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gend of the Regression RAW novel - Chapter 139
138장. 신들의 알바
“동생~. 무슨 일이야?”
황진이 누님이 나타났다.
“헛!”
“오…….”
남자 신들이라고 진이 누님이 나타나자 다들 감탄사를 터트렸다.
내가 봐도 진이 누님은 오늘도…… 죽여줬다.
몸매가 아낌없이 드러나는 쫙 붙는 검정 가죽 바지에 가죽 상의는 진이 누님의 트레이드 마크였다.
강렬하고 도발적인 섹시 팜므파탈 매력에 음악의 신들이 눈 돌아갔다.
서양 여자들의 풍성한 쭉쭉빵빵까지는 아니더라도 야리야리하면서도 나올 것 다 나온 진이 누님은 내가 봐도 훌륭했다(?).
신들의 ‘황혼에서 새벽까지’ 클럽에서 추었던 짜릿했던 춤과 추억.
괜히 얼굴이 화끈거렸다.
“…….”
음악계의 거장들이 어깨에 힘을 주고 수컷 매력을 발산하려 애썼다.
쯧쯧.
인간이나 신이나 남자들은 어쩔 수 없는 본능 충실 동물들이다.
“보고 싶었습니다. 누님.”
“피이. 됐어~. 남자들 그런 뻔한 거짓말 내가 믿을 것 같아?”
황진이 누님은 살아서도 선수였다.
일반적 방법으로는 그녀를 어떻게 할 수 없었다.
“오늘 날 새서 놀 수 있습니다.”
“정말?”
진이 누님도 나와 춤추는 게 좋단다.
신이 아닌 인간인 나와 춤추는 게 살아있는 생동감을 느끼게 만들어 준다 말했다.
과거 인간이었을 때의 감정을 진이 누님은 잊지 않았다.
신들 스스로 만들어 낼 수 있는 인간의 원초적 욕망의 향기.
진이 누님 눈빛이 장난감을 발견한 고양이처럼 반짝였다.
물론 나도 싫지 않았다.
인간들과 비교할 수 없는 진이 누님의 관능적 매력은 생각만으로도 후끈하게 만들었다.
“도, 동생. 이 고결한 여신은 누구신가?”
베토벤 형님이 나섰다.
“저 말인가요?”
배시시 진이 누님이 웃었다.
아우! 저 누님 혹시 전생에 여우 아니었어?
살짝 핀 보조개 미소가 남자 신들을 그냥…… 멘붕 시켰다.
“흐윽.”
“으음…….”
신들이 홍당무처럼 얼굴을 붉히며 신음을 냈다.
곧 인간계로 떨어질 판에도 여자의 홀림에는 다 속수무책이었다.
신계에 와서는 여신들에게 관심을 못 받아왔던 음악 남신들이다.
이곳에서도 포인트 많고 저택이 크면 반쯤 먹고 들어간다.
“누나. 이분들 개털입니다.”
꿈을 확 깨줬다.
현실을 자각하지 못하면 안 된다.
더 처절하게 굴려야 내가 생각한 대로 움직일 것이다.
“알아. 딱 봐도 오늘내일 신계에서 쫓겨날 분들이네~. 후훗.”
황진이 누님 눈치 한 번 기가 막혔다.
바로 내 편을 들었다.
살포시 비웃음도 곁들여서 말이다.
“형님들 정신 차리세요! 지금 여신에게 정신 팔릴 때입니까! 신계에서 추방되면 인간 될 것 같습니까? 형님들 인간으로 살 때 포인트 쌓으신 분 몇 분이나 계십니까? 다들 예술 하신다고 성격 예민하고 까칠해서 카르마 포인트 못 쌓으셨잖아요. 지상으로 떨어지면 바로 개나 돼지 됩니다. 그건 아시죠?”
친숙하게 형님이라 부르면서 동시에 협박을 아끼지 않았다.
개돼지를 꺼내자 모두들 화들짝 꿈에서 깼다.
이상은 진이 누님 같은 여신 옆에 끼고 신선 생활 즐기고 싶겠지만 현실은 시궁창이었다.
신이 됐다고 버릇 누구 안 줬다.
다들 살아서 치열하게 사랑을 해봤던 음악의 신들이다.
그중에서 탑 오브 탑은 쌉싸래한 표정을 짓는 베토벤이다.
불멸의 연인이라는 영화로도 나왔던 베토벤 형님의 뜨거웠던(?) 사랑.
후원자인 백작의 두 여동생 테레제와 요제피네, 그리고 불멸의 연인이라 추정됐던 띠동갑을 넘었던 자매의 사촌 여동생 귀차르디까지 파란만장했다.
명곡 월광 소나타도 귀차르디에게 청혼하기 위해 만들었던 곡이다.
그 뒤로 사랑에 좌절하며 탄생한 교향곡이 그 유명한 제5번 교향곡 운명이다.
예술가는 배부르고 등 따뜻하면 절대 명작을 탄생시키지 못한다.
뜨거운 에너지를 품은 사랑에 빠지거나 좌절, 쫄딱 망해야 세상을 울릴 작품이 탄생하고는 했다.
“얼마 전에 화가 신들 만났는데 그쪽도 분위기가 심각합니다. 일당직 피카소 팀이 포인트 떨어져서 모두 신계에서 추방된 건 모르시죠? 남 일이라 생각하지 마십시오. 그게 바로 형님들의 내일 모습일 수도 있습니다!”
“끄응.”
정곡을 찌르는 팩트 공격에 남신들이 부끄러운지 끙 소리를 냈다.
“태산아. 그런데 나 왜 불렀어? 요즘 클럽 리모델링 때문에 바쁘단 말이야.”
“리모델링요?”
“응~. 태산이가 준 포인트하고 저축한 것 털어서 확장했어.”
진이 누님을 다시 봤다.
몸매 착하고 포인트도 착한 누나가 저축도 열심이었다.
“축하드립니다.”
“내일 오픈 날이라 정신이 하나도 없어.”
신계에서 클럽을 운영하는 사장 황진이 누님은 뭔가 달랐다.
곧 망해가는 유랑 악단 남신들과 확 비교됐다.
“진이 누님.”
“왜?”
“혹시 알바생 필요 없습니까?”
“알바생?”
“네. 이분들 알바생으로 한 번 고용해 보시겠습니까? 클럽 확장하셨다면 이것저것 잡일에 필요한 손이 많이 필요할 것 아닙니까?”
“그렇지만…… 이분들이 할까? 과거 나름 어깨에 힘주고 다니던 분들인데.”
진이 누님도 여기 남신들을 아는 것 같다.
한때 이들도 잘나간 적이 있었을 것이다.
클래식이 폭망하지 않았다면 지금 입장이 바뀔 수도 있었다.
“형님들 뭐 하십니까! 포인트 안 필요하세요?”
눈치를 보던 남신들이 화들짝 놀랐다.
추방당할 위기에도 인간 시절 잘나가던 버릇은 안 사라지는 것 같다.
“저…… 꼭 하고 싶습니다!”
재능 팔기도 먼저 손들었던 브람스 아저씨가 1번을 찍었다.
“제가 어렸을 때부터 알바로 단련된 몸입니다! 맡겨만 주신다면 신생활이 끝날 때까지 사장님을 성심성의로 보필하겠습니다!”
스캔들의 대가였던 바그너가 사장님이라 호칭하며 아부를 진하게 퍼부었다.
“사장님! 전 신이 된 이유가 오직 이날을 위해서였음을 지금 깨달았습니다! 다시 태어나도 오직 사장님을 따르겠습니다!”
와아. 쇼팽 형님 저 닭살 말투 봐라.
피아노의 시인이 아니라 어디 카바레 출신인 줄 알겠다.
“제가 이 중에서 가장 허리가 탄탄합니다! 맡겨만 주신다면 충성을 아끼지 않겠습니다!”
생상 형님 허리 탄탄을 왜 강조하는 겁니까!
판을 깔아주니 난리가 났다.
함께 했던 동료애는 어디로 가고 나만 살겠다는 신들의 발버둥이 볼만했다.
모차르트 욕할 거 하나 없다.
여기 있는 신들도 포인트 모아주면 다 튈 것 같았다.
“어머~. 신입들은 카르마 포인트 별로 못 벌어요. 그래도 괜찮아요?”
“물론입니다! 카르마 포인트로 입에 풀칠만 해주십시오!”
“이제 천막은 지긋지긋합니다! 하루 두 끼만 주십시오!”
“전 한 끼면 됩니다!”
아름다운 저 우정을 보라.
황진이 누님 눈빛이 요사하게 빛났다.
털도 안 뽑고 싹 삶아 먹으려고 작정을 했다.
다른 신들보다 여기 있는 신들 인건비가 저렴한 것 같다.
비정규직이나 일당직보다 못한 유랑 집시 같은 음악 대가들이었다.
“베토벤 형님 의견은 어떻습니까?”
“…… 딱딱한 빵 가릴 처지가 아니다. 써준다면 고마울 뿐이다.”
그래도 베토벤 형님은 포스가 남아 있다.
“진이 누님. 클럽으로 이동 가능 하죠?”
“그럼. 알바생들 손도 많이 필요하고. 바로 갈까요?”
“넵! 사장님!”
“감사합니다! 사장님!!!”
이구동성으로 사장님 소리가 잘도 나왔다.
“그럼 갑니다~.”
파아앗!
포인트 넘치는 진이 누님의 외침이 끝남과 동시에 빛이 터졌다.
“아아!”
“어, 엄청납니다.”
“와아아…….”
신들도 찾아오지 않는 황량한 벌판에서 천막생활하던 남신들이 환호성을 터트렸다.
새로 개장한다더니 예전보다 딱 두 배 정도 더 커지고 화려해졌다.
싸이킥 조명 광빨도 달랐다.
신들을 유혹하기 위한 장치답게 100프로 수정이나 보석 종류가 많았다.
“어때?”
“인테리어 비용 장난 아니었겠습니다.”
“맞아. 드워프 신들에게 돈 좀 썼어.”
“네? 드, 드워프요?”
세상에 드워프라니!
“뭘 놀라. 요즘 걔들이 다 쓸어. 인간들 세상에서 판타지가 유행하자 주가가 쭉쭉 올랐어. 전에 미켈란젤로에게 맡겼더니…… 유행 코드를 모르더라. 이런 곳에 신성함이라니…… 걔도 아마 불러주는 신들이 없어 쫓겨났을 거야.”
“네에…….”
인간으로 살 때 잘나가 봐야 이곳에서는 하등 상관이 없는 것 같다.
평범하게 살더라도 불쌍한 사람들에게 적선하는 게 포인트가 더 벌렸다.
“드워프들은 지구 쪽 신들은 아니죠?”
“응. 취업비자 받아서 왔대. 동생은 모르겠지만 신들의 호수를 통해 다른 세상의 신들을 만날 수도 있어.”
나도 안다 그 호수.
노바 형님도 그곳에서 엘프 여왕을 낚았다.
“이곳도 경쟁이 치열하겠네요.”
“그래, 어설픈 기술 가지고는 이제 못 먹고 산다.”
진이 누님은 말을 하면서 넋을 빼고 화려함에 뻑 간 음악 남신들을 봤다.
“다들 제 말 좀 들어주십시오. 알바 이것 말고 또 있습니다.”
알바 자리가 이게 끝이 아니다.
“???”
신들이 의문 가득한 눈으로 날 봤다.
또 다른 알바라는 말을 이해 못했다.
신들도 상상 못하는 또 다른 내 사업 아이템이다.
“다들 인간 세상에서는 작곡의 천재로 불렸던 분들에 알맞은 알바를 소개하겠습니다.”
“동생, 그게 무슨 말인가?”
베토벤 형님이 관심을 가졌다.
이곳에서 잘나가는 신들 수발이나 드는 일은 쉽지 않을 것이다.
그렇기에 난 이곳이 꼭 필요했다.
배고프고 힘들어 봐야 포인트 소중한 걸 확실히 알 것이다.
“일단 저에게 쓸모없는(?) 과거 재능들은 싼값에 넘기십시오. 이제 유행 지난 것들 가지고 있어 봤자 누가 구입하지 않습니다.”
떡을 주었으니 이제는 뽕을 뽑을 차례다.
신들이 눈치를 봤다.
지금 넘기면 헐값이라는 걸 그들이 모를 리 없다.
“포인트 모아서 독립하셔야죠. 저 만나서 팔자 고친 신들 여럿 있습니다.”
밑밥 착실히 깔았다.
그러나 아직 엉덩이가 무거웠다.
그래 봤자 게임은 이미 끝났다.
“첫 번째 계약자는 두 배 더 쳐줍니다~.”
후다다다닥.
내 말이 무섭게 앞에 서는 남신.
“오! 브람스 형님, 정말 빠르십니다.”
“흐흐. 내가 뭐든지 좀 빨라.”
“아우!”
브람스의 스피드에 당한 신들이 아쉬움의 탄성을 터트렸다.
“다음 분은 50프로!”
“나야 나!”
“내가 먼저야!!!”
“넌 위아래도 없냐!”
“뭔 개소리야! 내가 이름 더 날렸어!”
슈만과 차이콥스키가 언성을 높였다.
포인트가 뭐라고…….
“두 분 다 그냥 드릴게요.”
인심 좀 뿌렸다.
“다음 분은…….”
“벌써 줄 섰어!”
말도 끝나지 않았는데 쫙 줄을 섰다.
“내가 먼저 왔어!”
뒤에서 새치기하는 베토벤 형님.
신들도 카르마 포인트 앞에서는 그냥 평범한 인간과 다를 바 없었다.
“줄 서세요. 오늘 인심 팍팍 씁니다!”
음악 남신들의 재능을 아주 헐값에 쭉쭉 빨았다.
신이 되어 머리가 좋아서인지 종류도 다양하게 창작한 각종 교향곡을 비롯한 소나타, 협주곡들이 착착 나에게 안겼다.
딱 봐도 인세에 다시없을 명곡들이었다.
파앗! 팟!
내가 건네준 포인트를 받자 신들의 몸에서 빛이 터졌다.
워낙 허접했던 이들이었기에 많지 않은 포인트에도 레벨업이 됐다.
옷이 깔끔해지고 얼굴이 동안이 됐다.
카르마 포인트는 정말 신계에서는 놀라운 아이템이었다.
“포인트 좀 더 넣어놨습니다. 빵값에 보태십시오.”
“고맙네! 동생!”
“자네는 우리 은인이야!”
쓸데없는(?) 작품을 넘긴 신들이 고맙다고 눈물까지 흘렸다.
포인트는 이렇게 쓰는 것임을 다시 한 번 깨달았다.
쉽게 주면 안 된다.
인심을 쓰면서 최대한 효과를 뽑아냈다.
그리고 아직 남아 있는 하나.
“지금부터 잘 봐두십시오. 누님과 내가 신나게 놀 겁니다. 그리고…… 각자의 필 대로…… 작곡하시면 됩니다.”
“응?”
“그게 무슨…….”
백문불여일견(百聞不如一見)!
“누님~.”
“기다리고 있었어. 동생~.”
씽긋 웃으며 요염으로 무장하는 황진이.
파앗! 팟! 팟!
강렬한 싸이킥 조명이 터졌다.
쿵! 쿵쿵~♫.
그리고 터지기 시작하는 신나는 현대적 비트음.
“렛츠 고!!!”
무대 위에 올라가 걸그룹 후려칠 정도의 화려한 춤을 추기 시작하는 진이 누님.
위에 걸친 가죽 옷을 벗어 던졌다.
그 순간 드러나는 화끈한 탱크톱!
“오오오오!!!”
불꽃같은 사랑과 정열에 일가견 있는 음악 남신들의 몸에서 터져 나오는 흥분의 붉은 오라.
월척을 물었다!
그들은 몰랐다.
이곳 신들의 황혼에서 새벽까지에서 난 신들의 머리부터 발끝까지 탈탈 털어버렸다.
# 139
회귀의 전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