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gend of the Regression RAW novel - Chapter 132
131장. 미친개를 건들지 말라
“이 대표. 능력이 고작 그것밖에 안 돼?”
“죄송합니다. 전무님.”
“됐네. 소속사 계집 하나 어쩌지 못하는 자네를 어떻게 믿어. 오늘 이후로 연락 말아. 자네 소속사 말고도 연락 오는 데 많아!”
수화기 너머 차가운 경고가 들렸다.
이광주는 입술을 깨물고 고개를 숙였다.
“전무님! 다시 한 번 기회를 주십시오. 요즘 핫하게 뜨고 있는 아름이를 보내드리겠습니다.”
“……. 아름이라면 유니크스 그 아름이?”
상대가 관심을 보였다.
“네. 그 아름이 맞습니다.”
“걔 바쁘지 않아?”
“전무님 접대에 어찌 한 치의 소홀함이 있겠습니까. 오늘 저녁 비행기로 보내드리겠습니다.”
“그래? 뭐 그럼 이번 한 번만 더 이 대표 믿어보기로 하지.”
“감사합니다! 전무님!”
“앞으로도 잘해. 이 대표.”
뚝 전화가 끊겼다.
“개새끼! 아우! X발!”
루어 엔터테인먼트 사장 이광주는 욕을 퍼부으며 핸드폰을 부서져라 움켜쥐었다.
광고를 담당하는 대기업 전무에게 상납하기에는 유니크스 아름이는 레벨이 높았다.
적어도 사장단 정도 돼야 손을 댈 수 있는 특급 상품이다.
그런데 소속사 물건 때문에 대타로 넣어야 했다.
하루만 굴려도 몇 천씩 들어오는 아이템이 소모됐다.
“최 이사. 그 앙큼한 것 어디 갔어? 찾았어?”
“찾았습니다.”
“그래? 어디에 있어? 친척? 그것도 아니면 친구?”
“그게…….”
루어 엔터테인먼트 이사 최상준이 말을 머뭇거렸다.
“뭐야? 설마 경찰서는 아니지?”
“M.T.S 황 대표가 데리고 있는 것 같습니다.”
“연태?”
“황연태 소속사에 간 것까지 확인이 됐습니다. 그 이후로 행적을 모르겠습니다.”
“연태 그 새끼가? 약 처먹지 않고서야 나한테 개겨? 뒤질라고?”
키는 작지만 악으로 깡으로 이 바닥에서 굴러먹은 이광주다.
20년 동안 이광주에게 상납받은 광고주, 언론인 정재계 인사가 광주리에 차고 넘쳤다.
그런 이유로 신문에 몇 번 크게 사건이 나고도 이 바닥에서 버텼다.
국회의원, 언론사 사주, 검사장급 인간, 하다못해 판사까지 그의 편이다.
결국 떠난 건 비밀을 폭로한 소속사 연예인이다.
더욱이 이광주에게는 형, 동생 하는 강남 조폭이 뒤에 있다.
잘못 걸리면 팔다리는 기본이고 조용히 사라질 수도 있었다.
그걸 알기에 누구도 이광주를 건들지 못했다.
법이 보호하지 못하는 사각지대가 이광주의 서식처였다.
“어떻게 하든 그 물건 잡아 와! 연태 그 새끼 조져서라도 데려와! 개새끼! 어디서 내 밥에 침을 발라!”
이광주는 눈이 돌아갔다.
피 같은 돈이 털렸다.
소속사 연예인들을 성 상품으로 보는 악독 포주가 바로 이광주다.
“바로 처리하겠습니다!”
대장의 명령이 떨어지자 최상준이 힘차게 답했다.
애들이라 함은 직원으로 위장한 조직원들을 말했다.
“황연태……. 넌 뒤졌어!”
이광주의 눈동자가 번들거렸다.
황연태가 줄을 잘 잡아 기획사 하나를 삼킨 건 잘 알려져 있다.
그러나 이광주 눈에는 아직 애로 보였다.
과거 자신 소속사에 있었던 놈이라 더욱더 얕봤다.
그 뒤에 누가 버티고 있는지 전혀 몰랐다.
* * *
“로비스트들을 더 포섭하고 인수한 업체들을 통해 선거자금을 풀로 투입하십시오.”
“보스, 지금 투입한 자금도 상당합니다.”
로버트가 다시 물었다.
“더 투자해야 될 것 같습니다. 50억 달러 한도 내에서 집행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
로버트가 놀라 말을 못 했다.
한화로 5조가 추가 투입이 결정됐다.
이 정도면 미국이라도 선거판을 쓸고도 남았다.
SNS가 아직 발달하기 전이라 광고나 여론전 효과가 제대로다.
슈퍼팩에 투자되는 자금과는 별개다.
“과감한 베팅이십니다!”
놀람도 잠시 로버트는 내 결정을 따라줬다.
“되도록 티 나지 않도록 뿌려주세요. 공화당 쪽에도 적당히 서비스로 푸십시오.”
로버트는 이제 완벽하게 미국 공화당과 민주당 두 곳에서 지지를 받을 것이다.
선거가 끝나고 다시 8년 뒤면 세상이 바뀐다.
미국도 정치인들이 권력을 탐하는 이유는 결국 돈이다.
세상에 돈 싫다는 인간은 별로 없다.
여기저기 구석구석 그들에게 뿌렸다.
남아도는 돈 뭐하겠는가.
세상 가장 큰 무력 국가에 안전벨트를 확실히 만들었다.
그리고 그 대가는 엄청났다.
내 대리인 로버트 몫으로 비서관이나 장관이 몇 개 배당될 것이다.
“알겠습니다. 바로 조치하겠습니다.”
어차피 선거 끝나면 누구도 터치하지 못한다.
미국도 정치판이 그렇게 깨끗하지 않았다.
합법적 로비스트라는 이름으로 검은돈이 수시로 오고 갔다.
더욱이 대통령 선거에서 승리한 자는 누구도 터치하지 못했다.
승리한 자가 모든 권력을 독점하는 승자독식 왕 게임판이다.
“보스, 무슨 일 있습니까?”
통화만으로도 로버트는 눈치를 챘다.
로버트에게는 말해도 됐다.
“한국 정부에서 내 뒷조사를 시작하고 있습니다.”
일요일 아침 일찍 조 변호사님에게 연락을 받았다.
금감원에서 나를 표적으로 뭔가 수작질을 벌이기 시작했다는 경고를 날렸다.
기다리고 있던 바다.
현찰만 몇 조 자산을 쥐고 있는 엄마와 내가 만만할 거다.
처음부터 시세 조정 같은 혐의를 씌울 수 없게 투자했다.
동시에 법이 허락하는 합법적 투자만 진행시켰다.
아무리 털어도 먼지만 난다.
그래도 정권이 마음만 먹으면 여러 가지 이유로 날 괴롭힐 수 있다.
안 쫀다.
안아가 바쁘지만 뒤로 손을 썼을 수도 있다.
대비는 충분했다.
이런 까닭에 대형 로펌을 인수한 거다.
한국대 선후배로 얽힌 대한민국 정재계에 대형 로펌은 퇴직 후 들어가야 할 탐스러운 일자리다.
조 변호사님은 충분히 자기 역할을 해냈다.
올 여름휴가도 확실히 보내줘야 할 것 같다.
“한국 정부에 경고를 보낼까요?”
로버트가 가진 파워가 상당할 건 확실했다.
미국에 커다란 약점을 잡히고 시작하는 신정부다.
몇 마디면 꼬리를 내릴 거다.
하지만 아직은 때가 아니다.
“됐습니다. 이번 일은 제 손에서 처리해보고 싶습니다.”
누군지 몰라도 날 잘못 건드렸다.
이렇게 공격을 받고도 성인군자처럼 대할 내가 아니다.
그냥 물어뜯어 갈가리 찢어버릴 생각이다.
미친개는 개장수도 안 잡아간다.
준비는 얼추 끝났다.
이럴 줄 알고 요즘 빠르게 한국에서 획득한 판돈을 투자 법인 자금으로 정리해 나갔다.
로버트를 통해 해외 투자회사들과 한국에서 설립한 투자회사들을 지분으로 섞었다.
얼마 후면 FTA가 공식 발표된다.
투자자 정부 제소라는 아주 훌륭한 무기를 얻을 수 있다.
내 돈에 조금이라도 욕심내면 그때 소송 천국 미국에서 아주 핫하게 괴롭혀 줄 것이다.
재벌만 순환출자하는 거 아니다.
사모펀드계의 순환출자를 나도 만들었다.
지분이 얽히고설켜 복잡했다.
도박판 같은 사모펀드들이 모두 다 내 것이라 가능했다.
철저하게 내 흔적을 지워갔다.
그리고 남아 있던 자본금 상당수를 폭락하는 주식에 밀어 넣었다.
누가 봐도 손해나는 짓이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 몇 배 이상으로 폭등하는 장기주다.
이제 한국에서 더 이상 내 계좌나 어머니 계좌로 부를 축적할 생각이 없다.
적당하게 공시의무 없는 수준으로 대기업 지분 1, 2프로만 품었다.
“언제든 필요하면 말씀만 하십시오. 보스.”
로버트를 만난 건 엄청난 행운이다.
그가 있어 등이 든든했다.
“비자 잘 받았습니다. 고마워요. 로버트.”
“별말씀을 다 하십니다.”
대사관 면접을 안 보고도 미국 비자를 획득했다.
엄청난 특혜다.
투자 비자 쪽으로 로버트가 서류를 전부 준비했다.
그리고 조용히 비자가 나왔다.
기한은 10년짜리다.
아직 비자 면제 프로그램이 진행되지 않아 비자 발급은 까다로웠다.
로버트는 소리 없이 강자가 됐다.
내가 지시한 투자기법으로 승승장구했다.
“비자가 나오니 미국에 가보고 싶습니다.”
“지시하신 자가용 비행기를 구매할 예정입니다.”
“상태 괜찮습니까?”
“공장에서 막 완성된 신형입니다. 러시아 재벌이 구입하려다 포기한 기체입니다. 내부 장식이 완전 미쳤습니다. 기종은 747-430입니다.”
나도 아는 기체다.
지난 생에 인터넷에 소문이 파다했던 러시아 재벌 자가용 비행기다.
그게 내 소유가 될 것 같다.
“봄바디어 BD-700 매물도 같이 나왔습니다. 동시에 구매하시겠습니까? 가격은 기체 값에 살짝 더 얹어주면 될 것 같습니다.”
세계적 경제 위기에 부자들이 발을 빼고 있다.
더할 나위 없는 굿 쇼핑의 기회다.
“로버트, 이왕이면 봄바디어 시리즈로 한 대 더 구매하십시오. 그건 로버트 전용기입니다.”
“감사합니다. 보스.”
로버트는 깔끔하게 고맙다 전했다.
그 휘하에 있는 사모펀드나 투자회사에서 벌어들이는 수익이 장난 아니다.
이제 회장 소리 들어도 됐다.
다만 회장 위에 왕회장인 내가 있을 뿐이다.
“시간이 얼마 정도 걸릴까요?”
“계약 체결하고 등록까지 마치면 보름 정도면 될 것 같습니다. 시험 비행까지 마쳐 공정은 끝난 상태입니다.”
“빨리 타보고 싶습니다.”
“그럼 개인 비행장이 딸려 있는 저택도 구매하시겠습니까? 대형기는 대형공항 격납고에 수납하더라도 봄바디어 정도는 이착륙할 수 있는 저택들이 많습니다.”
‘있습니다’도 아니고 ‘많습니다’란다.
“미국에 개인 비행장이 많은가 봅니다.”
“전국에 약 12,000개 이상의 비행장이 있습니다.
“!!!”
젠장 이건 진짜 넘사벽이다.
아메리칸 스케일은 역시 달랐다.
“동부와 서부 양쪽과 경치 좋은 곳들로 부탁합니다.”
나 돈 많다.
지르면 그만이다.
비행장 딸린 별장 몇 개 더 있다고 돈이 사라지지 않는다.
“알겠습니다. 바로 조치하겠습니다.”
기분이 설렜다.
아무리 내가 하루에 천억 단위 이상으로 돈을 쓸어 담지만 마음은 아직 평범한 30대다.
가지고 노는 장난감 규모가 좀 더 커졌다.
슈퍼 리치들의 컬렉션을 아직 몇 개 채우지 못했다.
이제부터 하나씩 모아도 늦지 않았다.
누가 뭐래도 난 무척 젊다.
“그리고 보스께서 지시하신 그룹 주식은 목표치에 접근했습니다.”
“그래요?”
“안아 그룹 계열사 중에 방산 보호 대상 기업이 있어 인수가 복잡할 수도 있습니다.”
“걱정 안 해도 됩니다. 차질 없이 진행하십시오.”
“알겠습니다.”
외국계 기업에 인수당한다면 여러 가지 복잡할 일이 많았다.
지난 IMF 사모펀드들로 인해 국민들이 외국계 투자라면 학을 뗐다.
하지만 방법이 전혀 없는 건 아니다.
세상에 우회적인 방법은 널리고 널렸다.
대기업들이 하던 짓거리.
그대로 돌려주면 그만이다.
“올 때 양손 무겁게 오라고 했지?”
면접 때문에 바쁘고 강예서 일로 FOB를 만나지 못했다.
서련이가 토라진 척하며 빨리 와서 신곡과 안무 동작을 봐달라고 했다.
연습생도 아닌데 FOB는 일요일도 반납하고 열정을 불태웠다.
강예서 일로 황 대표를 만날 일도 있다.
루어와는 최대한 조용하게 처리하고 싶었다.
괜히 시끄럽게 만들어봐야 강예서만 흠집이 잡힌다.
완전 개쓰레기라도 이 사회 최상부에 꼬리를 팍 꽂고 있는 이광주다.
아직은 때가 아니다.
“날씨 좋다!”
아무도 없는 사무실 창밖으로 보이는 서울 전경은 눈을 시원하게 만들었다.
강남에서 이런 녹지가 보이는 사무실은 여기밖에 없다.
풍수명당답게 기운도 남달랐다.
기가 모이는 곳이기에 수련을 해도 효과가 좋았다.
지수화풍의 기운이 뛰어놀았다.
커피를 내렸다.
유세라 팀장은 주말이라 오늘 쉬었다.
“온시은……. 그렇게 슈퍼컴퓨터가 좋아? 흐흐.”
어제 데이트가 생각났다.
요즘 만났던 여자들 중에 키가 가장 아담했다.
품에 안기며 당황스러워하던 그녀 모습은 잡아놓은 토끼 같았다.
콩닥거리는 심장 소리.
달콤한 향을 풍기는 그녀의 떨리는 숨.
곁눈으로 보았던 새하얀 다리는 운전하는 내내 신경 쓰였다.
걸그룹도 부럽지 않은 외모 스펙이다.
한국대에 의외로 숨은 미녀들이 많다.
온시은은 그중에 공대 얼짱 정도 됐다.
“몸매는 왜 그렇게 착해?”
슈퍼컴퓨터라는 말에 반항을 멈추던 그녀의 모습은 웃음이 절로 나게 만들었다.
품에 안겨 파닥거리는 온시은은 매력녀였다.
기세 좋게 첫 만남에서 내 커피를 빼앗아 마셨던 용자는 없었다.
조용한 분위기 좋은 레스토랑에서 소 썰고 커피까지 마셨다.
첫인상은 왈가닥 같았는데 의외로 조용했다.
그렇게 데이트는 끝났다.
요즘 대면하기 힘든 노바 형님이나 화선이 삼촌의 기운의 영향을 받았다면 큰일이 발생할 수도 있었다.
서울 근교에 왜 그렇게 쉬었다(?) 가는 곳들이 많은지.
똑똑.
그때 사무실 문밖에서 노크 소리가 들렸다.
주말 낮에 찾아올 손님은 없다.
“저기요.”
밖에서 들려오는 여성의 조심스러운 목소리.
“강예서?”
# 132
회귀의 전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