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gend of the Regression RAW novel - Chapter 1034
1044장. 돌아온 탕자(2).
“크아아아아아아!”
인간의 형상을 하였으나 괴물이 분명한 생명체가 뾰족한 이빨을 드러내며 으르렁거렸다.
긴 손톱 끝에 덕지덕지 붙은 피 묻은 살점과 흥건한 핏물.
번득이는 매끈한 동체에도 검붉은 피가 흥건히 덥혀 있었다.
괴물은 온몸이 상처투성이었다.
“기사들은 도망치지 못하도록 저 괴물을 막아라!”
타다다닥!
빛이 나는 특이한 모양의 중세 갑옷과 칼을 든 사내들이 괴물 앞을 막아섰다.
더 이상 도망갈 곳이 없었다.
은신하고 있던 막다른 동굴.
그 뒤로 총을 든 이들이 긴장한 채 괴물을 노려봤다.
“카르르르르르…….”
눈을 부릅뜨고 걸쭉한 침을 흘리며 괴물이 포위한 자들을 노려봤다.
붉고 샛노란 눈동자에는 분노와 살기 광포가 뒤섞여 있다.
“지독한 놈입니다.”
“아사진은 갈수록 괴물들을 만들어 내는 수법이 교활해집니다!”
“그래도 놈을 일찍 잡아낼 수 있어 다행이었습니다.”
“아가씨 도움이 컸습니다.”
‘비비안…….’
이 길고 위험한 전쟁에 여동생을 참전시키고 싶지 않았다.
지난 세월 동안 기사들은 가문과 여자들을 지켜왔다.
선조들은 유럽을 침략한 바이킹과 싸웠고 그 이후는 이교도들과 피를 튀기며 싸워 성전을 지켜왔다.
그리고 현재는 이교도의 파편에 섞여 있던 악마들과 전쟁 중이다.
악마에게 영혼을 팔아 버린 지독한 살육자들.
하는 수 없이 비비안을 합류시켰다.
미래를 예견할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는 비비안 덕분에 몇 번의 위기를 넘겼다.
아사신의 습격은 교활하고 주도면밀했다.
아내와 아이까지 노렸다.
더 이상 밖에 나가 활동하는 일이 불가능해졌다.
지중해를 건너온 불법 이민자들 속에 숨어 교묘하게 접근해 오는 놈들.
숫자도 많았고 수법도 갈수록 괴이해졌다.
다행히 성령의 은총으로 과거 선조들이 사용했던 마법이 걸려 있는 무구를 획득했다.
간단한 제조법까지 습득하면서 큰 도움이 됐다.
특별한 마법 호흡법도 계승됐다.
이제는 전설 속에나 묶여 있는 잊혀진 옛이야기 취급을 받지만 중세 시대에는 분명하게 마법이 사용됐다.
교황청에 의해 모조리 비밀에 부쳐져 버리고 감춰진 역사.
아사신과의 전쟁을 위해 다시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쿠아아아아아아아!
막다른 곳에 내몰려도 전혀 기세가 꺾이지 않는 아사신의 변형 괴물.
흉측한 몰골에 날카로운 이빨을 드러내며 포효했다.
그그그극.
동굴 벽면을 사나운 손톱으로 연신 긁어댔다.
그리고!
전면을 향해 돌격했다.
독이 오른 듯 손톱을 바짝 세우고 돌진하는 괴물의 모습은 지구상에서 찾아볼 수 없는 형태로 끔찍하고 흉포했다.
“감히!”
지난 몇 년 동안 제대로 단련한 루이스가 맨 앞에서 붉은 십자가를 새긴 타원형 방패를 앞세우고 놈을 막았다.
콰앙!
방패를 세워 괴물의 손톱을 후려 찍었다.
과거 같았다면 한 방에 나가떨어졌을 루이스였다.
하지만 지금은 특수한 호흡법과 고대 물약으로 힘이 비약적으로 강해졌다.
“!!!”
손톱이 방패에 맞아 튕겨져나가고 상체가 오픈되며 허점이 드러나자 당황하는 아사신의 괴물.
푸우욱!
그때를 놓치지 않고 괴물의 심장에 검을 깊숙이 박아 넣었다.
“케…….”
비명을 토하려 눈을 부릅뜨고 입을 벌렸지만 폐부를 찌르고 들어간 검에 구멍에서 헛바람 소리만 새어 나왔다.
콰드드드득.
가차 없이 심장에 박힌 검을 움직여 그대로 몸통째 그어버린 루이스의 강력한 힘.
촤아아앗!
포악했던 괴물의 몸통이 반쯤 사선으로 쪼개졌다.
쇄애애앳.
그 틈에도 반격을 노리는 괴물의 손톱이 루이스의 허리를 베어왔다.
콰득!
하지만 부질없는 짓이었다.
루이스의 검이 번개처럼 공간을 가르며 괴물의 손목을 끊어 냈다.
퍽!
동시에 방패의 날카로운 모서리가 괴물의 벌어진 주둥이를 찢으며 처박혔다.
입을 찢고 뒤통수로 삐져나온 방패 끝부분.
괴물의 눈동자에서 빠르게 생기가 빠져나갔다.
“진짜 독한 놈들입니다.”
“마지막까지 방심하면 안 됩니다.”
에듀아르가 고개를 내저었다.
몇 번이나 마주했지만 적응하기 힘든 아사신의 괴물들.
‘다니엘은 이런 놈들을 손쉽게 죽였는데…….’
에듀아르가 몇 번이나 목격한 다니엘 장의 무시무시한 전투 실력.
그는 다시 보기 힘든 마법사였으며 전사였다.
‘얼마나 강해졌을까?’
한국에 머물고 있다는 건 알고 있다.
지난 2년 동안 조용히 학교에 다니며 별다른 일에 휘말리지 않았던 다니엘 장.
보통 사람처럼 생활하면서도 암중에서 실력을 더욱 배양했을 것은 자명한 일이었다.
“다들 괴물의 사체를 비밀 연구실로 옮기십시오!”
루이스가 명을 내렸다.
“넵!”
대기중이던 기사단원들은 이런 일에는 이골이 난 듯 아무렇지 않게 특수 가죽팩으로 괴물의 사체를 감쌌다.
“에듀아르 경, 가시죠.”
“침투한 놈들을 소탕했으니 이제 가서 쉬시죠.”
“당연히 그래야죠. 여자들은 아이를 가질 때 예민해지는 법이니까요.”
그사이 둘째를 얻게 된 루이스.
그가 돌아오기를 손꼽아 기다리고 있을 사랑하는 아내를 떠올리며 입가에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자신의 힘으로 지켜내는 가문과 기사단, 그리고 혼돈의 세상.
보이지 않는 곳에서 오늘도 성전 기사들은 하나님의 순수한 영광을 위해 목숨을 걸고 피를 뿌리고 있었다.
지구 반대편에서 악마와 손잡은 타락한 종들이 또 다른 세상을 꿈꾸고 있다는 사실은 전혀 알지 못한 채.
***
“여……왕님이?”
적잖이 충격을 받았다.
아직 한 번도 본 적 없지만 여왕은 나에게 있어 환상 속의 존재였다.
그런 여왕이 땅 파서 장사하느냐며 장립을 괴롭히고 쫓아냈단다.
도저히 믿을 수 없는 말에 아직도 주저앉아 있는 장립을 어이없는 시선으로 쳐다봤다.
– 형님이 그러셨잖아요. 세상에 믿을 만한 신이 그렇게 많지 않다고…….
장립의 말을 믿지 못하는 의구심 가득한 내 눈빛에 그가 섭섭한 얼굴로 과거 충고를 꺼냈다.
쓸모없는 것들은 잘도 기억했다.
“너 포인트 나름 빵빵하게 충전했잖아? 그리고 회장님이 포인트 버는 족족 너에게 넘어갔을 텐데…….”
분명 하잘것없는 잡귀에서 신급을 노리던 장립이었다.
짧은 기간 저축 잘해서 이곳에서 저승사자와도 허물없이 지내던 녀석이 어떻게 이런 거지꼴이 될 수 있는지 믿을 수가 없었다.
– 그게……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노바 형님과 놀다보니…….
“형님이 그렇게 매정한 분이 아닌데? 네 포인트를 다 빨아 먹었다고?”
내가 아는 노바 형님은 한 의리 하시는 분이다.
나에게 약속한 대로 자신의 동생으로 장립을 대했을 게 확실했다.
– ……형님은 죄가 없습니다.
“그럼? 누가 죄인이야? 엘프 여왕님?”
구체적으로 지난 상황을 제대로 말하지 않는 장립을 추궁했다.
– 접니다.
“너? 네가 왜?”
그 말에 의아한 시선으로 그를 바라봤다.
좀 더 고개를 푹 숙이는 장립.
나에게 말 못 할 정도의 심각한 짓을 저지른 듯했다.
– 노바 형님이 이것저것 바쁘신 시간에 개척 정신을 발휘했습니다. 형님이 지구에서 보였던 그 문어발 경영 능력을 본받아서 말입니다.
잠시 뒤 장립이 뭔가 결심한 듯 고개를 들더니 문어발 경영 어쩌고 하며 입을 열었다.
뭔가 느낌이 팍 왔다.
능력도 안 되는 놈의 문어발 경영.
다 듣지 않아도 그 전략은 필히 망했을 게 빤했다.
전 재산이었을 포인트는 고사하고 이성 문제에 있어서도 망조였다.
“너랑 놀아주는 여신들이 많았어?”
의구심이 드는 부분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장립은 이곳 기준으로 겨우 신이 될 수 있을 정도의 수준이었다.
낯선 이계에서 그 수준으로는 풍족하게 여신을 만날 수 있는 조건이 절대 아니었다.
– 카르마 교환 비율이 말도 안 되게 좋더라고요.
“교환 비율?”
처음 듣는 소리에 어이없는 표정을 지었다.
내가 미처 모르는 이계 신계의 얘기였다.
환차익이 상당한 것 같았다.
노바 형님이 내게서 쭉쭉 받아가는 계약 카르마 포인트로 왕 노릇 하는 이유가 짐작되었다.
임성철 회장님이 쌓는 포인트에서 장립이 받아가는 것과 차원이 달랐다.
– 흐흐흐. 완벽했습니다. 노바 형님이 추천하는 복장으로 갈아입고 기본 연애 스킬을 습득한 후 귀족신들 연회장에 나가면……. 다 쓰러졌다니까요.
장립의 눈동자로 그곳에서의 환상적인 장면들이 재생됐다.
지구에서 유행하는 클럽과 달리 아직 이계는 연회장이 대세인 모양이었다.
“넌 작위도 없잖아?”
– 왜 없어요. 존경하는 노바 형님이 누구처럼 짠돌이는 아니잖아요.
노바 형님과 날 은근히 비교하는 노숙 잡귀.
놈에게 투척한 기증 포인트가 슬슬 아까워지려고 했다.
– 남작 작위 받았습니다.
“공짜가 아니었을 텐데?”
아무리 노바 형님이 여왕의 남편이라고 해도 권력을 그런 식으로 남용할 분이 아니었다.
– 당연하죠. 포인트 주고 여왕님께 구입했습니다.
“귀족 작위를 받을 정도면 상당히 많이 지불했을 텐데…….”
눈을 살짝 째려보며 장립을 추궁했다.
똑똑한 것 같으면서도 가끔 어리숙하고 무지하며 멍청했던 장립.
– 귀족만 출입 가능한 곳인데 그 정도는 투자해야죠. 형님도 과감히 지르시잖아요.
“너하고 내가 차원이 같아? 난 합리적 사고를 통해 최저 비용으로 최대 효과를 노리는 경제학의 기본을…….”
– 미녀들에게는 안 그러시잖아요.
장립이 말을 끊고 따지듯 대꾸했다.
“…….”
그 점에서는 할 말이 없었다.
녀석 말대로 난 미녀에게는 관대한 남자가 맞았다.
“그래서 결론이 뭐야? 여왕님이 땅 파서 장사하냐는 말을 왜 했어?”
장립의 말을 끊고 제대로 물었다.
– 각종 연회에 참석하고 여러 여신들에게 선물도 하다 보니 카르마 포인트가 급격히 소모됐습니다.
“당연한 거 아니야. 포인트가 얼마나 귀한지 내가 분명 알려 줬잖아.”
장립도 나와 함께할 때 내가 얼마나 포인트를 귀하게 여기는지 눈으로 봤다.
더군다나.
“회장님이 쌓고 계시는 카르마 포인트가 제법일 텐데 그건 어떻게 했어?
매달 들어오는 월급처럼 장립의 탈과 생전 이름을 사용하는 대가로 임성철 회장님은 포인트를 잡귀와 나누고 있었다.
엄연히 존재하는 차원이 다르지만 포인트는 알아서 착착 계산돼 지불됐다.
당연히 노바 형님도 내 것을 착실히 계산해 가져갔다.
– 네……. 제법 많이 들어왔습니다.
장립의 목소리가 금세 기어들어갔다.
“월급처럼 따박따박 들어오는 걸 어떻게 했기에 이 거지꼴로 나타난 거야?”
지난 시간을 털어내기 위한 질문은 클라이맥스로 향했다.
– 정신없이 놀다보니…… 들어오는 포인트보다 나가는 포인트가 많아졌습니다. 그래서 엘프 여왕님께 좀 빌리기도 하고…….
“헐……. 여왕님께 포인트를 빌려?”
머리에 이제야 뭔가 확실하게 그림이 그려졌다.
포인트 쓰는 맛을 알아버린 지구 잡귀.
“이자가 쎘어?”
– 아닙니다. 다른 곳에 비해서 싸게 빌려주셨습니다.
“그럼 도대체 뭐가 문제야!!!”
참지 못하고 버럭 호통을 치고 말았다.
그 순간.
– 불어나는 이자가 점점 들어오는 포인트를 넘을 정도가 됐습니다. 그래서…….
“그래서 뭐!”
– 땡겼습니다…….
“뭘! 땡겨!”
장립이 주저하는 그 무엇.
– 드워프 신들에게 고금리로 포인트를 땡겼습니다!
“뭐라고……. 고금리!!!”
회귀의 전설 2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