 통해 얻은 거라면······.”
= 교단 소속 플레이어들은 교단을 통해 전직을 하고 퀘스트를 받아 수행하거든요.
“그럼 파문당하면······.”
= 갓 졸업한 상태로 되돌려지는 거나 다름없죠.
확실히 그건 플레이어로서 절대 당하고 싶지 않을 벌칙이다.
하지만 카자크는 이미 만신전과 교단이 분리되었고 심지어 두 세력이 경쟁하는 것처럼 말했다. 크리스티나의 말이 맞다면 절대 일어날 수 없는 일이다.
어느 쪽이 진실인 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