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gend of the Regression RAW novel - Chapter 110
109장. 너희만 그룹이냐?
‘뭐지, 이 깍두기들은?’
동의어로 조폭, 양아치라 불리는 전형적인 인간들 셋이 각각 기둥과 다른 차 뒤편에서 나왔다.
왜 깍두기라 불리는지 보면 바로 안다.
얼굴도 사각, 어깨도, 체형도 사각이다.
CCTV가 입구에만 설치된 지하주차장이다.
반가운 손님이 아니라는 건 척 보면 알았다.
“어이? 말이 좀 짧네?”
‘어이’라 불리는데 형님이라고 부를 수는 없다.
“짧아? 푸하하하하하. 이 새끼 재밌네.”
정면에서 다가오는 놈이 어이없다고 웃는다.
살찐 돼지 같은 어설픈 깡패 새끼들이 아닌 게 확실했다.
몸에서 풍겨오는 기가 한 자루 날카로운 검과 같았다.
단단한 사각형 깍두기다.
체격은 날렵했고 마빡에는 음영이 가득 찼다.
사람 좀 패본 놈들이다.
맞춰 입은 검은 양복과 코트는 단체 소속이라는 걸 짐작 가게 했다.
“재미는 다른 곳에서 찾도록 해라. 바쁜 몸이니 찾아온 용건이나 말해.”
세 놈은 자연스럽게 나를 삼각형으로 포위했다.
‘다른 곳으로 이사 갈 때가 됐네.’
내가 문제가 아니라 유세라 씨가 걸렸다.
야밤에 찾아온 놈들에게서 좋은 뜻이 느껴지지 않았다.
“너냐?”
대뜸 중앙에 있던 깍두기가 물었다.
“내가 박수무당이냐. 그렇게 물으면 어떻게 알겠냐.”
절대 기죽을 내가 아니다.
깍두기들이 가죽장갑을 끼고 협박 분위기를 물씬 풍겼지만 귀여웠다.
바빠도 매일처럼 쉬지 않고 수련을 게을리하지 않았다.
두 번째 사는 인생 건강하고 길게 살고 싶었다.
“X같은 새끼. 입만 살아서 나불대기는……, 크크.”
중앙 깍두기가 나직하게 웃었다.
‘살인자의 관상이라. 이놈들 평범한 인생 살기는 글렀네.’
미간에 살이 너무 강했다.
이미 살인자의 길로 접어들었다는 뜻이다.
눈빛도 탁기에 쩔었다.
흰자에 붉은 핏줄이 박혔다.
타인에게 고통을 가하는 자들에게서 드러나는 흉안이다.
빼박 업보가 얼굴에 박혔다.
놈들이 가소로우면서 안타까웠다.
한번 죽어 본 저승길 선배로서 이 귀한 생을 낭비하는 깍두기들이 짠했다.
먹고 사는 직업을 선택해도 하필이면 업장을 쌓는 일이었다.
깍두기들의 과거와 현재와 미래가 보였다.
“니들 손 씻고 착하게 살면 안 되겠냐? 형이 세상 좀 살아보니까 나쁜 짓 하면 안 되겠더라.”
깍두기들은 대충 나이가 30대 초반이다.
그들이 아저씨가 아니라 같은 나이 또래나 동생처럼 보였다.
“형? 와아아……, 이 미친 또라이 새끼가. 간이 배 밖으로 나왔네.”
“와! 완전 마빡 돌게 만드네. 어린놈의 새끼가 형?”
“유 실장님은 뭘 조심하라는 거야? 딱 봐도 미친놈인데.”
‘유 실장?’
한 개의 정보를 접수했다.
실장 직함으로 불리는 어떤 놈이 나를 보고 싶은 것 같다.
촤라라락 악연 있는 놈들을 생각해 봤다.
그리고 딱 퍼즐 하나가 맞춰졌다.
내가 정리했던 동네 깡패들은 아직 복역 중이다.
그럴싸한 놈들을 부릴 만한 놈은 오직…….
“오 회장 참 할 일 없는 양반이라니까. 나 같은 피라미 잡아서 뭐 하려고? 니들도 그렇게 생각하지? 대기업 오너가 그럼 안 되지.”
“!!!”
맞네, 맞아. 오 회장.
깍두기들 표정에 당혹감이 서렸다.
평소 정신 교육이 안 돼 있었다.
“유 실장도 할 일 없네? 오 회장 좀 말리지. 꼭 사건을 쳐요.”
“너, 너 뭐야!”
새끼들 이제 좀 감이 오는 것 같다.
니들이 봐도 내가 평범한 대학생은 아닌 것 같지?
“맞고 갈래, 아니면 바로 갈래?”
인생은 언제나 선택의 갈림길 연속이다.
머리 멍청할 것 같은 깍두기들에게 친절한 2지선다형 문제를 냈다.
“흐흐. 이 새끼 잔머리 굴리는 것 봐라.”
물론 답을 모르는 놈들은 언제나 오답을 택하는 법이다.
“내 귀중한 시간 축내는 벌로 딱 전치 4주 선물해 주마.”
피차 말로 안 되는 걸 안다.
깍두기들에게 명령을 내린 오 회장이 뭔가 눈치를 챘다.
약에 취했던 서련이가 마지막에 나를 보고 반응했던 상황을 오동성이 기억해낸 것 같다.
안아 그룹 같은 10대 기업은 자체 정보팀을 꾸리고 있다.
이것저것 유추하고 충분히 알아내고도 남았을 시간이다.
걱정은 안 한다.
법적으로 해결할 문제가 아니라는 걸 오 회장도 알고 있다.
증거가 없어 나를 직접 불러 확인하고 싶었던 거다.
성격 지랄 맞기로는 대한민국 그룹 서열 1위다.
“미친놈에게는 주먹이 약이지.”
동감이다.
“끌고 와.”
“넵! 팀장님. 흐흐흐.”
꼴에 대기업 소속이라고 깍두기들도 직책이 있다.
오승혁 회장 참 화끈하다.
전속 깡패 조직을 소유하고 있다는 소문은 익히 들었지만 진짜 존재할 줄은 몰랐다.
그러니까 자식들이 다 개판인 거다.
그런 아버지 밑에서 뭘 보고 배웠겠나.
“이리 와 꼬맹아. 곱게 처맞고 가자.”
등 뒤에 있던 놈들이 다가왔다.
동시에 느껴지는 살의와 폭력의 기운.
휘익.
오른쪽에 있던 놈의 손이 내 어깨를 잡아챘다.
유도를 배운 듯 빠르고 경쾌했다.
단숨에 내 목줄을 잡겠다는 수작이다.
턱!
먼저 내 왼손이 놈의 손목을 낚아챘다.
“헛!”
생각지도 못한 빠른 손놀림에 놈이 당황했다.
“4주 동안 병원에서 따순밥 먹고 반성하라고 했지.”
손목을 잡자마자 그대로 오른손으로 놈의 가슴팍을 잡고 그대로 휘돌렸다.
쿠웅!
놈 몸뚱이가 한 바퀴 허공을 돌아 바닥에 떨어졌다.
얼마나 잘 처먹었는지 지진이라도 난 듯 진동이 느껴졌다.
“켁!”
제대로 숨이 막혔는지 바닥에 뻗어 부르르 몸을 떨었다.
“너, 너 이 새끼!”
다른 한 놈이 주먹을 빠르게 날렸다.
쇄애앳.
동네 깡패 출신이 아니라 복싱을 제대로 배운 듯 주먹질이 날카로웠다.
하지만 나에게는 어림없는 몸짓이다.
날아오는 주먹을 향해 그대로 내 오른 주먹을 뻗었다.
뻐어어억!
뼈가 박살나는 경쾌한(?) 소음이 울렸다.
“크아아아아아아아악!”
두 번째 깍두기가 주차장 떠나가라 비명을 터트렸다.
“미안. 형이 힘 조절이 안 됐다.”
나도 사람인지라 가끔 이럴 때마다 흥분한다.
안타깝게도 얘는 전치 8주짜리다.
예전 홍가 놈처럼 당분간 오른손으로 밥 먹기는 글렀다.
“너……, 정체가 뭐야!”
팀장 깍두기가 일찍도 물어본다.
“내 이름 몰라? 장태산이잖아.”
상황이 역전되자 팀장놈 얼굴이 파랗게 질렸다.
단숨에 믿었던 부하 놈들이 무장해제가 되자 당황했다.
“죽여 버린다. X발 새끼!”
촤락.
놈이 품에서 3단 호신봉을 꺼냈다.
그런데 특이하게 호신봉 겉면에 날카로운 돌기가 튀어나와 있다.
맞으면 상당히 아플 것 같다.
“넌 좀 더 맞아야겠다.”
씨익 웃으며 다가갔다.
“닥쳐 X발아!!!”
자극에 열이 뻗친 놈이 그대로 호신봉을 내 머리통을 향해 시원하게도 날렸다.
헐! 이 새끼 봐라!
넌 뒈졌어!
***
“뭐가 이렇게 늦어?”
안아 그룹의 총괄비서실에서 실장 유병석은 연락을 기다렸다.
이런 일이 한두 번이 아니다.
안아 그룹 회장 오승혁은 자신이나 가족에게 행해진 조그만 불친절이나 위협에도 거칠게 반응했다.
젊은 나이에 그룹을 물려받아 참을성이 부족했다.
아버지였던 전임 회장의 피도 한몫했다.
다른 이들은 모르지만 유 실장은 오씨 가문에 대해 잘 알았다.
전임 회장은 지방 조폭 두목 출신이다.
건설업을 통해 오늘의 안아 그룹을 세웠다.
술과 계집, 폭력에는 이골이 난 집안이다.
사업적 수단과 운이 맞아떨어져 대한민국 10대 기업에 들었다.
유병석은 회사에 취직한 이후로 오승혁의 뒤치다꺼리를 도맡았다.
회장의 난봉질에 스쳐간 계집들이 100명이 넘었다.
개중에서 끈적거리게 들러붙은 계집 몇은 뜨거운 맛을 봤다.
오승혁은 아들 셋을 낳고 정관수술을 했다.
그런데 그것도 모르고 임신 드립치다가 섬에 팔려간 계집도 있었다.
주는 돈 마다하고 더 뜯어내려다 산속에 묻힌 계집은 잊고 싶은 기억이다.
언론에 알려진 폭력 사건은 새 발의 피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선대부터 연결된 조직원으로 구성된 경호 2팀이 존재했다.
약 10여 명으로 구성된 경호 2팀.
월급은 회사에서 나갔지만 회장 사설 경호원들이다.
그들 때문에 안아 그룹에서는 회장에게 감히 대들지 못했다.
회사 비리라도 폭로하는 날에는 가족 목숨이 위협 당했다.
아직도 대한민국 사회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법보다 주먹이 우선하고 있다.
“찝찝해……, 마음에 안 들어.”
오동성을 처리한 수법이 너무 교묘한 장태산이다.
한국대 법학과에 들어갈 정도로 수재다.
한 지역 조폭들을 쓸어버릴 정도로 뒤에 뭔가 있는 놈이다.
가족들의 재산이 상당히 많았다.
서울에 100억 대가 넘는 아파트를 소유했다.
지방에 부동산이 상당했고 삼우 로펌과도 끈이 닿았다.
아직 다 알아보지 못했지만, 뒤에 큰 배경이 있는 놈이 확실했다.
이런 상황에 오승혁 회장이 무리하게 일을 처리하고 있다.
오랜만에 느껴보는 불길함.
유병석은 연락이 오기를 기다렸다.
경호 2팀 팀장이 직접 처리하러 갔다.
탁탁탁.
유병석은 손을 깍지 낀 채 손가락을 튕겼다.
안아 그룹 2인자 자리에 오르기까지 수없는 위기를 건넜다.
그때마다 발휘되던 촉과 판단.
오늘따라 경보 신호를 끊임없이 보냈다.
소소한 사건이지만 신경이 많이 쓰였다.
띠리리리리리리 띠리리리리리.
“휴우.”
핸드폰이 울리고 발신자 이름이 찍히자 유병석은 한숨을 내쉬었다.
본인의 감이 틀렸다는 게 이번만큼은 안심이 됐다.
“황 팀장. 왜 이렇게 늦어! 그놈 하나 제압하는 게 그렇게 힘들어? 회장님 기다리시잖아!”
긴장을 풀며 유병석은 버럭 호통을 쳤다.
경호 2팀은 어디로 튈지 모르는 놈들 투성이다.
과거 탈퇴하려고 머리를 쓰던 몇몇을 묻어 기강을 잡았다.
“아. 전화 기다리셨어요. 유 실장님.”
“!!!”
그때 핸드폰으로 낯선 목소리가 들렸다.
한껏 장난스럽게 약을 올리는 음성이다.
“너, 너 누구야!”
벌떡 자리에서 일어난 유병석.
심장이 덜컥 내려앉는 것 같은 충격을 받았다.
일이 틀어졌다.
요즘 회사 안팎이 시끄러운 상황에 다시 사건이 터지면 좋게 끝날 수 없다.
“장태산.”
“자, 장태산!”
“유 실장님, 안면도 없는 사이에 왜 이렇게 날 찾으십니까? 동성이 약 처먹은 거 내가 한 일이 아닙니다. 그 새끼 약하는 거 모르셨어요? 그 정도는 회장님께서 알아서 마크해야죠. 다른 건 몰라도 내가 사건 크게 불 지르는 데 일가견이 있는데……, 그렇게 해드려요?”
능글맞은 목소리가 들렸다.
안아 그룹 일임을 알고도 전혀 주눅 들지 않았다.
“황 팀장 어딨어! 당장 바꿔!”
“머리가 안 돌아가네. 황 팀장이 뻗었으니까 내가 이렇게 직접 전화하는 거잖아.”
“너, 너어…… 이 새끼.”
“그만 입 닥치고 귓구멍 활짝 열고 들어.”
장태산이 차갑게 목소리를 깔았다.
“한 번만 더 지랄하면 이 새끼들 사진 확 깐다. 나한테 다 불어서 녹음했으니까 알아서 해라. 아무리 빽이 좋아도 사람 대가리 달고 있다면 몸은 사릴 줄 알아야지? 그렇지, 유 실장?”
사람을 가지고 놀 줄 아는 놈이다.
유병석은 마른침을 삼켰다.
“그리고 너희들만 그룹이냐? 우리 어머님도 그쪽 출신이다.”
“헛!”
유 실장이 자신도 모르게 헛소리를 뱉었다.
“주씨 가문……, 내 외가야. 그러니까 적당히 까불어라. 유 실장아.”
‘주씨면……, 설마 동룡!’
# 110
회귀의 전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