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gend of the Regression RAW novel - Chapter 119
118장. 그는 곰이다 (2)
“윽!”
한진웅은 손에서 느껴지는 강력한 압박에 신음을 토했다.
손뼈가 부서지는 고통이 밀려왔다.
생각지도 못한 아픔에 입이 저절로 떡 벌어졌다.
반항하려고 했지만 일순간 제압당했다.
손에 힘을 줬건만 당한 건 그 자신이었다.
아무리 힘을 줘도 손이 움직이지 않았다.
‘뭐, 뭐야!’
한진웅은 눈앞의 어린 대표를 다시 봤다.
만만한 자가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
한진웅의 파란만장한 인생에 또 다른 사건이었다.
한진웅은 어릴 적 준 건달 생활을 했다.
그러다 우연히 길을 가다 마주친 육군 장교를 보고 꿈을 꾸기 시작했다.
늦은 공부였기에 겨우 전문대를 졸업하고 육군3사관학교에 진학했다.
운동 신경은 뛰어나 합기도, 태권도, 유도 단증을 10단 넘게 땄다.
꿈에 그리던 장교가 됐다.
하지만 학업 성적이 그렇게 뛰어나지 않았다.
몸으로 때우는 건 좋았지만 몸에 배지 않은 공부 습관이 문제였다.
첫 근무지로 특수전 부대에 배정됐다.
그 이후로 쭉 특수부대만 배치가 됐다.
소령으로 승진했지만 딱 거기까지였다.
작전 참모 같은 부관직을 수행해보지 못한 한진웅은 계급 정년에 걸렸다.
3년 전 부당한 상관의 지시를 거부하고 쫓겨나듯 군대를 나왔다.
다행히 집안이 먹고사는 데는 걱정 없었다.
군대에서 알던 부대원들과 힘을 합쳐 경호업체를 설립했다.
믿고 따르는 후배나 부하들이 많았다.
포부도 힘차게 사업을 시작했지만 쉽지 않았다.
타인을 지켜주는 것보다 불법행위 사업체 해결사로 계약되는 경우가 많았다.
양심에 찔려 고객을 골라 받았다.
적법하지 않은 자들이 주 고객이었기에 점점 회사가 어려워졌다.
집안 재산 다 말아먹고 대출까지 맥스가 됐다.
50여 명의 직원이 20여 명으로 줄었다.
폐업할 상황에 몰렸다.
그러나 자기만 믿고 따라온 후배들 때문에 버텼다.
군대까지 관두고 온 후배들이 태반이었다.
그리고 며칠 전 투자자의 연락을 받았다.
회사를 부채 포함해서 통으로 인수하겠다는 제안이었다.
삼우 로펌이 전면에 나섰다.
믿을 만했기에 한진웅은 관련 서류를 보내고 직접 찾아왔다.
회사를 넘겨도 직원들 고용 승계를 사정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다.
그런데 눈앞에 보이는 어린 대표.
정체 모를 미소만 짓고 있다.
한진웅은 답을 찾지 못한 채 굳었다.
투자법인은 신축 건물 최상층을 통으로 사용했다.
달랑 여직원 한 명만 근무하고 있다.
도깨비 소굴 같은 이곳.
혹시 사기업체가 아닌가 의심이 들었다.
“다들 앉으시죠.”
어린 대표가 앉자고 말하며 중앙 대표석에 착석했다.
“한진웅 대표 앉아요. 안 잡아먹을 테니까.”
“네…….”
“그런 눈으로 보지 말아요. 나 삼우 로펌 이사 조윤태요.”
‘이사!’
변호사나 투자 회사 임원이라 생각했던 남자의 신분이 대단했다.
명함을 꺼내 조윤태 이사가 건넸다.
“우리 장 대표 어리다고 이상하게 생각하지 말아요. 한 대표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대단한 사람이오.”
의자에 앉으며 조윤태 변호사가 충고했다.
한진웅은 큰 덩치에 어울리지 않게 조신하게 자리를 잡았다.
장태산 대표라는 청년이 어려 보이지만은 않았다.
과거 일감을 따내기 위해 대기업 임원이나 중소기업 사장을 많이 만났던 한진웅이다.
그들보다 더한 눈에 보이지 않는 자신감이 청년에게서 느껴졌다.
“인수하겠습니다.”
“네?”
앉자마자 장태산이라는 대표가 인수하겠다고 선언했다.
한진웅의 커다란 눈이 황소 눈알처럼 커졌다.
세상에 이런 인수는 없다.
채무에 대해 어느 정도 감당하기를 요구하는 게 일반적이다.
사실 인수도 말이 안 됐다.
거래 업체도 거의 없고 부채만 남은 껍데기뿐인 경호업체다.
“대표님. 제 회사 빈털터리입니다. 투자하셔도 수익을 내기 힘듭니다.”
한진웅은 사실대로 고백했다.
지금껏 살면서 양심을 판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
“그래서 마음에 듭니다.”
“그게 무슨…….”
“수익 내기 위해서 인수하는 거 아닙니다. 회사 경비 및 비상 시 중요 임원에 대한 경비가 주목적입니다.”
“일반 경비를 뽑으시면 인건비가 저렴합니다. 저희 애들 생각보다 몸값이 나갑니다. 전부 특수전 훈련을 이수했습니다. 경호, 경비, 의전, 시설보안, 도감청 및 탐지 분야에 있어서 베테랑들입니다.”
한진웅은 가슴에 품었던 부하들에 대한 애정을 그대로 드러냈다.
대한민국 특수전 분야에서 최고들만 모았다.
“믿습니다.”
“네?”
“한진웅 대표님 말씀 모두 다 믿습니다. 그래서 인수하는 겁니다.”
“대표님, 혹시 저에 대해 아십니까?”
“오늘 처음 봅니다.”
“그런데 그런 확신은…….”
한진웅은 보자마자 믿는다는 도깨비 같은 대표 말에 의문이 가득했다.
일반적인 상식으로 이뤄지는 업체 인수가 아니다.
“그냥 믿어요. 장 대표가 나이는 어리지만 사람 볼 줄 압니다. 나 보면 딱 감이 오지 않나요?”
조윤태 변호사가 웃으며 말했다.
삐이이이.
“네. 대표님.”
“유 팀장님, 지시했던 인수 서류 부탁합니다.”
“바로 준비하겠습니다.”
번갯불에 콩 볶는 시간에 오징어도 구워 먹을 정도로 일처리가 빠른 대표다.
한진웅은 정신이 멍해졌다.
“직원이 전부 20명이죠?”
“네? 네.”
“전부 고용 승계합니다. 한진웅 대표님 포함입니다.”
“가, 감사합니다!”
고용 승계라는 말에 한진웅의 고개가 바로 숙여졌다.
경비업계도 레드오션이 된 지 오래다.
조폭 같은 놈들을 더 알아주는 판이 돼 버렸다.
그런 상황에서 전 직원 고용 승계는 대단한 사건이다.
“월급은 투자 계약서 체결과 함께 즉시 200프로 상향 조정하겠습니다.”
“!!!”
한진웅의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
모든 게 꿈만 같았다.
수당 포함해 200만 원 맞춰주기도 힘들었다.
그런데 단박에 400이 됐다.
“밀린 월급과 수당도 즉시 지급, 개인 방어 통신장비 및 검색 감시 장비 업그레이드 및 구입비 지출 승인, 그리고 믿을 만한 직원들 충원하십시오. 이달 안으로 50명 만들 수 있죠?”
“……, 넵! 충분히 가능합니다!”
한진웅의 목소리가 군대 말투로 변했다.
갑자기 하늘에서 뚝 떨어진 구세주.
시원시원하게 일처리를 지시했다.
“그리고 비어 있는 회사 5층으로 이사하세요. 그것도 즉시 부탁합니다.”
“충성!”
바로 나오는 충성.
한진웅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어린 상사에게 거수경례를 힘차게 올렸다.
지옥 같은 현실에서 구해준 은인.
이제 목숨 바쳐 충성할 일밖에 없었다.
***
“뭐 대단한 일 했다고 카르마 포인트를 그렇게 듬뿍 주시나~.”
절박한 사람들에게 돈 좀 뿌렸다고 카르마 포인트를 보너스로 받았다.
일거양득의 좋은 예다.
나에게 필요한 보안업체를 인수했다.
계약은 아주 신속하고 빠르게 처리됐다.
지분만 변경되는 형태다.
경호업체 법인은 그대로 두고 투자가 이뤄졌다.
B.M.J 투자법인 명의로 지분 90프로가 이전됐다.
구조가 해마다 손해 보는 시스템이다.
남아도는 돈 처치하기에는 딱 좋았다.
한 대표에게 10프로 뚝 떼줬다.
그것도 많다고 사양하려 했다.
공짜가 아니다.
돈을 주고 안전을 회득한 상호이익의 균형적 교환이다.
직원들 상세 고용계약서는 더 멋졌다.
상해보험을 듬뿍 들어줬다.
업무 시 상해를 당하면 생명수당으로 10억이 책정됐다.
자녀 학자금에 직원 복지 차원에서 아파트 대출도 무이자로 빌려줬다.
60세까지 고용도 보장됐다.
그 정도 미끼를 던져야 목숨 던져 보호하는 법이다.
적어도 내가 회사 일로 몸이 다쳤을 때 충분히 살 방도를 마련해 줘야 충성심이 난다.
대기업들이 잘 써먹는 그룹 소속 회사 밀어주기 방식이다.
물론 무늬만 그렇고 실제적으로 모든 건 내 지시를 따랐다.
“참 진에 곰 웅이라니……. 한 대표 아버님 작명 센스가 남다르셨네.”
한진웅 대표의 이름은 한 씨 가문의 진짜 곰이라는 뜻이다.
眞熊.
아버지가 웅담을 좋아하시거나 전생에 곰에게 생명을 구함 받은 일이 있는 것 같다.
한진웅 대표만 생각하면 기분이 좋았다.
덩치는 산만 한 남자가 직원들 복지시스템을 말해주자 굵은 눈물 뚝뚝 흘렸다.
그래서 더 믿음이 갔다.
아랫사람을 진정으로 아껴줄 수 있는 자를 믿지 않으면 누구를 믿겠는가.
“오늘도 힐링을 즐겨볼까?”
요즘 취미생활이 생겼다.
딸각.
마우스로 주식 사이트 뉴스를 클릭했다.
“흔들리는 안아 그룹. 대웅조선 인수는 불가능할 것으로 전망! 흐흐. 이 기자 뒷돈 좀 더 찔러줘야겠는데? 왜 이렇게 제목이 마음에 드니. 흐흐흐.”
댓글 내용도 훌륭했다.
– 인성 바닥 치니 기업도 바닥.
– 안아 그룹 즐~.
– 견공 밑에 견자로세.
– 오늘 주식 다 뺐음. 망한다고 소문 쫙 남.
– 미국 연방 국세청 수사 들어가면 대부분 폭망함. 다들 안아 주식 쳐다도 보지 마세요.
– 꼴좋다. 안아! 회장 새끼 진작 마음에 안 들었다.
– 지금 안아 그룹 계열사 전부다 줄초상 분위기. 주가 연초 대비 50프로 폭락 중! 끝이 안 보 인다.
– 이런 저질 기업은 퇴출당하는 게 맞습니다!
안아 그룹 관련 기사에는 열성 네티즌들이 융단폭격을 가하는 중이다.
로버트뿐만 아니라 삼우 로펌 아는 기자들도 동원했다.
거하게 봉투 돌리고 기사 작업 좀 했다.
최병박 정권은 인수 초기라 정신이 없었다.
안아 그룹 챙길 여력이 없는 게 맞았다.
그 사이 로버트를 통해 안아 그룹 상장 계열사 모두 공매도 작업이 한참 진행 중이다.
IMF 당시 대기업들의 방만 경영을 목도한 국민들이 안아를 용서치 않았다.
안아 그룹에서 고용한 기자들이 위기론을 조장했지만 안 통했다.
워낙 인성이 개판인 안아 그룹 회장과 아들에 대한 인식이 바닥을 기었다.
자업자득.
“저녁 안 먹어도 배부르다.”
그래도 대기업이라고 제법 버텼다.
주가가 바닥을 쳤지만 쌓아놓은 유보금과 은행 여신으로 힘겹게 막았다.
“오 회장 지금 똥줄 좀 타고 있나? 크흐흐.”
악마 같은 웃음이 터졌다.
오 회장 요즘 화장실 가서 변비로 개고생할 것 같았다.
아주 쌤통이다.
– 어둠의 카르마 포인트를 획득 하셨습니다.
“이 미친!”
어둠의 카르마 포인트는 획득해도 기분이 영 개운하지 않다.
이 녀석 사용법을 몰랐다.
무턱대고 공짜라고 쟁여놓으면 큰 사건 날 것 같은 예감이 든다.
“이번 달 안에는 끝나겠네.”
안아 그룹 주식을 바닥에서 슬슬 모았다.
엄마 명의로 딱 2프로만 매입했다.
화려한 재벌 딸로 복귀하려는 엄마 선물로 제격이다.
“그건 그렇고 내일 수업을 위해 신님들 한 번 불러볼까~.”
수요일 오후 강의를 위해서 신들의 능력이 필요했다.
오늘 획득한 카르마 포인트가 많기에 부담이 없다.
편하게 의자에 앉아 자세를 잡았다.
경호팀이 벌써 가동이 됐다.
이제는 안전한 내 건물.
새로 얻고 싶은 재능을 떠올렸다.
그리고.
“저기 컴퓨터 프로그램 죽여주게 다룰 줄 아는 신님 계세요?”
신을 초청했다.
파아아앗!
그때 찾아오는 응답.
“어! 이, 이건 또 뭐야!”
# 119
회귀의 전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