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gend of the Regression RAW novel - Chapter 1139
1158장. 전설의 악녀.
전설의 뭐? 주지 스님?
알림음이 밀당 맛을 안다.
알려주다 말고 말을 끊는다.
– 주지 스님요? 저 악신이요?
귀신이 말도 안 된다며 손사래 친다.
‘주지’ 다음에 이어질 말이 선뜻 떠오르지 않았다.
한눈에 봐도 미모가 아주 탁월했다.
요기까지 더해지니 눈이 부실 지경이었다.
물론 악신이 전생에서 뒤집어쓰고 살던 본 모습이 아니다.
멀쩡한 인간의 몸을 차지한 여성 악신.
대부분의 신들은 본래 자신과 비슷한 인간의 모습을 좋아한다.
특히 여성체 신들은 미모를 아주 중시한다.
그러다 보니 잠깐이라도 신들에게 선택되어 쓰이게 되는 자들은 그들의 액세서리와도 같다.
대신 절대로 그들의 몸을 공짜로 사용하지 않는다.
물질세계에 속한 빙의자가 가장 원하는 돈과 명예를 선물로 안겼다.
하지만 그에 따른 대가가 엄연히 따랐다.
빙의된 채로 살아가다 보니 본래 갖고 있던 인간의 생기를 다량 소모하게 된다.
이 정도 양의 요리를 해낼 정도면 아무리 기가 센 인간이라 해도 일주일 정도는 족히 요양해야만 한다.
큰 신을 받은 무당이나 박수들이 굿 한 번 하고 며칠 동안 푹 쉬는 이치와 같다.
그러다 그나마 있던 기가 완전히 고갈되면 기가 넘치는 명산에 입산해 몇 달 혹은 최대 몇 년까지 기도를 해야 한다.
한마디로 신과 인간은 속해서 살아가는 세계의 법칙이 달랐다.
“말 안 해줄 거야?”
악신이 눈앞까지 바짝 다가왔다.
훅 맡아지는 달콤한 체향.
인간에게서 풍기는 향수와 달랐다.
신들만이 뿌릴 수 있는 신선향.
악신이라고 해도 신은 신이었다.
화타신만 보더라도 그렇듯 겉으로 보기에 멀쩡한 악신들이 많았다.
이 여성 악신도 마찬가지.
– 하읏.
귀신이 여성 악신이 풍기는 요향을 맡고 비음을 흘렸다.
안 봐도 눈이 풀렸다는 걸 알 수 있었다.
레벨 낮은 신선이나 귀신은 여성 악신의 체취만 맡아도 녹아날 정도다.
“알려줘야 할 이유라도 있습니까?”
흔들리지 않고 담담하게 답했다.
이 정도 유혹을 참는 건 일도 아니다.
주변에 예쁜 여자 선신들도 많고 자주 접했다.
진이 누님만 해도 미모가 남다르다.
“……쫌 하네?”
피식 웃는 여자 악신.
“명을 내려주십시오! 저놈을 당장 요절내겠습니다!”
중식도를 든 악신이 대놓고 노려본다.
여자 악신 앞에서 잘난 체하려는 전형적인 수컷의 모습이 보였다.
“어이 빡빡이 아저씨.”
“뭐, 뭐라고? 빡빡이?”
‘빡빡이’라는 말에 눈을 부릅뜨는 남자 악신.
벌써 놀리는 맛이 쏠쏠하다.
“정신건강에 해로운데 흉측한 면상 좀 치워줘?”
2연타 공격을 가했다.
“감히 인간 주제에 신 무서운 줄 모르고!”
파앗!
빡빡이가 중식도로 나를 가리키며 악신의 기세를 한껏 뿜어냈다.
그래봐야 초급신 정도 수준이다.
신을 모시는 다른 이들이야 몇 번이고 놀라겠지만 나에게는 어림없다.
놈을 똑바로 노려봤다.
마주보며 눈을 부라리는 악신.
“갈!”
강력한 카르마를 담은 사자후를 터트렸다.
쩌어어억!
악신이 풍기고 있던 기세막이 부서져 나갔다.
“!!!”
당황한 악신이 크게 놀라며 움직이다 말고 그대로 굳었다.
“너도…… 신이세요???”
키 큰 꺽다리 악신이 놀라서 묻는다.
“그래 나도 신이다.”
가볍게 웃으며 대꾸했다.
“말도 안 돼……. 빙의가 아닌 것 같은데 어떻게…….”
빡빡이가 나의 말을 믿지 못하고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적당히 양심껏 빨아 먹고 살아. 법칙에 어긋나면 알지?”
나도 잘 모르는 신계 법칙을 살짝 언급했다.
“우리 중식이보다 세네. 진짜 정체가 뭘까?”
여자 악신은 셋 중에 가장 겁이 없다.
가슴에 손가락을 대고 빙빙 돌린다.
그것도 보기에 아주 예민한 부위에서 돌렸다.
행동 하나하나가 아주 그냥 애간장을 녹인다.
– 으흐……. 간지러워……. 헤에에.
감각을 공유하는 귀신이 신음을 흘리며 정신줄을 놓기 일보직전이다.
“대충 볼일 봤으면 돌아가는 게 어떨까?”
가능하다면 길게 대화하고 싶지 않았다.
충분히 이 상황이 이해는 간다.
장금이 누님도 해외 원정을 뛰는 마당에 악신들도 충분히 그럴 수 있다.
문제는 류미 같은 선량한 이들이 피해를 입는다는 사실.
“어디를?”
“악신 세계.”
“싫어.”
여성 악신이 살랑살랑 고개를 저으며 저항했다.
솔직히 악신만 아니면 귀엽다.
악신이 아니라면 깨물어 주고 싶을 정도는 됐다.
“왜?”
자연스럽게 말을 놓았다.
“여기가 우리 집이야.”
“집? 자금성이?”
“자금성뿐만 아니라 인간들의 욕망이 가장 순수하게 빛을 발하는 곳. 그 모든 곳이……. 바로 마신(魔神)의 집이야.”
혀를 살짝 빼며 붉은 입술을 한 번 핥더니 요기를 짙게 풍기는 자신을 마신이라 칭하는 악신.
“마신이라…….”
거짓말은 아니다.
딱히 인간을 직접적으로 해하지는 않았다.
맛있는 요리를 대접하고 카르마를 교환해 갔을 뿐이다.
완진바오를 비롯해 악하다 평가받는 인물들은 악신이 좋아할 만한 카르마를 쌓으며 산다.
그렇다고 또 모두가 악한 카르마는 아니다.
인간은 단순히 선과 악으로 양분화해 정의할 수 없는 복잡한 존재다.
사람들이 손가락질하는 악인도 분명 선을 베풀 때가 있다.
죽어서 결국 염라대왕의 저울대 앞에서 평가받겠지만 그전에는 자신의 선과 악의 카르마 통장에 차곡차곡 입금된다.
그 통장에 쌓인 걸 빼먹고 살아가는 눈앞의 악신들.
“동생은 마(魔)를 알아?”
여성 악신이 나를 동생이라 호칭했다.
그리고 뜬금없이 마에 대해서 아느냐 묻는다.
– 악신들도 예쁩니다! 으흐흐. 역시 세상에 차별할 건 아무것도 없습니다.
귀신이 금세 여성 악신의 미모에 푹 빠졌다.
그리고 얼토당토않게 들이미는 평등론.
뭐, 그건 인정한다.
사실 마음만 먹는다면 인간의 몸에서 다 쫓아내는 건 일도 아니다.
보아하니 여성 악신은 중급 악신 정도 수준.
지금 나의 실력 정도라면 충분히 제압 가능했다.
“마(魔)라…….”
던진 질문에 대해 떠오르는 답변이 있었다.
산스크리트어의 마라를 줄여 음사한 표현이며 한역으로 탈명(奪命), 능탈(能奪)이라고도 한다.
“마에는 네 가지가 있으니…….”
자세하게 말하고 싶은 생각은 없었지만 천천히 입술이 열렸다.
“첫째는 번뇌마요, 둘째는 음마요, 셋째는 사마, 넷째는 타화자재천자마라고 한다.”
불경 대지도론에 나오는 마에 대한 정의가 술술 읊어졌다.
“호오.”
여성 악신이 감동했는지 눈이 반짝였다.
“그리고?”
다시 재촉하는 여성 악신.
“과거 부처께서 마왕에게 게송으로 말씀하시기를……. 욕망은 그대의 첫째 군사요, 근심은 그대의 둘째 군사요, 기갈은 그대의 셋째 군사요, 애정은 그대의 넷째 군사요, 수면과 두려움, 의혹, 독심은 다섯부터 여덟째 군사와 같고…….”
줄줄줄 읊어대는 음성은 단단했다.
“으으으으…….”
부처님의 게송 앞에 짬밥 부족한 남성 악신들이 신음을 흘렸다.
깨달은 자의 게송은 그 자체만으로 힘을 품었다.
“이양과 허망한 명예의 집착함은 아홉째 군사요, 교만하여 업신여김은 그대의 열째 군사이다. 그대의 군사가 이러하니 세상 사람들 모두와 온갖 하늘 신들도 이를 부수지 못한다.”
짝짝짝짝짝.
“와아아아! 정말 대단해. 너 선사(禪師)야?”
여성 악신이 물개박수를 치며 즐거워했다.
“아니.”
당연히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그런데 뭐 이렇게 아는 게 많아?”
“잡다한 지식 습득이 취미야.”
“취미? 푸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여성 악신이 듣기만 해도 시원할 정도로 호탕하게 웃었다.
짤랑거리는 목소리가 공간을 울렸다.
듣기에 심히 좋았다.
웃을 때마다 윤기가 흐르는 머리칼이 찰랑거린다.
그리고 그때마다 사방으로 흩뿌려지는 요기.
– 이 누님 악신……. 진짜 사람 심장을 녹입니다.
귀신아 넌 귀신이거든!
– 귀신도 심장이 있습니다! 다만 안 뛰어서 그렇지.
“선사도 아닌데 왜 날 막아? 그렇게 착한 것 같지도 않고……. 너 선신 할 거야?”
여러 의미가 담긴 물음을 면전에서 던졌다.
“안 막았는데.”
“방금 그만 가라고 했잖아.”
“적당히 하라는 의미야. 여기 내 친구가 있거든.”
나야 그깟 포인트 좀 뺏겨도 상관없다.
그러나 류미는 입장이 달랐다.
아직 어둠의 카르마 포인트보다 선한 카르마 포인트가 많다.
그러나 선한 카르마를 많이 빼앗기면 빠른 속도로 악에 물들 수 있다.
가랑비에 옷 젖는 격이다.
그렇지 않아도 주변에 온갖 악들이 널려 있어 걱정인데 류미마저 그렇게 만들고 싶지 않다.
“사랑해?”
“아니.”
“그럼 뭐야? 너도 다른 남자들처럼 즐기고 팽개칠 거야?”
여성 악신의 말투에 가시가 살짝 담겼다.
과거 생에 아픈 상처가 있는 것 같다.
“왜 그렇게 생각하는데?”
“내가 만난 남자들 다 똑같았거든. 하나부터 열까지, 잘난 놈들은 특히 더!”
이름도 모르는 여성 악신은 남자들에게 한을 품고 있었다.
“류미와는 친구야. 서로 이익을 주고받겠지만 일방적인 건 없어.”
진심을 담아 대답했다.
여기서 해명하는 자체가 웃기는 일이지만 그래도 해야만 할 것 같았다.
“그래?”
나를 똑바로 바라보며 다시 묻는 여 악신.
– 정체가 뭘까요? 자금성 주변에 산다는데……. 지박령일까요?
지박령은 아니다.
중급신이 지박령이 될 수는 없다.
– 그럼…….
인간들이 그녀를 불렀을 뿐이다.
식욕은 인간의 가장 중요한 욕망 원천 중 하나다.
– 아귀신 계열입니까?
그것도 아니다.
아귀는 배고픔 의식 하나만 남아있어 신으로서의 각성 자체가 불가능하다.
악신도 그냥 되는 게 아닌 이유가 그 때문이다.
빛과 어둠처럼 선과 악은 우주를 지배하는 힘의 에너지이다.
그 힘을 깨닫거나 이용, 선택받아야만 신으로서의 행보가 가능하다.
– 그럼 저 여자 악신의 정체가 뭡니까???
귀신이 여성 악신을 힐끗힐끗 바라보며 묻는다.
레벨이 딸려 감히 직접 대놓고 묻지 못했다.
“잡귀! 내 정체가 궁금해?”
씨이익 여성 악신이 입가에 미소를 베어물었다.
– 넵! 무지 예쁘신 악신 누님!
기회다 싶은지 아부하며 힘 있게 대답하는 귀신.
“내 이름은…… 말희야. 매희라고도 불려.”
말희? 매희?
어디서 많이 들어본 듯한 이름이다.
그때!
– 전설의 주지육림 호칭녀! 악신 말희와 접촉했습니다.
회귀의 전설 3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