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gend of the Regression RAW novel - Chapter 1285
1305장. 조상님들의 선물
“한국으로 돌아갔다고?”
“그렇습니다. 대인.”
“러시아에서 몇 달 동안 도대체 무슨 짓을 한 거야?”
“……사냥하며 휴가를 보낸 것 같습니다.”
“사냥? 세상에서 제일 바쁜 그놈이? 위성 촬영도 안 되고 요원들을 보낼 수도 없으니…… 하아.”
리장창이 한숨을 길게 내쉬었다.
장태산에 대해 한동안 관심을 끊고 지냈다.
휴전기간 동안 중국 내부를 정리하느라 자신의 일정이 바쁘기도 했다.
중요한 시기를 보냈다.
발톱을 숨기고 몸을 낮추어야 했던 때가 지났다.
거친 늑대 전술로 중국을 얕보던 자들을 순차적으로 손보기 시작했다.
강력한 중화민족의 면모를 적절히 보여주며 기세를 몰았다.
글로벌 기업들에서 금기시하는 치졸한 경제 보복을 거침없이 저질렀다.
일본과 대만, 인도를 상대로는 강력한 무력 대결도 서슴없이 벌였다.
축적했던 중국의 역량을 만방에 과시하는 계기를 마련한 셈이다.
퇴임이 임박한 오바마는 침묵을 고수했다.
지금 시점에서 중국을 상대하기에는 힘에 부칠 터였다.
시진핑을 비롯해 천지회는 100년 전 당했던 모멸과 치욕을 서방에 되갚아 주느라 바빴다.
세계 각국이 중화민족의 무서움을 조금씩 피부로 느끼기 시작했다.
미국처럼 문명국가로 그럴싸하게 겉포장하며 얌전은 떨지 않았다.
날카로운 이빨을 드러내며 사정없이 짖고 물어뜯었다.
어디로 튈지 모를 중국의 반응이 두려워 각국 정치가들은 알아서 입을 다물었다.
중국은 그 어느 때보다 국력을 자랑하며 만족하고 있다.
경제는 더할 나위 없이 견고해졌고 인민들의 삶 역시 눈에 띄게 향상되고 개선됐다.
15억이 넘는 인구가 모두 만족할 수는 없지만 과거처럼 굶어 죽는 자들은 더 이상 없었다.
사정이 이러함에도 리장창은 뭔가 찝찝했다.
늘 마음 한구석에 자리잡고 있던 장태산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었다.
그의 활동 영역은 물론 일상을 알고 싶은 마음이 컸지만 도저히 방법이 없었다.
러시아 측으로부터 제대로 경고를 먹었다.
차르는 러시아 땅에서 한 번만 더 장태산을 공격하면 국교 단절을 각오하라고 엄포를 놓았다.
상황이 이렇게 되다 보니 리장창은 속으로 끙끙 앓을 수밖에 없었다.
딸과 그 가족을 위험에서 구해준 장태산이었다.
그 일만큼은 정말 고마웠다.
클라라는 분명 리장창의 아픈 손가락이었다.
중국몽을 위해 딸은 자신의 사랑을 포기하고 개인의 삶을 희생했다.
그렇게 꾸린 클라라와 그 가족을 목숨을 걸고 구해준 장태산이다.
실로 그 은혜는 고마웠지만 그는 부정할 수 없는 중국의 적이었다.
“힘이 부족했습니다.”
제갈유량이 면목 없다는 듯 나직한 목소리로 고개를 숙였다.
“아니야. 장태산 그놈은 상상을 뛰어넘는 괴물이야. 쉽게 잡을 수 없어.”
그동안 시도했던 모든 공격을 막아낸 인물이다.
도리어 장태산 측으로부터 생명의 위협을 당했을 정도다.
그것도 홍콩 자신의 집에서 말이다.
휴전 협정이 없었다면 북경 비밀 안가에서 지내야 했을 만큼 리장창은 장태산에게 두려움을 느꼈다.
“과거와는 다릅니다.”
제갈유량의 목소리에 힘이 실렸다.
그동안 천지회가 전혀 활동을 하지 않은 게 아니었다.
중국 내의 권력을 완벽하게 휘어잡자 그 힘이 몇 배로 커졌다.
“방법이 있다고?”
“놈은 바쁩니다. 주인 없는 영공에서 자가용 비행기쯤이야……. 충분히 격추 가능합니다.”
실언이 아니다.
마음만 먹는다면 지금 중국 군사 전략을 이용해 자가용 비행기 하나 격추하는 건 일도 아니다.
“아직은 아니야. 그리고 굳이 우리 선에서 할 필요 없어.”
리장창도 생각해 놓은 바가 없지 않았다.
장태산의 이동 경로만 파악하면 미사일을 날려줄 국가는 여러 곳 있었다.
훈련 중 오발사라는 그럴싸한 핑계로 덮어지는 일이 지금도 버젓이 자행되고 있는 비행기 테러.
“그건 그렇고……. 조근영이 드디어 내려올 거라고?”
“정보부 판단에 의하면 길어야 한 달이라는 결론이 도출됐습니다.”
“……한국인들이 대단하긴 해. 자신들이 뽑은 대통령을 평화시위로 쫓아내기도 하니 말이야…….”
리장창은 씁쓸한 칭찬의 멘트를 날렸다.
선출직인 일국의 지도자를 축출하는 문제는 간단하지 않다.
성숙한 수준의 정치 체계를 소유한 대통령제 민주국가에서 수장을 하야시키는 건 더욱 쉬운 일이 아니다.
내각제와 달리 정권 안정성이 보장된다.
그럼에도 한국에서는 국민들이 촛불을 들고 사이비에 빠져 있던 대통령을 몰아내기 위해 힘을 쏟고 있다.
처음 그 움직임이 시작될 때만 해도 불가능할 거라 생각했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았다.
그들의 움직임은 위험성도 동반하고 있다.
“불똥이 튈 수도 있으니 인터넷 살피면서 불순한 책동은 과감하게 처리해.”
“넵! 대인!”
중국 지도부를 불편하게 바라보는 불순분자들이 중국 내에도 존재했다.
특히 엘리트 지식인들은 시진핑의 과도한 권력 집중에 견제 의사를 내비쳤다.
과거의 집단 체제에서 서서히 벗어나기 위해 움직이고 있는 시진핑.
그 일을 두고 상해방은 물론 여러 집단에서 불만을 드러내고 있었다.
이럴 때 자칫 불씨 하나만 잘못 던져져도 사건은 걷잡을 수 없이 확대될 게 빤했다.
“……그리고 한국보다는 미국에 집중해. 트럼프…… 그놈은 어디로 튈지 모르는 화약고 같은 놈이니까.”
미국의 대선 승자가 결정 났다.
봄만 해도 누구도 예견치 못했던 트럼프의 대승이었다.
전국 투표율에서는 뒤졌지만 선거 인단에서 압승을 거뒀다.
중국의 미래와 직결된 미국 대통령 선거의 결과였다.
시끄러운 이웃집 강아지 수준의 한국과 수준이 달랐다.
중국 쪽으로 부정적인 외교적 힘이 집중됐다.
트럼프가 중국을 적으로 선포하고 선거 내내 어필했다.
앞으로 시작될 불 보듯 빤한 껄끄러운 미국과의 관계.
리장창과 천지회는 암암리에 긴장하고 있었다.
‘장태산……. 네놈이 이번에는 미친개를 어떻게 요리하는지 지켜보마.’
내심 리장창은 기대하고 있었다.
오바마와 완전히 결이 다른 똘아이 트럼프와 장태산과의 관계.
두 사람의 사이가 결코 좋은 결말로 끝나지 않을 것이라 확신했다.
트럼프는 생각보다 더 욕심 많고 더러운 똥덩어리였다.
***
보글보글.
큼지막한 냄비 뚜껑이 들썩거렸다.
주인에게 특별히 부탁했다.
– 냄새가 기가 막힙니다!
냄새도 맡아져?
– 물론입니다! 비록 가죽에 갇혔지만 오감은 살아있습니다.
그게 가능해?
정말 신기해서 물었다.
– 저 드래곤입니다! 그것도 고룡급!
그러니까 말이야.
세상에 누가 믿겠어.
고룡급 레드 드래곤이 가죽 갑옷에 갇혀 인간에게 하대당하고 있다는 사실을 말이야.
– ……나이가 무슨 상관입니까. 깨달음이 많으면 인생 선배죠. 하하하.
샨트리아의 웃음이 무척 가식적으로 들린다.
이제는 어쩔 수 없이 내 몸에 기생하며 살아야 하는 샨트리아.
생존하는 법을 늦게 깨달았다.
드래곤이었다면 감히 내가 이렇게 입을 놀릴 수 없었을 것이다.
보는 순간 위압감에 심장마비로 요단강을 건넜을 테니까 말이다.
– 자랑 같지만…… 저를 보고 지금껏 인간과 오크를 비롯해 14755개의 생명체가 숨이 멎어서 죽었습니다.
자랑 맞다.
사실 가끔 샨트리아에게 반말을 하다가 움찔할 때가 있다.
내 몸에 부착된 강력한 생명체.
이렇게 대화하고 있다는 게 신기했다.
– 저도 제 팔자가 이렇게 기구하게 바뀔 줄 어찌 알았겠습니까.
팔자라는 말도 알아?
– 여기 안주인이 조금 전에 그러던데요. 자기 팔자가 기구해서 산골에서 닭이나 잡는다고 말입니다.
샨트리아는 귀도 밝다.
– 그런데 진짜 냄새 좋습니다. 제법 실한 마나가 냄비 안에서 끓고 있습니다.
아공간을 열었다.
병원에서 퇴원한 지 얼마 안 된 손님을 접대하는 자리다.
보약을 먹여야 한다.
앞으로 무지한 이들로 인해 5년 동안 생고생할 운명이 안타까워서 대접한다.
청와대 주인 자리는 아무리 잘해도 욕먹는 자리라지만 엄연히 격이 다르다.
인간이란 존재가 모든 점에서 완벽할 수는 없다.
대통령이 천지개벽을 주관하는 자도 아니고 하물며 천재는 더더욱 아니다.
그래도 김현재 대통령은 국민들을 상대로 성심성의를 다했다.
높은 자리에 올라도 겸손했고 입에 걸레를 물고 덤비는 자들도 인간적으로 대했다.
조금만 세상을 보는 눈이 뜨여 있다면 진실한 사람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그럼에도 그 눈을 감고 욕하던 자들.
자신들의 시커먼 눈으로 상대를 재단하고 평가했다.
그들이 던질 악의에 찬 비방이 반복될 것을 생각하니 다시 그때의 일들이 눈에 선하다.
언젠가 죽으면 받게 될 천벌을 두려워해야 할 것이다.
진실을 보지 못한 그들의 미래와 후손들이 잘된다면 그게 더 이상한 일이다.
선한 자는 하늘의 신들과 이 땅에서 함께 살다간 조상들이 보호하는 법이다.
– 왔습니다. 두 명이군요. 발걸음이 가벼운 걸로 보아 기분은 좋아 보입니다.
슈퍼 AI 로봇을 곁에 둔 기분이다.
샨트리아가 손님들의 기분 상태까지 알아챘다.
똑똑.
노크 소리가 들렸다.
“들어오십시오.”
드르륵.
방갈로의 두툼한 중문이 열렸다.
그리고 들어서는 두 남자.
“대표님 어서 오십시오.”
자리에서 일어나 고개를 숙였다.
“제가 조금 늦었습니다. 하하.”
가벼운 미소를 보이며 들어서는 남자.
“앞에 사고가 나서 길이 막혔습니다.”
양우석 의원이 설명을 덧붙였다.
“괜찮습니다. 앉으십시오. 저도 도착한 지 얼마 안 됐습니다.”
김현재 대표에게 상석을 권했다.
“장 회장님이 앉으십시오.”
“장유유서의 법도는 사람 사는 데 필수인 예의입니다.”
고리타분한 인간은 아니지만 인생 선배들에 대한 기본 예의를 지키자는 주의다.
인사 잘하고 예의 잘 지켜서 나쁠 건 없다.
“감사합니다.”
미소를 띠며 김현재 대표가 안쪽에 자리를 잡았다.
“의원님도 앉으십시오.”
양우석 의원에게도 상석을 권했다.
따라 빙긋 웃으며 권한 자리에 앉는 양우석 의원.
“그건 그렇고 냄새가 기가 막힙니다.”
방갈로에 퍼져 있는 냄새에 양우석 의원이 코를 벌름거렸다.
“푹 삶아진 것 같습니다.”
자리에 앉아 뚜껑을 열었다.
“이, 이게 뭡니까?”
양우석 의원이 큼지막한 토종닭 위로 살포시 포개져 있는 덩어리를 보며 물었다.
“삼입니다.”
“인삼요? 딱 봐도 6년근 같습니다.”
양우석 의원이 아는 체를 했다.
“6년근 아닙니다.”
“아니라고요? 하하. 인삼 재배 기술이 많이 좋아졌나 봅니다. 5년근도 이렇게 실하다니!”
양우석 의원이 멋쩍게 웃는다.
“뇌두가…… 다른 것 같은데…….”
김현재 대표가 삼을 살피며 말을 흐렸다.
“……그렇네요. 뇌두 마디가…… 헛!”
뇌두를 살피다 크게 놀라는 양우석 의원.
“산삼입니다.”
“사, 산삼요???”
“최소 200년 이상은 됐을 겁니다.”
“!!!”
김현재 대표와 양우석 의원의 눈이 튀어나올 듯 부릅떠졌다.
말로만 듣던 200년 산삼.
사실 200년이 아니라 500년 묵은 놈이다.
알면 까무러칠까 봐 연수를 좀 줄였다.
“한 뿌리씩 드십시오.”
큼지막한 삼이 무려 세 뿌리다.
산삼을 머금은 토종닭 국물이 보기에도 꽤 진했다.
넓은 대접에 국자로 삼과 다리를 떠 담아 김현재 대표 앞에 놓았다.
“아니 이렇게 귀한 걸 제가 먹어도 될지…….”
김현재 대표가 두 손으로 그릇을 공손하게 받았다.
“조상님들이 주신 선물입니다.”
“조상님들요?”
“앞으로 다가올 5년……. 남산 위의 장송처럼 꿋꿋하게 버텨 달라고 하십니다.”
“!!!”
회귀의 전설 3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