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gend of the Regression RAW novel - Chapter 107
106장. 넌 누구냐!
“자금 흐름이 이상하다고?”
“움직임이 심상치 않습니다. 곳곳에 정체 모를 자금이 유입되고 있습니다.”
“얼마 정도인가?”
“조세피난처에서 시작해 미국, 유럽 그리고 홍콩까지 흘러들어 왔습니다.”
“규모는?”
“알려진 규모만 해도 수백 억 달러가 넘는 것 같습니다.”
“적은 돈은 아닌데…….”
중년의 사내는 부하와 통화를 나눴다.
사내는 엄청난 자금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교묘하게 감춰져 있어 찾는데 이것도 겨우 파악했습니다.”
“상황이 복잡한 뱀의 숭배자 놈들은 아닌 것 같고 차일드가? 그것도 아니면 기사단 쪽인가?”
사내는 몇 곳을 의심했다.
“정체를 파악할 수 없습니다. 사모펀드 형태로 철저하게 몇 단계 건너뛰어 작업되었습니다. IP를 추적했지만 의미가 없었습니다.”
“흠……, 그래……, 그렇단 말이지.”
“단주님, 회에 보고하고 1급 추적령을 건의할까요?”
“조금 기다려봐. 저 정도 금액이면 정체가 드러나는 법이니 그때 보는 게 낫겠어. 괜히 먼저 움직여서 꼬리를 감추게 만들 필요는 없지.”
“알겠습니다.”
“중요한 시기다. 세상의 흐름이 드디어 우리 쪽으로 물꼬를 틀었다. 100년을 수모를 이겨내며 참았다. 차일드 애들이 승리의 쾌락에 취해 있을 때 빼앗아 와야 한다. 단의 수호자들에게 연락하라. 조심 또 조심스럽게 흐름을 찾으라고!”
사내는 강하게 지시를 내렸다.
“단주의 명을 따릅니다!”
공항의 VIP 전용 회의실에서 통화가 이뤄졌다.
“며칠 간 한국에 가 있을 터이니 암호 통화로 연락하라.”
“그리하겠습니다.”
띠릭.
전화를 끊고 중년의 사내는 창문 너머로 보이는 하늘을 봤다.
남쪽에서 불어오는 바닷바람에 구름 한 점 없이 맑았다.
“쥐를 잡던 검은고양이와 흰 고양이의 시대는 갔다. 도광양회(韜光養晦)의 때도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
벌써 100년이 흘렀다.
대대로 내려오는 회의 명을 지키기 위해 지금껏 회(會)와 사내는 지독히 참고 살아왔다.
조상 때부터 길고 긴 시대를 고국을 떠나 버텼던 오직 하나의 신념.
“황제를 위하여!”
사내는 뜨겁고 조용히 마음속의 주문을 외웠다.
***
“기획사 이사? 이것도 나쁘지 않네.”
인천국제공항에서 클라라와 그 가족을 기다렸다.
엠마뉴엘 부인뿐만 아니라 클라라의 아버지인 리장창도 방문한다는 연락을 받았다.
주차장에 차를 파킹하고 커피를 마시며 기다렸다.
어제 새로 전달받은 금박 명함을 살폈다.
M.T.S 엔터테인먼트 이사 장태산.
등록이사는 아니고 무늬만 이사다.
황연태 대표가 생각보다 세상사는 법을 제대로 아는 것 같다.
내가 물주라는 걸 깨달은 뒤 바로 행동으로 아부를 실천했다.
재수 없어서 회사를 옮겼다.
마침 근처에 매물로 나온 5층짜리 건물을 통째로 인수했다.
200억을 부었다.
심상치 않은 세상 분위기에 급매물로 나와 싸게 구입해 손해 보는 투자는 아니다.
건물에 대형 연습실 몇 개를 꾸몄다.
식당을 비롯해 번듯한 사무실, 녹음실 등이 최고급 자재로 공사가 들어갔다.
5층 대표실 옆에 이사실도 만들어졌다.
황 대표가 침을 튀기며 말하는데 자기 사무실보다 더 럭셔리하게 꾸몄다고 한다.
나이는 그냥 먹는 게 아니라는 걸 황 대표는 증명했다.
잘나가는 연예인들이 타고 다니는 스타크래프트 밴도 몇 대 구입했다.
단단해서 안전하고 공간도 넓어 폼 나는 연예인 전용차다.
황 대표 인맥이 장난 아닌 듯 회사가 단시간에 모습을 갖췄다.
홍보팀, 재무팀, 지원팀, 안무팀 등등.
총 투자 금액이 300억이 가뿐하게 넘었다.
한류 국위선양을 위해서라면 이 정도 투자는 아깝지 않았다.
정치는 앞으로 9년 동안 개판이 되겠지만 이쪽 연예계만이라도 건전하게 정화시키고 싶었다.
오직 재능, 실력, 노력만으로 성공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
큰 바가지의 물을 부어 마중물로 사용했다.
단박에 크기 위해서는 자본의 투자만이 정답이다.
황 대표는 눈독 들이던 중소 기획사 연습생들을 끌고 왔다.
돈 주고 사왔다는 표현이 정확했다.
빠르게 남녀 그룹 연습생 팀이 결성됐다.
물론 나에게 모든 허락을 받았다.
관상이 만능은 아니지만 나름대로 철저하게 골랐다.
미래에 확 떴던 아이돌은 아니다.
그러나 필이 왔다.
뭔가 미래가 조금씩 바뀌는 것 같았다.
20세 성인이 되기 전의 아이들의 관상은 전생의 업과 현생 부모의 업이 동시에 작용하게 된다.
성인이 된 다음부터의 관상은 그 업들과 자신의 사상, 성격이 결합되어 완성되어 간다.
될 싹수는 딱 보면 답이 나왔다.
인간성도 관상으로 파악이 가능했다.
관상을 보다 보니 어느새 경지에 이르게 됐다.
황 대표는 내 면접에 절대 토를 달지 않았다.
내가 신기가 있다고 철석같이 믿고 있어 그러려니 받아들였다.
대규모 오디션도 준비 중이다.
황 대표에게 꿈을 크게 꾸라고 주문했다.
그룹 애들에게 노래와 춤뿐만 아니라 교양 상식, 어학 공부를 병행하라 지시 비슷하게 권했다.
얼굴은 예쁘고 잘생겼는데 깡통 굴러가는 소리를 뱉으면 하루아침에 이미지가 폭망하는 걸 수도 없이 많이 봤다.
앞으로 엔터테인먼트 업계의 창작물을 소비할 소비자들은 고등교육을 기본적으로 받는 이들이다.
더욱이 세계화 시대였다.
그들의 눈높이에 맞추기 위해서는 철저한 계획과 피나는 노력이 필요했다.
더욱이 아이돌은 아이들에게는 우상이다.
우상이 똑똑하고 잘난데다 인간성까지 좋다면 긍정적 여파는 엄청났다.
맹목적으로 따라다니는 아이들에게 좋은 교육 목표가 되는 것이다.
“나머지는 황 대표가 잘 알아서 하겠지.”
직원들과 연습생, 서련의 멤버까지 합쳐 일주일 만에 40명이 넘어갔다.
달랑 정식 직원 한 명뿐인 나와 달랐다.
그래도 흐뭇했다.
팰튼 호텔의 암중 지배자가 나라는 사실은 로버트만 알았다.
그리고 곧 안아 그룹도 수중에 들어올 것이다.
“외삼촌, 잘 계시죠? 그쪽도 곧 찾아뵙겠습니다.”
엄마를 쫒아낸 외가도 그냥 놔둘 생각은 없었다.
2008년 금융 환란 시기에 엄청 많은 기업들의 주인이 바뀐다.
그 파장이 2009년도뿐만 아니라 몇 년간 여파를 이어진다.
누가 봐도 인정할 수밖에 없는 돈 놓고 기업 먹기 게임판이다.
촤라라락.
그 사이 도착 안내판이 바뀌었다.
클라라 가족이 타고 있을 비행기가 착륙 중이다.
“스마트폰 좀 더 빨리 나오면 어디가 덧나나? 확? 인수해서 뿌려버려?”
아이펀에 대항할 시간을 벌어주기 위해 정부에서 아이펀 전자인증에 시간을 끌고 있다.
아직까지 스마트폰이 뭔지 모르는 국민들은 별 관심이 없다.
세계적 추세라는 걸 몰랐다.
정부의 보호 아래 국내 핸드폰 제조업체들은 번갯불에 콩 구워 먹듯 빠르게 스마트폰을 연구했다.
그 덕분에 대한민국 스마트폰이 세계적 위명을 떨쳤지만 아직도 2년이나 넘게 출시일이 남았다.
미래 사회에서 스마트폰으로 모든 걸 해결하던 나에게는 속 터지는 일이다.
그래도 참아야 했다.
과거로 돌아와 떼돈 버는 거에 비하면 그 정도는 충분히 감내하고도 남았다.
“슬슬 작업 들어가야겠네. 흐흐흐.”
스마트폰의 보급과 함께 대박칠 앱 개발 상품들이 막 떠올랐다.
벌써 페이스 노트는 대박 행진을 시작했다.
아직 투자하기에는 적기가 아니다.
때를 기다렸다.
이제 2008년 7월이 되면 요 근래 최고의 파티가 열린다.
미리 선빵 날려서 나쁠 것 없다.
내가 아니어도 누군가 먹을 빵 덩어리를 한 조각 떼어먹을 생각이다.
세상은 쾌속 발전하고 먹을거리는 널리고 널렸다.
회귀한 자만이 얻을 수 있는 특권이다.
“그때 초삐리 구하기를 얼마나 잘했는지 몰라.”
나중에 만나면 아이스크림 회사라도 하나 사주고 싶다.
스르르릇.
즐거운 상상을 하는 사이 활짝 열린 게이트로 사람들이 몰려나왔다.
그리고…….
“다니엘!!!”
클라라가 나를 발견하고 가방도 팽개치고 달려왔다.
그대로 뛰어와 내 품에 가득 안겼다.
“뭐야? 영화 찍어?”
“배우들 같은데…….”
그 자체가 화보인 클라라를 품에 안자 지나가던 사람들이 주변을 둘러보며 카메라를 찾았다.
그 정도로 우리 둘은 완벽했다.
“클라라. 여기는 홍콩이 아니란다.”
“큼큼. 딸아. 서운하다.”
그 사이 화사한 중년 미인 엠마뉴엘 부인과 중국 아재 리장창 씨가 다가왔다.
“먼 길 오시느라 고생하셨습니다.”
클라라를 살포시 떼어놓고 둘에게 고개 숙여 인사를 했다.
“하오! 반갑네. 내 아들 같은 태산 군!”
리장창 아재가 활짝 웃었다.
“짱개들이었어?”
“어쩐지……, 냄새가 나는 것 같더니.”
호기심 강한 모녀가 지켜보고 있다 한 마디씩 질투를 과감히 던졌다.
강한 광동식 중국어로 대화를 나누자 나 또한 중국인으로 오해했다.
“적당히 하십시오. 미국에 가면 당신들도 짱깨 소리 듣습니다!”
가만있지 않았다.
중국이라는 나라에 호감이 강하지 않지만 그래도 인간은 미워하면 안 되는 법이다.
옆에서 수군거리던 못된 중년 여인과 딸을 향해 교훈을 날렸다.
“뭐, 뭐라고요! 우리 보고 지금 짱개라고 한 거예요?”
“어머~ 무식한 것 좀 봐. 짱개 여자 친구 사귀면 저렇게 되나 봐?”
얼굴에 철판을 깐 아줌마와 그 딸이 대들었다.
“멀리서 온 내 손님입니다. 더 이상 무례하면……, 가만두지 않겠습니다.”
내공을 끌어올려 두 여자를 노려봤다.
생긴 것도 억울한데 성격도 지랄이다.
내 기에 움찔 놀라는 두 모녀가 뒤로 주춤 물러났다.
“흥! 재수 없어!”
밥맛 대사를 날리며 사라지는 두 모녀.
분노가 올라왔지만 참았다.
저런 미숙한 인간들이 세상에 많았다.
법이 있기에 사람 대우받고 사는 줄 감사하게 여겨야 할 것이다.
“다니엘……, 참아.”
한국어를 모르지만 클라라가 감으로 눈치를 챘다.
“미안해. 클라라.”
사건은 다른 이들이 쳤지만 부끄러움은 내 몫이었다.
다른 민족이라고 무시할 인간은 세상 그 어디에도 없다.
그 무시가 언젠가 자신에게 몇 배 이자 쳐서 돌아온다는 걸 두 모녀는 몰랐다.
“죄송합니다. 가시지요.”
마음을 털고 활짝 웃으며 클라라와 그 가족을 인도했다.
그런 나를 바라보는 클라라의 부모.
눈빛이 듬직한 사위를 보는 것…… 같았다.
***
“아아아아……, 배불러!”
클라라가 볼록 튀어나온 귀여운 아랫배를 쓰다듬었다.
“다니엘~ 환상적인 디너였어요. 완벽했어요!”
엠마뉴엘 부인은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태산 군! 자네는 보면 볼수록 마음에 드는군. 내가 지금껏 먹어 본 홍소계육 중에서 가장 으뜸이었네!”
리장창 씨는 싹싹 그릇을 다 비우고 고개를 끄덕이며 만족을 표했다.
“입맛에 맞으셨다니 다행입니다.”
서울 집으로 모시고 왔다.
바로 시골로 모시기에는 여독이 있을 수 있다.
집에서 저녁을 대접했다.
진작 최상급 재료로 장을 봐 놨다.
세 사람이 집 구경을 하는 사이 빠르게 요리를 장만했다.
장금 신선 아줌마의 레시피에는 없는 게 없다.
해산물을 즐겨 먹는 클라라를 위해 레몬 소스를 곁들인 대구구이와 새우데리야끼구이를 준비했다.
미식가들의 천국인 프랑스 출신 엠마뉴엘 부인을 위해서는 메인 메뉴로 통마늘닭살볶음과 으깬 단호박팽이카레탕수를 대접했다.
그리고 술 좋아하는 리장창 아재에게는 북경식 돼지고기등심 탕수육과 홍소계육을 안주로 제공했다.
술은 40도짜리 문배술로 반주를 삼았다.
술과 맛있는 요리를 곁들이자 저녁 시간은 낭만적으로 흘렀다.
그동안 있었던 소소한 이야기들을 나눴다.
도도히 흐르는 야경이 멋들어진 한강을 바라보며 즐기는 만찬에 모두 만족했다.
“여기 풍경이 아주 좋군. 홍콩의 우리 집만은 못하지만 그럭저럭 운치가 있어.”
리장창 아재는 불콰하게 달아오른 얼굴로 서울 야경에 푹 빠졌다.
“다니엘, 이 집 좋아요. 집에서 바라보던 세느강보다 아름다워요.”
엠마뉴엘은 한강을 보고 세느강을 떠올렸다.
“다니엘, 나 한국에 올까? 집이 너무 마음에 들어.”
워워! 클라라 그건 참아주세요.
아직 전 가난한(?) 학생 신분이랍니다.
“어머님께서 구입하셨습니다. 안목이 남다르시답니다.”
“어쩐지! 마미 센스는 알아줘야해. 헤에~.”
클라라는 우리 엄마를 마미라고 불렀다.
참 넉살도 좋다.
“잠시 자리를 정리하겠습니다. 차는 저쪽에 준비해 놨습니다.”
나 혼자 준비하다 보니 바빴다.
“내가 도와줄게.”
클라라가 나섰다.
“그럼 식탁 정리 좀 부탁해.”
“응~.”
“다니엘. 고마워요.”
엠마뉴엘 부인이 진심 고마운 눈빛으로 날 봤다.
“별말씀을 다하십니다.”
“홍콩에 놀러 와. 이번에 제대로 대접해 주겠네!”
큰소리 뻥뻥 치는 중국 아재.
그들을 차탁으로 보내고 설거지거리를 들고 주방에 들어왔다.
그때!
– 카르마 포인트를 듬뿍 획득하셨습니다.
요리를 대접하고 포인트로 받는 이런 불공평함이 너무 좋았다.
그리고…….
– 레벨업 하셨습니다. 이제 당신을 보호하던 신의 가호 결계가 사라졌습니다. 당신을 배척하는 신들과 그 후손들이 적극적으로 당신을 경계하기 시작할 것입니다.
아주 낯선 경고가 귀에 조용하고 묵직하게 들려왔다.
# 107
회귀의 전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