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gend of the Regression RAW novel - Chapter 157
156장. 교주 장태산
고으으으으으으으으으.
고요한 비행기 엔진음이 음악소리처럼 들렸다.
방음에 신경 썼다더니 소음이 거의 없었다.
장거리 여객기답게 덩치도 커 기체가 불안정하지도 않았다.
뻥 조금 보태서 하늘을 나는 호텔 같았다.
식사도 만족스럽다.
주방에 요리사가 둘이나 타고 있었다.
서빙은 개인적으로 고용된 여승무원들이 맡았다.
물 흐르듯 시스템이 돌아갔다.
성공한 사람들이 자가용 비행기를 왜 서둘러 구입하는지 알았다.
스포츠 선수들은 편안함으로 컨디션 조절에 성공할 수 있다.
CEO들은 시간이 돈이었다.
부호들은 자신들의 부를 자랑하기 위해서다.
편안함에 몸에 밴 이들에게 이보다 좋은 장남감이 없었다.
시차 적응도 필요 없었다.
그리고 지금의 나처럼 이동 중에 비밀스런 회동도 가능했다.
“선거자금 관리는 완벽합니까?”
“적절히 조절하고 있습니다. 슈퍼팩을 적극적으로 사용함과 동시에 민주당 의원들을 비롯해 공화당에서도 필요 의원들을 선별해 전방위적으로 정치자금을 뿌리고 있습니다. 합법적 로비스트들도 활용하고 있습니다. 달에 5,000만 달러 정도 자금을 책정했습니다.”
가장 심혈을 기울이는 부분이다.
아무리 돈이 많아도 세계 깡패 대통령 한 마디면 아작 난다.
그렇기에 밑밥을 아끼지 않고 투하했다.
날 잡아 먹으려고 안달이 난 자들로부터 가장 좋은 방패는 미국 대통령이다.
그가 부리는 힘의 마술은 전 세계적이다.
“핵심층에서 전언은 없었습니까?”
“섭섭지 않은 보너스를 구두로 약속 받았습니다. 재선까지 끈을 유지 하고 싶어 합니다.”
섭섭지 않은 보너스 기대된다.
화수분 같은 선거자금은 제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무명의 지방 정치 신인에 불과했던 오바마 후보에 대한 여론이 사방에서 불길처럼 일었다.
인터넷 뉴스를 통해 그의 활약상을 흐뭇하게 봤다.
기성 정치인에 대한 신물이 미국에서도 극한에 달했다.
공화당이나 힐러리 쪽에서 무시하고 있지만 곧 뒤통수 제대로 맞는다.
누구도 예상치 못했던 오바마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 된다.
그리고 8년 뒤에 진짜 버라이어티한 인물이 대통령에 당선되기도 한다.
한국과 별반 다를 바 없다.
언제나 요동치는 민심을 잡는 건 그 누구도 불가능했다.
“지시했던 사업들 성과는 어떻습니까?”
“보스의 명대로 특허관리금융회사는 몇 개 인수 및 설립했습니다. 다만 특허권자들에 대한 정보 파악이 쉽지 않습니다.”
그래 겪어보지 않은 미래를 예측하는 건 어려운 일이다.
그래서 지시를 내렸던 것이다.
예습해 보라고 말이다.
“헤드 헌터 기업들을 통해 지적재산권 업체를 선별하는 일까지는 쉬웠습니다. 보스께서 지시하셨던 인터넷, 핸드폰 무선사업, 모바일 메신저, AI, 빅데이터, 전기자동차에 대해 샅샅이 훑고 있습니다만…… 미래가치가 포함된 특허가 무엇인가에 대해서는 쉽게 답을 내릴 수가 없습니다.”
월가에서 투자자나 경영자로 성장했던 로버트가 머리 복잡한 거 안다.
우후죽순 생겨나는 스타트업 기술 기업들 중에서 어떤 걸 선택할지 모르겠다는 의미다.
드러나지 않고 땅 밑에 숨어 있는 녀석들이 많았다.
그래도 머리를 써보기를 원했다.
지금까지는 잘해왔다.
받아본 보고서에는 느리게나마 일이 진행되고 있었다.
“그래서 제가 프로젝트 개념을 확립시켰습니다. 그에 맞춰 투자기업이나 특허를 획득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
로버트가 눈을 크게 떴다.
놀란 것 같다.
월가 투자 귀재들의 도움을 받아도 부족한 정보를 내가 확립했다니 믿기지 않는 것이다.
“앞으로 다가올 2010년 이후 근미래에 선점해야 할 10가지 메가트렌드 확보 프로젝트입니다.”
“메가트렌드…….”
뭐 좀 있어 보이는 건 나도 안다.
회귀했지만 나라고 다 아는 건 아니다.
뛰어난 과학자거나 사업가도 아니었다.
증권 그래프나 외우던 사시 패배자가 세상에 대해 알면 얼마나 알겠나.
특히 미래 먹거리에 대해서는 수박 껍질 핥는 수준이다.
그러나 다행인 점이 있다.
심심해서 일독했던 책 한 권의 내용이 떠올랐다.
《지구미래보고서》라는 아주 딱딱하고 건조한 책이다.
잠잘 때 수면용으로 아주 그만이었다.
회사에서 필독서 및 독후감 발표용으로 추천하지 않았다면 접하지 않았을 서적이다.
그 내용이 구름전투사처럼 재생됐다.
참, 구름전투사는 58권까지 완성됐다.
30권을 훌쩍 넘어 출간 중이며, 한 달에서 두 달 간격으로 책이 발간됐다.
적지 않은 인세가 통장에 꽂혔지만 어디에 기록됐는지도 몰랐다.
코끼리 발에 깔린 비스킷 수준이라 찾기가 힘들었다.
출판사에서 알아서 잘 챙겨줬다.
한국대 법학과에 합격했다는 이유만으로 최 대표는 알아서 투명하게 정산했다.
“첫 번째로 나노 사물인터넷과 나노센서입니다.”
“네? 나노센서요?”
몰라서 묻는 게 당연하다.
2020년에도 부자들만 먼저 경험한 신세계다.
“컴퓨터나 자동차, 온도조절장치, 앞으로 열릴 모바일은 사물인터넷에 의해 조종되는 시대가 올 것입니다.”
“사물인터넷이라는 단어가 특이하군요.”
“인공지능 시스템이 스스로 모니터하고 통제하는 장치를 말합니다. 약자로 loT라 불립니다.”
“아!”
감탄하며 놀라지만 개념이 머리에 박히기 쉽지 않을 것이다.
“바이오 컴퓨터라고 들어보셨습니까?”
“아닙니다. 오늘 처음 듣습니다.”
“나노를 이용한 합성생물학 도구들을 사용하여 단백질 같은 특정물을 인식하고 정보 저장 및 표적 탐지가 가능 변화를 유도하는 바를 바이오 컴퓨터라고 합니다.”
“…….”
로버트는 침묵을 유지했다.
머릿속에 집어넣으려 애썼다.
투자자의 감으로 엄청난 말이 오가는 걸 아는 것 같다.
“나노센스들은 무선 나노 안테나와 연결되어 작동됩니다. 크기가 작기에 수없는 곳에서 정보 수집이 가능합니다. 이러한 센서들이 사물인터넷과 연결되어 진화합니다.”
“그 말씀을 들으니 영혼이 차갑게 식는 것 같습니다. 말씀만으로도 이 나노물질들이 공격용으로 사용된다면 인류 지배도 멀지 않을 것 같습니다.”
상상력이 남다르다.
“공상과학 영화가 현실이 되는 건 어쩔 수 없습니다.”
과학의 발달이 인류에게 평화만을 안겨주지는 않는다.
인간이 스스로 절제하지 않는다면 언젠가는 큰 일이 일어날 것이다.
그러나 그 또한 인간의 선택일 뿐이다.
“두 번째로 친환경 에너지입니다.”
“태양광 같은 걸 말씀하시는 겁니까?”
“맞습니다. 태양광, 재생에너지, 핵융합 그리고 차세대 배터리인 ESS가 목표입니다.”
“대충이나마 들어 봤습니다. ESS는 대규모 에너지 저장 시스템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공부 잘하는 학생이라 말하기 편했다.
그래서 선생님들이 똑똑한 학생들을 편애하는지도 모르겠다.
“앞으로 태양광이 모든 전력의 1순위가 될 것입니다. 그 뒤를 따라 핵융합, 재생에너지, ESS 기술들이 세상을 휩쓸 것입니다.”
“패널의 효율이 낮아 단가가 높다고 알고 있습니다. 와트당 생산가가 높아 당분간은 쉽지 않다는 투자보고를 받았습니다.”
“앞으로 10년이 조금 더 지나면 패널의 효율은 30프로를 넘게 됩니다. 와트당 생산 단가가 화석연료 생산가보다 훨씬 더 큰 경쟁력을 갖게 됩니다. 그 전에 관련 기술을 선점해야 합니다.”
“보스…… 가 그렇다면 맞을 거라 생각합니다.”
절대 충성과 믿음의 자세가 좋다.
날 믿어 후회할 일은 없다.
“지금 석유 시세가 배럴당 100달러가 넘습니다. 세상에 영원한 승자는 없습니다. 에너지의 커다란 패러다임이 물밑에서 시작됐습니다. 법과 제도가 뒷받침 될 것입니다. 산유국인 아랍에미리트 같은 국가에서는 사막에 본격적으로 태양광 전기 시설을 확충할 것입니다. 그들은 누구보다 더 석유제국의 종말을 예견하고 있습니다. 그 전에 남아도는 자금으로 미래를 대비하고 있습니다. 그 식탁에 우리 포크를 얹어야 합니다.”
2020년까지 환율 전쟁의 승자는 내가 될 것이다.
그러나 그 이후는 모른다.
대비가 필요했다.
가상에서 움직이는 돈이 아니라 금이나 생산시설, 기술을 선점해야 한다.
“다음은 자율주행차입니다.”
“보스의 지시대로 그에 대한 특허 몇 개를 구입했습니다.”
로버트가 칭찬 받고 싶은 표정을 지었다.
“잘했습니다. 특허는 어떤 것들입니까?”
“구글이나 몇몇 기업에서 연구를 시작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레이더, 초음파 거리계, 카메라 등의 중요 핵심 특허 몇 개를 획득했습니다.”
똑똑한 로버트. 박수를 받을 만하다.
자기가 이해 가능한 부분에서는 확실히 일처리가 깔끔하다.
“자율주행자동차 출시는 이미 결정 났습니다. 다만 그때와 기술이 완성되지 않았을 뿐입니다.”
좀 더 혁신적인 편리함을 추구함은 인간 본성의 문제다.
욕망을 모두 제거하지 않는 이상 과학문명은 계속 발전할 것이다.
“알겠습니다. 좀 더 빠르게 특허들을 획득하겠습니다.”
로버트가 특허를 모으는 사이 난 주식을 확 빨아들일 예정이다.
잘나가는 IT 기업들도 곧 찾아올 금융위기에 휘청한다.
그때가 기회다.
금세 기력을 회복하고 무섭게 질주한다.
그리고 상당수 기업체들이 시가총액 1조 달러 시대를 맞게 된다.
한 개의 기업이 웬만한 국가는 무시할 재력을 소유하는 걸 난 봤다.
그 기업들의 약점 구간이 바로 곧이다.
그래서 미국에 가보고 싶었다.
미국 경제 허브인 월가의 저력 견식이 필요했다.
지식으로 아는 것보다 한 번 보면 그 느낌이 다르다.
이상과 현실의 차이와 같다.
확실하게 저력을 파악할 것이다.
“그리고 다음은 인공일반지능과 4차 산업혁명에 관련된 것들입니다. 컴퓨터와 인터넷이 3차 산업의 패러다임이었다면 제4차 산업은 인공지능으로 시작합니다.”
알파고에 의해 바둑기사들이 패배를 당한다.
그때 인류가 받았던 감정은 충격과 두려움이었다.
기계에 밀려 인류가 멸망할 거라는 생각을 나도 해봤다.
지금껏 습득했던 지식과 능력들이 질주하는 인공지능에 의해 물거품이 될 거라는 공포는 인간들 의식에 기본으로 깔렸다.
대비하는 자만이 살아남을 수 있다.
“초기에는 AI 즉, 약인공지능에서 점점 진화하여 AGI라 불리는 강인공지능으로 발전하게 됩니다. 이러한 인공지능은 바이오 융합과 결합하여 의료활동에 획기적인 변화를…….”
“보스…….”
갑자기 로버트가 말을 끊었다.
“???”
“보스는 신입니까? 아니면 미래를 아는 선지자십니까!”
“갑자기 그게 무슨 말입니까?”
“보스의 이런 지식들은 지금껏 제가 듣도 보도 못했습니다. 선물과 외환에 대해 신과 같은 정보력을 확보하신 것도 놀라운데…… 미래 과학 기술에 대해서도 이렇게 해박하실 줄…….”
뒷말은 안 해도 안다.
진짜 인간이 맞느냐는 의심과 질문이다.
이렇게 사는 거 어렵지 않은데 회귀 방법을 나도 모른다는 게 핵심 문제다.
로버트가 회귀했다면 나보다 더 엄청난 일을 벌였을지 모른다.
그가 아는 지식과 정보, 인맥은 상상을 불허했다.
아마 세상의 왕이 되고도 남았을지도 모른다.
“로버트…… 예전에 내가 말했던 거 기억나십니까?”
“동양의 신비 말씀이십니까?”
그래 이럴 때는 무조건 신비주의로 나가면 된다.
내 밑천이라고 해봐야 회귀 버프 밖에 더 있나.
“제가 살던 곳에선 인간을 소우주라고 말합니다.”
“알고 있습니다. 대학교 시절 동양의 신비라는 교양 과목에서 들었습니다. 동양인들은 우주에 대한 독특한 정식적 사고와 깊이가 남다르다고 배웠습니다.”
미국 명문대 클라스 오지다.
별걸 다 가르쳤다.
“소우주는 바로 그러한 사고방식에서 비롯되었습니다. 우주를 알고 싶으면 먼저 자신을 알아야 한다고 선각자들이 말했습니다. 소크라테스의 명언인 ‘너 자신을 알라’는 명제도 비슷한 뜻입니다.”
갑자기 정신학 토론으로 이어졌다.
로버트는 어린 내 말에도 귀를 기울였다.
“저도 어릴 때 제 자신 존재에 대해 수많은 질문은 던졌고…… 어느 날 해답을 얻었습니다.”
해답은 개뿔!
차에 치어 죽었다가 회귀했다.
신들과 정신적 교감이 통하면서 그들의 능력을 싸게 후려치는 재주를 가졌다.
미래를 살다왔으니 세상 돌아가는 이치도 대충 안다.
돈이 최고다.
증권회사 근무 경험을 살려 자리에 앉아서 떡먹기 식으로 돈을 쪽쪽 빨고 있다.
이런 마당에 진실을 깔 수 없었다.
“해답이라 하심은…….”
로버트가 가득 호기심을 보였다.
경건한 표정을 지었다.
사기라고 해도 할 말은 없다.
그러나 로버트에게 해로울 게 하나도 없다.
“초자연적인 능력을 얻게 되었습니다.”
“네? 초, 초능력요?”
말도 안 되는 말인 거 잘 안다.
하지만 얼굴에 철판 확실히 깔았다.
사기를 쳐도 상대가 인지하지 못한다면 그건 이미 사기가 아니다.
“투자에 대한 미래를 어느 정도 예측 가능해졌습니다.”
“아!”
로버트가 경외의 표정으로 날 봤다.
갓 신 받은 무당을 보는 일반인들의 시선과 다를 바 없다.
“더 이상 알려고 하지 마십시오. 천기가 누설되면 나와 로버트 둘 다 신들의 노여움을 받아 위험합니다.”
천기누설! 이거 입 막는 데 최고다.
“알겠습니다. 더 이상 보스에 대해서 절대 의심하지 않겠습니다!”
목례를 취하며 자신을 참회하는(?) 어린 중생.
교주 되는 것 참 쉽다.
이쪽으로 나갔어도 중박 정도는 쳤을 것 같다.
– 어둠의 카르마를 듬뿍 획득하셨습니다.
다만 부작용이…… 쬐금 있다.
# 157
회귀의 전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