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gend of the Regression RAW novel - Chapter 149
148장. Me Too
“흐헛!”
계약이 완료된 순간 들리는 이상한 음성.
타 차원의 신이 날 왜 주목하냐고!
“바, 반스데일 님.”
심장이 확 떨렸다.
“흐흐, 왜.”
뭔가 아는 듯 반스데일이 음흉하게 웃으며 대답했다.
내가 반스데일을 불쌍하다 생각했던 과거가 막 후회가 됐다.
행운의 편지처럼 룬어를 받은 내가 저주의 주문을 받은 것 같다.
“타 차원의 신이 왜 제게 관심을 보입니까?”
“룬어 배웠잖아.”
“그깟 룬어 하나 배웠다고…….”
“어허! 그깟 룬어라니! 룬어는 그쪽에서는 신들의 언어니까 당연하지!”
“네! 신들의 언어요?”
오늘 여러 번 바보 됐다.
이래서 인간은 배워야 하는 거다.
무지함이 주는 폐해가 바로 나타났다.
지구의 신들이라면 이제 어느 정도 적응이 됐다.
하지만 타 차원의 신의 관심은 별로다.
왠지 뭔가 일어날 것만 같은 불길함이 들었다.
“고대에 좁은 진흙땅 같은 지구에서 갑자기 고등 문명의 기초들이 일시에 시작된 적이 있다.”
신이 들려주는 옛날이야기가 시작됐다.
“그들은 여러 것들을 인간에게 허락했다. 고등 문명이 될 수 있는 기초를 제공했다.”
“갑작스럽게 그랬다는 겁니까?”
“바퀴, 고층 건물, 야금술, 의학, 보석세공, 고대도시, 법률 사전, 수학과 천문, 달력까지 100가지가 넘는 고대문명을 전파했다.”
“…….”
고대사 강의가 이해가 가지 않았다.
반스데일이 나에게 넘겨준 지식 속에 고대사는 없었다.
이야기가 제법 흥미롭다.
대충 흘리듯 배웠던 고대사 강의를 듣는 것 같았다.
“정말요?”
“그럼 내가 뻥까리?”
오늘 믿음이 금갔다.
포인트를 밝히는 반스데일에게 신뢰가 간다면 그게 이상한 일이다.
그리고 내가 안 봤는데 어떻게 믿나.
“쯧쯔쯔. 우매한 인간 같으니라고.”
와아! 저 신선 지금 나 까는 거야?
신선 소싯적 생각 못 하고 나에게 우매하단다.
카르마 포인트 구걸하던 과거를 완전 잊어버린 것 같다.
슬슬 부아가 치밀어 올랐다.
내가 룬어가 궁금해서 고개를 숙이고 있다만 성격이 그렇게 좋은 편은 아니다.
“그럼 룬어가 지구 문명에 도움이 됐다는 소리입니까! 차원 이동 가능한 고서클 마법사라도 넘어왔다는 말입니까!”
버럭 호통을 쳤다.
“허…… 그걸 어떻게 아느냐?”
헐. 이건 또 무슨 참신한 판타지 스토리란 말인가.
“지, 진짜요?”
“믿어라. 그거 레알이다.”
“아……!”
찍어도 이렇게 완벽하게 들어맞을 때가 다 있다니!
스토리가 우주로 간다.
마법사와 룬어가 지구 문명에 도움을 줬다니!
하지만 나조차도 회귀한 과학적 시각에서 모순덩어리였기에 고개가 끄덕여졌다.
신들에게 배운 능력은 또 어떤가.
하루아침에 습득할 수 있는 기술이나 지식이 아니다.
“그럼 룬어 배우면 진짜 마법사가 될 수 있습니까?”
“아마도.”
“에이…… 말도 안 돼요.”
“흐흐흐. 말이 안 되는 건 나중에 보면 알 거다.”
도대체 저 양반 무슨 음모를 꾸미고 있는 거야!
찝찝함이 온몸을 기어 다녔다.
룬어도 배웠겠다 빨리 뜨고 싶었다.
마법에 대해서는 모르는 것 같다.
이 자리가 위험했다.
부르르 이상한 상상이 막 들었다.
고개를 흔들며 거부했다.
“이만 가봐라. 나 바쁜 몸이다.”
성격 쿨해진 것 보소!
신들의 호수에서 호객질 하러 가는 게 확실했다.
확실히 눈탱이 치는 법도 깨달았으니 호구만 잡으면 포인트 버는 건 일도 아닐 것이다.
“혹시 말씀드리지만 저 그렇게 만만한 인간 아닙니다!”
“Me Too. 흐흐흐.”
헐…….
파아앗!
그 말을 끝으로 빛이 터지며 반스데일과 접속이 끊겼다.
“아우…… 배워도 왜 이리 찝찝해. 왕 소금이라도 뿌려야 하나.”
룬어를 떠올리자 자연스럽게 머릿속에 떠올랐다.
그러나 기역 니은같이 언어 조합이 안 됐다.
딱 봐도 완전 기초다.
다만 룬어 숫자가 약 5,000자가 넘었다.
내가 아는 유럽 쪽 지구 룬어와 차원이 달랐다.
이상한 언어들도 덤으로 생각났다.
반스데일이 보너스로 집어 넣어준 것 같다.
“포인트 강탈자 같으니라고!”
갑작스럽게 호출해서 포인트를 빼앗아간 나쁜 반스데일.
다음에는 국물도 없다.
딱 보니 불법과외 하는 것 같다.
신들 세계 경찰 같은 곳에 확 찔러 버릴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래 참자. 세상 살다 보면 이런 신, 저런 신 있을 수 있지.”
내가 착한 신들만 만나서 아직 신들 세계 물정을 잘 몰라 일어난 일이라 생각했다.
“옛날 격언 틀린 것 하나 없다니까. 물에 빠진 신 건져 줬더니 포인트 내놓으라고? 이제 신들도 못 믿겠네. 룬어 좀 배웠다고 반말은 기본이고 사람을 무시해? 반스데일 신님! 언젠가 제 앞에서 눈물 좀 뽑아낼 일 있을 겁니다!”
낙락장송에 제초제 못 뿌리고 온 게 한이다.
나름 그래도 불쌍히 여기던 반스데일의 진면목을 봤다.
“더 독해져야 해! 뽑을 때 확실히 뽑자! 포인트는 철저히 아끼자!”
신이 날 각성하게 만들었다.
앞으로 날 만날 신들은 더 박한 포인트로 거래를 할 것이다.
꼬로록.
반스데일과 신경전을 벌이고 왔더니 배가 고팠다.
“그래! 배고프니까 인간이다. 신? 절대 안 부럽다.”
오늘 한 접시의 달달 매콤 떡볶이를 먹을 수 있는 내가 승자다.
그깟 보이지도 않는 포인트보다 직접 보고 맛보고 느낄 수 있는 인간의 오감이 더 소중했다.
머릿속에서 반스데일을 지웠다.
나쁜 신!
잘 먹고 잘 살다 악신에게 걸려 포인트 탈탈 털려라!
– 선신을 강력하게 저주했습니다. 어둠의 카르마 포인트를 듬뿍 획득했습니다.
젠장…….
***
“헤이!”
“마이 브라더! 웰컴 투 장주 시티!”
“친구! 격하게 네가 보고 싶었다!”
장주시내에서 친구들이 뭉쳤다.
보고픔에 한 번씩 격하게 껴안았다.
“어떻게 지냈냐? 진짜 그리웠다.”
“나? 아니면 내 지갑?”
도중이 말에 주어가 빠졌다.
내가 아니라 지갑이 그리웠을 것이다.
친구가 부르면 언제나 피자와 통닭, 김밥이 됐던 내 지갑이다.
“흐흐. 그냥 다 좋아 임마.”
그래 나도 좋다.
돈 벌어서 뭐 하냐 신선되면 가져갈 것도 아니고 대대손손 베풀어도 남았다.
졸업식 끝나고 헤어졌던 친구들을 보니 감회가 새롭다.
가슴이 찡했다.
몇 달 전까지 한 교실에서 서로의 칙칙한 수컷 냄새 풍기며 살던 정을 무시 못 했다.
“태산아, 키가 더 커졌다.”
키는 187센티미터에서 멈췄다.
가장 완벽한 신장이라 생각됐는지 발달이 멈췄다.
“미팅해 봤냐? 소개팅은?”
“형철아, 태산이는 예전부터 넘사벽이다. 우리나 주제 파악하면 된다.”
“그래, 태산이는 서련이도 있고 장주여고 그 누나도 있었구나.”
“클라라? 걔도 있잖아.”
친구들 기억력도 좋다.
얼마나 학창 시절에 부러웠으면 달달 외우고 있다.
“흐흐. 도중아, 나 어제 소개팅 받았다.”
형철이가 약 올렸다.
“소, 소개팅! 배신자 새끼!”
“분위기 좋다. 내가 새끼 까주마.”
“친구야!!!”
전생에 장주시 인근 지방대에 다녔던 친구들이다.
몇 달 지나도 변함이 없다.
말투가 고등학교 시절과 다를 바 없다.
“애들은 불렀냐?”
“흐흐. 올 수 있는 놈들 다 온단다.”
“태산아. 지난주에 아버님 뵙고 왔다. 농장이 크더라~.”
흑심 가득한 도중이 놈이다.
아버지께 공을 들이는 게 확실하지만 난 여동생들을 믿는다.
“피방 가서 스타 달리자!”
“장태산, 게임 업그레이드 좀 해라. 요즘 누가 스타 해.”
“그, 그럼?”
회귀한 이후로 게임계를 떠났다.
고2 때 잠깐 어울릴 때가 전부다.
신들 만나고 투자하느라 바빴다.
결정적으로 남는 시간에 미녀들과 수다 떠는 게 좋았다.
“게임은 역시 총질이지!”
도중이가 한마디 던졌다.
“흐흐흐. 맞아. 군대에 갈 우리에게 총질이 최고지!”
“월요일에 너도 신검 나왔냐?”
“오! 너도?”
“태산아. 군대도 같이 가자.”
“그럴까? 동반입대 그거 좋다!”
“그래 우리 친구 아이가!”
미친놈들!
아직 군대 맛이 추상적인 초짜들과 무슨 말을 하겠나.
동반입대는 모조리 최전방 각이라는 걸 모른다.
하늘에서 내리는 하얀 똥가루의 저주를 저놈들은 몰랐다.
“미안하다. 나 사시 본다. 먼저 가라 군대. 크크.”
“사시…….”
“부러운 새끼.”
플랜 B가 가동 중이지만 친구들에게 말하지 않았다.
“가자! 오늘 풀코스로 쏜다!”
“고고!”
“시내에 술집 뚫어 놨다. 애들 만나면 바로 달리자!”
2008년도에도 아직 미성년자 신분이다.
그 와중에도 술집을 개척한 도중이는 입맛을 다셨다.
2년 전 깡패들과 맞장 뜰 때도 피자를 걱정하던 친구다웠다.
그렇게 우리는 피방으로 달렸다.
누가 뭐래도 난…… 스무 살 청춘이 좋았다.
***
“자식들 니들이 아무리 먹어봐야 지갑 구멍 안 난다.”
모임이 동창회가 됐다.
주말이었기에 집에 왔던 고등학교 동창들이 모였다.
숫자가 수십 명이 넘었다.
나를 아는 2, 3학년 친구들이었다.
피시방에 하나둘 모이더니 중국집 홀을 잡았다.
뱃속에 거지새끼들을 키우는지 무작스럽게 쓸어 담았다.
흐뭇하게 먹였다.
녀석들이 먹는 돈에 비해 얻는 카르마 포인트가 적지 않았다.
대학생이 됐지만 아직 배고픈 청춘들이다.
신입생 용돈 수준이 뻔했다.
피방, 중국집, 그리고 도중이 사촌 형이 운영하는 치킨집에 몰려갔다.
단속을 대비해 가게 문을 닫았다.
30명이 들어서자 꽉 찼다.
언제 먹어도 치맥은 진리였다.
1인 1닭에 생맥주를 쓸어 담았다.
담배를 피우는 녀석들은 어른 흉내를 냈다.
몇 달 전과 확실히 달라졌다.
물론 주 내용은 학교 학점보다 미팅, 소개팅, 선배와 여 동기들 얘기가 주를 이뤘다.
남고만의 리얼한 음담패설도 간간이 터졌다.
웃고 마시고 떠들었다.
고등학교 친구들이기에 마음을 열었다.
그런데…….
“친구들 그만 나오시지.”
똥파리들이 달라붙었다.
술을 마시기 위해 차를 아파트에 놓고 나왔다.
그때부터 찝찝함을 감지했다.
거머리처럼 달라붙는 끈적거리는 기운이었다.
집에 바로 들어가지 않고 집 뒤 산책로를 따라 걸었다.
저 멀리 가로등 불빛도 희미했고 CCTV도 없었다.
새로 준공을 준비하고 있는 아파트 공사 터였다.
딱 몸풀기 좋은 장소.
스으으윽.
사방에서 포위 대형으로 어둠 속에서 위험한 짐승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 149
회귀의 전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