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gend of the Regression RAW novel - Chapter 129
128장. M.T.S에서 (4)
“흐으으윽……. 흑.”
뭐가 이토록 서글플까.
품에 아담하게 안겨 우는 강예서의 슬픔이 가슴을 촉촉하게 적셨다.
슬픔 가득한 여인이지만 사심 가득한 마음으로 이 순간을 즐겼다.
다시 안 올 인생의 행운.
회귀하기 참 잘했다.
“저, 저 예서야.”
황 대표가 조심스럽게 강예서를 불렀다.
뚝.
가슴에 안겨 있던 강예서가 거짓말처럼 눈물을 그쳤다.
그리고 살포시 고개를 들었다.
나와 눈이 마주쳤다.
“엄맛!”
깜짝 놀란 강예서.
아직도 내 팔은 그녀의 등을 안고 있다.
이럴 때 당황하면 안 된다.
부드럽게 웃었다.
“다 울었어요?”
친절하게 물었다.
“네…….”
강예서는 홍당무가 되어 살며시 품에서 벗어났다.
아……. 가득 밀려오는 아쉬움.
내가 좋아했던 여배우의 리즈시절은 정말 예뻤다.
잡티 하나 없는 피부와 동그란 눈동자.
“누구세요?”
그녀가 나에 대해 물었다.
“예서야. 우리 회사 이사님이다.”
“네? 이사님이요?”
강예서가 나를 한 번 더 봤다.
울다 멈춘 그녀의 눈동자는 촉촉했다.
그 눈동자에는 의문이 가득 담겼다.
“정식으로 인사드리겠습니다. M.T.S 엔터테인먼트 이사 장태산이라고 합니다.”
손을 내밀어 악수를 청했다.
“……. 강예서라고 해요.”
그녀의 손을 잡았다.
예상대로 너무나 부드러웠다.
군대 사단 위문공연에서 봤던 걸그룹보다 더 마음을 흔들었다.
특히 아름다운 미녀의 눈물은 버프를 제대로 발휘했다.
“예서야, 무슨 일이야?”
황 대표가 알면서 물었다.
“죄송해요. 실장님. 그래도 의지할 분이 실장님밖에 없었어요.”
강예서는 황 실장에게 꾸벅 고개를 숙였다.
급박한 와중에도 예의를 차리는 그녀 모습이 아름다웠다.
회귀 전에 내가 봤던 그녀의 인성은 거짓이 아니었다.
아름답지만 도도하지 않았다.
고개를 숙일 줄 아는 여자다.
하나를 보면 둘은 짐작 가능했다.
“앉아서 얘기하죠. 황 대표님, 좀 늦어도 되죠?”
“괜찮습니다.”
모두 사무실 소파에 앉았다.
딱딱한 느낌이 제대로 된 가죽 소파다.
“저…….”
강예서는 말을 꺼내기 전에 내 눈치를 봤다.
민감한 내용이라 입을 열기가 거북한 듯했다.
“여기 있는 장 이사님은 나와 분신 같은 분이다. 편하게 말해도 돼.”
“흐윽…….”
그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강예서가 참았던 눈물을 다시 터트렸다.
“얘기를 들어야 도와줄 수 있습니다.”
“우리 대표님이……. 내일 화보 찍으러 발리에 가라고 스케줄을 잡았어요.”
“화보? 그게 무슨 문제인데?”
“알아 봤더니 매니저도 없이 단독으로 가라는 거예요.”
“발리에 단독으로?”
황 대표가 의문을 표했다.
“내가 이상해서 싫다고 했더니 좋은 말할 때 가라고…….”
“왜?”
“엄청난 분께 스폰이 약속되었다고. 어기면……. 묻어버린다고……. 흐윽……. 실장님, 저 이제 어떡해요.”
입술을 깨물며 강예서가 황 대표에게 물었다.
얼마나 다급하면 타 회사 주인인 황 대표에게 찾아왔을까.
연예계가 욕망이 불처럼 타오르는 아사리판이라지만 직접 확인하니 정도가 더한 것 같다.
과거 비디오 같은 걸로 협박당한 여배우들이 한둘이 아니다.
치졸한 짓거리.
그 대가로 평생 상처를 안고 가는 건 배우들 몫이다.
“예서야……. 휴우.”
황 대표는 내가 힘을 실어줬지만 쉽게 말문을 열지 못했다.
“강예서 씨.”
뚝뚝 맑은 눈물을 흘리는 강예서를 불렀다.
“네……. 이사님.”
그녀가 나를 똑바로 봤다.
인기가 절정일 때도 눈빛은 슬픔으로 가득 찼던 강예서.
그녀에게 기회를 주고 싶었다.
“어떻게 해드릴까요?”
“네?”
“진심으로 루어 대표에게서 벗어나고 싶으십니까?”
어설픈 동정심만으로 움직이지 않았다.
확인이 필요했다.
“네!!! 저 좀 살려주세요. 이사님. 전……. 정말 싫어요.”
꿈도 소중하지만 자신의 자존감도 강한 그녀다.
처음 만난 나에게 살려달라는 그녀의 외침은 간절했다.
진실함이 절절하게 느껴졌다.
“도와드리겠습니다.”
“!!!”
강예서가 큰 눈으로 날 봤다.
그녀도 이 바닥이 어떤지 알고 있기에 확언에 가까운 내 말이 믿기지 않는 것 같다.
“저 믿을 수 있습니까?”
가만히 날 보던 강예서.
그녀의 눈을 피하지 않았다.
끄덕.
강예서는 잠시 후 고개를 조심스럽게 끄덕였다.
계산 끝!
“부모님은 미국에 계시죠?”
“네? 네…….”
팬이었던 만큼 그녀에 대해 모르는 거 빼고 다 안다.
어릴 적 부모님과 이민을 갔지만 배우가 되고 싶어 한국 대학교를 다녔던 강예서다.
“집은 회사에서 구해줬습니까?”
“네. 회사 숙소예요.”
“짐은 직원들 보내서 찾아오면 되겠네요.”
한 번 마음먹은 일이다.
핸드폰을 들었다.
그리고 단축키를 눌렀다.
“무슨 일이십니까. 대표님.”
한진웅 대표의 굵은 목소리가 들렸다.
“한 실장님. M.T.S로 신변 보호 경호원들 부탁합니다. 대상은 여성분이니 남녀 경호원 각 두 명씩 보내주시면 될 것 같습니다.”
“알겠습니다. 바로 조치하겠습니다.”
“수고하세요.”
전화를 끊었다.
“혹시 증거자료 가지고 있어요?”
강예서가 바보가 아니라면 무작정 찾아오지 않았을 것이다.
“해, 핸드폰에 녹음이 되어 있어요.”
“알았습니다.”
다시 전화 단축키를 눌렀다.
“장 대표. 무슨 일 있어?”
“변호사님, 소송 하나 부탁드립니다.”
“무슨 소송?”
“사장에게 스폰 협박당하는 여배우 전속계약 해지 소송입니다.”
“그래? 알았어. 로펌 연예계 전문 변호사 준비할게.”
“입이 무거운 변호사님, M.T.S로 바로 보내주십시오.”
“오케이!”
두 번째 통화도 끝났다.
“황 대표님. 여기 보안은 철저하죠?”
“물론입니다. 경호원들 8명이나 파견되어 있습니다.”
“들으셨죠. 강예서 씨. 이곳은 안전합니다. 그리고 제 회사 건물에 숙소가 있습니다. 당분간 그곳에서 지내면 될 것 같습니다. 경호업체 본사가 그곳에 있어 경찰서 빼고 가장 안전합니다.”
엄청나게 빠른 일처리에 강예서는 정신을 못 차렸다.
“완벽하게 처리될 겁니다.”
강예서 눈동자에 생기가 맴돌았다.
“……. 이사님을 믿겠습니다.”
뜨겁게 답하는 강예서.
그녀의 눈동자 속에 내가 가득하게 담기는 게 보였다.
– 카르마 포인트를 획득하셨습니다.
그리고 하늘은 확실히 계산서를 발행해줬다.
* * *
“잘 하고 있겠지?”
친구가 테스트를 받기 위해 2층으로 올라갔다.
강고은은 홀로 남아 실내를 구경했다.
강고은은 가수를 지망하는 친구를 따라 M.T.S 엔터테인먼트에 구경을 왔다.
요즘 핫하게 뜨고 있는 연예 기획사다.
연습생들에게 사대보험을 들어준다는 소문이 파다했다.
밥도 주고 숙소도 깨끗하게 관리해준다는 말이 돌았다.
이번 연습생 모집에 참가한 지원자들에게 차비와 일당으로 20만 원씩 지불하기로 했다.
믿음이 가는 기획사다.
그래서 친구도 도전했다.
학교에서 얼짱으로 소문난 친구는 노래도 잘 불렀다.
그런 친구가 기획사에 같이 동행하자는 제안을 했다.
강고은은 친구의 부탁을 거절하지 못했다.
성격이 착하고 의리 넘치기로 학교에 소문났다.
결정적으로 M.T.S가 궁금하기도 했다.
“기획사가 정말 크네. 후우…….”
강고은은 한숨을 내쉬었다.
친구들에게 말한 적은 없지만 강고은도 꿈이 배우였다.
외모가 그렇게 수려하지 않았지만 똘망지다는 소리를 많이 들었다.
하지만 아무에게도 꿈을 말하지 않았다.
부모님은 조용히 대학교에 진학하기를 원했다.
꿈과 부모님의 바람 사이에서 아직 갈피를 잡지 못했다.
용기가 없었다.
예쁘고 깜찍한 애들이나 연예인 하는 거라 생각했다.
“아침에 그 남자도 소속사 연습생인가? 흐힛. 정말 잘생겼던데.”
강고은은 아침에 뭇 사람들의 시선을 받았던 한 남자를 떠올리며 기분 좋게 웃었다.
길에서 흔히 볼 수 없는 훈남.
멋진 남자와 눈이 마주쳤을 때 강고은은 심장이 덜컥 내려앉는 기분을 맛봤다.
잘생겼을 뿐만 아니라 뭔지 모를 아우라가 풍겼다.
다시 한 번 보고 싶을 정도로 말이다.
“고은 양?”
갑자기 등 뒤에서 누군가 자신을 불렀다.
“네?”
“맞죠. 강고은 양?”
“맞는데요? 누구세요?”
“반가워요. 이 회사 기획팀 은진수 대리라고 해요.”
‘기획팀 대리?’
강고은은 갑작스러운 부름에 놀랐다.
자신의 이름을 아는 것도 이상했다.
“놀랐어요?”
“아, 아니 뭐…….”
“바쁘지 않죠? 그럼 나와 함께 우리 이사님 만나러 가실래요?”
“이사님요? 제가요?”
회사 이사가 갑자기 부르는 이유를 강고은은 알지 못했다.
“친구분 면접은 곧 끝날 거예요. 얘기해 놓을 테니까 걱정 말아요.”
“네에…….”
황당한 이사의 초청에 강고은은 어떻게 해야 할지 잘 몰랐다.
평판 좋은 회사지만 엄마가 연예 기획사들은 대부분 사기꾼에 파렴치한이라는 소리를 했다.
“안 잡아먹어요. 가요.”
눈웃음이 매력적인 은진수 대리의 손에 이끌려 강고은은 엘리베이터를 탔다.
엘리베이터 입구에 있던 남직원이 순순히 자리를 비켜줬다.
“회사 어때요? 솔직하게 느낀 대로 말해 봐요.”
“좋은 것 같아요. 깔끔하고……. 넷상에서 평도 좋아요. 믿음이 가는 곳이라고.”
“그렇죠? 이 회사 직원이나 소속 연예인들 모두 땡잡았다고 생각해요. 사장님은 외모와 달리 자상하고 친절해요. 노예계약도 없고 막 굴리지 않아요. 지저분한 사건은 아예 다른 세상 얘기죠. 그건 제가 보장해요.”
‘뭐지? 나에게 왜 그런 말을 하는 거야?’
강고은은 여직원 은진수 대리 설명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일반인인 자신에게 이렇게 자세하게 설명할 필요가 없었다.
띵.
엘리베이터 문이 열렸다.
“저기 이사님 방 보이죠?”
“네.”
“저도 오늘 처음 봤어요.”
“이사님을요?”
“네. 사장실보다 더 좋다고 소문이 파다했거든요. 그런데 오늘 방주인이 오셨어요. 그리고……. 완전 놀랐잖아요.”
“왜요?”
“흐흐. 직접 보시면 알게 될 거예요.”
수다를 떨다 보니 어느새 이사실 앞.
똑똑.
은진수 대리가 조심스럽게 노크를 했다.
“이사님, 기획팀 은진수 대리입니다.”
“들어와요.”
상당히 듣기 좋은 젊은 목소리가 안에서 들렸다.
“들어가요.”
은진수 대리가 문을 열었다.
얼떨결에 따라온 강고은.
열린 문으로 걸음을 내딛었다.
“어서 와요. 강고은 씨.”
친절함 가득한 목소리가 들렸다.
“안녕하세요. 강고은이라고……. 어!”
고개를 숙이고 인사하던 강고은은 깜짝 놀랐다.
오전에 로비에서 봤던 엄청나게 잘생겼던 그 남자.
그 남자가 활짝 웃으며 그녀를 보고 있었다.
그리고 미래에 도깨비를 홀리던 신부 강고은은 그 자리에서 영혼이 탈탈 털려버렸다.
# 129
회귀의 전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