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gend of the Regression RAW novel - Chapter 10
9장. 1차 개방 (1)
“사장님. 좀 쌈박한 소설 없어요? 요즘 작가들이 배가 불렀는지 글에 헝그리 정신이 없어요~. 잘 나간다 싶으면 몇 달에 한 권 변비 똥 싸듯이 던져놓고 말이에요. 내가 머리가 좋아서 그렇지 다른 애들 같으면 책 내용이 이것저것 섞여서 똥인지 된장인지 구별도 못 할 겁니다.”
“흐흐. 동식아. 화내지 마라. 원래 너 같은 고수들은 그래서 강호를 떠나는 것이다. 그것도 싫으면 너도 작가해라. 내가 아는 책방 주인도 작가 됐단다.”
“헐~ 대박.”
“작가 별거 있냐. 그동안 우리가 읽었던 판타지와 무협 소설만 만 권은 넘을 거다. 그 정도면 강호에 도전해도 된다.”
“그럴까요? 요즘 인터넷에 연재해서 괜찮으면 출판사에서 모셔간다는데…….”
“모셔는 가지. 뒤통수는 제대로 까서 문제지.”
“네? 뒤통수요?”
“내가 알기로 신인 작가로 들어가면 1, 2권만 2천 부에 7퍼센트에서 8퍼센트 보장이다. 권당 8천 원이니까 대충 1백만 원 정도 되겠네~.”
“1백만 원요? 오! 생각보다 많네요?”
“많아? 3, 4권에서 망하면 10에서 20만 원 받는데.”
“저, 정말요?”
“한 달에 한 권 쓰기도 벅찬데 20만 원 가지고 살 수 없을 것 같아?”
“와아…… 진짜 세상이 씨발이네요.”
서울시 은평구 응암동의 어느 동네 책방에서 주인과 단골이 열띤 대화를 나눴다.
“휴우. 동식아. 나도 씨발이다.”
“왜요?”
“비디오는 진작 망했고 책으로 근근이 버티는데 이제 이것도 한계다. 몇 달 안에 다른 일 알아봐야 할 것 같다.”
“수입이 그렇게 줄었어요?”
“불펌질 하는 개새끼들 때문에 이 장사도 사양길이다.”
“……그렇군요.”
동식은 살짝 찔렸다.
인터넷에 난무하는 불펌 사이트를 통해 자신도 소설을 다운받아본 적이 있었다.
“그 새끼들도 곧 씨발 될 거다.”
“왜, 왜요?”
“작가들이 열 받아서 저작권법 위반으로 형사 고소한단다. 어떤 작가는 민사소송을 시작했다고 소문 쫙 돌았다. 아우! 수백만 원씩 벌금 맞으면 소원이 없겠다!”
“허억.”
동식의 얼굴이 새카맣게 변했다.
“왜 그래? 어디 아프냐?”
“아, 아니요. 갑자기 배가 아파서요.”
동식은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P2P 사이트에 포인트를 벌기 위해 몇 작품 올려놨다.
“그건 그렇고 이 작품 한번 보고 평가 좀 해봐라.”
“어, 어떤 작품요?”
“오늘 신간으로 풀렸는데 제목이 특이하네. ? 게임 소설 같은데 작가는 신인이야.”
“게임 소설요?”
동식은 걱정이 앞서면서도 책을 받았다.
구름을 타고 올라가 구름으로 무기들을 창조하는 인물이 그려진 표지였다.
“흠, 일단 표지는 무난하네요.”
책을 펴든 동식은 고수들만이 펼칠 수 있는 쓱쓱 신공으로 페이지를 넘겼다.
그러기를 20여 분.
“아저씨!”
“왜? 뭐 별로야?”
책을 정리하던 사장을 동식이 급하게 불렀다.
“이 작품 대박이에요! 빨리 몇 질 더 주문하세요. 완전 제 스타일이에요!”
동식의 얼굴에 환희가 깃들었다.
고수만 알 수 있는 대박의 향기를 제대로 맡았다.
“그 정도야? 난 주인공이 좀 찌질하던데…….”
“그래서 대박이라고요! 찌질한데 유쾌하잖아요. 경쾌하면서도 스토리가 빨라요. 조연들도 맛깔스러워요. 와아, 진짜 재밌네.”
동식은 책을 손에서 놓지 않았다.
“이거는 제가 먼저 찜할게요.”
“그래라. 반응이 좋을 것 같으니까 빨리 가져와.”
“저녁에 드릴게요!”
대학생인 동식은 방학이라 시간이 남았다.
집도 여유로운 편이어서 아르바이트도 하지 않았다.
발걸음이 빨라졌다.
오랜만에 만난 마공서를 들고 급히 집으로 돌아갔다.
P2P에 올린 자료를 삭제하고 에어컨 빵빵 틀고 를 볼 생각에 하루가 행복했다.
그리고 그 시간 전국 대여점에서도 똑같은 반응이 일어났다.
출판사에서 6천 부를 찍었건만 며칠 만에 주문량이 총판으로 쇄도했다.
나이스미디어는 부랴부랴 증판에 들어갔다.
한꺼번에 4천 부를 더 찍어 1만 부 작가라며 각 연재 사이트에 광고를 때렸다.
물 들어올 때 노 젓는 건 어디든 기본이었다.
***
“휴우.”
아침 밥상머리에 긴 한숨이 흘렀다.
“…….”
모두 젓가락이 멈췄다.
나만 맛있게 식사를 이어갔다.
호박 된장찌개에 오이 무침, 묵은 김치 볶음과 밭에서 따낸 가지가 올라와 있는 소박한 식단이었다.
쓱쓱 머슴밥에 찌개를 말아 숟가락을 퍼먹었다.
언제 먹어도 질리지 않는 엄마 밥이었다.
꼭꼭 밥알을 씹고 국물 맛을 즐겼다.
예전 밥상머리에서 못난 모습 보였던 장태산은 과감히 버렸다.
아버지의 한숨은 한 귀로 듣고 흘렸다.
매일 아침 마주하는 엄마 밥상은 그 무엇보다 귀중했다.
“여, 여보…… 왜, 입맛이 없어요?”
엄마가 한숨을 쉬는 이 집 가장을 챙겼다.
한숨의 주인공인 아버지는 안색이 좋지 않았다.
한때 동네 유망주에서 허접 농사꾼이 된 나의 아버지.
살짝 마른 몸에 키는 크셨다.
곱상하던 얼굴은 새카맣게 여름 햇볕에 그을렸다.
내가 죽던 해에 봤던 아버지는 더 말라 있었다.
과수원까지 빚으로 모두 날리고 남의 땅이나 경작하며 풀칠하셨다.
불쌍한 우리 아빠.
“아빠…….”
방학 끝 무렵이라 보충수업이 없는 쌍둥이 여동생들도 같이 아침을 먹었다.
성격이 착한 쌍둥이 중 언니인 주아가 아빠를 불렀다.
녀석이 집안 사정을 알고 눈가가 촉촉해졌다.
애들이 참 착했다.
과거에는 좀 사이가 나빴다.
어디 가서 예쁘다는 소리만 듣는 두 여동생들이었다.
단정한 단발에 피부는 새하얗고 눈을 동그란 쌍둥이들이다.
내 눈에는 순정만화 여주인공 같아 보였다.
성격들도 무난했지만 내가 싸가지가 없었다.
여동생들이 시내 고등학교 입학할 때 난 고3이었다.
양아치들이 가만있지 않았다.
어떻게 알았는지 쌍둥이들에 대한 정보를 알아냈다.
여학교에 다니는 여동생을 소개시키라며 날 갈구고 팼다.
그래서 여동생들에게 더 까칠하게 굴었다.
괜히 오빠와 친한 척했다가 동생들이 잘못 걸릴까 봐 최대한 멀리했다.
동생들은 서운해했다.
그렇게 여동생들과 사이가 멀어졌다.
대학교 재학 시절에는 자취를 하느라 집에 올 시간이 거의 없었다.
본격적으로 아르바이트를 했기에 일 년에 몇 차례만 들렀다.
여동생들도 학업이 바빴기에 대면할 기회가 없었다.
가세가 기울고 힘든 시절이었기에 두 여동생들은 학업 성적이 좋음에도 장학금을 받고 집에서 가까운 전문대를 다녔다.
엄마를 닮아 그림에 소질 있던 큰 여동생 주아는 산업디자인 학과를 다녔다.
하지만 수채화를 좋아하던 녀석과는 상성이 맞지 않았다.
동물을 좋아해 수의사가 꿈인 막내 여동생 주희는 학교를 중퇴하고 동물 조련사가 됐다.
졸업 후 돈을 벌어 아버지께 드렸던 착한 여동생들이었다.
그러나 학벌에서 밀려 둘 다 비정규직이었다.
더욱이 가정상황은 밑 빠진 독이었다.
워낙 아버지 채무가 많아 그들의 수입만으로 개선이 되지 않았다.
물론 나도 동생들의 돈을 뽑아먹던 기생충 역할을 충실히 했다.
그리고 딱 지금 시기가 가장의 위기가 본격적으로 드러났던 시기다.
“아빠. 왜 그래? 요즘 안색이 안 좋은데. 병원 가봐야 하는 거 아냐?”
딸들과 사이가 좋은 아버지였다.
눈치가 그리 빠르지 않은 막내 여동생 주희가 걱정스럽게 물었다.
주아는 동생에게 돈 때문이라고 말하지 않았다.
아! 갑자기 얼굴이 또 화끈 부끄러워졌다.
이때도 난 참으로 병신 인증하고 살았다.
가난도 싫었고 아버지 능력 없는 것도 짜증났다.
개학 전에 낡은 운동화를 바꿔달라고 떼를 썼다.
집안 사정은 어른들 일이라고 애써 무시했다.
이제 가난 1차 봉인을 해제할 때가 된 것 같다.
“잘 먹었습니다. 엄마 된장찌개는 언제 먹어도 예술입니다!”
엄마가 나를 바라봤다.
빙긋 웃었다.
나와 약속을 했기에 지금까지 입을 다물고 계셨다.
하지만 남편이 힘들어하자 비밀 통장을 쥐고 있는 나를 봤다.
어머니, 걱정 마세요.
저 어깨 펴진 아버지 오늘 기 팍팍 살려드리겠습니다.
“오늘 다들 바쁜 일 없죠?”
누룽지 숭늉까지 마시며 스케줄을 물었다.
배가 아주 든든했다.
엄마 요리는 영혼의 소울 푸드였다.
그 소울을 유지시켜 주는 것도 아들의 의무다.
“무, 무슨 일 있니?”
엄마가 기대에 찬 눈빛으로 물어왔다.
에구, 속 보입니다!
그래서 착한 우리 엄마.
“오빠, 왜?”
단발머리 귀여운 내 여동생 주아가 날 바라봤다.
저 큰 눈망울에…….
이제 눈물 흘리게 하지 않을 것이다.
“오늘 제가 한 턱 쏘겠습니다. 우리 식구들 모두에게 말입니다.”
“……?”
“오, 오빠가?”
귀요미 여동생들이 놀랐다.
자식들 니들 오빠 잘 둔 걸 두고두고 감사해야 할 것이다.
“태산아. 오늘은…….”
가장으로서 책무를 못하고 계신 아버지가 말을 머뭇거리셨다.
후후. 아버지 쫄지 마세요.
이제부터 동네에서 어깨 쭉 펴고 다닐 겁니다.
“어머니, 아버지 모시고 나갈 거죠?”
“그, 그래.”
엄마가 괜찮냐고 눈빛으로 물어왔다.
당연하죠!
하하하.
일단 웃고 시작이다.
“아빠, 엄마. 신분증 챙기세요. 쌍둥이들은 학생증.”
“신분증을? 왜?”
“그런 게 있답니다.”
깔끔하게 상황을 정리했다.
어리지만 집안의 장남이었다.
아버지는 보기보다 많이 여리셨다.
학벌이 받쳐줘도 거친 세상에서 버티지를 못했다.
타협으로 양심을 엿 바꿔 먹지 못하는 성격이었다.
내 가족들이 먹을 수 없는 쌀과 사과는 세상에 내놓을 수 없다고 말하시고 행동하는 분이셨다.
강하지 못하지만 그래서 더 존경스럽다.
편하게 농약 범벅 사과를 내놓으셔도 되는데 양심을 팔지 않았다.
우리 아빠는 그래서 최고다.
이 엿 같은 세상에서 소금과 빛이었다.
“오빠가 무슨 일이야? 우리 몰래 알바라도 뛰었어?”
호기심 넘치는 주희가 날 보며 눈을 반짝였다.
이때만 막둥이처럼 눈치가 빨랐다.
“애들은 몰라도 된다.”
“피이…… 달랑 두 살 차이나면서.”
아가야…… 오빠가 말이다.
보기와 다르게 인생 30년 바짝 살다 왔단다.
안 가 봤으면 말을 말아라.
머리통 깨져서 눈물의 요단강을 건너봤단다.
그렇게 우리 가족은 시내로 나갔다.
덜덜 떨리는 15년 된 아버지의 자가용 로망을 타고 말이다.
아!
나도 떨렸다.
오늘부터 시작될 나의 돈질.
사슴처럼 벌어서 늑대처럼 질러버릴 생각이었다.
# 10
회귀의 전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