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gend of the Regression RAW novel - Chapter 134
133장. 악당 (1)
“전부 비상 소집해!”
“네? 전부요? 무슨 일 있습니까?”
“보스의 명이다.”
“바로! 조치하겠습니다!”
“그래. 비상연락망 가동해서 싹 불러. 1급 진돗개라고 생각해.”
“옛썰!”
“시간은 1시간 준다.”
다다다닥.
A.T 씨큐리티 한진웅 대표의 말에 직원은 벌써 밖으로 뛰어나갔다.
보스라는 말에 얼굴에 긴장이 흘렀다.
“어디 전쟁하러 가는 건 아니지?”
회사에 남아 인력 충원과 배치 계획을 짜던 한진웅은 갑작스럽게 장태산 대표의 소집 명령을 받았다.
최대한 가용 인원들을 불러 달라 했다.
이런 일 처음이다.
평소 20층에 출근하면서도 A.T 씨큐리티에 전혀 간섭하지 않았다.
오히려 상상초월의 당근만 받았다.
직원들 결혼식에는 무조건 회사 측에서 축의금 1,000만 원 지급이다.
또 전세나 아파트 구입비 지원은 무이자 30년 분할상환이다.
월급이 많아 자잘한 돈 걱정은 없었다.
아이 출산 시 한 명당 1,000만 원을 일시불로 준다.
둘째는 2,000만 원이고 세 명부터는 3,000만 원이 보너스로 나왔다.
학자금도 무상 지원이었다.
대부분 노총각인 직원들이 환호성을 터트렸다.
위험한 직업임에도 혜택이 많으면 장가를 갈 수 있었다.
그 얼척없는 장태산 대표의 보너스 책정에 한진웅은 회사가 망할까 걱정됐다.
직원들 충성도는 측정 불가능했다.
고지식함의 연속인 군대를 제대한 후에 할 일이 별로 없었다.
세상과 동떨어진 상명하복에 익숙한 군인에게 모략이 난무하는 사회생활은 공포였다.
그러나 A.T 씨큐리티에 입사한 직원들은 엄청난 행운을 거머쥐었다.
요즘 같은 세상에 이런 직장 없었다.
특급 전쟁 용병도 반할 정도의 특혜 천국이다.
그래왔던 장태산 대표가 처음 급한 소집을 부탁했다.
군인이었던 한진웅은 대표 말에 바로 오케이 했다.
이유는 묻지 않았다.
망해가는 회사를 인수하고 직원들 고용 승계뿐만 아니라 신규 직원까지 최고 대우로 충원해 준 장태산 대표다.
목숨 하나 잃어도 아까울 게 없었다.
“누군지 몰라도 우리 보스 건들면…… 다 죽는다!”
조국에 바쳤던 충성심으로 이제는 보스를 운명으로 받아들인 한진웅.
검은 정장에 가죽 장갑을 꼈다.
뭔지 몰라도 누군가 보스의 심기를 건들인 게 확실했다.
한진웅은 누군지 모를 그놈을 타깃으로 잡았다.
“다들 오늘 보고 들은 건 머릿속에서 지우고 입 다물어. 이민 갈 것 아니면 말이다.”
“알겠습니다. 이사님.”
“준비는?”
“다 구비했습니다.”
“한 치의 소홀함도 없어야 한다. 우리 목숨 줄 잡고 있는 하느님 같은 투자자님이시다.”
“넵!”
삼우 로펌의 이사 조윤태는 군기를 바짝 잡았다.
로펌 대표는 따로 있었지만 삼우에서 조윤태가 대장이라는 걸 모두 안다.
조윤태는 장태산 대표로부터 연락을 받았다.
경호원들 보낼 테니 바로 차를 타고 오라는 말이었다.
집에서 쉬고 있었지만 조윤태는 투덜거리지 않고 회사로 바로 나왔다.
장태산 대표 목소리에 담겨 있는 은근한 분노에 일이 났음을 짐작했다.
“그리고 주먹 같은 거 휙휙 날아다녀도 쫄지 마. 내 옆에 있으려면 그 정도는 견뎌야 한다.”
“걱정 마십시오. 이사님!”
“전직 형사부 검사입니다. 그 정도에 안 쫍니다!”
로펌에 긴급하게 호출된 변호사 두 명은 모두 검사 후배들이다.
조윤태가 싹수가 된 녀석들을 삼우로 끌어들였다.
검찰 조직원들 중에서도 인간성이 괜찮은 검사들이었다.
끼이이익.
그때 삼우 로펌이 세 들어 사는 건물 정문에 검은색 대형 세단이 멈췄다.
“타십시오. 조 이사님.”
직원이 빠르게 내려 문을 열었다.
안면 있는 A.T 씨큐리티 직원이었다.
“고맙네.”
조윤태는 느긋하게 조수석 뒷자리 상석에 앉았다.
보조하는 변호사들은 조수석과 운전석 뒤에 자리 잡았다.
“장 대표님은?”
“지금 출발하실 시간입니다.”
“그럼 우리도 빨리 가도록 하지.”
“네, 출발하겠습니다.”
부우우우웅.
착석하자 세단은 미끄러지듯 빠르게 이동했다.
‘이광주 이 불쌍한 새끼. 너 태산이에게 잘못 걸렸어 임마. 흐흐.’
장태산의 과거를 유일하게 경험한 조윤태 변호사다.
태산은 지역 조폭을 고2 때 모조리 정리한 주먹과 계략의 천재였다.
한국대 법학과에 입학할 정도로 머리도 비상하다.
돈은 또 얼마나 많은지 국가에서 침 바르려고 벼르고 있다.
그런 장태산에게 찍힌 이광주.
조윤태는 차 안에서 조용히 그의 명복을 빌었다.
***
“온다고?”
보고를 받는 이광주 표정에 화색이 돌았다.
“네. 지금 회사로 오고 있다고 합니다.”
“미국으로 토끼는 거 아니지?”
“이모가 잡혀 있는데 도망 못 갑니다. 강예서 걔가 모진 성격이 아닙니다.”
“흐흐. 잘했어. 최 이사. 너 갈수록 마음에 든다.”
이광주가 흐뭇하게 웃었다.
“감사합니다.”
이사 최상준은 허리를 90도로 꺾었다.
여자를 납치했지만 두려워하지 않았다.
고소해봤자 조카 일로 잠시 상담하기 위해 회사에 모셨다고 하면 그만이다.
홀로 사는 중년 여인 하나 쥐도 새도 모르게 처리하는 건 일도 아니다.
“예서 그 계집에 이번에 단단히 교육 좀 시켜야겠어. 이게 날 핫바지로 봤어.”
이광주 눈에 독기가 가득 찼다.
“교육이라 하시면…….”
“광필이 형님에게 한 달 정도 보낼 거다. 갔다 오면 고분고분하게 말 잘 들을 거야. 흐흐흐흐흐.”
이광주는 음흉하게 웃었다.
“아!”
광필이 형님이라는 말에 최상준은 놀라 신음을 토했다.
전국구로 몇 년 전에 부상한 강남 하나회 회장 구광필.
야쿠자와 흑사회까지 연줄이 닿아 있다는 폭력조직의 보스다.
강남 일대 유흥업소 관리뿐만 아니라 마약, 건설, 사채시장까지 손을 안 뻗은 곳이 없었다.
돈 되는 일이라면 어떤 짓이라도 벌였다.
악독하기로는 대한민국에서 손가락에 들었다.
휘하 정 조직원만 300명이 넘었다.
그리고 구광필은 여자를 험하게 다루는 걸로 유명했다.
이광주도 그런 사실을 잘 알고 미운털 박힌 여배우들을 알아서 제공했다.
강예서 정도만 돼도 이광주는 구광필에게 내주지 않았다.
그런데 한 달이나 구광필에게 강예서를 넘긴다는 건 그녀의 몸과 정신을 만신창이로 만들겠다는 뜻이다.
다시 배우로 복귀 못할 수도 있었다.
“어차피 밑에 애들한테 한 번 경고를 보낼 때도 됐지. 정권이 바뀐 걸 새끼들이 몰라. 앞으로 쭉 우리 세상이다. 흐흐.”
타락한 보수 정권과 연줄이 많은 이광주는 배짱 좋게 미래를 설계했다.
그동안 진보정권 때문에 몸을 많이 사렸다.
개한테 던져줄 인권문제로 몇 번 이광주는 곤욕을 치렀다.
신문이나 방송에까지 언급되기도 했다.
“요즘 안 맞아서 그럽니다. 예전 같으면 각목으로 정신교육 단단히 시켰을 겁니다.”
최상준이 아부를 했다.
이광주의 경영 스타일은 조폭 같았다.
마음에 들면 타 소속사 배우들도 빼앗는 게 전문이다.
동시에 소속사 배우들에게는 황제처럼 군림했다.
“최 이사 너도 그렇게 생각하지? 지들 발굴해서 스타 만들어줬으면 됐지 얼마를 더 바라? 뒤로 돈이 얼마나 들어가는지도 모르는 새끼들이 돈독이 올랐어. 썅!”
2005년에도 PD들에게 승용차를 비롯해 돈을 집어줬다고 사회적 문제가 되기도 했다.
사회적으로 요란을 몇 번 떨었다.
그러나 결코 끝까지 처벌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아무리 잘해봐야 벌금형 정도에 그쳤다.
그만큼 연줄이 워낙 짱짱했다.
탁월한 기획자로서의 능력으로 바닥에서 승승장구했다.
본인이 직접 키운 대형 스타들이 열 명이 넘었다.
물론 계약 기간이 끝나면 다들 도망치기 바빴다.
이광주는 아쉬워하지 않았다.
단물 쏙쏙 빼먹은 후여서 미련이 없었다.
넘쳐나는 끼를 소유한 신인들이 도처에 널렸다.
신이 악마의 재능을 이광주에게 허락했다.
“데뷔만 시켜달라고 빌 때는 언제고 스타랍시고 어깨 세우는 것들은 모조리 아작내야 합니다.”
“그래. 최 이사 너도 그 마음 잃지 마라. 가만히 놔두면 머리끝까지 오르려는 놈들이 세상천지다.”
“넵! 대표님!”
이광주의 충고에 최상준은 진심으로 고마워했다.
후에 기획사를 차리면 이광주처럼 꼭 이 바닥을 해 먹으리라 다짐했다.
이광주 밑에서 아직도 배울 게 많았다.
삐이이이익!
그때 사무실 인터폰이 요란한 소리로 울렸다.
“뭐야?”
“대, 대표님! 큰일 났습니다!”
1층 경비실 직원의 당황한 목소리가 수화기에서 울렸다.
“무슨 일인데! 경찰이라도 왔어???”
이광주가 바짝 쫄았다.
워낙 저지른 비리가 많아 경찰부터 떠올랐다.
“아, 아닙니다.”
“그럼 뭔데!”
버럭 호통을 치는 이광주.
“습격 같습니다!”
“습격!!!”
이광주가 소파에서 스프링처럼 일어났다.
“모르겠습니다! 검정 정장 차림의 조직원들 수십 명이 건물을 포위하고 있습니다!”
직원이 당황하며 소리쳤다.
“포, 포위…….”
이광주는 입이 얼어붙었다.
특정 깡패들하고 친하게 지내다 보니 타 조직들의 표적이 될 수 있었다.
하지만 주말 대낮에 연예 기획사를 습격할 미친놈들이 쉽게 떠오르지 않았다.
“그런데 그들과 강예서 양이 함께 왔습니다.”
“뭐라고!”
강예서라는 말에 이광주의 안색이 퍼렇게 질렸다.
강예서가 생각보다 더 강력한 스폰을 잡은 게 분명했다.
얼굴이 반반하니 그 정도는 가능할 수도 있었다.
“어! 대, 대표님. 몇 명이 그대로 엘리베이터를 탔습니다!”
“막아! 야! 거기서 막아!”
“…….”
이광주의 말에 대답이 없었다.
오늘은 주말이라 경비원이 단 두 명밖에 없었다.
조폭 똘마니들 중에서 먹물 좀 먹은 놈들로 경비를 꾸렸다.
하지만 쪽수에는 그들도 어쩔 수 없다.
최상준이 창밖을 급히 내다봤다.
“헛!”
깜짝 놀라 신음을 터트렸다.
누가 봐도 덩치 살벌한 떡대들이 건물 주변에 포진해 있었다.
대통령이라도 행차한 것 같은 삼엄함이 감돌았다.
검정 정장으로 모두 쫙 빼입고 있었다.
조폭들은 쨉도 안 될 만큼 풍기는 포스가 장난 아니었다.
띵!
밖에서 엘리베이터 소리가 들렸다.
똑똑.
잠시 후 4층 대표실 문밖에서 노크 소리가 들렸다.
이광주와 최상준이 얼어붙었다.
잘못하다가는 오늘 이 자리에서 뼈도 못 추릴 것 같은 불길함이 느껴졌다.
“과, 광필이 형님에게 연락해. 지금 당장!”
이광주가 심장을 진정시키며 급하게 지시를 내렸다.
경찰보다 먼저 구광필을 찾았다.
강예서가 나타난 마당에 경찰을 불러서는 일이 틀어진다.
이 와중에도 이광주 머리는 계산적으로 돌아갔다.
“바로 연락하겠습니다!”
띠이이이이.
인터폰이 끊겼는데도 놀란 이광주는 수화기를 들고 있었다.
“들어갑니다.”
밖에서 들려오는 가벼운 목소리.
끼리리릭.
두터운 문이 열렸다.
그리고 밀어닥치는 일단의 무리들.
“너, 너!”
이광주는 정면에서 웃고 들어오는 남자를 정면으로 마주 봤다.
그 순간 혈압이 확 치솟아 올라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랐다.
# 134
회귀의 전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