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gend of the Regression RAW novel - Chapter 159
158장. 코너 라이언
“치프와 뉴 타깃이 함께 도착했다.”
“변동은?”
“와이너리에서 움직임이 없다.”
“계속 주시하라. 경계가 삼엄하니 위치를 노출하지 말라.”
“라져.”
다리우스 와이너리가 내려다보이는 얕은 구릉 위에서 위장한 채 장거리 적외선 망원경으로 망을 봤다.
전직 스나이퍼였던 듯 지형지물로 위장한 감시자는 누구도 찾아내지 못할 정도였다.
“하아아…… 이번 타깃은 뭐야? 어떤 놈이기에 본부에서 이렇게 신경 쓰는 거야?”
조직 특수임무 소속 대원은 투덜거렸다.
상부의 지시로 요 몇 달간 계속된 치프 감시.
새로운 타깃은 별로 신경 쓰고 싶지 않은 동양인 둘이었다.
“임무 끝나면 레이첼과 데이트나 해야겠어. 스트레스 쌓이다 터질 것 같아.”
혼잣말로 투덜거리는 감시자.
말과는 달리 매서운 독수리 눈빛으로 와이너리를 철저하게 감시했다.
***
통! 토도동! 통
170정도 되는 키의 코쟁이 할배가 손으로 오크통을 두들겼다.
좋은 포도만 선별해 숙성중인 오크통이 수십여 통이었다.
특별 제조 오크통에서는 진한 포도주 냄새가 풍겼다.
“메를로. 어서 깨어나. 이제 일할 시간이야~.”
오크통과 대화를 하는 코쟁이 할배가 보였다.
얼어붙은 채로 그를 지켜봤다.
“정말 이럴 거야? 적당히 자야지. 그러다 너 썩어!”
오크통에 화도 낸다.
어디서 많이 본 얼굴이다.
낯이 익다.
“7년이나 지난 녀석이 왜 이렇게 속을 썩여! 넌 단단하고 힘찬 맛이 일품이야. 가끔 매콤한 향이 나는 것도 매력인데 그걸 몰라? 이쪽 동네가 카베르네 소비뇽 녀석들이 판치지만 넌 특별해! 어서 사랑스런 기포를 만들어 내거라. 뾰로롱 소리를 내며 날 기쁘게 해다오~.”
뭐야! 저 할배!
오크통을 어르고 달랬다.
오크통 속 포도주가 애인이나 되는 것처럼 진심을 다했다.
문제는 다리가 허공에 떠 있다.
색깔도 푸르스름했다.
멜빵 청바지를 입고 있는 포도농장 인부 같았다.
사람이 아니다.
그렇다고 신도 아니다.
결론은…….
“귀신?”
나도 모르게 귀신이라는 말이 입 밖으로 튀어나왔다.
휘익.
포도통과 대화하는 귀신이 날 쳐다봤다.
헐! 안광이 장난 아니다.
번갯불 같은 푸른 눈동자가 날 봤다.
“어? 너 내가 보여?”
귀신이 순식간에 눈앞까지 다가왔다.
아니요.
고개가 좌우로 흔들렸다.
눈을 마주치지 않도록 피했다.
“오! 보이네 보여!”
이럴 때는 몸뚱이가 머저리 같다.
힘껏 끌어 모았던 기를 풀었다.
귀신하고 싸워서 이길 자신은 없다.
신은 두렵지 않았지만 귀신은 꺼림칙했다.
몇 번 봤지만 미국 귀신은 느낌이 또 달랐다.
“여…… 여기는 지하라 기온이 선선하네. 하, 하하하.”
헛소리를 뱉으며 몸을 돌렸다.
닭살이 바짝 돋았다.
빨리 이곳을 벗어나는 게 상책이었다.
지금껏 몇 번 귀신을 봤지만 말하는 귀신은 처음이다.
위험하다는 생각이 퍼뜩 들었다.
인간이라면 간단히 제압하겠지만 귀신은 잡히지 않았다.
“포도주야 수고해라. 인내는 길지만 그 맛은 훌륭할 것이다.”
말도 안 되는 오크통과의 대화를 시도하며 발을 뒤로 뺐다.
귀신은 따라오지 않았다.
다만.
“거기 발밑에 금화!”
본능적으로 고개가 바닥을 향했다.
젠장!
돈도 많은 놈이 금화 따위에 귀가 솔깃해 정신이 팔렸다.
“흐흐흐. 반갑다.”
귀신이 비웃음을 흘리며 내 앞에 둥둥 떴다.
더 이상 감출 수 없었다.
“뭐하시는 분이세요?”
귀신과 대화를 시작했다.
“나? 나 몰라? 여기 있던 애들은 나를…….”
느낌 팍 왔다.
“포도주의 요정?”
로버트가 했던 말이 생각났다.
와인을 수호하는 요정이 이곳에 산다고 말이다.
“그래! 내가 바로 그 포도주의 요정이야! 클클클.”
요정 코가 딸기코다.
요정이라면 응당 귀엽고 깜찍한 여자 아이돌 급 외모여야 하는 것 아닌가.
그런데 이런 딸기코…… 할배 요정이라니!
완전 동심 파괴다.
웃음도 방정맞다.
요정이 아니라 주정뱅이 귀신에 가깝다.
포도주 통과 얘기하는 모습만 봐도 정신감정 해보고 싶었다.
성격 고약하게 생기지 않았지만 강한 눈매가 고집이 장난 아닌 상이다.
살아생전 다른 사람 말 엄청 안 들었을 것 같다.
“에이. 뻥치지 마요. 요정이 뭐 이래요? 요정이라면 적어도 지니 같아야죠.”
신들과 대화하듯 요정과 본격적으로 말을 텄다.
“미디어가 애들 다 버렸다니까. 램프의 지니 같은 놈은 요정 축에도 못 들어!”
“거짓말 마세요. 지니는 온갖 소원을 다 들어줍니다! 레벨이 달라요!”
포도주 요정을 어찌 지니 님과 비교할 수 있단 말인가.
지니 님은 모든 사람들의 슈퍼 아이돌이다.
“몰라서 그런 거다. 지니 그 자식 최면술사다.”
뭐지? 이 참신한 스토리는?
“말도 안 돼요. 지니 님을 구출한 알라딘은…….”
“구출? 웃기시네. 걔 사기 치다가 걸려서 램프에 처박혀 평생 살아야 되는 죄인이었어. 요정은 개X이나!”
미국 귀신이 영어로 찰진 비속어도 사용한다.
귀에 쏙쏙 들어왔다.
“지니는 말이야. 불러낸 자를 잠들게 만들어 환상만 보여줘. 그래서 결론은 항상 깨어나면 엿 같은 현실이다. 너도 알잖아. 슈퍼볼 하나 대박 나게 해주세요, 소원을 빌지만 주말이 지나면 좀비처럼 일터로 나가잖아. 지니는…… 사기 슈퍼볼 같은 놈이다. 그러니까 나타날 때마다 주인님이라고 먼저 바짝 엎드려 경계심을 풀게 만들었지. 그리고 주인님이라는 그 말 자체가 최면 주문이다.”
“…….”
귀가 얇아서 오늘도 홀랑 넘어갈 것 같다.
아니라고 부정하고 싶지만 딸기코 할배의 말에 믿음이 갔다.
램프 요정 지니는 소설 속 허구지만 여기 포도주 요정은 진실이지 않은가.
“네 잘 알겠습니다. 그럼 포도주 요정님은…… 어떤 능력을 소유하고 계십니까? 지니보다 훨씬 뛰어난 능력 보유자시겠군요.”
이제는 귀신에게 떡밥도 뿌릴 줄 안다.
아무리 봐도 요정 냄새는 안 나지만 말이다.
요정이라면 신들하고 비슷한 매혹 향기가 풍겨야 정상이다.
하지만 딸기코 할배는 무취다.
“포도주에 관해서 난 신이다!”
오! 자만심 쩐다.
그래 믿어준다.
솔직히 내 눈에는 포도주 못 마시고 죽은 귀신같았다.
“그래요? 그런데 어디서 많이 본 것 같은데 요정님 이름이 뭔가요?”
뭔가 촉이 오는 게 있어 질문을 던졌다.
보면 볼수록 누구와 닮았다.
“내 이름이…….”
요정이 본인 이름도 까먹었다.
귀신도 치매가 있는 것 같다.
“성이 라이언 맞죠?”
로버트와 너무 닮았다.
“오! 맞다 라이언! 나 코너 라이언이다! 움하하하하하!”
이름 찾고 좋단다.
정체를 알았다.
귀신의 정체는 요정팔이 로버트 라이언의 조상이 확실했다.
라이언 성씨를 사용하는 귀신이 이곳에 붙어 있는 이유가 짐작 갔다.
“골드러시 때 참 힘들었죠? 낯선 땅에 뿌리내리고 밥 먹고 살기 얼마나 괴로웠겠습니까? 집 밖도 위험한데 바다 건너 타국이라니…….”
동정하는 척 마지막 확인에 들어갔다.
“그랬지. 그때 영국 생활이 많이 힘들었다. 사실 우리 아버지는 아일랜드인이다. 감자 기근으로 엄마와 형제들이 죽고 겨우 살아난 날 데리고 영국으로 왔지만 둘 다 거지와 다를 바 없었다.”
귀신이 들려주는 세계사다.
말로만 듣던 감자 기근이 나와 이렇게 인연이 깊을 줄 몰랐다.
감자 역병으로 아일랜드 인구 800만 명 중 100만 명이 죽고 100만 명 이상이 미국으로 이민을 갔다.
로버트 집안 비밀을 알아냈다.
세계인은 몇 다리만 건너면 모두 친구라는 말을 실감했다.
귀신도 몇 다리 건너면 다 아는 분이다.
“피나게 노력해서 황금을 찾아 이곳 아메리카 땅에 왔다. 하지만 이곳도 힘들기는 마찬가지였지…….”
돈 없는 인간이나 포인트 없는 신이나 힘들게 사는 건 다를 바 없다.
노량진에서 나도 그랬다.
“미친 듯 일해서 땅을 조금 샀다. 여기 이곳에…… 그리고 포도나무를 심었다. 금맥 찾다 돌아가셨던 우리 아버지가 포도주를 엄청 좋아했다. 포도주 통에 빠져 죽는 게 평생소원이신 분이었다.”
귀신도 먼저 죽은 아버지를 그리워했다.
딱 들어보니 아버지가 주당이었던 거다.
로버트가 알고 있는 과거 가문 역사와 살짝 달랐다.
“정말 그때 참 좋았다. 포도가 미친 듯이 잘 자랐어. 싸구려라지만 만들면 바로 팔렸다. 이주자들이 노동에 지쳐 힘들 때마다 내 포도주를 마셨다. 이 금방에서는 우리 포도주가 최고였다!”
귀신 자존심이 대단했다.
“그랬군요.”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했다.
귀신도 다 사연이 있는 법이다.
로버트 조상이라 그런지 말도 잘 통했다.
“그 썩을 놈의 병만 아니었더라면!”
로버트가 했던 스토리가 이어졌다.
여기서 더 들을 필요 없다.
살짝 끊고 다음 코스로 유도했다.
“잘 알겠는데 왜 요단강 안 건너셨습니까? 죽으면 주님 품으로 돌아가셔야죠. 이러는 거 안 좋은 거 아시죠?”
“……그게 아들 녀석이 자꾸 밟혀서…… 못 갔다.”
귀신이 자백했다.
눈에 과거를 회상하는지 쌉싸름한 감정이 담겼다.
“내가 화병이 나서 병이 깊어 죽었다. 그때 아들 녀석이 포도농사와 제조 기술을 다 전수 받지 못했다. 그래서 이곳에 남아 포도주가 잘 숙성되도록 도와줬다.”
귀신에게 특별한 능력이 존재한 것 같다.
또한 부정은 위대했다.
멀고 먼 타향에서 아들이 고생할까 봐 죽어서도 섭리를 어기고 남았다.
그걸 후세 사람들이 요정이라 부른 것 같다.
나처럼 기가 예민한 사람들은 충분히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세상이 많이 변했습니다. 아드님도 진작 가셨는데 이러시면 안 됩니다.”
“……그러게 말이다. 이러면 안 되는데……”
나쁜 귀신은 절대 아니다.
“손자의 손자인 로버트 라이언이 이곳을 인수한 건 아시죠?”
“알고 있다. 내 젊을 적 모습을 어찌나 빼닮았는지…… 얼마 전에 녀석이 이곳에 와서 감격하며 울더라.”
로버트가 조상 참 잘 둔 것 같다.
이렇게 죽어서도 후손들을 생각하는 귀신들 많지 않다.
신들도 자기 앞가림하기 바빴다.
“이제 주님 품으로 돌아가십시오. 미련도 없으시잖아요?”
“가긴 가야 하는데…… 어찌 가는지 방법을 잊어 버렸다.”
뭐야? 죽어서 갈 곳을 잊어버렸다고?
구역이 달라 리차드 강을 부를 수도 없다.
이제 한을 풀었으면 갈 곳으로 가줘야 산 사람이 편해질 것이다.
지박령 되면 서로 골치 아팠다.
– 방황하는 영혼을 카르마 포인트를 이용해 신선계로 보내시겠습니까?
“헛! 이건 또 뭐야!!!”
그때 갑자기 들리는 알림 소리.
– 어둠의 카르마 포인트로 악신계로 보내시겠습니까?
내가 뭐라고 신을 선택해서 만들 수 있어!
난 평범한 인간이…… 아니네.
– 방황하는 유령을 신계로 보내면 그 능력을 흡수할 수 있습니다.
“뭐라고! 능력 흡수!!!”
# 159
회귀의 전설