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gend of the Regression RAW novel - Chapter 128
127장. M.T.S에서 (3)
“……. 돈 좀 썼네.”
5층에 위치한 내 사무실.
엘리베이터에서 내리자 정면에 떡하니 이사실이 보였다.
명함에 있던 501호 사무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눈에 들어온 광경은 굉장했다.
바닥은 검정 대리석에 은은한 고광택, 블랙 바탕에 실버가 뒤섞인 특이한 책장과 책상, 검정 가죽 소파는 묵직함을 자랑했다.
블랙 중심의 인테리어가 은은히 고급스러웠다.
싸구려 재질이었다면 촌발 날렸겠지만 돈 좀 들인 티가 확 났다.
황연태 대표의 감각을 엿볼 수 있었다.
“딱 봐도 엔터테인먼트 이사실 같네.”
내 사무실 분위기와는 완벽하게 달랐다.
생기발랄함과 번뜩이는 센스가 넘쳤다.
“먼지도 하나 없고.”
공기청정기가 가동되고 있었다.
책상 위에는 최신형 모니터가 보였다.
책장에도 소품용 책들이 제법 꽂혀있다.
내 돈으로 발라졌지만 전혀 아깝지 않았다.
관리가 아주 잘 된 사무실이었다.
똑똑.
밖에서 노크 소리가 들렸다.
“들어오세요.”
“하하. 장 이사님, 출근하셨습니까.”
그 사이 얼굴이 좋아진 황연태 대표가 활짝 웃으며 등장했다.
내가 왔다는 걸 통보받은 것 같다.
“출근이 좀 늦었죠?”
“괜찮습니다. 하시는 일도 많은데 전혀 신경 쓰지 마십시오. 이사님 쉼터라고 생각해 주십시오.”
“직원들이 뭐라 하지 않을까요?”
“대충 눈치는 챘을 겁니다. 대놓고 뭐라 하면 자르세요. 회사의 실질적인 주인이라면 그 정도는 하셔도 됩니다.”
황연태 실장 많이 변했다.
첫인상은 꽉 막힌 남자 같았는데 이제는 농담도 슬쩍 걸어왔다.
투자를 했지만 전혀 경영에 터치를 하지 않았다.
다만 인사관리에 있어 관상 면접은 내가 직접 봤다.
회사에 해가 되는 인물들은 철저하게 걸렀다.
관상이 전부는 아니지만 충분히 참고는 됐다.
굳이 좋은 관상 놔두고 험한 얼굴 볼 필요가 없다.
그러다 보니 오늘 연습생 면접도 황 대표가 요청한 거다.
내 관상 능력이 특별함을 황 대표는 눈치챘다.
할머니가 잘나가는 동네 무당이었다니 계시를 받았을 수도 있다.
“면접생이 많은 것 같습니다.”
“널리 인재를 모집했습니다. 이쪽 바닥이 작습니다. 소문나자 바로 면접생들이 몰렸습니다.”
다른 업체와 달리 웹 홈페이지에 정성을 다했다.
누가 봐도 믿음직스러운 회사를 홍보했다.
연습생에게 월급 주는 곳은 M.T.S 엔터테인먼트밖에 없다.
그 효과를 톡톡히 보는 것 같았다.
좋은 인재가 많이 들어오면 좋은 법이다.
기업은 인재가 키우는 법.
엔터테인먼트 회사에서 연습생만큼 중요한 존재는 없었다.
“직원들은 다 모집했습니까?”
“이사님이 결재한 인물들로 모조리 뽑았습니다. 총무, 홍보, 안무, 코디, 지원팀 등등. 정식 직원만 80명이 넘습니다.”
이 정도면 대한민국 업계 1위 엔터테인먼트 업체다.
“황 대표님, 말씀드렸다시피 M.T.S는 갑질 없습니다. 그리고 소속사 연예인 꽂는다고 접대 안 됩니다. 그 점만 명심하시면 됩니다.”
“걱정 마십시오. 장 이사님이 그렇게 지시해도 안 합니다.”
그 점에서 우리 둘은 죽이 잘 맞았다.
하루에도 셀 수 없는 돈을 버는데 푼돈 벌자고 아이들 인생 진흙 바닥에 던질 필요가 없다.
회사 명성이 커지면 알아서 모셔가는 게 시장 생리다.
“이쪽 업계 투자 업체도 준비 중입니다. 전폭적으로 지원할 생각이니 실력만 키우십시오. 앞으로 문화 산업을 선도하기 위해서는 소비자들 니즈를 철저하게 파악하고 맞춰야 합니다.”
“투자 업체까지요!”
황 대표가 놀랐다.
“한국 싹 쓸고 해외로 나가야 할 것 아닙니까. 얼마 전에 말씀드렸잖습니까. 앞으로 한류가 세계 문화의 중심이 될 거라고 말입니다.”
“역시……. 장 이사님이십니다.”
황 대표와 난 호칭을 정리했다.
둘 사이에서는 이사와 대표로 부르기로 했다.
“강사들은 섭외했습니까?”
“물론입니다. 전속으로 영어와 중국어, 일본어 강사들을 섭외했습니다.”
“교양수업도 반드시 이수하도록 해주십시오. 특히 역사에 대해서 철저하게 가르치십시오. 대한민국 소비자들 눈높이를 맞추기 위해서는 노래 실력뿐만 아니라 기본 상식도 풍부해야 합니다. 특히 한 달에 책 두 권은 반드시 읽도록 해주십시오.”
“흐흐흐. 그 이야기를 지시했더니 애들이 죽으려고 합니다.”
“대학교도 반드시 보내야 합니다. 졸업은 못해도 입학은 필요합니다.”
학벌 예찬론자는 아니더라도 아이들의 미래를 위해서는 필요했다.
대학교 중퇴와 고졸은 받아들이는 데 차이가 있다.
비록 내가 현재 민증 나이는 스무 살이지만 정신연령은 30대다.
사회에서 바라보는 적당한 잣대로 소속사 연예인들을 교육시킬 것이다.
그래서 아낌없이 투자했다.
마약이나 빠는 연예인들은 우리 회사에 필요 없다.
스트레스 핑계로 약을 손대는 자들은 스타가 되어서는 안 된다.
그들이 일으킬 사회적 해악은 엄청나다.
청소년들이 따르는 우상들은 최대한 순수해야 한다.
우상으로서 돈을 받는 프로들이다.
그런 프로들이 약 빨고 성범죄를 일으킨다면 그건 팬들에 대한 지독한 배신이다.
연예인으로 살기를 원했다면 의리를 지키는 게 예의다.
마약과 퇴폐는 이 회사 사전에 용납할 수 없다.
제대로 끌고 가기 위해 교육이 필요했다.
춤과 노래 실력, 인기에 함몰된다면 결코 세상을 이겨나갈 수 없다.
한번 연예계에 발을 디디면 죽을 때까지 꼬리표가 따라다닌다.
정신력이 강하지 못하면 버틸 수 없다.
마약과 자살은 엄청난 죄다.
그래서 재능과 함께 인생수업도 함께 가르쳐 줄 생각이다.
인생 좀 더 살아본 회귀자로서의 배려다.
“강사님들도 인성이 된 분들 위주로 선별하십시오. 특히 한 달에 한 번 특강으로 사회 저명인사들을 초청해 인생 강의를 해주십시오.”
“……. 장 이사님, 정체가 뭡니까? 도대체 어떻게 하면 그 나이에 그런 생각을 할 수 있습니까? 애들에게 그렇게 쏟아부어도 괜찮으십니까?”
황 대표가 벙찐 모습으로 날 봤다.
보면 볼수록 내가 신기할 거다.
아주 돈을 처바르고 있다고 생각할 수 있다.
초기 투자금액이 수백억대다.
이런 투자자는 이 바닥에 없다.
“도경(道經)에 이런 말이 있습니다. 하늘이 사람에게 부를 주는 이유는 어느 한 사람에게 부를 독점하게 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오로지 부를 갖지 못한 여러 중생들에게 골고루 혜택을 주기 위함이라.”
“…….”
황 대표가 입을 다물었다.
넘치는 돈 인터넷 세상에 놔둬서 뭐 하겠는가.
이 정도 퍼줘서는 티도 안 난다.
“나이를 떠나……. 존경합니다! 장 이사님!”
– 카르마 포인트를 획득하셨습니다.
포인트?
다른 사람에게 진심이 담긴 존경을 받아도 카르마 포인트를 얻는 것 같다.
포인트 획득됐다는 소리는 들을 때마다 기분이 좋았다.
실사판 레벨업 게임 같은 느낌이다.
“그런데 오늘 가수와 연기자 팀 모두 면접입니까?”
“따로 모집하면 편하기는 하지만 미래에 누가 연기자나 가수가 될지 몰라서 한꺼번에 불렀습니다. 면접생들은 자신들이 가진 재능을 모를 때가 많습니다.”
나보다 이 바닥을 잘 아는 황 대표의 말에 고개가 끄덕여졌다.
“오늘 바쁘겠네요.”
“생각보다 오래 걸리지 않습니다. 재능과 끼는 딱 보면 알 수 있습니다.”
프로가 이래서 프로인 거다.
누가 봐도 성공할 원석은 스스로 빛을 발하는 법이다.
“시간이 다 됐습니다.”
“부탁이 있습니다.”
“네?”
“면접장 자리에는 앉지 않겠습니다.”
“왜요?”
“뒤에서 서류 보조하는 알바생 정도 포지션이면 될 것 같습니다. 나이도 어린놈이 그 자리에 앉는 게 이상하지 않겠습니까. 이쪽 출신도 아니고 말입니다.”
“장 이사님, 진심 감동입니다. 그런 이유에 지금껏 회사에 나오시지 않으셨던 겁니까? 요즘 같은 세상에 그런 겸손함이라니…….”
오해다.
오고 싶어도 일이 워낙 바빴다.
그리고 나 그렇게 겸손하지도 않다.
법대 오만둥이, 미대와 음대의 풍운아, 공대의 겁대가리 없는 법대 신입생이 바로 나다.
오늘은 그냥 순수하게 미래 예비스타들의 어린 모습들을 눈에 담고 싶었다.
뒤에서 그들의 관상을 보고 점쳐보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
“하하. 겸손 아닙니다.”
손사래를 쳤다.
“나이는 어리지만 장 이사님은 제 또래 같다는 생각이 많이 듭니다.”
“제가 조숙하다는 소리를 많이 듣습니다.”
아재라는 말의 다른 표현을 그렇게 돌렸다.
“예서 씨, 이러면 안 됩니다. 대표님과 약속하고 오셔야죠.”
“급해서 그래요. 황 실장님 좀 만나게 해주세요. 네! 부탁해요.”
밖에서 어떤 여자의 간절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1층에서 나를 막았던 남자 직원 목소리도 동시에 들렸다.
황 대표를 실장이라 부르는 걸 보니 인연 있는 사람 같았다.
“무슨 일입니까?”
황 대표가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강예서라고 루어 소속 신인 연기자인데 요즘 힘든가 봐요. 과거 소속사 연습생일 때 내가 데리고 있었는데…….”
“강예서요?”
나도 아는 여배우다.
아니 진심 팬이다.
깊게 팬 보조개와 동그란 눈이 인상적이다.
말투도 조신하고 눈빛은 언제나 청순했다.
내가 살았던 2020년까지 주연 여배우를 몇 번 했던 캐릭터가 강한 여배우다.
다만 얼굴이 밝지 않았던 강예서.
초창기에는 조연급에 속했지만 2010년 겨울햇살이라는 드라마에서 떴다.
그리고 계속되는 행운과 스캔들 없는 생활로 꾸준히 인기를 얻었다.
CF도 상당히 찍고 한류배우로도 유명했다.
나보다 지금 한두 살 정도 더 먹었을 그녀.
왜 저렇게 황 대표를 찾는지 궁금했다.
“실장님!!! 저 예서예요! 흐윽.”
밖에서 들리는 절박한 강예서의 음성.
울음기가 가득 찼다.
뭔지 몰라도 엄청난 시련을 겪고 있음이 확실했다.
“만나시죠.”
황 대표를 봤다.
“루어 쪽에서 접촉하지 말라고 경고가 왔습니다. 괜히 소속사 여배우 빼가면 서로 곤란하지 않겠냐고 말입니다.”
루어 사장은 깡패들과 줄이 닿았다.
잘나가던 2인조 남성그룹 가수가 개긴다고 재떨이로 마빡을 까버린 이야기는 유명했다.
뒤를 봐주는 깡패들 무서워서 고소도 못했다고 한참 뒤에 토크쇼에서 고백했다.
그런 사장 놈이 보낼 경고는 뻔했다.
건들면 골로 보내겠다는 협박질이다.
“두려우세요?”
“아, 아닙니다.”
황 대표가 당황했다.
사실 두렵지 않으면 그게 이상한 일이다.
아무리 회사 대표라지만 어둠 속의 주먹은 위험했다.
더욱이 연예계에서 살아왔던 황 대표라 더 잘 알고 있다.
“쫄지 마세요. 경호원들 확실하게 파견해 주겠습니다. 그리고 삼우 법무법인도 회사와 연이 있습니다. 걱정 마세요.”
힘을 줬다.
내 사람은 곧 나와 같다.
황 대표가 협박을 당한다면 가만 두지 않을 것이다.
“이사님…….”
다 알고 있다는 말투에 황연태가 뜨겁게 날 봤다.
답은 안 봐도 뻔했다.
“들어오라고 하세요.”
황 대표가 문밖을 향해 말했다.
딸깍.
문이 열렸다.
그녀를 기다렸다.
그리고 급하게 들어서는 여배우 강예서.
“황 실장님!”
이미 눈물을 뚝뚝 흘리고 있던 그녀가 달려왔다.
그리고…….
덥석 나에게 안겼다.
“흐으으으윽. 흐으윽.”
내 품에 안겨 서럽게 우는 그녀.
나도 모르게 미래에 팬이었던 그녀의 어깨를 가볍게 안아주었다.
하아. 젠장.
이 순간이 너무 좋다.
# 128
회귀의 전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