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gend of the Regression RAW novel - Chapter 102
101장. 서련의 위기
“어서 오십시오.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대표 양덕광입니다.”
“처음 뵙겠습니다. 대표님.”
“들어가십시오. 바람이 차갑습니다.”
KNB의 대표 양덕광은 나이도 어린 오동성을 향해 고개를 조아리며 극진히 맞이했다.
오동성은 그런 양덕광의 환대에 고개를 가볍게 끄덕였다.
“조용하게 만나고 싶은데 여기 괜찮습니까?”
“보안이 철저합니다. 입구는 경비원들이 철통 같이 막고 있습니다. CCTV도 없습니다. 안심하셔도 됩니다.”
“그래요?”
KNB 사옥에 처음 찾아온 오동성은 흥미롭게 내부를 살폈다.
강남에 위치한 3류 엔터테인먼트 회사치고는 건물이 괜찮았다.
차영태 과장에게 명령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바로 화답이 왔다.
광고 하나 밀어주기로 하고 약속을 잡았다고 한다.
오동성은 몸이 달았다.
몸은 오티 때문에 피곤했지만 한달음에 달려왔다.
광고 하나 밀어주는 건 일도 아니다.
광고 계약했다가도 콘티와 맞지 않다고 자르면 그만이다.
아버지는 남녀관계에 있어서 관대했다.
사내라면 계집을 후릴 줄 알아야 한다고 귀에 딱지가 앉도록 누누이 말해왔다.
대학교 입학 시절부터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난봉질을 시작했지만, 집안에서 문제 삼지 않았다.
나이가 차면 계집질도 지겨울 거라고 다 때가 있으니 두라고 아버지가 말했을 정도다.
여자에 대해 미리 알아야 집안이 평안하다는 지론이었다.
아직 학생인 오동성에게 과장급 비서를 제공하는 것도 다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아들들 중 학벌이 가장 좋았다.
사법고시 패스할 생각 말고 친구나 동문들 관리나 잘 하라는 명을 받았다.
‘새끼들, 달랑 하나 던지고 광고 잡으려는 건 아니겠지?’
서련이 가장 땡겼지만 다른 멤버들에게도 흑심을 품은 오동성이다.
하지만 오늘은 서련이 하나면 됐다.
“타십시오.”
대표 양덕광은 3층 사장실 전용 엘리베이터 문 버튼을 누르고 공손히 대기했다.
이런 일이 한두 번이 아닌 듯 능숙했다.
“회사가 괜찮네요.”
오동성은 흐뭇한 마음으로 엘리베이터에 올랐다.
오티 때 봤던 서련의 관능적인 잔상은 쉽게 가시지 않았다.
질릴 때까지 품어야 꺼질 거라는 걸 잘 알았다.
“아직 많이 부족합니다. 도련님께서 잘 보살펴 주십시오.”
“알았어요. 양 대표님 보니까 딱 내 과네요. 앞으로 잘 지내봅시다.”
“아이고! 감사합니다. 도련님! 충성을 다하겠습니다!”
‘어린놈의 새끼가 발랑 까져가지고. 넌 오늘 호랑이굴에 들어온 거야 임마. 흐흐.’
양덕광은 오늘 판을 쉽게 끝낼 생각이 없었다.
안아 그룹 회장 성격이 보통이 아니라는 건 잘 안다.
그래도 아들놈 일은 무시할 수 없을 것이다.
보험 하나 큰 거 들어놓을 생각으로 조건을 받아들였다.
어차피 서련의 정신 교육을 위해서는 사건이 필요하긴 했다.
뻣뻣하면 굴리기 힘들었다.
서련을 노리는 애들에게 비싼 값에 팔기 위해서는 정신과 육체를 꺾는 게 우선이다.
오동성이라면 딱 안성맞춤이었다.
안아 그룹에서도 기대가 큰 한국대 법대생이다.
재벌 2세에 성격도 지랄 맞아 서련이라 해도 나중에 난동은 부리지 못할 것이다.
띵!
3층에 엘리베이터가 도착했다.
“호오. 이거 의외네요?”
오동성은 5성급 호텔 같은 3층 내부에 만족한 표정을 지었다.
“마음에 드십니까?”
“양 대표님 센스가 넘칩니다.”
“감사합니다!”
귀빈들 접대하기 위해 3층은 무리해서 투자 좀 했다.
과거 경매로 나온 건물을 아는 깡패들 통해 후려쳐 잡은 덕에 가능한 투자였다.
“애는요?”
“저기 끝방에서 조신하게 기다리고 있습니다.”
“후후후후.”
조신이라는 말에 오동성은 의미심장한 웃음을 흘렸다.
딱 보면 견적이 나왔다.
앞장서는 양 대표를 따라 오동성은 걸음을 옮겼다.
3층 사장실 문을 열고 들어갔다.
누가 봐도 화려하기 그지없는 공간이었다.
“이쪽입니다.”
사장실 옆에 딸린 작은 문이 보였다.
“피곤할 때 숙면을 취하는 유용한 곳입니다.”
음흉하게 웃으며 양덕광이 신호를 보냈다.
“그렇군요.”
사악한 두 인간들의 눈동자가 허공에서 부딪혔다.
“들어가십시오. 그리고……, 평안히 보내십시오. 밖에서 기다리겠습니다.”
양덕광이 고개를 숙이고 물러났다.
“깨끗한 거죠?”
“물론입니다. 누구 하나 손끝도 대지 않았습니다. 직접 확인하시면 알 겁니다.”
“양 사장님, 크게 될 분이네요. 흐흐흐.”
오동성은 만족한 표정으로 수면실 문손잡이를 잡고 돌렸다.
그리고…….
“오!”
오동성은 침대 위에 앉아 있는 서련을 보고 만족스러운 탄성을 터트렸다.
***
“죽인다.”
분노가 극에 달하면 차라리 마음이 차가워지는 법이다.
살기가 가득 차면 마음이 진동하지 않는다.
부아아아아아아아앙! 부아아아아앙!
미친 듯 액셀을 밟았다.
저녁 8시를 넘기고 있는 서울 시내 교통은 아직 풀리지 않았다.
미친 듯 차를 몰고 그곳으로 달렸다.
손유리와의 데이트는 산산이 날아갔다.
갑자기 황 실장의 전화가 걸려왔다.
“큰일요? 애들 교통사고라도 났어요?”
“아니 그게 아니라 서련이가 숙소에 없어!”
“네? 서련이가요?”
서련이 숙소에서 사장의 호출을 받고 나갔다는 것이다.
황 실장은 오늘 회사에 도착하자마자 강원도에 괜찮은 신인이 있으니 만나보라는 출장 명령을 받았다고 한다.
신인이라면 회사로 찾아오는 게 보통인데 오늘따라 출장을 가라고 해 기분이 이상했다고 한다.
출장 가는 길에 설마 하는 생각에 급히 코디를 통해 숙소 쪽을 확인했다는 황 실장이다.
그리고 서련이 대표의 호출을 받고 나갔다는 걸 알았다.
느낌이 이상해 대표에게 전화를 했지만 차단이 된 상태였단다.
이사까지 전화를 받지 않자 순간 황 실장은 KNB와 관련된 소문을 떠올랐다고 한다.
과거 걸그룹 멤버가 망하자 스폰서 붙여 팔아먹었다는 이야기 말이다.
나에게 급하게 부탁했다.
느낌이 좋지 않다고 서련이를 찾아 달라고 말이다.
마음이 급해졌다.
하지만 서련이가 어디로 갔는지 알 수가 없었다.
그때 한 건물이 불현듯 떠올랐다.
볼 때부터 마음에 들지 않았던 장소다.
나도 모르는 슈퍼 촉이 발동됐다.
손유리에게 양해를 구하고 차를 몰았다.
홍대 거리에서 강남까지는 저녁 시간에는 더 밀리는 시간대였다.
급히 차를 거칠게 몰았다.
신호위반이나 차선 위반, 급변경을 신경 쓸 틈이 없었다.
서련을 생각하면 불길한 무언가가 자꾸 떠올랐다.
수련하는 자가 어느 순간 느낀다는 그런 기감의 감응 같은 것이었다.
끼이이이이익!
급하게 차를 파킹했다.
어느새 생각했던 건물이 보이는 곳에 도착했다.
강남 뒷골목인데 CCTV가 보이지 않았다.
2008년도는 CCTV가 많이 깔리지 않았던 것 같다.
“개새끼들……, 이곳에 있는 게 확실해.”
과거 수없이 연애 가십난과 찌라시를 통해 들었던 연예인 성 상납 사건이 떠올랐다.
전직이 수상하다 못해 확실한 양씨 형제 놈들이다.
건물은 쥐 죽은 듯 조용했다.
건물 주변으로 누구 하나 오고 가는 사람이 없었다.
현관 입구에 경비원으로 보이는 젊은 사람 네 명이 보였다.
오늘따라 강화된 경비다.
정문으로 통과하는 멍청이 짓은 하고 싶지 않았다.
겉에 걸친 외투를 벗어 차에 놔뒀다.
타다닥.
빠르고 정확하게 건물 뒤편으로 이동했다.
그리고 2층 벽을 한 번 차고 가볍게 3층 난간에 올랐다.
과거 이곳에 왔을 때 황 실장이 그랬다.
3층은 자기도 쉽게 오갈 수 없는 공간이라고 말이다.
오늘따라 더 음습한 기운이 건물 주변에 맴돌았다.
스르륵 조용히 난간 창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확실한 현장 증거를 잡기 전에는 조심해야 했다.
내공을 더욱 끌어올렸다.
그리고 공간에 흩어져 있는 기의 파장을 읽어냈다.
사사삭.
닌자처럼 발자국 소리도 나지 않게 한 곳을 향해 움직였다.
숨소리도 죽인 채 늑대 소굴에 잠입 성공했다.
***
“흐흐흐. 서련이 안녕~.”
오동성은 언제 봤다고 서련에게 아는 체를 했다.
인형같이 앉아 있던 서련이 오동성을 봤다.
“누……, 누구세요?”
서련이 고개를 흔들며 오동성에게 누구냐고 물었다.
“누구긴 누구야. 오빠야. 서련이를 끔찍하게 사랑해 줄 오빠~.”
“오, 오빠?”
“응~ 오빠.”
“태산 오빠가 아닌데…….”
“!!!”
태산이라는 말에 오동성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개새끼 설마 얘한테 침 바른 거야?’
서련이가 함께 춤을 췄던 장태산을 좋아한다는 걸 오동성은 금세 알아챘다.
오동성은 다정하게 미소를 지으며 서련에게 다가갔다.
스윽 손을 뻗어 서련의 어깨를 만지는 오동성.
‘오오오! 역시 영계라 다르군.’
오동성은 흑심을 감추지 않았다.
부드럽고 뜨거운 서련의 어깨살은 오동성의 감각기관을 급격하게 흥분으로 몰고 갔다.
서련은 어깨를 잡은 오동성의 손을 잡아 입으로 가져갔다.
입술로 뽀뽀를 하려는 순간.
“저리 비켜!”
갑자기 서련이 오동성의 손을 내팽개쳤다.
서련이 강하게 거부했다.
“크크크. 이런 쌍년이!”
촤아아아악!
오동성이 비열하게 웃더니 그대로 서련의 뺨을 후려쳤다.
“아악!”
비명을 지르며 침대에 쓰러지는 서련.
“조용히 끝내려고 했는데 니가 날 건드려? 넌……, 오늘 뒈졌어!”
번들거리는 욕망으로 충혈되어 가던 오동성의 눈빛이 변했다.
기분이 업된 오동성은 상의를 빠르게 벗었다.
“흑흑……, 오빠……, 태산 오빠…….”
침대에서 울고 있는 서련이의 가련한 울음이 짐승의 피를 더 뜨겁게 달궈놓았다.
“오오오오! 저 새끼? 성격이 지 애비군.”
“형님. 말했잖습니까. 저놈 돌아이라고 말입니다.”
“개가 똥을 참지. 소문대로군.”
방음이 되는 3층 끝 쪽 방에서 양덕광과 양덕수 형제는 침실에 설치된 CCTV를 통해 녹화를 뜨며 오동성의 행태를 구경했다.
서련이를 때린 오동성이 옷을 벗었다.
본격적으로 시작되려는 현장을 바라보며 두 형제도 덩달아 달아올랐다.
관음의 욕정은 생각보다 강했다.
과거 이곳에서 해체된 걸그룹들도 저런 과정을 거쳤었다.
그때도 돈을 짭짤하게 챙겼다.
오늘 사건은 과거에 비하면 더 대박이었다.
안아 그룹의 삼남이 여자를 폭행하려는 장면은 가격을 매길 수 없었다.
꿀꺽.
마른침을 삼키는 두 형제.
화면에 집중했다.
자신들의 등 뒤에 저승사자가 와 있다는 것은 전혀 눈치채지 못한 채 말이다.
“좋냐? 이 개X발 새끼들아!”
# 102
회귀의 전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