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gend of the Regression RAW novel - Chapter 1131
1150장. 천하를 논하다.
“장립을 찾아갔다고?”
“그렇습니다. 각하.”
상해가 아닌 북경에 있는 집에 도착한 방태민.
잠들지 못했다.
조금도 눈 붙이지 못한 채 아침 해가 뜨는 모습을 지켜볼 수 있을 정도로 정신이 너무 맑았다.
어제와 오늘 있었던 일을 복기하느라 마음이 바빴다.
그러는 중에 긴급 보고가 들어왔다.
장립을 가만히 놓아둘 수 없는 입장이었다.
그는 어디로 튈지 모르는 시한폭탄 같았다.
장립의 행동 하나하나로 인해 북경 정계 전체가 심하게 요동쳤다.
단 이틀 만에 벌어진 상상조차 못 한 사건.
중국 정치인들 모두가 장립이란 자에게 빠져들었다.
자신과 인연이 얕지 않지만 그렇다고 완전히 믿을 수만은 없는 장립.
계륵 중에서도 슈퍼 계륵이었다.
남 주기는 아깝고 그렇다고 대놓고 내가 가질 수도 없는 존재.
잠깐 시간을 벌며 고심하는 사이 또 다른 일이 터졌다.
죽은 듯 잠잠했던 낚시꾼이 장립과 지속적인 인연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배신자는 확실히 정리했어야 하는데…….’
웨신타오를 생각하면 방태민은 지금도 화가 났다.
충실한 개인 줄 알았는데 전혀 그렇지 않았다.
뒤로 온갖 음모를 꾸미고 자신을 물어뜯으려 혈안이 되었던 웨신타오.
그자 때문에 슈건핑에게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못했다.
멍청한 자가 복수를 명분으로 모든 권력을 슈건핑에게 한꺼번에 넘겨 버렸다.
차라리 자신처럼 권력을 쥔 상황제가 되었다면 욕은 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웨신타오는 그릇이 부족했다.
군자의 복수는 10년도 짧다 했는데 그 짧은 세월을 참지 못했다.
“다른 자들은?”
“전현직 상무위원급 인사들 몇몇이 회동했지만 대부분 귀가했습니다.”
이런 날을 빌려 서로가 원하는 이익을 나누는 일은 자연스러웠다.
베이다이허 회의도 이권을 나누는 물물 장터나 마찬가지다.
장이 서면 장꾼들은 각자가 가진 물건들을 알맞은 물건들과 바꿔 나눠 가졌다.
‘문제는…… 웨신타오인데……. 도대체 무엇으로 장립과 거래하려는 거지?’
방태민도 내내 고심하던 문제였다.
기존에 정치인들 사이에서 통하던 뇌물이 장립에게는 먹히지 않았다.
돈이나 여자, 권력은 장립의 목적이 아니라는 것까지는 파악했다.
문제는 그 이상 진척이 없다는 데 있었다.
“계속 알아보고 보고해.”
“알겠습니다.”
“나가봐.”
“넵!”
비서가 절도 있게 고개를 숙이고 밖으로 나갔다.
상해에 있는 거주지보다 화려하고 크지만 인간적으로는 외로운 북경의 저택.
제황으로 군림할 때는 이곳이 언제나 문전성시였다.
하루에 수십 명이 넘는 수의 사람들이 문지방을 넘었다.
하지만 슈건핑에게 일격을 당한 뒤로는 폐가 수준으로 몰락해 버렸다.
이곳에 오는 일 자체가 화를 불러들이는 꼴이 됐다.
방태민 자신의 목숨도 장담할 수 없어 상해로 거처를 옮겼다.
그 이후로는 1년에 겨우 몇 차례 정도만 사용하고 있는 북경 집.
“뭘까……. 웨신타오 넌 무엇으로 그놈을 낚을 생각인가.”
이제는 온전히 떠오른 태양을 보며 방태민은 생각에 잠겼다.
배신자에 대해 화가 끊이지 않았지만 기본 능력까지 무시하지는 않았다.
중국에서 내로라하는 대학교를 졸업하고 박사과정까지 밟은 초엘리트인 웨신타오.
주석직까지 올랐다는 건 어떤 면에서 그 능력은 이미 탁월하다는 증거였다.
아무리 생각해도 마땅한 답을 찾기 어려웠다.
스윽.
방태민은 품에 넣어 두었던 환단을 꺼냈다.
투명한 케이스에 담겨 있는 천도등선단.
“이 녀석을 어찌할꼬.”
2년 전과 눈에 띄게 달라진 장립이었다.
과거 어느 시점까지만 해도 처리하기 크게 어렵지 않았을 대상이지만 이제는 그마저도 힘들었다.
자신을 비롯해 중국 핵심권력을 손에 쥐고 흔들 수 있게 된 장립.
황제 재생단과 천도등선단만으로도 입지를 굳히는 일이 가능했다.
거기에 더해 장립이 겸비한 능력 또한 엄청났다.
욕심 같아서는 죽을 때까지 옆에 두고 싶었다.
장립과 함께라면 다시 황좌를 되찾을 수 있을 것만 같은 확신이 들었다.
하지만 문제는 장립의 속을 알 수 없다는 것.
“하아아…….”
방태민의 입에서 한숨이 절로 흘러나왔다.
슈건핑보다 더 상대하기 곤란한 존재가 되어 버린 장립.
놈이 펼쳐놓은 그물에 단단히 걸렸다는 걸 뼈저리게 깨달았다.
더 이상 아무리 발버둥 쳐도 빠져나갈 수가 없었다.
장립의 그물에서 벗어나는 순간 자신이 절대적으로 필요로 하는 환단은 물 건너갈 것이다.
“지켜보면 알겠지…….”
쉬이 나지 않는 결론.
방태민은 창밖을 내다보며 마음을 가다듬고는 인내심을 발휘했다.
때가 되면 언젠가 선명하게 드러날 장립의 야심.
지금은 그저 지켜보며 감시하는 수밖에 없었다.
***
– 흐흐흐. 드디어 왔군요.
귀신이 음흉한 웃음을 지으며 다가왔다.
뭔가 아는 듯한 표정이다.
누구인 줄은 알고?
– 당연하죠. 제가 바봅니까?
누군데?
귀신이 방문자의 정체를 알아챘다는 게 놀라웠다.
– 에이. 당연히 그분이시죠. 알면서 왜 그러십니까. 아마추어처럼. 흐흐흐흐흐.
흘리는 웃음이 진득했다.
하지만 귀신이 장담하는 모습에서 헛다리를 제대로 짚었다는 걸 확신했다.
가서 확인해 봐.
– 뭘 더 확인합니까. 제가 눈 딱 감고 있을 테니 좋은 시간 보내십시오. 새벽이 가장 양기가 충천한 때 아닙니까. 움하하하하!
좋단다.
어이가 없어 고개를 저었다.
띵동.
그사이 한 번 더 울리는 벨.
– 뭐 하십니까? 어서 열어주십시오. 집에 찾아온 여인을 밖에 세워두는 건 예의가 아니라 배웠습니다.
혼자 흥분해 바짝 달은 귀신.
어이없어 고개를 저으며 출입문 버튼을 눌렀다.
스르릇.
두툼한 자동문이 열렸다.
저벅저벅.
문이 열리자 안으로 들어서는 존재.
– 류미 양의 방문을 격하게……. 으헛! 뭐야! 이 아저씨가 왜 온 거야!!!
귀신이 옆에 서서 인사를 하다말고 크게 놀랐다.
나도 의외라 여겨지는 인물의 방문.
헤어질 때 낚시터 방문 날짜까지 세세히 조율하며 대화하던 인물이 찾아왔다.
– 웨 주석이 아닙니까? 그런데 이분이 왜…….
중국 정치계에서 불운의 아이콘으로 통하는 황제 웨신타오.
입가에 은근한 미소를 띠며 안으로 들어섰다.
“어서 오십시오.”
고개를 숙여 자연스럽게 응대했다.
“늦은 밤……. 아니 이른 아침에 미안하네.”
웨신타오는 다소 상기된 얼굴로 나를 찾아왔다.
밤새워 술을 마셨음에도 취기는 거의 없어 보였다.
그 대신 해석하기 어려울 정도로 기이한 다른 열망이 감지됐다.
“아닙니다. 안으로 들어오십시오.”
“고맙네.”
– 이 방문은 대체 목적이 뭐죠? 다들 형님에게 시선이 꽂혔을 텐데 괜찮은 겁니까?
오! 귀신이 일취월장 진화하는 게 느껴진다.
상황 판단이 제법이다.
왜 찾아왔을까 한번 맞춰봐.
– ……뻔하죠. 형님 구슬려서 환단을 더 받아내려 찾아왔겠죠.
역시 아직 귀신은 하수다.
생각의 폭이 넓지 않다.
전직 황제는 그깟 환단 하나 때문에 위험을 무릅쓸 인사가 아니다.
“앉으십시오.”
“일하고 있었군.”
“마무리 중이었습니다.”
넓은 공간 중앙에 자리한 탁자에 쌓여 있는 경매 쪽지를 웨신타오가 의미심장한 시선으로 바라봤다.
저것만 가지고도 상대방을 칠 수 있는 무기가 됐다.
경매장에서 벌어졌던 일들이 밝혀지면 중국 인민들 사이에서 난리가 날 것이다.
서민들은 절대 상상할 수 없는 가격으로 환단이 거래됐다.
그런 이유로 중국의 권력자들 모두를 불러 모은 것이다.
공범이 되면 누구도 발설할 수 없다는 점을 노렸다.
“부럽네.”
“무슨 말씀이신지…….”
“자네 나이 시절에 나를 비롯해 방 주석이나 슈 주석 모두…… 립 자네처럼 고위 당원들을 모을 수 없네. 물과 기름들을 환단으로 잘 섞어 버무렸어. 대단한 정치력이야.”
이건 분명 칭찬이다.
“과찬이십니다.”
겸손은 언제 보여도 괜찮은 감정 교류 아이템이다.
“차 한 잔 줄 수 있나?”
“물론입니다. 잠시만 앉아 계십시오.”
“그러지.”
웨신타오가 자리에 앉았다.
공격용으로 사용할 수 있는 경매 쪽지에서는 관심을 거뒀다.
저런 사소한 공격 재료쯤은 무시해도 될 짬밥이다.
한때 중국을 경영했던 황제답게 포스가 남달랐다.
– 차까지 얻어 마셔요? 그러다 류미 양이 오면 어쩝니까!
안 온다. 귀신아.
차를 타기 위해 바로 이동했다.
호텔 펜트하우스답게 각종 와인과 커피, 차들이 비치되어 있다.
또로록.
딸깍.
생수를 붓고 전자동 포트 버튼을 눌렀다.
– 왜요? 경매장에서 마음이 뜨겁다 고백했잖아요. 그리고 떠날 때 아쉬움 가득했던 그 촉촉한 눈망울 못 보셨어요?
봤다.
하지만 류미도 바보가 아니다.
어차피 오늘 저녁은 류미네 집에서 먹을 것이다.
본인 역시 괜히 시선이 집중된 호텔까지 찾아와 구설수에 오르고 싶지 않을 터였다.
단세포적인 사고에 머무는 귀신은 기다림의 미학을 몰랐다.
오픈!
아공간을 열었다.
웨신타오는 창밖을 바라보고 있었다.
낚시하던 습관이 언뜻 엿보였다.
인내와 기다림에 익숙해진 모습.
– 킁킁. 이거 산삼차 아닙니까!!!
가장 좋은 산삼으로 만들어진 산삼차.
따뜻한 잔에 물을 받아 산삼차를 내었다.
– 정말 서운합니다.
뭐가?
– 저도 형님과 이런 귀한 차를 마시면서 인생과 사랑과 우주의 이치를 논하고 싶었단 말입니다.
귀신아……. 너를 어떻게 하니?
살아생전 좋은 기회 다 놓치고 귀신이 되어서 뒤늦게 삶을 연구하고자 하는 귀신.
진심으로 안타까웠다.
고개를 저으며 찻잔을 들고 웨신타오에게 갔다.
“드십시오.”
“흐음……. 향이 기가 막히군.”
“산삼차입니다.”
“신경 써주어 고맙네.”
만남 이후로 벌써 몇 번째 고맙다 말하는 웨신타오.
“식기 전에 드십시오.”
고개를 끄덕인 웨신타오가 천천히 산삼차를 마셨다.
후루룻.
가볍게 입김을 불어가며 차를 다 마신 웨신타오.
딸깍.
찻잔을 내려놓았다.
그리고.
“단도직입적으로 말하겠네.”
단숨에 치고 들어오는 웨신타오.
“경청하겠습니다.”
자세를 바로잡고 그를 봤다.
“……립 자네와,”
웨신타오는 묵직하게 가라앉은 낮은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천하를 논하고 싶네!”
회귀의 전설 3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