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gend Loser RAW novel - Chapter 73
0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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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17연발 정도 쏜 것 같다. 솜씨야 원래 높았지만, 행운을 +99로 올린 보람이 있어 야전포병 레벨이 불과 5임에도 불구하고 [자동 재장전]이 연속으로 발동한 덕이다.
– 승리!
– 강적을 처치했습니다.
– 레벨 업!
– 레벨 업!
그 결과, 디그리트가 죽었다.
“어? 아니······.”
놀란 건 되려 내 쪽이었다.
인퀴지터 이상의 강적을 포격으로 죽인 건 이번이 처음 아닌가? 아무리 [현묘한 간파]의 S랭크 보너스와 [진리대주천]으로 쌓은 마력 99+가 있다곤 해도 이 정도 전과를 올릴 줄이야!
꽤 기뻤지만 내게 그 기쁨을 표현할 시간은 주어지지 않았다.
“!”
직감이 나를 움직였다. 그럼에도 부족했다.
푸욱!
[간파] – 삼보필살의 일격“으악!”
내 입에서 비명이 절로 터져 나왔다. 그러나 나는 고통보다도 먼저 의구심을 느꼈다. 아닛, 어째서! 안젤라가 적을 둘 처리하고 내가 디그리트를 처치함으로써 적은 모두 죽였는데!
뭐에 찔렸는지도 모르겠지만 분명 공격당했다! 회피했는데도! 게다가 꽤나 치명적이어 보이는 스킬이 간파에 잡혔다. 삼보필살? 세 걸음 걸으면 죽는 건가, 나?
순간적으로 나는 안젤라를 의심했지만, [간파]의 결과를 보고 곧 그 의심을 접었다. 왜냐하면 [삼보필살의 일격]을 사용한 것은 바로 디그리트였기 때문이다.
뭐야? 디그리트가 왜 살아있어?
디그리트의 모습은 여전히 보이지 않았다. 속이 서늘했다. 적이 보이질 않으니 당연히 [후의 선]도, [현묘한 간파]도 통하지 않는다.
“그, 렇군.”
나는 묘하게 냉정하게 판단했다. 이 녀석들은 안젤라와 같은 타입이다. 은신과 투명화로 몸을 숨기고 암습을 가해오는 게 원래 특기인 녀석들. 그것도 공격을 했음에도 은신이 풀리질 않는 걸 보아 매우 전문적이다.
이건 전적으로 내 책임이다. 죽고 사는 문제인데 신성 쓰는 게 아깝다고 [명명백백]을 꺼두었던 게 화근이었다.
처음 조우했을 때 셋 다 모습을 드러내고 있던 것이 날 방심시켰다. 뛰어난 은신능력이 있다면 몸을 숨기고 있겠지, 왜 뒤늦게 은신을 하겠는가?
하지만 그게 함정이었을 줄이야. 그 일이 실제로 일어났으니 어쩔 수 없다.
생명력이 걷잡을 수 없이 줄어든다. [삼보필살의 일격]으로 인한 영향이다. 뭔가 했더니 극독이었던 모양이다. 높은 강건 능력치로 어지간한 독에는 중독도 안 당하는데, 이번에 당한 건 꽤나 지독하다.
“끄어억······.”
그러고 보니 상태 이상을 풀 수 있는 스킬들도 전부 합성이나 융합으로 소모해 버렸다. 답이 없군. 이대로 죽는 건가.
– [명명백백] 숨겨진 옵션 개방!
[대마불사] – 죽기엔 너무 크다.
남은 생명력이 1이 되었을 때, 갑자기 숨겨진 옵션이 개방되더니 나는 죽지 않게 되었다. 그 뿐만이 아니라 독의 영향에서 벗어나게 되었고 생명력이 다시 차오르기 시작했다.
“푸핫!”
나는 안도의 한숨을 토해냈다. 심해에 가라앉았다가 간신히 건져져 뭍으로 올라온 느낌이었다. 기괴한 희열이 나를 감쌌다.
“역시······, 한 번 죽어보면 될 줄 알았어!”
그렇다고 하나밖에 남지 않은 [1UP 코인]을 믿고 자살을 할 수도 없었기에 그냥 뒀었는데, 내 예상대로 한 번 죽어보는 게 숨겨진 옵션을 벗겨내는 조건이 맞았다.
반쯤은 예상치 못하게 발동한 [대마불사] 덕에 완전히 되살아났지만, 그 대신 신성이 조금 줄었다. 하긴 이 정도로 고급스러운 효과인데 소모값이 없을 수야 없지.
즉사형 독을 해독하고 죽을 위기에서 벗어난 데다 생명력을 다시 꽉 채워주는 비용으로 신성 3은 굉장히 싼 것이긴 했지만, 문제는 신성의 총량이다. 이래서야 앞으로 신성 관리가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덕목이 될 듯했다.
[명명백백]신성 아깝게 또 죽을 수는 없기에, 나는 [명명백백]을 켜고 모습을 숨긴 암살자들을 찾아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셋 다 죽은 적이 없었다. 분명히 죽이고 경험치까지 받았는데 말이다. 상태창을 얼른 띄워보니 내 반격가 레벨은 여전히 26이었다. 괜히 레전드급 스킬인 게 아니라 상대에게 가짜 시스템 메시지를 송출하는 기능이 붙어 있었던 모양이었다.
그건 그렇고 하나 구하기도 힘든 레전드급 스킬을 셋 다 동시에 쓰다니. 무슨 레전드급 스킬을 상점표 일반 스킬처럼 돌려쓰고 있는 걸 보니 부럽기도 하고 두렵기도 하다. 이게 쥬디케이터의, 교단의 저력인가.
하지만 이건 절호의 기회이기도 했다. 적들은 아직 본인들이 들켰는지 모른다. 내가 죽지 않은 걸 보고 다소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했지만, 곧장 다음 공격을 준비하고 있었다.
나는 내 뒤로 돌아오는 적을 그냥 내버려 두었다. 그리고 적당한 시점이 된 순간, 기폭 스위치를 눌렀다.
[위장자폭] – 등급 : 매우 희귀(Super Rare)– 숙련도 : 연습 랭크
– 효과 : 시전자를 중심으로 폭발을 일으킨다. 스킬 사용 후 시전자는 하급 투명화 상태가 된다.
콰앙!
“끄아악!”
좋아, 성공시켰다. 위장자폭. 비록 연습랭크에 불과하다지만 내 마력이 99+다. 화력은 꽤나 뛰어났다. 왜 나한테 이런 스킬이 있냐고? 몇 분 전에 디그리트에게서 뜯어왔거든. 레전드급은 등급이 너무 높아 못 뜯어오는 것 같지만 슈퍼 레어급 정도야 문제없었다.
물론 디그리트는 위장자폭을 쓴 적이 없다. 그냥 위장자폭을 쓰겠다고 마음먹은 것에 불과했지만, [현묘한 간파]와 [간파]의 화려한 콜라보레이션은 단지 그것만으로 스킬을 뜯어오는 것에 성공했다.
디그리트의 입장에선 좀 황당하고 억울하겠지만 뭐 어쩌겠는가. 이게 바로 [스킬]인 걸.
어쨌든 최대한 자폭 범위 안에 적을 끌어들인 다음 기폭했기에 꽤 큰 피해를 입힌 것 같다. 물론 이 일격으로 죽이는 것은 무리였지만 말이다.
“!!”
“······!”
내 갑작스러운 자폭에 적들은 놀라고 당황했지만, 아직 입을 열거나 즉각 대응에 나서지는 않았다. 들키지 않았다고 생각한 것이리라.
그것까지 계산하고 쓴 위장자폭이니 당연하지. 타겟을 잡고 쓰는 스킬로 적을 처치했다면 들켰다고 판단했겠지만, 위장자폭은 일단 쓰고 숨어드는 용도로도 쓰이기 때문에 적들의 판단에는 근거가 있었다.
뭐, 적들이 내 자폭을 위장자폭인지 진짜 자폭인지 구분할 수 있을지 없을지는 모르지만 그건 큰 문제가 아니다. 중요한 건 아직 내 공세는 끝나지 않았다는 점이었다.
스킬 사용 후 투명화 상태가 되는 게 위장자폭 스킬의 백미이다. 물론 하급 투명화라 크게 움직이거나 공격하면 풀려 버리지만, 잠깐 적들의 눈을 속이는 걸로 충분하다.
상대가 만만찮음을 알았으니, 아끼지 않고 퍼붓는다.
나는 투명화가 풀리지 않도록 되도록 천천히 이동해 두 명의 적을 내 정면의 일직선상에 두었다. 혹시나 빗나갈까봐 멀리 있는 쪽의 적을 [현묘한 간파]로 노려보고, 바로 스킬을 시전했다. 한 호흡의 시전 시간을 투자해서 때려 박을 스킬은 바로······, [뇌신의 징벌]!
빠지지직!
신성을 5나 소모하는 신화급 대형 스킬이 내 손을 통해 뻗어나갔다. 일순간밖에 보이지 않지만 한 번 보면 절대 잊을 수 없는 진한 인상의 굵은 백광이 두 명의 쥬디케이터를 관통했다.
“으어억!”
“크으읏!!”
첫 발은 버티는군. 하지만 이건 어떨까?
꽈릉!
이어지는 낙뢰. 무자비하게 꽂힌 벼락은 두 쥬디케이터의 목숨을 앗아가는데 충분하고도 넘칠 위력이었다. 비명조차 지르지 못하고 그 자리에서 시체까지 소멸시켜버렸다.
그 증거로, 보라. 내 레벨이 네 단계나 올랐고 카르마 연산이 이뤄지는 것을.
“······어? 카르마 연산?”
카르마 연산이 일어났다는 건 완전히 죽었다는 뜻인데. 이놈들 설마 [1UP 코인] 안 갖고 있는 건가? 아니면 이것도 [전술적 위망사망]인가?
나는 급히 상태창을 열어 내 레벨을 점검해 보았다. 그러자 레벨은 정상적으로 올라 있었다. 방금 전에 놈들이 사용했던 [전술적 위장사망]의 스킬 효과와는 다르다.
더군다나 디그리트는 완전히 질린 얼굴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위장자폭의 하급 투명화효과는 이미 풀려 내 모습이 보임에도 감히 날 공격할 생각을 못 하고 있었다.
저렇게까지 사기가 떨어진 걸 보니, 정말로 그의 아군들이 죽었음을 나는 뒤늦게 확신할 수 있었다.
황망히 나를 바라보고 있던 디그리트의 입술이 뒤늦게 열렸다.
“시, 신광······?!”
신광? 신의 빛? 어쨌든 칭찬이겠지? 그러나 디그리트의 이어진 말은 내게 있어선 매우 의외의 말이었다.
“······만신전의 끄나풀이 이런 곳에서 무슨 짓이냐!”
디그리트의 입에서 갑자기 생경한 단어가 내게 쏘아졌다.
“뭐? 만신전?”
“모르는 척 마라. 그 신성! 그 신화급 스킬! 내 눈을 속일 수는 없다. 신이 이런 곳에서 직접 강림하진 않았을 테니 신의 화신이거나 하겠지.”
아무래도 디그리트는 뭔가 오해를 하고 있는 듯했다.
“교단과 만신전이 상호불가침의 조약을 맺은 것을 모르지는 않을 것이다. 이 일이 외교적으로 어떤 문제를 빚을 것인지 알고 이런 짓을 벌이는 것이냐! 일개 화신이 책임질 수 없는 일이다!!”
“어, 그렇군. 미안.”
디그리트의 당당한 발언에, 나는 나도 모르게 사과를 해버리고 말았다.
“그렇다면 난 이 일을 적극적으로 숨겨야만 하겠군.”
“그래, 적극적으로······. 뭐?”
디그리트는 뒤늦게 내 말뜻을 깨달은 듯 눈을 끔벅거렸다. 거참, 겉보기와 달리 눈치가 없는 양반이구만.
[기아스]“[죽어라].”
카자크 때는 안젤라가 무서워서 못 썼던 명령어였지만 지금은 다르다. 남은 게 디그리트 한 명인데 굳이 깔끔한 [죽어라]를 안 쓸 이유가 없다.
기아스로 죽이는 게 좋은 점은 뭐냐면 부활 수단을 신경 쓸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혹시 되살아날 수단이 있더라도 본인이 그걸 끄고 죽고 자동으로 발동하는 식이라 끌 수 없다면 본인이 다시 한번 자살해 주니까.
즉, 죽고 나서 카르마 마켓에서 [귀환의 돌] 같은 걸로 도망치는 걸 미리 방지할 수 있다.
[간파] – 자폭와, 이번 건 진짜 자폭이네. 나는 자폭범위 바깥으로 물러나주었다.
쾅!
기아스에 걸린 디그리트가 이 자리에서 자폭하자 두 번의 레벨 업 후에 곧장 카르마 연산이 시작되었다. 쥬디케이터 이놈들도 인퀴지터 못지않게 사람들을 어지간히 죽였군. 포지티브 카르마가 대량으로 들어왔다.
어쩌면 쥬디케이터들을 상대할 땐 [1UP 코인]이나 [귀환의 돌]에 대한 걸 염두에 둘 필요도 없었는지도 모르겠다. 네가티브 카르마와 포지티브 카르마를 동시에 쌓아둘 수 없다는 건 튜토리얼에서 이미 들었던 이야기고, 실제로 인퀴지터들도 [1UP 코인] 같은 건 안 썼으니 말이다. 뭐, 그래도 항상 만약의 경우는 생각해놔야겠지.
후······, 그건 그렇고 이놈들 잡느라 신성을 엄청 썼네. 무려 15나 썼다. 안젤라를 위해서 일정량의 신성은 항상 남겨놔야 하는데. 혹시 날 배신할지도 모르니까. 뭐 일단 [명명백백]을 쓸 신성은 남아 있으니 암습당해도 반격 정돈 할 수 있겠다 싶다.
어쨌든 신성을 쓴 보람은 있다. 세 명이나 죽인 덕에 경험치는 그만큼 많이 들어와서 6레벨이나 올랐으니 말이다.
이름 : 이진혁
레벨 : 반격가 32레벨
30레벨을 찍으면서 새 스킬을 배웠다!
“이거, 카자크한테 고마워해야겠는데?”
나는 혼잣말을 하며 씨익 웃었다. 카자크의 [은밀추적] 덕에 쥬디케이터들이 여기까지 찾아올 수 있었고, 이들을 처치하면서 레벨 업을 할 수 있었으니까 말이다.
“이, 이긴 거예요!? 쥬디케이터를?!”
어느새 내 주변에 다가와 있던 안젤라가 이상한 소릴 했다. 왜 이러지, 얜?
“보고도 몰라?”
“선배······. 어마어마하게 강하네요. 예상은 했지만 그것보다 훨씬 더요.”
“그래?”
나쁜 인식은 아니다. 안젤라가 내가 강하다고 인식할수록 그녀가 날 배신할 가능성은 줄어드니까. 하지만 마음속 어딘가가 간질간질한 건 어쩔 수 없다.
사람한테서 강하다는 소릴 듣는 건 이번이 처음이거든.
NPC들은 제외하고, 사람한테서 말이다.
그래서 난 안젤라에게 서비스를 하나 해주기로 했다.
[현묘한 간파]를 켜고 안젤라를 건드렸다. 툭. [차단]“어? 지금 제게 뭐하신 거예요?”
“너한테 걸려 있던 [은밀 추적]을 해제했어. 카자크가 걸었던 거.”
“아······, 감사합니다!”
“감사는 뭘.”
사실은 은밀 추적을 그냥 놔둔 채로 안젤라를 미끼로 써서 그녀를 노리고 찾아오는 추적자들을 불러들여 잡아먹으려다가, 추적자들의 수준이 은근히 높아서 계획을 취소한 거에 불과하다.
이런 식으로 신성을 낭비하다간 안젤라를 상대로도 등 뒤를 조심해야 하니 아까워도 어쩔 수 없다. 아무리 인류연맹이 그녀에 대한 파문권을 발동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일이 생긴 다음엔 늦으니까 나로서도 최소한도의 대비는 해야지.
“그보다 이동하자. 기껏 은밀 추적도 해제했는데 여기 남아 있으면 의미가 없으니까.”
“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