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gend of the Regression RAW novel - Chapter 15
14장. 대청소하기 좋은 날 (2)
“선배님들, 오셨습니까!”
담이 허물어진 개구멍을 통해 뒷산에 올랐다.
점심시간에는 자율적으로 교문이 개방되어있어 선생님들도 신경을 쓰지 않았다.
나름 시에서 범생이들만 다녀 지금까지 큰 사고는 없었다.
하지만 선생님들은 몰랐다.
독버섯은 포자만 있으면 아무 곳에서나 잘 자란다는 사실을 말이다.
그리고 어린 독버섯 새끼들이 줄지어 기다렸다.
전화로 연락 받았는지 10여 명이 몰려와 있었다.
딱 봐도 숫자로 밀어 붙이려는 수작이었다.
“태산아…….”
“하아.”
그놈의 의리(?) 때문에 따라온 녀석들이 한숨을 쉬었다.
아마 지금 마음 한편에서는 도망가고 싶은 심정이 굴뚝일 것이다.
그러나 어쩌랴. 놈은 이미 눈치를 까고 뒤편에서 포위하며 올라왔다.
“잘 찍어.”
“아, 알았어.”
난 이제 과거의 내가 아니다.
구입한 핸드폰을 도중이에게 맡겼다.
핸드폰 동영상 촬영하는 방법을 알려줬다.
“사랑하는 후배들아 미안하다. 이 싸가지 없는 놈들 때문에 니들이 밥도 못 먹고 고생이다.”
“아닙니다! 선배님!”
놈이 이를 드러내며 세력을 과시했다.
쌍팔년도 아니고 후배 새끼들이 고개를 90도로 꺾었다.
촌빨 날리기는.
“그래. 오늘 저녁에 형아가 술 한 잔 사마. 다들 기대하고 있어라. 삼삼한 애들도 부를 테니까.”
“감사합니다!”
“선배님 사랑합니다!”
고등학생이 술? 여자? 이야기를, 출발선이 좋다.
이미 동영상 기능은 돌아가고 있었다.
도중이를 살며시 포위하며 애들이 찍는 걸 도왔다.
친구들 잔머리는 이때도 살아 있었다.
“홍성현. 단도직입적으로 묻겠다.”
“물어? 크크크. 새끼 졸라 멋있는 척하네, 그래 소원 하나 들어주마. 물어라.”
“왜 그렇게 힘없는 나와 애들을 괴롭히는 거야? 우리는 친구잖아.”
모범 질문을 던졌다.
누가 봐도 범생이스럽게 행동했다.
이유야 안 들어도 뻔했다.
하지만 놈에게 꼭 들어서 녹취를 따야 했다.
“이유야 많지~. 없는 새끼들이 나와 같은 학교에 다니는 것도 싫고~ 돈도 없는 새끼들 아침에 처먹은 김치 냄새나는 것도 싫고~ 공부 못하는 새끼들 돌머리 굴리는 것도 싫고~ 그냥 못 난 새끼들 보는 것 자체가 싫어.”
오케이! 현장 증거 아주 좋고!
그런데 저 새끼 인성이 진짜 쓰레기였다.
시베리아 쓰레기 장 같은 놈!
“그래도 우리는 친구잖아. 그런 친구들에게 폭력을 행사하고 돈을 빼앗는 건 옳지 않은 일이다. 네 아버지 홍장혁 변호사님이 잘나가는 시의원이시지만 이 사실을 알면 가만있지 않지 않겠냐. 아버지 얼굴 봐서라도 너 이러면 안 돼!”
힘주어 놈 아버지 이름과 직업을 강조했다.
동시에 내 입에서 구구절절 옳은 말들이 터졌다.
“우리 아버지? 푸하하하. 별 거지 같은 걱정하고 자빠졌네. 신경 꺼 새끼야. 우리 아버지가 그랬어. 못난 새끼들은 지그시 밟아줘야 다시는 고개를 쳐들지 않는다고 말이다.”
아! 저 쌍놈의 집안 내력 봐라.
그 애비에 어울리는 개 호로자식이다.
“그래서 선배들과 동기들을 그렇게 패고도 무사했던 거냐? 아버지 빽으로?”
증거 수집은 계속 됐다.
“당연하지~ 우리 아버지 친구가 우리 학교 이사장 아들이자 행정실장님이시다. 웬만한 일은 개 값 좀 던져주면 다 해결돼.”
오? 그랬어? 이거 특종감인데?
듣고 있던 내 친구 얼굴들이 썩어갔다.
더러운 세상의 일면을 친구들이 봐버렸다.
사회생활 하다 보면 비일비재한 사건이지만 아직은 아니다.
더 들어봐야 친구들에게 좋을 게 없었다.
여기서 한 번 더 양념을 쳤다.
“애들은 보내줘. 아무 잘못도 없잖아.”
“잘못이야 많지. 찌질이 새끼들이 어디서 대들어! 이번 기회에 확실히 조져서 가르쳐야지. 다시는 개기지 못하도록 말이야.”
안타깝다. 홍성현.
너에게도 미리 아멘과 아미타불을 외워주마.
“내가 사과하마. 보내줘라.”
연기는 계속 됐다.
“뭐? 사과? 이 또라이 새끼가 미쳤나. 지금 사과를 한다고? 여기서? 미친 새끼.”
거미줄에 걸린 것도 모르고 ㄴ놈은 인상을 썼다.
병신이다.
“평소처럼 돈을 주겠다.”
물증을 추가할 순간이다.
빼박 증거는 많으면 많을수록 유용했다.
“돈? 크크. 좋지! 10만 원만 내면 깔끔하게 용서해주마.”
“……부모님이 피땀 흘려 벌어서 주신 차비 포함 내 한 달 용돈 전부다.”
기죽은 척하며 바지에서 10만 원을 꺼냈다.
부모님이 주신 용돈이라며 구구절절 대사를 흘렸다.
도중이는 그 모습을 똑똑하게 촬영했다.
구멍 난 교복 바지 사이로 휴대폰이 보였다.
오늘 일만 잘 마무리되면 바지 하나 사줘야 될 것 같았다.
“다시 한 번 미안하다. 보내줘라.”
놈에게 다가가 돈을 건넸다.
손도 떨며 불쌍함의 극치를 보여줬다.
잘 찍히도록 위치도 잘 잡았다.
각도가 참 좋았다.
“오오! 이 새끼. 돈 좀 있는데? 평소보다 많다? 크크크.”
놈은 비릿하게 웃었다.
멍청한 놈이 독이 든 성배를 마셨다.
이게 바로 업보다.
놈은 심심할 때마다 친구들 돈을 뜯었다.
각 반마다 돌아다니며 만만한 애들의 돈을 걷었다.
정식 삥은 아니다.
어디서 들은 건 있어서 빌려서 곧 갚겠다는 말을 꼭 달았다.
하지만 빌려간다고 하고 갚지는 않았다.
신고를 해도 미안하다고 하며 돌려주면 그만이다.
변호사 아빠에게 조언을 들은 것 같다.
그러나 오늘은 제대로 걸렸다.
폭력의 협박 속에서 돈을 받는 모습은 확실한 증거였다.
이건 누가 봐도 진짜 삥이다.
“이제 보내줘.”
“크크크.”
돈을 받아든 놈의 눈동자가 노랗게 변했다.
비열하고 저열한 웃음도 보였다.
짜아악!
뺨이 화끈거렸다.
“아아악!”
기다렸다는 듯 비명을 터트렸다.
예상대로 개 같은 놈의 손이 내 뺨을 강타했다.
아우. 사발…….
알고 맞았지만 기분이 뭐 같았다.
살짝 입술을 깨물어서 안 나던 피도 흘렸다.
내 연기력에 내가 감탄할 지경이다.
고개를 돌려 도중이를 봤다.
고개를 끄덕였다.
동영상을 끄라는 신호였다.
이 정도 증거 영상이면 충분하고도 넘쳤다.
이제는 더 이상 참을 필요가 없었다.
으드득.
고개를 시원하게 풀었다.
뺨을 어루만지며 인상을 팍 썼다.
“어이 홍성현~.”
폭력 행위에 만족한 표정을 짓던 놈을 불렀다.
입가에 묻은 피를 쓱 훑었다.
교복에 피를 묻혔다.
증거 또 확보다.
범죄 현장에서 증거보다 중요한 것은 없다.
“뭐? 어이?”
“버러지 같은 새끼. 홍 씨 가문 조상들이 널 보면 땅을 치고 울 거다. 천하의 개새끼를 후손으로 만들어 낸 죄 때문에 말이다.”
피식거리며 놈을 약 올렸다.
“이 새끼가 뒈지려고 환장했나! 아가리 안 닥쳐!”
놈 눈이 뒤집어졌다.
안하무인으로 살던 놈이 이런 욕은 처음 들어봤을 거다.
“병신 엿까네.”
아! 욕이 이렇게 찰졌구나.
대학교에 진학한 이후에는 이런 욕을 마음껏 방출할 수 없었다.
중지를 펴서 엿도 친절하게 먹여줬다.
“이 씨알 자식이!”
휘익.
기다렸던 놈의 주먹이 빠르게 안면으로 날아왔다.
인정사정없는 주먹질이다.
그것도 눈을 노린 비겁한 수법.
평소 하던 짓거리였다.
그대로 날아오는 놈의 주먹을 향해 나도 주먹을 내질렀다.
뻐어억!
오고가는 주먹 속에 뼈 나가는 소리가 격하게 났다.
미안하다.
내가 내공 조절에 실패했다.
“끄아아아아아아아아악!”
뒤늦게 찾아온 고통에 놈이 미친 듯 비명을 질렀다.
팔짝팔짝 땅에서 뛰었다.
안타깝지만 당분간 오른손으로 밥 먹기 힘들 것 같다.
덤으로 화장실 뒤처리도 왼손으로만 가능할 거다.
완벽한 정당방위 상황이었다.
난 바보가 아니다.
한때 사시를 준비했던 나다.
철저하게 법이 보호할 수밖에 없는 테두리 안에서 주먹을 사용했다.
“뭐, 뭐야 저 새끼!”
“야! 뭣들 해! 저 개새끼들 조져!!!”
“선배고 뭐고 밟아!”
홍가 친구 문철이라는 놈의 외침에 1학년 녀석들이 개떼처럼 달려왔다.
그래 빨리 끝내고 간식으로 초코파이라도 먹자.
다수의 힘을 믿고 나를 향해 우르르 돌격해 오는 놈들을 향해 나도 마주 달렸다.
쇄애애애앳.
주먹과 발길이 휙휙 날아왔다.
그때마다 가볍게 주먹으로…….
뻑! 뚜두둑.
한 놈 당 한 대씩 정확히 팼다.
다구리의 정석만 믿는 놈들에게 진짜 무공을 수련한 나를 당할 수는 없는 법이다.
태극오행양의권 초보이건만 이런 생양아치 지망생들에게는 과분했다.
“아아아아악!”
뼈가 부러지는 소리와 비명이 동시다발로 터졌다.
“악! 아아아악!”
비명이 사방에서 춤을 췄다.
얻어터진 놈들이 다리를 붙잡거나 주먹을 움켜쥐었다.
병신 새끼들 그 솜방망이로 지금껏 양아치 노릇했다는 거야?
쫘아아악. 쫙!
오늘 같은 기회 다시 잡기 힘들다.
마음껏 주춤거리는 놈들에게 싸다구를 갈겼다.
속이 뻥 뚫렸다.
“으아아아아아! 선배님! 그, 그만 때리세요!”
“아, 아파요요요요요요요!”
“으아아아아아아아!”
남들 팰 때는 괜찮고 자기 몸 고통에는 난리를 쳤다.
“…….”
순간 돌격하던 병풍 그림자들이 사라졌다.
남아 있던 양아치 후보생 고삐리 1학년이 당황했다.
눈치 한 번 귀신같았다.
홍성현이 바닥을 기고 친구들이 비명을 지르자 모두 쫄았다.
하아, 간도 작은 저 새끼들 때문에 우울했던 지난 생이 안타까웠다.
“뭘 봐. 새끼들아. 무릎 꿇어!!!”
남은 놈들이 후다닥 무릎을 꿇었다.
갑자기 순한 양처럼 행동하는 가증이들이다.
“자, 장태산 너 이 새끼. 이러고도 무사할 줄…….”
옆으로 고개를 돌렸다.
쫘아아아악!
그리고 주둥이 나불거리는 문철이 뺨을 시원하게 후렸다.
“아아아아악!”
비명 소리가 남달랐다.
문철이 새끼가 뺨을 맞아 바닥에 슬라이딩하며 뒹굴었다.
옥수수가 후두둑 빠졌다.
저 놈도 당분간 곱게 밥 먹기는 글렀다.
“두 번 말하게 하지 마라. 더 처맞기 전에.”
홍성현이 즐겨 사용하던 대사를 날렸다.
이 대사 꼭 해보고 싶었다.
내 말이 끝나기 무섭게 애새끼들이 바닥에 무릎 꿇고 고개 숙였다.
놈들의 눈에 공포가 일렁였다.
그래 놈 말대로 조질 때 확실히 밟아야 하는 거다.
“크으……, 개새끼……, 죽여버릴 거야! 우리 아빠가 가만있을 것 같아!!!”
와아……, 아직 덜 처맞아서 아빠를 찾았다.
홍성현 몰골이 가관이다.
부셔진 손을 부여잡고 눈물 콧물을 흘렸다.
저런 놈에게 과거에 당한 게 쪽팔렸다.
“그렇지? 이렇게 끝나면 아쉽지? 아빠라는 끝판왕이 남았는데. 도중아. 핸드폰 좀 줘봐.”
“어? 어.”
도중이를 비롯해 친구들이 나를 괴물처럼 봤다.
새끼들 걱정 마.
난 친구는 안 팬다.
한때같이 놀던 힘없고 빽없던 내가 지금은 이질적으로 보일 것이다.
띠띠띠.
핸드폰을 받아 대한민국 국민 모두 아는 전화번호를 눌렀다.
그리고…….
아주 다급하게 목소리를 냈다.
“1, 112죠! 여기 대규모 학교 폭력상황이 발생했습니다! 위치는 장주고등학교 뒷산입니다! 저를 포함해 20여 명이 다쳤습니다! 119와 함께 빠, 빨리 와주세요!!!”
난 사건에 본격적으로 휘발유를 콸콸 부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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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의 전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