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gend of the Regression RAW novel - Chapter 1227
1247장. 끝나지 않는 위기
“베커…… 장!”
꿀꺽.
오르달은 홀연히 나타난 상대의 이름을 듣는 순간 마른침을 삼켰다.
활을 들고 서 있는 그의 모습은 전신이 따로 없었다.
마법사인 자신들처럼 허공 위에 둥둥 떠 있는 상태로 마법 무구를 거침없이 사용했다.
마법사들로서는 구현이 불가능한 공격력.
보는 것만으로도 오금이 저려왔다.
무지막지한 화살이 당장 자신을 향해 날아올 것처럼 보였다.
‘저놈은 혼자다!’
오르달은 마음을 다잡으며 용기를 냈다.
베커 장 공작의 악명은 마탑 내에도 자자하게 퍼져 있었다.
홀로 장로들을 격파하고 추살했다.
강력한 팰트론 왕국을 홀로 무너뜨렸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마탑의 도움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놈의 승리를 막지는 못했다.
불과 2년 전에는 왕국 연합군을 분쇄시키기 위해 여러 왕성을 공격했다.
혼비백산 놀란 왕과 고위 귀족들이 본인들의 영지로 되돌아갔다.
이동 마법을 서슴없이 이용해 강력한 마법을 뿌려대던 베커 장은 재앙이었다.
그러다 2년의 시간에 걸쳐 겨우 이제야 연합군이 결성됐다.
베커 장이 종적을 감춘 후 빈틈을 노린 결성이었다.
이번에는 주저하지 않고 빠른 시간 내에 공격을 결정했다.
베커 장의 부재를 틈타 제국 부흥군의 모든 기반을 박살내기 위한 계획이 있었다.
마탑들도 참전했다.
세상일에 별 관심 없는 라든 마탑만 중립을 지켰다.
더불어 대규모 이동 마법진이 가동됐다.
베커 장이 없는 그의 영지는 갈기오 마탑이 맡았다.
원한이 깊었다.
탑주는 이번 기회에 영지에 있는 자들을 싸그리 죽이라 명령했다.
5서클 이상의 정예 마법사 20여 명이 투입됐다.
계획대로 모든 걸 불태워버리려던 찰나 예고 없이 나타난 영주, 베커 장 공작.
“내 영지가 그렇게 만만해 보여?”
몇몇 마법사들을 피떡으로 만들고도 의연했다.
“네가 저지른 죄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오르달이 호통치듯 소리쳤다.
“죄? 무슨 죄?”
영주가 반문했다.
“귀족을 사칭하는 용병 따위가 감히 마탑에 대항하고도 무사할 줄 알았더냐! 본 마탑의 마법사들이 네놈과 영지를 모조리 불태워버릴 것이다!”
오르달이 목청을 높이며 다시 한 번 사기를 끓어 올렸다.
베커 장의 기습 공격에 크게 놀랐던 마법사들이 하나둘 정신을 차렸다.
누구도 아닌 7서클 마법사가 함께하고 있었다.
고서클 마검사라 알려져 있는 베커 장 공작이었지만 쉽게 믿을 수 없었다.
무엇보다 나이가 너무 어렸다.
소문은 언제나 과장되기 마련이다.
“뭣들 하는가! 놈을 공격하라!!!”
오르달이 공격 명령을 내렸다.
차자작.
마나 스태프를 들고 공격 자세를 취하는 마탑의 마법사들.
위이이이잉.
스태프가 요동치며 격렬하게 마나와 반응했다.
오늘 전투를 위해 각자 소유한 최상급의 스태프 마력석으로 바꿔 장착했다.
모두 최대한 마나를 끌어 올렸다.
파스스슷.
마법사의 마나, 마력석, 대기의 마나들이 빠르게 융합됐다.
단 한 사람을 제거하기 위한 연합 공격.
7서클 마법사도 피하지 못할 만큼 엄청난 마법들이 준비됐다.
그때!
“손님맞이에 소홀하면 섭섭하겠지.”
베커 장 공작이 허공에 손을 뻗었다.
스으윽.
그 순간 홀연히 뽑히는 큼지막한 크기의 도끼.
“아공간!”
“헛!”
아공간을 자연스럽게 활용하는 베커 장 공작의 모습에 마법사들은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7서클 마법사 정도 되어야 사용 가능한 것이 아공간이다.
파아앗!
도끼에서 강렬한 빛이 줄기차게 터져나왔다.
실로 믿기 어려운 베커 장의 마나.
“…….”
마법사들이 잔뜩 긴장했다.
“공격해! 저놈을 태워버려!”
오르달 장로의 재차 반복된 공격 명령.
“두려움의 손길이여! 속박하라!”
마탑에서는 마법사들을 상대로 여러 가지 공격 방법을 가르쳤다.
강한 적을 상대할 때 사용되는 분담 공격도 그중 하나였다.
우선 세 명의 마법사들이 공작 주변의 마나에 속박 주문을 걸었다.
동시에.
“체인 라이트닝!!!”
“윈드 스피어!”
“아이스 애로우!”
서클은 낮아도 속도와 파괴력이 남다른 공격 마법이 연달아 펼쳐졌다.
위잉! 파아앗!
메모라이즈 해두었던 마법들이었기에 영창과 동시에 발현됐다.
쩌저저저저적.
쇄애애애애애애앳.
베커 장 공작을 향해 휘몰아치는 공격 마법들.
“후후후훗.”
하지만 격렬하게 치고 들어가는 마법들을 향해 차가운 비웃음을 날리는 베커 장 공작.
한 손으로 힘껏 도끼자루를 움켜잡았다.
“탓!”
그리고 짧은 기합과 함께 그대로 마법을 향해 돌격했다.
번개 따위는 두렵지 않다는 듯 흉포한 마계 들소 같았다.
그에게는 오직 직진밖에 없는 것처럼 보였다.
***
펑! 콰아아앙! 퍼버버벙!
하늘 위에서 마법이 연달아 터졌다.
엄청난 마법들이 만들어 낸 빛의 파장.
“으윽!”
“악!”
지켜보던 영지민들이 비명을 지르며 눈을 감았다.
“주군…….”
단 한 사람만이 똑바로 눈을 부릅뜨고 지켜봤다.
영주가 없는 동안 대리로서 영지를 다스렸던 카르스 남작.
심장이 미친 듯 뛰었다.
2년 동안 그토록 보고 싶었던 주군이었다.
마수들에게 죽임당했다는 소문이 돌았지만 믿지 않았다.
카르스가 아는 주군은 지상의 누구도 어찌해 볼 수 없는 절대 강자였다.
홀로 마탑과 왕국군과 싸워 승리를 쟁취한 분이다.
크로얀 제국의 부흥을 위해 멈추지 않고 진격하는 일인 군단.
그런 그가 돌아왔다.
주르르륵.
카르스는 감동에 벅차 눈물을 흘렸다.
2년 동안 애탔던 마음이 모두 녹아내렸다.
영지민뿐만 아니라 크로얀 제국의 부흥군까지 모두가 공포에 사로잡혔다.
아린 여황제가 이곳까지 찾아와 비통한 시간을 보낸 건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였다.
그러는 사이 도망자도 속출했다.
왕국 연합군과 마탑이 참전했다는 소식에 탈영하는 귀족과 병사들이 다수 발생했다.
누가 봐도 싸움이 안 되는 상황이었다.
베커 장 공작 한 명이 왕국의 힘을 능가하니 당연했다.
그런 중요한 전력이 사라지자 주변에서 어슬렁거리던 늑대들이 이빨을 드러냈다.
오늘 카르스는 장렬하게 죽음을 맞이하려 다짐했었다.
영주와 함께했던 지난 시간이 주마등처럼 흘러갔다.
영광스럽고 자랑스러웠다.
영지민들을 위해 아낌없이 베풀던 영주 베커 장 공작.
주군이 남긴 성에서 폭사하는 것도 행운이라 여겼다.
그런 그의 앞에 주군이 돌아왔다.
“크하하하하하하. 역시 우리 주군이셔!”
얼마 전 영지 성으로 돌아온 탈만 경이 입이 찢어져라 웃음을 터트렸다.
마법사들의 마법이 주군의 도끼질에 모조리 박살났다.
보고도 믿기 어려운 광경.
콰아아아앙!
뿐만 아니다.
엄청난 고서클 마법사가 만들어 낸 방어 마법진 중앙을 도끼로 제대로 찍어버리는 주군!
쩌저저저저적.
단 한 번의 도끼질에 마법진에 금이 갔다.
파아아앗!
도끼에 담긴 마나를 감당하지 못하고 마법진이 빛과 함께 사라졌다.
“으허헙!”
“헛!”
마법사들의 입에서 신음이 터져 나왔다.
방금 전까지 영지를 무식하게 공격하던 잔인한 마법사들이 혼비백산했다.
카르스는 불끈 주먹을 움켜쥐었다.
마음 같아서는 주군과 함께 전투에 참여하고 싶었지만 자신은 일개 기사에 불과했다.
지켜보는 모두의 마음이 다 같은 심정이었다.
영주의 부재 동안 마법진을 관리했던 유베스 상단의 사비나도 그 광경을 뚫어져라 바라봤다.
‘돌아왔어!’
그녀도 그동안 겪은 마음고생이 심했다.
유베스 상단은 상단주의 결정에 따라 크로얀 제국 지원을 결정했다.
기대했던 것과 달리 베커 장 공작이 없는 동안 상단은 크게 위축됐다.
비밀리에 제국령으로 도망쳐왔다.
상단주의 결정을 원망하는 상인들이 대거 발생했다.
베커 장 공작이 없는 크로얀 제국 부흥군은 허수아비에 불과했다.
하지만 이 순간부터는 얘기가 달라졌다.
퍼억!
도끼가 공간을 가르며 도망치려는 마법사의 등판을 가격했다.
후두두둑.
상공에서 뼈 부스러기와 피비가 쏟아져 내렸다.
피의 전주곡이 시작됐다.
“도, 도망쳐!”
“으아아아아아!”
공포에 질린 마법사들이 등을 보였다.
“누구 마음대로!”
분노한 공작의 목소리가 천둥소리처럼 울렸다.
그렇게 펼쳐진 일방적 학살.
도끼가 회전하며 허공을 날았다.
도망치던 마법사들의 몸뚱이가 두 쪽으로 쪼개져 나갔다.
“이…….”
퍼억!
이동 마법을 이용하려던 6서클 마법사의 입에 마법 애로우가 박혔다.
후두두둑.
머리통이 박살 나며 뇌수가 사방으로 흩뿌려졌다.
“으으으.”
압도적인 무력에 질려버린 마법사들의 몸뚱이가 그대로 굳었다.
차원이 다른 전투력.
‘도망쳐야 돼!’
장로 오르달은 위기 경고에 아무 생각도 할 수 없었다.
그저 이곳을 벗어나야 한다는 강렬한 생존본능만이 작동했다.
“실드! 실드!”
이중 방어 마법을 사방에 펼쳤다.
그리고 장로들에게만 특별히 제공되는 이동 마법 목걸이를 움켜잡았다.
“이노오오옴!”
악마 같은 베커 장 공작이 오르달을 향해 달려들었다.
악귀 같았다.
“으아아아아! 이동!!!”
놀라 비명을 지르며 마법을 발현시킨 오르달.
파아앗!
마법이 펼쳐졌다.
‘살았다!!!’
휘하 마법사들의 죽음은 자신과 상관없었다.
자신이 생존했다는 기쁨에 웃음꽃이 피었다.
퍼어억!
갈비뼈를 뚫고 깊숙하게 박히는 도끼만 아니었다면 오르달은 그 어느 때보다 행복했을 것이다.
***
마법사들을 하나도 남기지 않고 모조리 도륙했다.
자비와 용서란 있을 수 없었다.
영지를 잿더미로 만들려 했던 갈기오 마탑의 마법사들.
놈들은 이제 영원히 나의 적이 됐다.
“주구우우우우운!!!”
나의 심복인 기사의 부름이 들렸다.
“와아아아아아아아아!”
“영주님이 돌아오셨다!!!”
“만세! 만세! 만세!”
영지민들이 두 팔을 벌려 날 환영했다.
조금만 늦었다면 저들의 아름다운 모습을 볼 수 없었을 것이다.
“하아.”
짧은 안도의 한숨이 새어나왔다.
그 순간.
– 이계 촌놈. 아직 안심하기는 이르다고 생각하지 않아? 크크크.
회귀의 전설 3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